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를 품고 있는가?

조회 수 350 추천 수 13 2009.11.02 20:26:59
지금 세계를 품고 있는가?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행1:8)


예수를 믿은 신자에게 전도는 필수 사항입니다. 이론의 여지라곤 없습니다. 변명, 핑계, 연기, 나태가 개입될 여지도 없습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던 그리스도의 향기를 세상 사람들 앞에 드러내야 합니다. 이는 예수님이 승천하기 직전에 제자들에게 당부하신 계명이기도 합니다. 특별히 예수님은 전 세계의 전 민족을 상대로 땅 끝까지 가서 전도하라고 했습니다. 세상 끝 날까지 하라고 했으므로 신자로선 평생을 두고 해야 할 과업입니다.  

그래서 많은 신자들이 전도와 선교에 정말 열심히 충성하며 힘을 쏟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본문에선 잘 아시는 대로 전도의 계명을 수동태로 표현하셨음을 간과해선 안 됩니다. 성령이 임하면 그 권능도 함께 받게 되고 또 그 권능에 의해 땅 끝까지 가는 증인이 된다고 합니다. 미련한 십자가의 도를 전하는 전도 자체가 인간의 공교한 말의 지혜가 아니라 성령의 능력으로 이뤄지는 것이기에 성령의 권능을 입혀주심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그러나 성령의 권능이 행동의 주체가 된다고 해서 신자가 중앙통제장치의 지령에 의해서 자동적으로 움직이는 로봇처럼 가만히 있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성령의 권능은 반드시 어떤 희생도 무릅쓰겠다는 신자의 자발적이고도 기꺼운 동의, 소망, 헌신, 실천의지가 동원되어야만 역사합니다. 절대 강제적, 독선적, 형식적, 기계적으로 작용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많은 신자들이 예수님의 말씀대로 잘 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예수를 믿은 후 꼭 해외선교를 가지 않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전도와 선교에 힘을 쏟아야겠다는 소망, 헌신, 결단, 의지 등이 분명 생겼습니다. 그러나 막상 실천하기는 그리 쉽지 않습니다. 성령의 권능을 받으면 증인이 된다고 확실히 약속하셨는데도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성령은 받았는데 그 권능은 받지 않은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그런 의아심이 드는 까닭은 땅 끝까지 이르러 당신의 증인이 되리라는 약속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본문을 모든 신자에게 해외선교사가 되는 소명과 은사를 이미 주신 셈이거나, 최소한 언젠가는 주실 것이라고 봅니다. 문자적 해석으로는 분명 그러합니다. 그러나 만약 모든 신자가 생업을 그만두고 해외선교사로만 헌신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것 아닙니까? 예수님이 그렇게 요구할 리는 없습니다.

땅 끝까지 가는 증인이 되리라는 약속은 그 문자적 의미의 의지력과 실행력을 받기 이전에 땅 끝을 보는 관점부터 완전히 바뀌게 해주신다는 뜻입니다. 사람들을 바라볼 때에 인종, 국경, 언어, 문화, 관습 등을 초월하게 됩니다. 현실적인 제약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것들로 인해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데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바꿔 말해 자신이 속해 있는 공동체 개념이 지구 전체를 아우르는 데까지 넓어진다는 것입니다. 우선 예수님이 비유하신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이웃의 개념과 범위가 바뀝니다. 그래서 그동안 자신의 삶을 지탱해준 범주이자 원동력이었던 이익집단의 울타리가 깨어집니다. 자기가 정한 자격기준에 따른 회원제였다가 아무 조건 없는 개방형으로 전환되는 것입니다.

바울이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이 되었다는 의미를 어떻게 정의했습니까? “저가 모든 사람을 대신하여 죽으심은 산 자들로 하여금 다시는 저희 자신을 위하여 살지 않고 오직 저희를 대신하여 죽었다가 다시 사신 자를 위하여 살게 하려 함이니라. 그러므로 우리가 이제부터는 아무 사람도 육체대로 알지 아니하노라. 비록 우리가 그리스도도 육체대로 알았으나 이제부터는 이같이 알지 아니하노라.”(고후5:15,16) 아무 사람도 육체대로 알지 아니하는 자라고 했습니다. 상대가 가진 외적 조건대로 판단치 아니하며, 동시에 자신에게 아직 남아 있는 교만한 자기중심주의로 남을 평가하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은혜 안에 완전히 들어오기 전에는 전혀 이웃 사랑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 때는 이웃을 내 실력과 내가 가진 것으로, 그것이 도덕적 종교적 우월성이었든지 간에, 내가 교제하며 사랑하며 섬기려 했습니다. 이제 그리스도 안에선 예수님의 마음에 동참하여서 예수님의 힘에 의지하여 이웃을 섬기게 된 것입니다.

