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고심 끝에 블로그의 이름을 “미국! 알아야 잡는다”로 정하고 보니 누가 봐도 좀 과격한 느낌을 가질 것 같다. 방문자에 대한 예의로 운영자의 진의를 먼저 밝혀야 하겠다. ‘잡는다’는 뜻이 흔히 연상하듯 때려 잡는다는 것이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미국을 따라 잡는다(Catch up with)는 의미이고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미국을 이겨내자는 것이다.
미국의 가장 인기 있는 성인 대상 TV 퀴즈 프로그램으로 ‘Jeorpady(위험, 위기라는 뜻)’를 들 수 있다. ABC TV에서 매일 골든아워(prime time)인 저녁 7시에 방영하는 것으로 아주 지성적인 고난도의 문제를 다루므로 변호사, 컴퓨터 엔지니어, 학교 선생 같은 사람들이 주로 출연한다. 몇 주 전 마지막 결승 문제로 “세계에서 현재도 살아서 가장 오랫동안 다스리는 군주국가(君主國家 Monarch)는 어디인가?”를 세 출연자에게 물었더니 그 중 한 사람이 ‘South Korea’라고 대답했다.
필자로선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아마 그 사람은 북한의 김일성을 연상했던 것 같은데 그가 North Korea의 독재자였는지 South Korea의 왕이었는지조차 구분 못했고 벌써 죽어서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몰랐다는 증거다. 소위 미국의 지성인이라는 사람이 한국에 대한 지식이 겨우 이런 정도다. 절대 놀랄 일이 아니다. 워싱턴에 있는 한국 문제 전문가나 대학에서 한국학을 전공하는 사람 외에는 사실 한국에 대해 저들은 아직도 거의 까막눈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한국 사람은 미국에 대해 오히려 너무 많이 알고 있다. 그러나 정작 알아야 할 사실은 잘 모르고 있다. 간단한 예로 이처럼 미국의 일반 대중이 한국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만 제 풀에 울었다 웃었다 화를 냈다 풀었다 하고 있다. 상대는 가만히 있는데 이쪽에서 그러면 설령 아무리 반미를 외쳐도 사실은 짝사랑이다. 제대로 우리를 안 알아 준다고 화를 낸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인들은 무조건적인 친미(親美)나 반미(反美) 둘 중 하나 극단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솔직히 따지면 두 경향 다 우리의 미국에 대한 열등의식을 드러낸 것인지 모른다. 미국은 어디까지나 미국이다. 아무리 한국과 50년 이상의 혈맹이며 최대 수출대상국의 하나이지만 자기들 국가 이익이 최우선인 우리와는 전혀 다른 나라일 뿐이다.
그들이 한국을 바라볼 때에 절대 무조건적 친한(親韓) 혹은 반한(反韓)의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만 죽어라고 좋아하거나 싫어한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는가? 우리가 친미한다고 미국이 무조건 친한 해줄 리 없고 그 반대로 우리가 반미한다고 그들도 반한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 사람들은 겉으로는 만면에 웃음을 가득 띄우고 있어도 속으로는 정말 찬바람이 ‘쌩쌩’ 불 정도로 냉혹 무쌍하다. 우리도 정말 냉정하게 저들을 연구 분석하여 친미나 반미가 아닌 제 3의 위치에 서지 않으면 평생 가야 우리만 손해다. 앞으로도 시대와 상황이 바뀜에 따라 친미와 반미 둘 중에 시계추처럼 계속 왔다 갔다 하다 말 것인가? 이제는 정말 우리 모두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손자병법의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는 말을 들먹이지 않아도 미국을 알지 못하고는 결코 따라 잡을 수 없다. 친미(親美)나 반미(反美)가 아니라 지미(知美)를 통해 극미(克美) 내지는 승미(勝美)를 해야 한다. 필자는 영어가 능통한 미국문제 전문가도 아니며 정치나 경제에 특별한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성인이 된 후의 반은 한국에서 나머지 반은 미국에서 이런 저런 많은 경험을 쌓았기에 비교적 중간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고 감히 자부하는 사람일 뿐이다. 앞으로 어쩌면 정치 경제보다는 자질구레한 생활 주변의 일들을 나눌 기회가 더 많을 것이다.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 봐 주시기를 소원하면서 미국을 잡아야 한다는 제목에 오해하지 말기를 바란다.
2/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