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오니 사람 만나는 일이 참 많다. 오래도록 만나지 못했던 이웃들과의 만남은 정말 즐겁고 반가운 일이다. 어제는 반가운 이웃과 만나 점심식사를 했다. 식당을 가는 길이 얼마나 멀던지.. 꼬불 꼬불 산길로 올라가다 보니 세상에 별천지처럼 예쁜 집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이름들도 참 다양하고 이쁘고 건물의 모습은 마치 동화의 나라인 듯도 하고 우리나라 민속촌도 연상되는 곳도 있고 정말 다양한 모습들로 즐비하게 서있다. 한 곳엘 들어가니 사방 유리로 타악 트인 것이 한 겨울 을씨년스런 산자락이 한 눈에 들어왔다. 눈이라도 오면 너무도 이쁘겠다, 아니 나뭇잎 우두둑 쌓여진 가을이면 정말 멋있겠다, 아니 예쁘장한 꽃들이 올망졸망 올라오는 봄이여도 좋겠다. 혼자 웅얼거리며 식사를 하였다. 눈으로 식사를 하는 듯 그릇도 우아하고 음식 모양새도 색다른 참 특이한 식당이다 싶었다. 마치 내가 액자안에서 식사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너무도 특이한 것을 또 발견하였다. 손님들이 모두 여자들이였다. 물론 남자들이야 그 시간이면 열심히 일을 하는 시간이기에 그 산골짜기까지 올 수도 없었겠지만 여자들이 그 넓은 식당에 그득 앉아 있는 모습이 참 낯설게 느껴졌다.
잠시 미국에서의 시간이 스쳐 지나갔다. 잠자는 시간, 식사시간까지도 줄이고 줄이면서 일을 하였던 시간들이였다. 매일 입에서 신음처럼 새어 나오는 말이 너무 바쁘다는 말 뿐이였다. 그러나 그렇게도 바빴던 그 시간들이 하나님과 가장 많은 대화를 하였던 시간이였다. 고즈녁한 가을 벤치에 앉아 두런 두런 이야기하 듯 하나님과의 대화는 일을 하는 시간 내내 이어졌었다. 몸은 그리도 바빠서 정신이 없었지만 바쁜 육신 상관없이 생각 속에서 하나님과의 만남은 그 누구도 방해할 수 없었다. 아침에 읽었던 말씀을 묵상하고 하나님께 궁금한 것 여쭙고 그리고 하나님께 사랑을 고백하는 일들은 육체의 모습이 어떠함에는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깨닫는다.
이제 좀 편안하고 안락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하나님께는 참 죄송스런 맘이 자꾸만 인다. 그렇게나 바쁜 상황들 속에서 하나님과 갖었던 아름다운 시간들이 지금은 살짝 살짝 줄어가고 있기에 너무도 죄송스럽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더더욱 하나님 사랑에 푸욱 잠길 줄 알았는데 오히려 많은 부분을 삶의 이런저런 부분으로 빼앗기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다시금 맘의 옷깃을 여미고 나의 죄를 대속하시려 이 땅에 오시어 물과 피를 모두 쏟아내신 그 사랑을 절대로 나의 내면에서 소멸되는 일이 없도록 성령님께 부탁드려 본다. 우리의 무서운 죄를 회개하여 그 십자가 사랑에 푸욱 잠겨 하루 하루 우리 아버지로 말미암아 즐거워 어쩔 줄을 모르는 시간들로 주~욱 이어지는 시간만이 되길 기도드린다. 그래서 목숨 다하는 그날까지 그 일이 점점 더 선명해지고 점점 더 진하여지고 점점 더 사랑의 고백이 산처럼 쌓여지길 기도드려 본다. 나의 상황과 형편의 모양새가 어떠하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