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거울

조회 수 782 추천 수 70 2011.03.02 07:31:31

이른 아침, 초인종 소리에 문을 열었다. 마이라 부부였다. 그들을 안으로 맞이하는데, 마이라 뒤에 누군가 서 있었다. 그들의 딸 메건이었다. 나는 “안녕?” 하고 말을 건넸지만, 메건은 인사는커녕 나를 쳐다 보지도 않았다. 멕시코인 마이라 부부는 우리 집을 청소해 주기 위해 왔다. 무리한 일을 못하는 나대신 청소를 해주던 남편이 바빠지면서 도우미를 불렀는데, 오늘은 그들이 딸과 함께 온 것이다. 메겐을 데리고 올 수밖에 없었던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인지 그들은 불안해 보였다. 그런 그들에게 남편이 반갑게 인사하자 다소 안심하는 듯했지만, 메건의 얼굴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그 때 마이라가 “메건은 듣지 못해요. 지금 여덟 살인데 태어나면서부터 귀머거리였어요”라고 말해 주었다.

마이라는 메건을 임신했을 때 ‘임신당뇨’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자 의사로부터 아기가 장님이나 귀머거리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고, 정말 메건은 귀머거리로 태어났다. 더욱이 마이라는 내 둘째 딸과 똑 같은 ‘Type 1 Diabetes’(소아당뇨)이었다. 출산 후 사라지는 임신당뇨가 평생 질병이 된 것이다. 자신의 질병도 감당하기 힘든데 메건까지 돌봐야 하는 마이라는 고단함을 이기지 못해 낙심할 때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약하고 부족한 서로를 보면서 다시 힘을 낸다고 했다.

얘기를 나누는 동안 형편이 비슷하여 한마음이 된 마이라와 나는 서로를 안고 눈물을 흘리며 등을 다독여 주었다. 나 또한 장애를 가진 딸을 둔 엄마의 아픔과 육체의 연약함을 안고 사는 괴로움을 잘 알기 때문에 그녀에게 비춰진 내 마음을 볼 수 있었다.

마이라 부부가 일하는 동안 메건은 간식을 먹으며 두 편의 영화를 보았다. 그녀가 좋아해서 고른 영화들은 다 마법이 나오는 것이었는데, 마술을 통해 정상인의 모습으로 변하고 싶은 아이의 마음이 그 선택 속에 담겨져 있는 것 같았다. 그런 메건을 보니 예전의 내 모습이 떠 올라 기도를 했다.

“예수님! 저도 영적 소경이고 귀머거리였는데 주님께서 제 눈으로 보고 제 귀로 듣게 하셨잖아요. 메건에게도 영화 속의 마술과는 확연히 다른 실제적인 하나님의 능력이 나타나도록 동일한 은혜를 베풀어 주세요!”

떠나는 그들을 보며 오래 전 어느 날, 큰 딸을 봐줄 사람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다 일터로 데리고 갔던 우리 부부의 모습이 아련히 떠 올랐다. 다행히 빈 집이어서 페인트로 실내를 칠하고 있던 남편과 나를 사이에 두고 여섯 살 된 현아는 바닥에 누워 그림을 색칠하고 있었다. 그래서 난 메건을 데리고 온 마이라 부부의 근심을 이해할 수 있었고, 방 안에 외롭게 앉아 있던 메건을 외면할 수 없었다.

성경을 보면 예수님이 보이고 그 분을 통해선 하나님을 보게 된다. 그리고 성경 속 사람들은 마치 우리의 모습과도 같다. 자연의 섭리와 현상을 보면서도 인생을 알 수 있듯이, 우리 삶의 모습들은 크게 다를 바 없이 닮아서 서로를 비춰 주는 거울인 듯싶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그 분의 형상으로 창조 하셨고, 또한 인생을 서로 닮게 하신 이유는 무엇일까? 거울 속에 비춰진 하나 된 모습 같이 서로를 바라보며 한마음이 되게 하시려는 뜻은 아닐까?

하람맘

2011.03.03 07:08:52
*.195.4.14

언제나 집사님이 위로 받아야하고 집사님이 좌절해하고 있을것 같은데 주위에 비슷한? 더 힘든 분들을 마음으로 돌보시는, 기도하시는 집사님의 모습은 항상 저에게 도전이 되고 귀감이 됩니다. 제가 힘들고 피곤하다고 느낄때 마다 집사님을 생각하며 다시 힘을 얻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참 연락이 되지 않아서 집사님께 이 싸이트에서 쪽지를 보냈는데 혹시 보셨나요?

김순희

2011.03.03 12:21:28
*.165.73.38

"거울 속에 비춰진 하나된 모습같이 서로를 바라보며 한마음이 되게 하시려는 .." 아멘!
어려운 가운데서도 나와 같은 이웃을 챙기시는 모습이 맘에 찡하게 다가 옵니다.
집사님!! 더더욱 힘내시어 가녀린 이웃들을 한껏 품으시리라 믿습니다.

저도 연락이 안되는 집사님을 찾습니다!!
기쁨의 날들님께 쪽지를 보낸지 여러날이 지났는데 통 안 보시는 것
같네요. 기쁨의 날들님 혹시 이 글 보시면 쪽지 살~~짝 살펴 보셔요.^^
하람맘님의 쪽지 사연에 기대어 기쁨의 날들님께..ㅋㅋ

쌀로별

2011.03.03 17:51:00
*.234.16.126

제가 말솜씨가 부족해서 무어라고 잘 표현이 안되네요. 그저 가만히 눈으로만 읽지 않고 마음으로 읽고 갑니다. 앞으로도 종종 메건과 메건의 부모님을 생각하겠습니다.

