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는 나무, 숲을 이루며….

조회 수 652 추천 수 61 2011.01.12 23:20:32
25년 전,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였다. 내 가슴에서 작지 않은 덩어리가 만져져서 어머니와 함께 동네 병원을 찾아 갔다. 대학병원으로 가라는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올 때, 나에게 자장면을 사 주시던 어머니는 입술을 꼭 다문 채 한 젓가락도 들지 않으셨다. 서둘러 간 대학병원에서는 암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수술을 해야만 하고, 수술 후 정밀검사를 통해 그 상태를 알 수 있다고 했다. 수술 시간 내내 아버지는 얼굴을 무겁게 떨구시고 줄 담배를 태우셨다고 한다. 단순한 종양이라고 알았던 나와는 달리 부모님은 결과가 나오기 까지 며칠 동안 마음을 졸이셨던 것이다. 다행히 나는 양성 종양이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 당시 느끼셨을 부모님의 심정과 평생 질병을 가진 딸을 돌보는 나의 심정은, 괴로움에 처한 시간과 관계없이 동일할 것이다. 그리고 희귀 난치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희망 옹달샘 아이들을 향한 아버지 하나님의 마음도 동일할 것이다. 다달이 토기장이 <편지>를 통해 ‘희망 옹달샘’의 소식을 볼 때마다 내 안에 이는 마음은 한결 같은데, 늘 두 마음이다. ‘오늘은 어제 죽은 이들이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다’라는 말처럼, 그들이 바라는 것들을 나는 너무도 많이 갖고 있기에 자족하며 감사할 수 밖에 없는 마음과 ‘어떻게 저들을 도울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다.

전쟁 같은 항암치료의 고통에 낯설고 무섭게 변해가는 아이, 병실에서 함께 삶을 나눈 친구가 세상을 떠나도 그 슬픔과 두려움을 가슴에 묻어둔 채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살아가는 아이, ‘혼자’에 익숙해져 점점 말과 표현을 잃어가는 아이, 울음으로 자신의 아픔조차 표현하지 못하고, “이건 슬픈 거야”라고 가르쳐줘야 슬픈 것을 아는 아이, 생후 2개월부터 큰 수술을 여러 번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발견된 종양과 연이어 넘어가야만 하는 치료의 큰 산 앞에 놓인 아이, 16개월을 살다 하늘나라로 간 형과 똑 같은 질병을 안고 태어나 지금 엄마와 똑 같은 불치병을 앓고 있는 아이, 그리고 지난 1월 사립체질환을 앓던 6살 난 한별이는 선교사인 부모를 따라 간 선교지에서 하늘나라로 돌아갔다. 비단 환아들뿐만 아니라 환아의 형제들도 심리적으로 불안한 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간병하는 부모 또한 아픔과 재정적인 부담으로 인해 몸도 마음도 상처투성이다.

숲에 가면 이름 모를 나무들이 즐비하다. 한 번 듣고 나면 곧 잊어 버리고 마는 이름들도 많다. 숲에는 꼭 거목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휘어지고 굽은 나무들, 잘라지고 어그러진 나무들, 자라지 못하고 시들어 가는 앙상한 나무들도 많다. 희망 옹달샘의 아이들은 희귀한 병명을 가진 가련한 나무들 같지만, 숲을 이루는 귀목(貴木)들이다.

한 그루의 나무가 잘 자라서 거목이 되는 것은 심은 자의 바람이겠지만, 혼자서는 멀리 갈 수 없다. 제 키만 빨리, 더 높게 키울 뿐이다. 여러 나무가 함께 어우러져 숲을 이루듯, 희망 옹달샘의 아이들에게는 버팀목이 필요하다. 샘가에 심겨진 저 여린 나무들이 뿌리를 잘 내리도록 그 터를 굳게 해주고 비바람을 막아 주어야 한다. 저들이 의의나무로 성장하도록 사랑으로 품고 보듬어 주어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함께 멀리 갈 수 있다.

희망 옹달샘의 나무들은 나에게 감사를 알게 해 주었고 사랑의 손을 어떻게 내미는지 가르쳐 주었다. 비록 저들이 밑동만 남은 그루터기일지라도 그들은 내 마음의 쉼터가 되어 주었다. 이제 나도 저들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려 한다. 내 열매를 따 주어 주린 목을 적셔주고, 내 나뭇잎을 흔들어 시원한 바람을 전해주고, 내 가지를 펼쳐서 그늘을 만들어 주고 싶다.

서로서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어 넉넉한 숲을 이루면 이름 모를 풀들과 아름다운 꽃들이, 신기한 새들과 친근한 동물들이 안식하는 보금자리가 되리라! 샘터인 <편지>를 통하여 희망 옹달샘의 마르지 않는 이야기는 생명수 샘물이 되어 세계로 흘러 가고, 우리의 숲이 전하는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는 메아리 쳐 울리리라! 세로의 끝과 끝을 잇고, 가로의 끝과 끝을 이어 십자가의 형상이 비춰지는 곳에….



이 글은 <편지> 2010년 1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한국에서 월간 발행되는 <편지>는 이웃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나누는 전도용 작은 잡지로 군부대, 병원, 교도소, 학교, 청소년들에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다달이 <편지>에 소개되는 토기장이 캠페인 ‘희망옹달샘’은 희귀 난치병으로 고통 받는 아동, 청소년들과 그 가족들에게 기도와 물질로 후원하며 하나님의 사랑과 복음을 전하는 긍휼사역입니다.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이와 같은 내용을 첨부합니다.

이선우

2011.01.13 17:5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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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매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띵~ 하고 가슴이 메어지며 뭉클함이 옵니다.
“오늘은 어제 죽은 이들이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다.- 아직 그 정도로 내일의 고마움을 몰랐기에..
숲에는 거목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휘어지고, 어그러지고, 앙상한 나무들- 그들이 貴木들이다.
저들이 의의 나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랑으로 품고 보듬어 주어야 한다.- 아멘..”
희망 오달샘의 그 나무들을 저도 사랑합니다. 기도로 동참하겠습니다.

이동주 형제님을 통해서 들었습니다.
제가 올린 사진을 조이가 좋아했다고요..
조이가 함박 웃는 모습을 다시 한번 보고 싶습니다.
조이와 제가 허그하며 귓속말로 했던 말..
Joy, still remember what I’ve told you?
Never forget God’s love toward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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