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27:1-10) 야곱이 아니라 리브가가 이삭을 속였다. 

야곱 바로 알기 (2)

 

“이삭이 나이가 많아 눈이 어두워 잘 보지 못하더니 맏아들 에서를 불러 이르되 내 아들아 하매 그가 이르되 내가 여기 있나이다 하니 이삭이 이르되 내가 이제 늙어 어느 날 죽을는지 알지 못하니 그런즉 네 기구 곧 화살통과 활을 가지고 들에 가서 나를 위하여 사냥하여 내가 즐기는 별미를 만들어 내게로 가져와서 먹게 하여 내가 죽기 전에 내 마음껏 네게 축복하게 하라 이삭이 그의 아들 에서에게 말할 때에 리브가가 들었더니 에서가 사냥하여 오려고 들로 나가매 리브가가 그의 아들 야곱에게 말하여 이르되 네 아버지가 네 형 에서에게 말씀하시는 것을 내가 들으니 이르시기를 나를 위하여 사냥하여 가져다가 별미를 만들어 내가 먹게 하여 죽기 전에 여호와 앞에서 네게 축복하게 하라 하셨으니 그런즉 내 아들아 내 말을 따라 내가 네게 명하는 대로 염소 떼에 가서 거기서 좋은 염소 새끼 두 마리를 내게로 가져오면 내가 그것으로 네 아버지를 위하여 그가 즐기시는 별미를 만들리니 네가 그것을 네 아버지께 가져다 드려서 그가 죽기 전에 네게 축복하기 위하여 잡수시게 하라.”(창27:1-10)

 

누가 속였는가?

 

의외로 많은 신자들이 신실한 신앙 선배로 본받아야 할 야곱과 그가 행한 일에 대해서 정확하게 모르고 있습니다. 성경을 너무 수박 겉핥기식으로 건성으로 읽고 치우기 때문입니다. 이삭을 속여 장자권을 취득하는 너무나 익숙한 본문 기사에도 잘못 알았거나 미처 몰랐던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무엇인지 아시겠습니까?

 

우선 이삭을 속인 주역이 아내 리브가였지 아들 야곱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6-10절) 에서가 사냥해오는 짐승 대신에 집안에서 키운 염소 새끼로 이삭이 좋아하는 별미를 만들어 주자는 아이디어는 리브가에서 나왔습니다.(8,9절)

 

반면에 야곱은 형은 털이 많고 자신은 피부가 매끈해서 아버지가 자기를 만져보고 에서가 아닌 줄 알고 축복은커녕 저주를 받을 것이라고 두려워했습니다.(11,12절) 그러자 리브가는 그런 저주는 자기가 감당할 테니 너는 내 시키는 대로만 하라고 명했고 야곱은 그대로 따르기만 했습니다.(13절) 야곱은 엄마의 모의에 수동적으로 가담한 것이지 후대의 신자들이 두고두고 사기꾼이라고 비난할 만큼 영악한 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야곱이 엄마의 편애를 받았기에 엄마 말이면 무조건 따르는 마마보이였는지, 또 리브가도 굳이 그런 치사한 방법까지 써야 할 정도로 에서를 미워했거나 덜 사랑한 것인지 잘 따져봐야 합니다.

 

리브가의 성품과 믿음은 창세기 24장의 그녀의 결혼 기사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아브라함의 청지기 엘리에셀이 생면부지인 자기에게 아주 친절하게 대하는 그녀의 순전한 모습을 보고 이삭의 신부가 되어달라는 요청을 했습니다. 그녀가 그것을 받아들여 이삭을 만나 결혼하는 모든 과정을 살펴보면 믿음으로 지아비에게 순종하는 현숙한 여인이었습니다. 남편은 아랑곳 하지 않고 사랑하는 차남을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탐욕스런 여인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성경은 “이삭이 리브가를 인도하여 그의 어머니 사라의 장막으로 들이고 그를 맞이하여 아내로 삼고 사랑하였으니 이삭이 그의 어머니를 장례한 후에 위로를 얻었더라.”(창24:67)고 증언합니다. 두 사람은 아주 금실이 좋은 부부였습니다. 각자가 편애하는 자식만 더 많이 챙겨주거나 또 그 때문에 서로에게 자기 고집과 자존심을 앞세우는 사이도 아니었습니다.

