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28:20-22) 야곱이 조건부로 서원했는가요?
[질문]
“야곱이 서원하여 이르되 하나님이 나와 함께 계셔서 내가 가는 이 길에서 나를 지키시고 먹을 떡과 입을 옷을 주시어 내가 평안히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게 하시오면 여호와께서 나의 하나님이 되실 것이요 내가 기둥으로 세운 이 돌이 하나님의 집이 될 것이요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모든 것에서 십분의 일을 내가 반드시 하나님께 드리겠나이다 하였더라.”(창28:20-22) 혹시 아직 야곱이 믿음이 부족하거나 순수하지 못해서 조건부 서원을 했다고 봐야 하나요? 아니면 하나님께서 어떤 분인지 알고 서원을 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답변]
우선 서원(誓願, vow) 기도가 하나님과 어떤 조건을 걸고서 거래(Deal)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히브리 원어 '나다르'도 어떤 것을 드리거나, 어떤 일을 하기로 약속(맹세)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 서원기도를 하는 것은 그분을 위해서 헌신하겠다는 것이 우선 목적이라 반드시 그런 내용이 따르므로 서원기도를 했다는 것 자체로 이미 순전한 믿음이 있는 것입니다. 서원기도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아래 세 관점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1) 하나님이 자기가 소원하는 일을 이뤄주실 능력이 차고 넘친다는 것을 온전히 확신해야만 서원을 할 수 있습니다.
2) 자기가 소원하는 일에 대한 하나님의 정확한 뜻을 알지 못할 때 그 뜻을 확인하고자 서원합니다. 예컨대 해외선교사로 가기를 소원하지만, 혹시 나의 종교적 열정은 아닌지 정말로 하나님의 자기를 향한 계획인지 모르기에 이렇게 해주시면 선교사로 헌신하겠다고 서원 기도하는 것입니다.
3) 너무나 간절한 소원일 때 서원기도의 형식으로 아뢸 수 있습니다. 자식이 없어서 브닌냐에게 멸시받던 한나가, 아들을 주시면 젖을 떼고 나면 하나님께 바치겠다고 서원했고 실제로 사무엘을 그렇게 바쳤습니다.(삼상 1,2장) 당시에 자식이 없는 것은 통상적으로 하나님의 벌을 받은 것으로 간주되었는데, 한나는 그 억울함을 벗고 싶었던 간절한 소원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자식이 없다가 아들이 생기면 자기 목숨보다 더 귀할 텐데도 하나님께 바치기로 서원한 것입니다.
야곱의 상기 서원기도도 위에서 설명해 드린 세 가지 의미가 다 있습니다. 이삭의 장남 에서는 믿음이 떨어져 부모의 의사는 무시하고 가나안 여자와 결혼했고 밖으로만 나다니며 집안을 돌볼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야곱은 비록 그 방법이 잘못되었지만 믿음의 가문을 이어받아서 바로 세우려는 간절한 소원으로 장자권을 차지할 정도로 하나님께 헌신된 자입니다.(아래에 링크한 "야곱을 바로 알자" 시리즈 설교에서 자세히 살폈음)
형인 에서가 자기가 속은 것을 알고 야곱을 죽이려 들자 혈혈단신으로 이방 땅(비록 외삼촌의 집이지만)으로 도주했습니다. 이때 야곱의 나이가 70이 넘었습니다. 그래서 년로한 부모를 두고 도망가는 것이 과연 잘하는 일인지, 계속 남아서 에서와 맞서더라도 부모를 봉양하는 것이 좋을지, 갈등이 심했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뜻을 묻고 싶었고, 나아가 이방 땅에서 자기를 온전히 지켜 달라는 소원을 서원기도의 형식으로 간구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야곱도 하나님께 바칠 것을 약속했는데 그 뜻은 반드시 부모 곁으로 돌아오게 해달라는 간절한 소원을 드러낸 것입니다, 이번 도망이 자신의 생명을 건지려는 뜻이 아니라, 잠시 피신했다가 에서의 분노가 가라앉으면 돌아와서 장자권을 행사해 믿음의 가문을 잘 세워나가겠다는 뜻을 그렇게 서원기도로 하나님께 아뢴 것입니다.
야곱을 바로 알자
(3/15/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