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보다는 만 가지 율법

조회 수 748 추천 수 45 2009.11.04 21: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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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보다는 만 가지 율법


에브라임이 죄를 위하여 제단을 많이 만들더니 그 제단이 저로 범죄케 하는 것이 되었도다. 내가 저를 위하여 내 율법을 만 가지로 기록하였으나 저희가 관계없는 것으로 여기도다.”(호8:11,12)


구약성경을 볼 때 계속해서 미심쩍은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어떻게 여호와께 흠이 있는 희생 제물로 형식적으로 제사를 드릴 수 있었는가 하는 점입니다. 그것도 인자와 긍휼에 한이 없으신 하나님께서 오죽하면 제사보다 인애와 순종이 나으며 급기야는 성전 문을 닫을 자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탄할 정도로 말입니다. 우리 같으면 두려워서라도 감히 그럴 수 없었을 것 같지 않습니까?

그들은 율법을 주신, 특별히 그들로 제사를 드리게끔 한 하나님의 목적을 오해한 것입니다. 율법이 제사법을 포함한다고 해서 율법대로 제사만 드리면 된다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은 지금 율법을 “만 가지로 기록”했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제사법이 율법의 전부가 아니며 또 주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율법을 주신 하나님의 목적을 모세는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내가 나의 하나님 여호와의 명하신 대로 규례와 법도를 너희에게 가르쳤나니 이는 너희로 들어가서 기업으로 얻을 땅에서 그 대로 행하게 하려 함인즉 너희는 지켜 행하라 그리함은 열국 앞에 너희의 지혜요 너희의 지식이라 그들이 이 모든 규례를 듣고 이르기를 이 큰 나라 사람은 과연 지혜와 지식이 있는 백성이로다 하리라.”(신4:5,6)

이스라엘 백성이 범한 과오는 “율법을 지켜 행하는 데”에만 초점을 둔 것입니다. 그것도 만 가지 중에서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 유독 하나님께 제사 드리는 규례만 그랬습니다. 물론 그들도 처음에는 두렵고 떨리는 심정으로 여호와께 속죄하고 또 간구하기 위해 제사를 드렸습니다. 제사는 율법대로 지켜 행해야 하는 일 중에서도 세부 절차까지 상세하게 규정된 공동체적 의무인지라 감히 등한히 할 수 없었습니다.  

다시 말하건대 율법에는 제사법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은 오히려 다른 규례들을 더 중요히 여겼습니다. 율법을 주신 근본 목적을 열국들이 이스라엘을 두고 하나님이 주신 지혜와 지식으로 사는 큰 민족이라고 일컫게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열국들도 자기들  신에게 제사는 열심히 지냈습니다. 단순히 이스라엘이 제사 지내는 모습만으로는 그들과 다른 점을 나타낼 수 없습니다. 삶에서 거룩한 모습을 보여야 했습니다. 그래서 만 가지 규례를 주셨던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또 제사를 하나님께 복을 받는 수단으로만 간주했습니다. 당신의 말씀대로 지켜 행했기에 당연히 반대급부가 따라 와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제사를 지내는 목적조차 오해했던 것입니다. 열국의 제사가 성전에서 음란한 행위를 하거나 인간 제물을 바치는 등, 형식에서도 이스라엘과는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제사를 드리는 목적의 차이입니다. 열국은 다산과 풍작을 빌고 재앙을 막으려는 것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오직 현실의 형통과 일신의 안락만이 그들 제사의 목적이었습니다.

