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박종신 목사의 "떠남"을 읽고

조회 수 3092 추천 수 291 2007.01.14 01:08:01
※ 이 글은 갓피플몰에 '서평'으로 올린 것을 옮긴 것입니다.


인생의 최종 종착역이 죽음인 이상, 어느 누구인들 ‘떠남’을 도외시하고 인생을 논할 수 있으랴! 죽음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이고 궁극적인 떠남이기 때문이다.

죽음은 최종 국면이므로 논외로 치더라도, 인생은 만남과 이별의 반복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므로 ‘떠남’이란 인생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요한 삶의 실체인 것이다. 만남 자체가 이미 이별을 내재하고 있기에(會者定離), 동서고금의 모든 현자와 시인묵객은 물론이요 평범한 갑남을녀에 이르기까지 이를 읊조리지 않는 이가 없다.

교회생활도 이러한 원리를 벗어날 수는 없다. 한 지역교회의 구성원으로 만나 아름다운 교회를 이루었다 할지라도 언젠가는 떠나야 하는 시기가 온다. 이 세상 사명을 마치고 주님 품에 안김으로써, 직장과 생활기반의 이전에 따른 이사 때문에, 때로는 교회의 불협화에 의한 아픈 모습으로, 교회를 떠나는 성도들을 수시로 본다.

교회의 주요 직분인 목사의 경우도 예외일 수는 없다. 교회법에 의한 정년퇴임이든, 청빙기간 만료에 의한 사임이든, 새로운 사역을 위한 자원 사퇴든, 아니면 불협화에 의한 강제 사임이든, 어떤 형태로든지 목사도 교회를 떠나야 하는 현실을 피할 방법은 없다.

그런데, 오늘날 목사 특히 담임목사가 교회를 떠나는 모습은 우리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마치 ‘떠남’의 의미와 중요성을 모르는 것처럼 보여지기 때문이다.

정년을 마친 목사가 교회에 아무 부담도 주지 않고 떠나는 경우는 보기가 쉽지 않다. 두둑한 퇴직금은 물론 은퇴연금 형태로 지분을 확보하는 사례도 있다. 또 일부 목사 중에는 낯 두껍게 자식에게 교회를 대물림함으로써 노후생활의 안정을 도모하는 경우도 있다.

교회 분란의 상당부분은, ‘아름다운 떠남의 의미’를 모르는 목사들의 저급한 인생관(영성이 아니다)에서 기인되고 있다. 지위가 높을수록 잘 떠나야 한다(그렇다고 목사의 지위가 높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여하튼 우리는 ‘떠남의 미학’을 모르는 담임목사들이 연출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자주 본다. 표면적 원인이 무엇이든, 그 근본은 담임목사의 이해의 미흡일 뿐이다. ‘퇴임(사임) 후에도 영향력과 금전적 이득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집착한 추한 욕심일 뿐이다.

이 명백한 인생원리(떠남의 아름다움)를 그냥 그대로 실천함으로써 그간 망각의 그늘 속에 묻혀있던 우리 인식을 제 자리로 되돌려주는 책이 있다.

박종신 목사의 ‘떠남’이다. 청빙 6년 만에, 대형 예배당을 건축하고 중부권을 대표할 정도의 교회로 성장시킨 후, 주님의 음성에 따라 순순히(물론 저항하고 고민했지만) 떠나는 모습이 아름답다. 사임 후,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지구촌교회를 개척 인도하기까지의 여정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가 겪은 삶은 누구보다 극적이라 할 수는 없다. 반대로 지극히 평범할 뿐이다. 그 정도의 위기와 고생은 누구나 겪는 일상사이다. 그러므로 그가 기도를 통해 위기를 탈출했다는 설명에 무게 중심을 두어서는 이 책의 묘미를 다 맛보지 못할 수 있다. 위기를 당하면 기도하여 인도받는 것은 성도의 기본적인 삶이다. 하지만 위기극복을 신앙과 결부시킨다면, 때로는 자가당착에 처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보다 더 급박하고 힘든 처지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이를 극복하는 불신자들의 사례를 수없이 보기 때문이다.

나는 박 목사의 책이 지니는 진정한 강점은, 그가 보여준 포기와 떠남의 모습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적어도 인생의 반 이상이 ‘떠남’이라는 진실을 놓치지는 않고 있다. 그가 외면할 수 없는 현실적 필요(소요=물질일 수도 있음)를 몰라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그에게도 돈과 사람과 환경들은 절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절제를 알았다. 떠날 때 떠날 줄을 알았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다.  

지엽적인 부분이지만, 은퇴목사들이 쉽게 교회를 떠나지 못하는 원인 중의 하나는, 노후대책의 실패에서 찾을 수 있다. 즉, 목사들은 모든 수입을 예배당 건축 등 교회 운영에 헌납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리하여 노후를 위해 저축하면 세상적인 행위라고 비난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는 오해일 뿐 아니라 해악이기도 하다. 목사도 사례비를 관리하여야 하고 노후대책도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해야만 한다. 위임기간 중 사례비로 받은 자신의 모든 수입을 교회운영에 사용하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박 목사는 이러한 기초적인 원리를 늦게나마 깨우쳤다. “교회를 성전이라고 호칭하면서 교회 짓기에 목숨을 걸고 전념했었다.”(p.142)는 술회는, 자신의 실패에 관한 자조임과 동시에 바른 이해에의 도달을 의미한다.

또 “적금과 대출을 통해 집을 장만했다가도 교회에 무슨 일만 생기면 즉시 팔아 드리면서 ‘예수님은 머리 둘 곳이 없으셨다’는 말로 스스로 위로하곤 했다.”(p.231)는 말은, 목사의 가정도 마땅히 규모의 경제가 이행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수입에 맞춰 소비하고 저축도 해야 한다. 목사라고 전부 교회에 헌금하는 것은 무지의 소치일 뿐이다.

그 외에도 “자식 같은 목사의 떼거지를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신 아버지와 어머니 같은 성도님들을 생각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p.62), “나는 한국교회의 목회비전인 부흥을 도입할 마음이 전혀 없다”(p.224)는 고백과 다짐들은, 그의 사고의 깊이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마지막 ‘에필로그’를 이런 말로 끝맺고 있다. “떠날 때 떠나야 한다. 눈물을 머금고 떠나야 한다. 하나님의 소명이라면 익숙한 것으로부터, 안락한 것으로부터, 미래에 대한 보장으로부터, 명성과 인기로부터 떠나야 한다. 하나님은 오늘도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자 먼저 떠나야 한단다.’”(p.254).


이 책을 읽으면, 그간 목사로 인하여 촉발된 교회의 여러 난맥상들을 보며 마음 아파했던 평신도들의 상처들이 다소간 위로 받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도널드 맥컬로우 목사의 ‘모자람의 위안’과 함께 읽는다면 보다 큰 은혜를 체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극심한 갈증 속에 마신 한 잔의 냉수랄까? 찜통 무더위를 식혀준 한 줄기 소나기랄까? 오랜만에 우리의 심령을 유쾌하게 만들어준 좋은 책 집필한 저자에게, 진심에서 솟아나는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

김문수

2007.01.14 08:52:33
*.91.59.242

순태 형님 !!
깜짝 놀랐습니다 !!
여단장님 성함인줄 착각하고 .........
오늘 눈이조금 흐릿흐릿합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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