리브가의 신앙교육

 

리브가의 일생은 쌍둥이의 출생 시에 있었던 사건을 빼고는 설명이 안 됩니다. 두 아이가 엄마 뱃속에서 싸웠고, 동생 야곱이 장자가 된다는 하나님의 계시를 받았고, 야곱이 에서의 발뒤꿈치를 태에서부터 끝까지 잡고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그 출생의 스토리는 아이들에게 섣불리 말해줄 수 있는 성격이 아닙니다. 세상 어느 부모가 장남이 태어나기 전부터 하나님 언약의 축복에서 제외되었고 차남의 위치로 떨어진다는 사실을 말해줄 수 있겠습니까? 대신에 그녀는 두 아이에게 시아버지와 남편에게서 전해들은 집안내력에 대해 엄마로서 신앙교육을 철저히 시켰을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갈대아 우르에서 여호와의 부름을 받고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갈바 모르지만 여호와의 지시대로 가나안으로 이주했습니다. 그 후의 삶에 평탄은 없고 온갖 고난으로 점철되었습니다. 두 번이나 큰 기근을 당해 이방으로 피난해선 아내를 누이라고 속여야만 했습니다. 가나안 연합군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 대제사장 멜기세덱을 만난 일, 소돔과 고모라에서 롯을 탈출 시킨 일 등에 관해서도 리브가는 자세히 전해 들었을 것입니다. 그 모든 일들에 여호와의 큰 권능과 은혜가 함께 해주셨다는 간증과 함께 말입니다.

 

그녀에겐 무엇보다 남편의 출생 스토리가 아주 흥미로웠을 것입니다. 하나님이 노인 부부에게 아들을 주고 그 후손이 창성해진다는 약속을 주었습니다. 시부모는 그 약속을 인간적 방법으로 스스로 실현하려다 남편의 배다른 형이 태어났고 그로 인해 집안에 분란이 생겼습니다. 그럼에도 생물학적으로는 전혀 불가능한 백세에 하나님의 약속대로 남편 이삭이 태어나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자기 생명보다 귀한 기적의 외아들 이삭을 다시 당신께 바치라고 명했습니다. 아브라함은 부활을 믿었기에 그대로 따랐더니 하나님은 어린 양의 제물을 미리 준비해 놓았습니다. 이삭은 그 후로 지금껏 거듭난 제 2의 인생을 사는 셈입니다. 그 산에서 아버지 아브라함은 물론 이삭의 믿음은 완전히 견고해졌고 하나님께 죽기까지 헌신하기로 결단했을 것입니다.

 

그 일 후에 아브라함은 가나안 족속이 아닌 자기들 인척 가운데서 이삭의 배필을 구하려고 충성된 종 엘리에셀을 리브가가 살고 있던 메소포타미아까지 보내었습니다. 아브라함으로선 이방 애굽 여인에게서 난 이스마엘을 하나님이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감했기 때문입니다. 그의 충성된 종이 여호와께 간절히 기도한 대로 순적하게 자신을 만나고 시집오게 되었습니다.

 

시집을 온 후에 보니까 시아버지 아브라함과 남편 이삭의 살아가는 방식이 가나안 족속과 전혀 다르게 도덕적으로 아주 의로웠습니다. 가는 곳마다 돌을 쌓고 여호와를 진심으로 섬기는 신앙은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기괴한 신상이나 추하고 음란한 예배라곤 전혀 없었습니다. 고결한 인품과 삶의 방식으로 인해 가나안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기는커녕 도리어 존경받는 모습을 매일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리브가는 어느 샌가 모르게 자기처럼 여호와 신앙을 가진 유대인 집안에 시집와서 시어마니 나오미 때문에 믿음을 갖게 된 모압 여인 룻과 같은 고백을 했을 것입니다. 시아버지 아브라함과 남편 이삭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었고 이제부터 그분을 믿는 믿음으로 살겠다고 말입니다.