반면에 이스라엘의 제사에는 크게 보아 세 가지의 목적이 있습니다. 속죄와 화목과 감사가 그것입니다. 간단히 말해 속죄는 자신과의 관계, 화목은 이웃과의 관계, 감사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바로 잡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제사를 통해 하나님과 사람 앞에 저지른 모든 잘못을 그분께 회개하고, 이웃과 사랑으로 섬기기를 다짐하고 또 실제로 실천하며, 하나님께 받은 은혜를 그분께 되돌려 드려야 합니다. 가난한 자를 구제하고 이스라엘 공동체적인 죄악을 회개하는 제사도 있지만 이 세 가지 목적에 함께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어느 모로 따져도 이스라엘의 제사에 자신들의 현실적 형통을 구하는 목적은 없었습니다. 하나님이 직접 밝힌 목적에도 당신이 주는 지혜와 지식대로 살아 큰 민족이 되라고 했지 부국강병 하여 큰 민족이 되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단적인 예로 율법에 이스라엘의 왕은 열국에선 부국강병의 표상인 말과 처첩을 두지 말라고 했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금 에브라임이 “죄를 위하여 제단을 많이” 만들었다고 합니다. 만약 그 목적이 속죄를 위하여 그렇게 했다면 하나님이 얼마나 기뻐했겠습니까? 그러나 성경은 “그 제단이 저로 범죄케 하는 것이 되었도다”라고 분명히 증언하고 있습니다. 현실의 형통을 빌며  우상 숭배를 하기 위해서 각지에 단을 많이 쌓았다는 것입니다. 만 가지 율법을 제대로 지켜 삶에서부터 자신들이 거룩해지며 하나님 앞에 진정으로 경건하게 서는 일에는 관심이 전혀 없었습니다. 오직 제사의 형식을 빌려 복 달라고만 아우성쳤습니다.  

이어지는 구절에서 하나님은 “내게 드리는 제물로 말할찌라도 저희가 고기로 제사를 드리고 먹거니와”라고 했습니다. 단지 율법에 규정된 대로 고기의 종류만 형식적으로 맞추어 바치고선 제사를 마치자마자  먹기 바빴다는 것입니다. 자신들의 죄를 진심으로 뉘우치며 이웃을 사랑으로 섬기기로 헌신하며 하나님께 진정으로 감사하는 심령의 제물은 전혀 바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아무리 경건한 자라도 만 가지의 규례대로 온전히 살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신자가 정말 그렇게 살려고 피 흘리기까지 싸우면 그 가운데 하나님의 은혜와 권능은 풍성하게 임합니다. 의의 열매가 자신에게는 속죄의 모습으로, 이웃과는 화목의 모습으로, 하나님과는 감사의 모습으로 반드시 나타납니다. 만 가지 율법대로 살지 못하니까 오히려 더 제사를 신령과 진정으로 드려야 합니다.  

호세아 선지자가 지적한 것이 과연 구약시대 이스라엘의 실패로만 그칠까요? 지금도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는 교회는 곳곳에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신자들도 각종 예배에 참석하며 일주일 내내 교회에서 거의 살다시피 합니다. 그러나 그 수많은 제단에서 죄를 사함 받기 보다는 오히려 죄를 더 쌓고 있지는 않을까요? 속죄와 화목과 감사가 빠지고 오직 기복(祈福)만 있다면 하나님이 성전 문을 오히려 닫지는 않을까요?

혹시 신자가 만 가지 율법대로 살지 않으면서 교회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남들보다 자신이 크게 될 자격이 충분하며 하나님도 자기를 크게 만들어 줄 책임이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지는 않는지요? 고기만 안 바친다 뿐이지 통회하는 중심이 바쳐지지 않기는 호세아 시절이나 지금이나 하나 다를 것 없지 않습니까? 다른 말로 호세아 때와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징계나 심판이 눈앞에 임박 했다는 뜻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구약시대 이스라엘보다 더 비겁하고 치사한 하나님의 백성인지 모릅니다. 그들은 현실적 형통을 바라는 자기들의 요구를 당당히 겉으로 드러내었는데 반해 우리는 속으로는 똑 같은 욕심을 숨겨 놓고 겉으로는 아주 경건한 체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구약의 율법적 제사든 신약의 예수님의 이름으로 드리는 주일 예배든 하나님의 목적은 동일합니다. 단 하나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자신에게는 거룩함을, 이웃에게는 진정한 사랑을, 하나님에게는 신령한 경외감으로 충만히 채우는 것입니다. 나아가 신약시대에는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고 부활하시어 죄악과 죽음과 사단을 이김으로써 신자에게 이미 그럴 수 있는 모든 권세를 주셨지 않습니까? 요컨대 신약의 제사는 십자가만 증거 되면 되는데도 오히려 구약 시대의 산당 제사로 돌아가려 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8/17/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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