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가는 길이 더 힘들다.

조회 수 1433 추천 수 134 2006.11.18 15:20:04
내려가는 길이 더 힘들다.


인생은 정상으로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오는 것이 더 힘들다고 흔히들 말합니다. 정상에 서 본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희열과 특권은 분명히 있고 또 그것을 놓치지 않고 오래 간직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입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경우 내려와야만 할 적기를 놓치고 또 미련이 남아 추한 모습으로 떠밀리다시피 내려오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도 이제 그럴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인생에 별로 이룬 것도 없는데 갑자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의아해할 것입니다. 제가 권력, 재물, 명예의 정상에 섰다는 뜻이 아니며 영적인 일가견을 이루었다는 뜻은 더더구나 아닙니다. 아침마다 집 주위를 산책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젊었을 때에는 나이 드신 분들이 무릎이 시리다고 하는 말을 들으면 “어떻게 바람이나 추위가 무릎에만 골라서 덮치나 노인네라 엄살이 심하긴 심하구나!”라고 속으로 빈정거렸습니다. 가장 많이 사용한 관절 부분이 제일 먼저 약해지고 그래서 추위를 더 느끼게 된다는 정도의 상식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50줄을 넘어서면서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새벽에 책상 앞에 앉을 때에 담요를 무릎에 얹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정말 무릎이 시리기 시작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 부분에만 찬바람이 쌩쌩 도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노인네들이 엄살이 심한 것이 아니라 제가 무식했었고 노인들을 전혀 공경할 줄 몰랐던 것입니다.

집근처 산책길에 제법 가파른 오르막이 있고 또 당연히 그만한 내리막도 번갈아 있습니다. 며칠 전 혼자서 걷다가 문득 내리막을 더 힘차게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리에 힘이 빠지고 무릎이 더 약해지면 오르막은 힘만 내면 그나마 오를 수 있지만 내리막은 다리가 후들거리며 때로는 무릎이나 발목이 접쳐지는 경우가 생길 것이라 염려가 된 것입니다.

실제로 무릎을 다쳐서 지난 일주일간 아침 산책길에 동행하지 못했던 아내와 어제 다시 산보했더니 제 생각이 기우(杞憂)가 아님이 드러났습니다. 정말 오르막보다 내리막에서 벌벌 떨면서 내려오기에 평소답지 않게(?)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부축해주어야 했습니다. 집사람 왈 “이래서 나이 들수록 혼자 살면 안 돼!”라고 했는데, 저는 속으로 “그 이유는 내려 올 때가 더 힘들기 때문이지!”라고 맞장구를 쳤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노년이 되면 거동도 불편하지만 특별히 하는 일이 없어 과거만 되돌아보는 그 쓸쓸한 회오(悔悟)를 혼자서 어찌 감당해내겠습니까? 실제 인생의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목적이 분명해 혼자서 어떤 고난도 뚫고 나갈 용기와 담력이 생깁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한 발자국이라도 전진하면 그만큼의 보람과 가치가 따라옵니다. 그러나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은 쉬운 듯 하지만 사실은 아무 기쁨 없이 한 발자국씩 내려오면 그 만큼의 상실감만 늘어납니다.

그럼 노년을 정말 보람 있고 활기차게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답은 간단합니다. 죽을 때까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올라가기만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또 마침 신자에게는 이미 그런 일이 주어져 있지 않습니까?

“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오직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좇아가노라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좇아가노라.”(빌3:12-14)

복음을 전하는 일에는 산책길이나 세상 인생과는 달리 내리막이 전혀 없습니다. 오직 오르막뿐입니다. 신자에게는 늙을 여유가 없습니다. 육신은 후패해져 무릎이 시리고 벌벌 떨리게 될지라도 어떤 형태로든 복음을 전하고 있다면 그 영혼은 날이 갈수록 더 새롭고도 힘이 넘칠 것입니다. 심지어 바깥출입을 못해 병상에 누워있어도 주위 사람의 구원을 위해 기도는 할 수 있지 않습니까? 우리 모두는 진시황이 세상 모든 재화와 권력을 동원해도 구하지 못한 영원토록 늙지 않는 비결을 소지한 자들입니다. 너무나 감사하고 기쁘지 않습니까?

