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맞아죽을 각오까지는...(박종신)

조회 수 1365 추천 수 98 2008.09.20 07:47:33

※ 역시 갓피플몰에 올렸던 독후감입니다.

현직(現職)인 박종신 목사의 ‘맞아죽을 각오로 쓴 한국교회 비판’(초판 ‘한국교회를 향해 통곡하시는 예수’)을 읽고 나름대로의 느낌이 있어 나누고자 합니다.

저자가 교회(공동체)와 교인(개인)으로 구분하여 2부로 다룬 9개 항목들은 각기 중요하고도 필히 짚어 볼만 한 주제들입니다. 명품교회처럼 행세하는 대형교회들, 세상의 소금과 빛은커녕 밟히는 소금이요 말 아래 갇힌 빛의 신세가 되어 기능상실증에 걸린 모든 교회들, 무슨 말을 하든 내부결속만으로 충분하다는 영적 무력증에 빠진 성도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이러한 비판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귀를 조금만 열면 쉬임없이 들려오는 다반사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강한 반발심을 가지고, 일부 평신도들은 일말의 경계심을 가지고, 상당수 교회들에 대한 현실진단 결과라 할 것입니다. 타당성이 충분하고도 남을 지경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진단을 제시하는 목회자는 드뭅니다. 또 간혹 용기를 내더라도 피상적인 겉핥기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에 비해 저자는 현직 목사라는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이고 혁신적인 제안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9가지 주제들 모두가 의미를 지닙니다만, 특히 교파문제(제2장)/주초문제(제3장)/성전건축(제4장)/가운문제(제7장의 소항목=제발 가운 좀 벗고 사세요.)에 대해서는 아주 유사한 견해를 지니고 있기에, 상세한 견해 나눔은 저자의 카페를 통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제8장 ‘기복주의 사상은 십자가의 복음을 소멸한다.’의 일부 설명은 동의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헌금액수=축복의 크기”라는 이상한 논리를 질책한 것과 헌금의 유용에 대한 경고는 타당합니다. 그러나 의무헌금, 예배헌금, 감사헌금, 목적헌금 등으로 구분 설명하는 내용에 기득권층의 논리가 혼재된 것은 오류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십일조 논쟁처럼 매우 대립적이고 결론 맺기 불가한 주제이므로 더 이상 평하지 않겠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아래와 같은 단상들이 스쳐지나갔습니다.  

2007년 출석교회는 교단 지시에 따라 “3,000교회 100만 성도 달성”(p.73)을 강조하며 수시로 합심 기도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고개는 숙였지만 다른 내용을 기도드렸습니다. 저자와 비슷한 견해였기 때문입니다. 당시 자조 섞인 한탄 발했던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아모스 선지자가 한탄했던 “말씀의 기갈 현상”(암8:11-13)에 대한 인식이 훌륭합니다(p.132). 의식있는 평신도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찾기 위해 이 교회 저 교회로 방황하지만 어느 곳에서도 찾지 못해 좌절합니다. 선지자의 예언이 그대로 실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평신도들의 애환입니다.  

말씀의 분별을 강조하면서 ‘하나님의 말씀이 철학/문화/지식/세상 기준과 섞이면 죽는다.’ (p.146)는 경고도 타당합니다. 목회자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전부 하나님의 말씀은 아닙니다. 인간의 생각이 혼합되기가 십상입니다. 반드시 분별해야만 합니다.

교회 정화작업을 목회자 정화와 교인 정화의 두 단계로 이해하면서 이 둘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p.192). 반쪽 정화로는 충분치 않다는 설명입니다. 목회자 감싸기에 여념없는 목사성직론자들(옹호론자들 포함)의 오해를 지적하는 것입니다. 이에 실패함으로써 감당하는 치명적인 피해 사례는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옳은 인식입니다.

기복신앙에 관한 주장은 직접 인용하는 것으로 대신하겠습니다. 기복신앙뿐 아니라 신비신앙(체험신앙)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내용입니다.

“귀신이 쫓겨 나갔다고 호들갑 떨지 않습니다. 병이 고쳐졌다고 호들갑 떨지 않습니다. 방언한다고 호들갑 떨지 않습니다. 예언을 한다고 호들갑 떨지 않습니다. 300억이나 되는 책이 불살라졌다고 호들갑 떨지 않습니다. 오로지 말씀 앞에 굴복하여 회개하고 주 예수의 이름을 높이는 역사가 일어납니다. 이것이 십자가 복음입니다. 지금 한국교회는 말씀 앞에 굴복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자가 되고, 범사가 잘되고, 병이나 고치고, 귀신이나 쫓겨나가고, 예언이나 방언하는 일에 호들갑 떱니다. 성령의 역사라고 주장하면서 표적을 구하는 기복신앙으로 전락해 버렸습니다.”(p.245).


한국교회의 진단과 자성과 개혁에 관련된 주장들을 대할 때마다 반복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당연히 짚어보고 고쳐야 할 문제들에 대해 오히려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현상이 바로 그것입니다. ‘잘못이 있으니 고치자.’라는 지적에 대해 ‘그러는 너는 뭐 잘났느냐? 간섭하지 말고 내버려 둬라. 하나님께서 다 알아서 하신다.’라는 항변에 급급합니다. 이러한 반응은 좋은 믿음이 전혀 아닙니다. 잘못이 있을 때 인정하고 고치는 것이 바른 신앙입니다.

저자의 주장들은 결코 ‘맞아죽을 각오를 해야’ 할 정도의 신앙 금기사항을 범하는 것은 아니라는 확신에서 위 서평 제목으로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한국교회의 오류를 지적하고 시정할 것을 강력히 주문하는 저자의 주장에 대하여 공감하는 바가 크기에 일독을 권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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