 

특별히 남편 이삭은 물론 자신의 쌍둥이 아들의 출생에 하나님이 극적으로 개입하신 모습을 통해서 이 가문이 대대로 여호와의 복을 받을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생겼을 것입니다. 하나님이 비상한 관심과 목적을 갖고 자기 가문을 세웠고 큰 권능으로 이끌고 있다는 것을 절감했을 것입니다. 이 땅을 후손에게 기업으로 주겠다는 하나님의 약속도 당신의 때에 당신의 방식대로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믿었을 것입니다.

 

만약 에서가 엄마가 교사가 된 주일학교에서 그런 집안의 스토리를 정신 차리고 들었다면 아무리 실리가 없어도 영적 계승자로 장자권을 차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엄청난 은혜인지 깨달았을 것입니다. 성경기록으로 살피건대 그는 틀림없이 산만했을 것이며 그래서 성경공부와 예배시간에 졸거나 딴 짓했던 것입니다. 그에 반해 조용한 엄친아 야곱은 주일학교에서부터 크게 은혜 받고 반드시 여호와의 언약백성이 되리라고 결단했을 것입니다.‘

 

아주 긴박한 순간

 

지금 모든 상황이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삭이 어느 날에 죽을지 모르니 에서더러 평소에 즐기던 만찬을 함께 나누며 축복해주겠다고 했습니다.(3-5) 에서가 맹세까지 하며 야곱에게 양도한 장자권에 대한 유언을 하겠다는 뜻입니다.

 

성경에 언급은 없지만 팥죽 사건은 에서와 야곱이 결혼하기 전에 일어난 것으로 봐야 합니다. 만약 결혼했다면 배고픈 에서로선 아내부터 찾았을 것입니다. 아비 이삭으로선 그런 일이 있은 줄도 몰랐고 아들끼리의 맹세는 아비의 권위를 어긴 것이므로 얼마든지 무효 시킬 수 있습니다. 사백년 후에 받은 율법이긴 하지만 미혼 딸의 서원은 아버지가, 결혼하면 남편이 무효 시킬 수 있습니다.(민30:2-5)

 

야곱에게 장자권이 가는 것이 하나님의 뜻일 뿐 아니라 그에 합당한 인성과 믿음을 가졌다고 확신하고 있는 리브가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어떡하든 에서가 장자가 되는 것을 막아야 했기에 순간적으로 기지를 발휘했습니다. 염소 새끼로 대체하고 심지어 야곱의 손과 목에 그 새끼의 가죽으로 두르게 하여 털이 많은 에서처럼 위장시켰습니다.

 

이 단계에서 따져봐야 할 사항이 하나 있습니다. 장자권은 아버지가 죽은 후에야 효력이 발생합니다. 에서는 야곱에게 양도한다고 맹세까지 했고 엄마 리브가도 그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이삭이 죽고 나면 식구라곤 달랑 셋만 남는데다 에서가 권리행사를 하겠다고 나서도 두 사람이 따르지 않으면 됩니다. 장자권에 아무 실리도 없고 명분뿐이긴 마찬가지입니다.

 

리브가가 남편을 속여가며 꼭 그런 치사한 수단을 동원했어야만 하는지 조금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정미하고 완전한 하나님의 계시인 성경은 이번에도 그 답을 정확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바로 앞의 26:34, 35이 리브가의 비상식적인 음모에 충분하고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증언합니다. .

 

“에서가 사십 세에 헷 족속 브에리의 딸 유딧과 헷 족속 엘론의 딸 바스맛을 아내로 맞이하였더니 그들이 이삭과 리브가의 마음에 근심이 되었더라 “(창26:34,35) 에서는 가나안 족속 중에 아내를 그것도 둘이나 자기 멋대로 취했습니다. 그리고 그 며느리들로 인해 시부모 이삭과 리브가의 걱정거리였다고 합니다. 여러모로 가문의 법도와 관습에 맞지 않았고 특별히 영적인 측면에서 더 그랬을 것입니다. 그녀들은 롯이나 리브가 같은 고백을 하지 않았고 솔로몬의 많은 후처들처럼 이방신들을 섬겼을 것입니다.