예수님의 마음이 어떤 것입니까? 바로 어느 누구도 육체대로 알지 아니하는 것 아닙니까? 그분이 이웃을 사랑하는 데에 국경, 인종, 언어, 문화, 관습 때문에 장애가 된 적이 있습니까? 또 천국 복음을 전하는 일에 세상의 어떤 것에라도 영향을 받아 연기, 나태, 변경, 포기 한 적이 있습니까? 전혀 없지 않습니까? 어떤 면에선 로마 제국에는 비굴하리만치 순응했지 않습니까? 예수님은 세상 권력 앞에 굴복한 것이 아니라 당신의 마음 안에선 헬라인과 유대인을 전혀 차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 나라에는 사회적 정치적 구분이 아예 없습니다. 오직 예수님의 십자가 앞에 모든 것을 바쳐 항복했느냐의 기준 밖에 없습니다.

그분은 모든 사람을 사단의 노예가 되어버린 너무나 비참하고 불쌍한 죄인으로, 그래서 당신의 죽음으로만 구원이 가능한 당신의 자녀로만 보았습니다. 당신의 십자가 없이는 아예 인간으로서 구실도 못하는 죽은 시체나 다름없었는데 그들을 육체대로 판단할 기준을 만들 리 없지 않습니까? 그럼 절대로 십자가가 구원의 유일한 길이나 참 생명의 진리가 될 수 없습니다. 육체로 나눠지는 기준이 구원에 영향을 끼치면 당장 그 구원은 무효입니다. 하나님의 역사에, 특별히 구원사역에 인간이 조금이라도 간섭하려는 너무나 끈질긴 본성이 바로 원죄입니다. 그런 원죄에서 구해내려면 당연히 십자가밖에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내가 성령의 권능을 더 입도록 간절히 기도하였고 그래서 이제 내가 가서 땅 끝까지 복음화 시켜야지 결단하고 행하면 여전히 온전한 권능을 입은 것이 아닙니다. 단순히 자기가 선택 결정한 선교를 위한 여행을 가는 것일 수 있습니다. 다른 말로 섬겨야할 이웃의 개념이 전 세계를 아우르는 범위까지 이르지 못하고 자기가 정한 것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정말 성령의 권능을 입으면 자기 주위에서 만나는 사람부터 예수님의 사랑 없이는 참다운 인생을 살아갈 길이 도무지 없기에 너무나 불쌍하게 여겨지게 됩니다. 또 그런 마음에 충만해 있으면 성령이 가라고 하면 가고 오라고 하면 오게 됩니다. 빌립이 광야로 나가 에디오피아 내시를 전도했던 그런 일도 생깁니다. 그 이전에 스데반처럼 자기가 속한 공동체 내의 모든 사람들 앞에서 주님의 십자가부터 증거하게 됩니다. 또 삶 자체가 주님께 드리는 산제사로서 그런 신자의 삶을 보는 사람들이 자연히 그리스도의 빛을 발견하게 됩니다.  

오스왈드 챔버스는 그래서 “하나님의 성령이 임하실 때에 전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한 것입니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을 예수님의 심정으로만 바라보게 되는 것이 바로 성령의 권능을 입은 온전한 결과입니다. 진짜로 예수님의 마음을 가졌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해외선교사로 가고 안 가고는 차후 문제이지 않겠습니까? 주위 모든 사람이  주님의 사랑을 받아야만 할 이웃으로 변합니다. 그 가운데 이전의 원수나 핍박하는 자도 당연히 포함됩니다. 또 세계 곳곳에 흩어진 모든 신자가 그렇게 하면 유대와 사마리아의 경계는 저절로 허물어지고 땅 끝까지 복음이 들어가게 됩니다. 해외선교는 주님께 특별한 은사와 소명을 받은 자들이 복음이 아직 전혀 들어가지 않은 오지로 찾아가면 됩니다.

여러분은 정말로 성령의 권능을 입었습니까? 전 세계를 우리 교회가, 특정지역과 사람을 내가 반드시 복음화 시켜야겠다는 큰 비전을 품었는지 묻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당장이라도  어디서 누구를 만나든 육체대로 판단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묻는 것입니다. 또 어떤 이도 예수 없이는 절대로 비참하게 멸망할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확신하는지 묻는 것입니다.
    
11/2/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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