사람 냄새가 너무 그립다.
저 같은 문외한이 보기에도 작금 전자업계의 화두는 단연 3D(three dimension)인 것 같다. 제임스 카메룬 감독의 야심작 아바타가 역대 최고의 영화흥행기록을 갈아치움으로써 그 흐름이 더욱 급물살을 타고 있다. 드디어 어제는 일본 Panasonic 사에서 세계 최초로 가정용 3D 비디오카메라를 출시했다. 그 카메라로 찍어서 3D TV에 연결시키면 사람과 물체가 화면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생생한 입체감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특별히 우리 같은 교포에겐 아주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부모형제들을 직접 만나 뵙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곧 3D컴퓨터끼리 화상대화도3D로 하게 될 테니 비싼 경비를 들여 구태여 한국까지 방문하지 않아도 되지 않겠는가?
기술의 발전은 끝이 없는 것 같다. 이젠 가속도까지 붙어서 메니아가 아니고는 신제품을 응용해보기는커녕 어떤 기술이 새로 나왔는지조차 아예 모를 정도까지 되었다. 이전에 공상과학소설에 나온 상상의 산물들이 거의 다 실현되어 가고 있다. 필자가 기억하기로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화상휴대전화기로 소통할 수 있는 날이 우리 세대에선 아주 요원할 것처럼 예측했었는데 벌써 그렇게 되었지 않는가?
서서히 그 카메라의 출현이 그저 반가운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SF 영화에서 보듯이 모니터 없이 빈 공간에다 3D로, 그것도 사람만 영상으로 띄우는 것이 얼마 안가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 놀라운 기술이 달갑지만 않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 이전에는 선각자들만 인류사회의 개선을 도모하는 방도들을 상상했었는데, 이제는 일반대중이 실제로 상상의 성안에만 갇혀 살 우려가 충분해졌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IT 최강국으로 꼽히는 한국의 현 실정을 보라. 청소년들에겐 컴퓨터가 제일 친한 친구가 되었다. 동무를 직접 대면하는 일은 드물고 거의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같은 사이버 공간을 통해서 교통한다. 거기다 결혼할 생각들을 별로 하지 않는다. 가정을 가지고 자녀를 낳아 기르는 일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인식이 사라진지 꽤 오래다.
이런 판국에 자기 상상 속의 이상형 공주나 왕자를 CG 기술로 만들어서 3D로 방안에서 실제로 만나 대화하고 교제할 수도 있게 되었다. 말하자면 지금까지는 사이버가 그래도 사람끼리 만나게 해주는 통로의 역할이 컸지만, 이젠 사람이 사이버가 만들어낸 가공 인간과 실감나게 연애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현실적 여건이 어려워 혹은 자아실현에 바빠서 결혼을 미루던 것이 이상적인 사이버 배우자를 만나 결혼까지 해버린다는 뜻이다.
산업혁명 이래로 식자들은 인간이 문명을 창출하다가 문명이 인간을 지배하게 되리라 염려해왔다. 그런 추세에도 드디어 가속도가 붙은 것이다. 기계, 기술, 컴퓨터를 넘어서, 컴퓨터가 만들어낸 가공의 세계가 인간을 다스릴 것이다. 실제로 이 카메라 발매 뉴스를 전한 일본 TV는 악플에 시달린 사람이 끔찍한 연쇄 살인을 일으켰고 그와 유사한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고 동시에 보도했다. (악플에 자살로 그친 한국은 아직은 순진한 셈인가?)
현대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사람의 냄새가 온전히 사라져 가고 있다. 흙내. 땀내가 베인 사람들과의 만남은 가물에 콩 나기가 되었다. 인간이 가장 인간다운 점이 무엇인가? 생판 남이라도 서로의 가슴을 털어놓고 함께 울고 웃는 것 아니겠는가? 온전한 인격을 갖춘 존재만이 다른 인격을 존중하고 사랑하고 품을 줄 아는 법이다. 동물은 배불리 먹는 일 말고는 교제도 싸움도 하지 않는다. 인간은 배불리 먹은 일 외에도 얼마든지 교제하고 싸울 수 있는 존재다. 선플이든 악플이든 숨어서 혼자 즐기느니 차라리 멱살잡이 하고 핏대 세우며 싸우는 것이 훨씬 인간적이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현재 추세대로라면 그럴 가능성은 줄다 못해 희박해질 것 같다. 사람과의 진정한 만남의 장으로는 그나마 가정밖에 남지 않았는데 미래 세대는 결혼쯤은 안중에도 안둘 것 같으니 진짜 큰 문제가 아닌가? 그럼 마지막 기대할 곳은 한군데 밖에 없다. 바로 교회다. 이민 교회는 특별히 더 그래야 한다. 지금까지는 이민 교회에 하나님 대신에 사람만 만나러 나온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그런 역할이나마 정말로 성실히 수행해야 할 시대가 온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사이버 가상 세계에 노예가 된 인간을 구출해낼 수 있는 마지막 소망이 교회다. 그런데도 혹시 교회 조직체라는 또 다른 울타리 안에 교인들을 가두어 놓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이버가 인간을 노예로 삼는 힘보다 칼 막스가 말했듯이 종교적 아편이 사람을 묶는 힘이 더 셀 수 있으니까 말이다.
사람 냄새란 단순히 사람을 만난다고 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소위 “방콕” 인구가 늘어난 이유는 생활환경이 바뀐 점도 있지만 가슴을 활짝 열어 제처야만 나오는 참 인간의 냄새를 맡을 수 없었기 때문이지 않는가? 교회에는 반드시 하나님을 사랑하듯이 이웃도 똑 같이 사랑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져야 한다. 그래서 실제로 참 인간의 냄새가 진동해야 한다.
아! 진정으로 참 사람의 냄새가 그립다. 이 홈피 공간에서 만은 우리 모두 참 사람의 냄새를 피워내기로 하자. 서로의 가슴을 열어 제치는 장으로 끝까지 남아 있길 소원하고 또 그렇게 실천하자. 말씀 속에 살아 역사하시는 우리 주 예수님의 은혜와 권능을 우리 모두 순전하게 믿는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지 않겠는가?
"그리스도의 말씀이 너희 속에 풍성히 거하여 모든 지혜로 피차 가르치며 권면하고 시와 찬미와 신령한 노래를 부르며 마음에 감사함으로 하나님을 찬양하고."(골3:16)
7/29/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