11/18/2006  

허경조

2006.11.27 13:43:59
*.80.180.235

저도 이곳 Long Ireland에 산지 9년동안 몰랐던 좋은 등산로를 최근에야 아는분의 소개로 알게됐는데 저희집에서 10분정도 운전하면 되는 거리였습니다.
Cold SpringHarbor라는 주립공원인데 가보니 왕복 50분정도가 소요되며 산정상에서는 대서양으로 연결되는
자그마한 포구와 요트장이 보이고 파킹장 길건너에는 산에서 내려오는 약수터가 있으며 ,먹어보니 수질도
상품이라 오는길에 물통을 갖고옵니다. 길건너에는 요트장의 입구에 마련된 벤치에 앉으면 갯냄새와 오가는
작은 어선들과 요트들로 보는 것이 즐겁습니다.
제가 왜 이다지도 자세히 소개하냐하면 9년동안 이곳에 살면서 이렇게 좋은 곳이 집에서 10분거리에 있었는데
이곳을 모르고 지냈다는 사실입니다.
복음을 전하는 것도 마찬가지인것 같습니다. 저에게 이곳을 소개한 분을 알기전까지 비록 10분거리의 명당자리를 9년간이나 몰랐지 않았읍니까?
저는 이사건을 계기로 복음전함에 대해 더욱 절실함을 꺠달았습니다.
물론 틈만 나면 이명당자리의 등산을 아내와 더불어 즐기고 있읍니다.

운영자

2006.11.28 15:00:15
*.104.229.199

허경조님 정말 부럽습니다.

제가 나름대로 세속적(?)으로 갖고 있는 마지막 꿈이 하나 있는데, 바다가 보이는 곳에 살든지 아니면 그 근처로 이사가는 것입니다. 제가 꼭 산보다 바다를 더 좋아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산도 좋아해서 등산을 가고 싶은데 여러 여건상 그럴 수 없어 너무 아쉽습니다.

단지 제 고향이 부산이라 이상하게 바다만 보면 비록 몸은 이곳 미국에 살지만 고향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입니다. 어쩌면 아무런 막힘 없이 툭 터인 것이 죄와 한숨과 눈물이 없는 천국도 그럴 것 이라 막연하게 상상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바다를 보면서 세상의 고향 뿐 아니라 두고온 영원한 본향도 함께 생각해 보곤 합니다.

산과 바다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아침 산책길 참으로 부럽습니다. 거기다 아침마다 하나님께 감사하며 복음을 전하겠다는 헌신을 할 수 있으니 바로 그곳이 교회이자 아침 제단인 줄 믿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그곳의 아름다운 풍경을 게시판에 사진으로 한 번 올려주시지요? 샬롬!

허경조

2006.11.28 15:23:52
*.80.180.69

목사님 어제 산을 올라가며 아내와 매일 이곳에 오자고 약속했으나 어정쩡한 입장이었는데 오늘 아침 7시에 저를 꺠워서 할수없이 따라나섰다가 방금 돌아와 아침 커피와 함께 이 사이트를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정작 산을 오르니 잘왔다고 느껴져서 기분이 상퀘합니다. 그리고 아침 일찍이라 그런지 마음이 정리가 되고 글을 쓰고 싶은 여러 내용들이 스쳐 지나가 내일부턴 메모지를 갖고 와야 겠다고 생각됩니다.
저도 산길에서 여러 모양의 고목들이 흥미로와서 디카를 갖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내일은 준비하여 사진을 올리겠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2 기상천외한 손녀 자랑 운영자 2007-03-01 1347
81 한 일주일 글을 쉬어야 하는 이유 [1] 운영자 2007-02-20 1411
80 이뤄질 수 없는 두 가지 꿈 운영자 2007-02-16 1593
79 마감 시간에 쫓겨라. 운영자 2007-02-03 1584
78 이 홈피의 삼보(三寶) [4] 운영자 2007-01-23 1960
77 얼음이 언 LA. 운영자 2007-01-14 1554
76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2] 운영자 2007-01-04 1354
75 당신은 남의 아들이잖아? [2] 운영자 2006-12-21 1437
74 선인장 위에 떨어진 최고 재수 없는 신자. [1] 운영자 2006-12-08 1639
73 홈페이지개설 천회기념 사은잔치 [4] 운영자 2006-11-28 1425
» 내려가는 길이 더 힘들다. [3] 운영자 2006-11-18 1433
71 Poker Face와 심술보 할아버지 [2] 운영자 2006-11-06 1436
70 휴일을 바꾸었습니다. [1] 운영자 2006-10-29 1382
69 다시 시작한 하루 세 번의 식사기도 [1] 운영자 2006-10-23 1341
68 36년 만에 만난 친구 [2] 운영자 2006-10-12 1362
67 멕시코를 다녀왔습니다. 운영자 2006-09-29 1410
66 반미(反美)가 주류가 아니다. 운영자 2006-09-16 1528
65 금주의 댓글 컨테스트 [2] 운영자 2006-09-02 1477
64 너무 짝꿍이 잘 맞는 부부 [2] 운영자 2006-08-22 1358
63 잘 다녀왔습니다. [1] 운영자 2006-08-13 1244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