원의숙

2011.03.03 20:31:36
*.235.204.0

사모하는 하람 맘 집사님...
사랑과 사모는 뜻이 다른데, '사모'에는 사랑함에 그리움이 더해져 있더라구요.
제가 집사님을 사모하는 맘이 큽니다. ^^
집사님의 사랑이 마음으로 전해져서 그런가 봅니다.
쪽지 확인하다가 제가 서툴러서 쪽지가 사라졌습니다.
다시 보내 주세요~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

김순희 집사님, 쌀로별님과 마음으로 하나됨에 감사 드립니다.

하람맘

2011.03.04 12:48:32
*.195.4.34

쪽지 보내기가 또 않되네요. 제가 서툴러서 겠죠 ^^
울 예림이를 통해서 보내주신 사랑에 감사하는 내용이였어요.
전화를 드렸는데 이것도 저것도 되지 않아서 걱정하다 쪽지를 사용했지요 ㅋ
새학기가 되어서 또 분주하지만 그래도 신이나요. 새로운 반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알수 있게 되고 그러면 목사님과 집사님의 책을 또 선물할 수 있게 되니까요 ^^

이선우

2011.03.06 20:33:53
*.187.103.66

홍일점들만의 보금자리에 불쑥??
거울 속의 제 모습이 자꾸 보입니다.ㅠㅠ
깨우쳐 주신 자매님들께 감사!!

김유상

2011.03.11 02:47:01
*.234.52.134

아픔을 겪어본 자들만이 아픔을 알고 이해해 줄 수 있겠지요. 그러므로 아픔을 겪은 자들은 아픔을 겪고 있는 자들을 위로하고 다독여줄 수 있는 특권과 사명을 부여받은 자들입니다. 저 또한 그 부서에 소속되어 있다 여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우엔 더 이상의 아픔은 없는데, 자매님은 아직도 그 아픔이 지속되는 중에 다른 이의 아픔을 먼저 챙겨 주시니 자매님께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습니다.

김형주

2011.03.16 16:32:18
*.81.16.167

자매님의 글을 읽으면서, 육체적인 고통이 없이 살아가다 보니 영적인 고통조차 마비되어 버린 부끄러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본인의 아픔을 뒤로한 채 다른 사람의 아픔을 먼저 배려하는 자매님의 마음이 바로 예수님의 마음이겠지요.
저도 그 마음을 닮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샬롬!!!

mskong

2011.03.18 12:02:00
*.66.10.243

성경을 보면 예수님이 보이고 그 분을 통해선 하나님을 보게 되듯이 하나님을 사랑하며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고자 하는 이들의 글을 통해서 예수님을 보게됩니다. 오랜만에 댓글도 달고... 인사도 드립니다.

기쁨의 날들

2011.03.22 04:17:54
*.206.111.73

원의숙님과 마이나 님 부부에게 그런 아픔이 계셨군요.저도 임신성 당뇨를 앓았었는데 자연분만을 한것도 아니고 제왕절개를 했는데도 출산후 이빨이 많이 상했더군요.그러다가 2년전쯤 모든 이빨에 견기기 어려운 통증이 오고 심하게 흔들려서 지금까지 견디다가 이제 복구중입니다. 그렇지만 태아에게 그렇게 심하게 손상을 입히는 줄은 미처 몰랐어요. 원의숙 님의 아픔이 제게 전해 옵니다. 기도하겠습니다. 저역시 삶에서 너무나 많은 질고를 겪은터라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보면 그분 생각이 나서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일어서도 앉아도 깨어나도 길을 걸어가도 그 분들 생각이 계속 나더라구요. 그리고 주님께 간절히 기도하게 됩니다.제 인생을 인도해 오시면서 같이 눈물흘리시고 같이 고통을 감당하셨던 주님께서 한 인간으로서 겪을수 없는 고통을 겪어온 저의 아픔을 위로하여 주시는 뜻에서 제가 기도하는 그분들이 천국에 갈때까지 인간으로서 주님의 자녀로서 고통겪지 하지 말게 해 하시고 영과 혼과 육의 평안함과 강건함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힘내시고 마이라 부부도 힘내시기를 기도합니다. 주안에서 기도합니다.힘 내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 죽고 사는 것 [2] euisookwon 2016-02-15 675
12 아빠, 아버지! [7] 원의숙 2011-08-15 972
11 그래, 그럴 수도 있지! [2] 원의숙 2011-06-10 679
» 이상한 거울 [10] 원의숙 2011-03-02 782
9 아낌없이 주는 나무, 숲을 이루며…. [1] 원의숙 2011-01-12 652
8 손 내밀며 하는 말, “친구야! 같이 놀래?” [6] 원의숙 2010-11-10 760
7 내가 가진 그 사람 [4] 원의숙 2010-10-07 755
6 시냇가에 심은 나무, 숲이 되기까지... [6] 원의숙 2010-09-16 857
5 무지개 만드는 길 [5] 원의숙 2010-08-09 727
4 사람의 향기 [8] 원의숙 2010-07-08 878
3 함께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8] 원의숙 2010-06-10 824
2 밤하늘의 영영한 별빛 [3] 원의숙 2010-05-25 792
1 하늘이 이슬을 내리는 곳, 희망 옹달샘! [9] 원의숙 2010-05-12 1253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