 

이삭에게 모든 것이 들통이 난 후에 성경은 이 희대의 사기 사건의 결론을 어떻게 내립니까? “리브가가 이삭에게 이르되 내가 헷 사람의 딸들로 말미암아 내 삶이 싫어졌거늘 야곱이 만일 이 땅의 딸들 곧 그들과 같은 헷 사람의 딸들 중에서 아내를 맞이하면 내 삶이 내게 무슨 재미가 있으리이까. “(창27:46)

 

리브가는 에서의 두 아내들로 인해서 자기 삶이 싫어졌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신앙교육이 허사로 끝났기에 에서가 장남이라도 그에 대한 희망은 완전히 접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쌍둥이 중에 하나 남은 야곱이라도 온전한 아내를 맞아야 하지 않겠느냐, 여호와의 언약을 계승하여 집안을 바로 일으키려면 이렇게라도 해서 야곱에게 장자권을 주어야만 하지 않느냐고 남편에게 변명 아닌 항변을 한 것입니다.

 

숨겨진 너무나 큰 은혜

 

이 사건이 결코 치사한 사기가 아님을 증명해주는 결정적이고도 놀라운 사실이 하나 더 있습니다. 창세기의 이삭과 야곱과 요셉의 나이에 대한 기록들을 연결해서 역추적하면 본문 사건은 이삭이 137세 때에 있었던 일입니다. 이삭이 60세에 쌍둥이를 낳았으니(창25;26) 아들들의 나이는 무려 77세입니다. 야곱과 에서가 각자 엄마 아빠의 편애를 받아 무조건 따르는 청소년 시절은 훨씬 지났고 인격이나 신앙에서나 주관이 완전히 확고해진 후이며 심지어 노년기에 접어들 때입니다.

 

거기다 이삭은 180세를 살았기에(창35:228) 이 사건 후에도 무려 43년을 더 살았고 야곱이 도피에서 돌아온 후로도 23년을 함께 살았습니다. 그럼 이삭이 유언을 말했지만 막상 숨이 넘어가기 직전의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이삭이 그렇게 일찍 유언을 하게 된 까닭도 야곱이 에서의 장자권을 노린다는 것을 눈치 챈 탓이 아닙니다. 육신적인 노쇠함도 느꼈겠지만 배다른 형 이스마엘이 137세에 죽었는데(창25:17) 같은 나이에 이르자 특별한 감회가 생겼던 것입니다. 성경이 인류구속사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인물인 이스마엘의 죽을 때 나이를 구태여 밝혀 놓은 이유입니다.

 

이때는 또 에서가 헷 족속 여자들과 결혼하고 무려 37년이나 지났습니다. 부모인 이삭과 리브가가 그녀들로 인해 그만큼 오랫동안 골머리를 앓고 있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본 야곱은 가나안 족속과는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77세가 되도록 철저히 지켰던 것입니다.

 

만약에 에서가 장자권을 가지면 그의 아들들이 이방 여인 엄마들의 영향을 받아 여호와 신앙을 헌신짝처럼 버릴 것이며 아브라함에게 주신 언약도 삼대 만에 무효가 될 것을 크게 염려했던 것입니다. 팥죽 한 그릇으로 형에게 장자권을 양도받을 때에 맹세하라고 요구한 까닭입니다. 리브가가 먼저 속임수를 제안했을 때도 그러면 안 된다고 반대하지 않고 들킬 것만 염려했습니다. 속으로 형의 장자권은 이미 무효가 되었고 자신이 가져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이삭도 형의 위협을 피해 도피하려는 야곱을 따로 불러서 가나안 사람의 딸들 중에선 아내를 취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습니다.(창28:2) 그동안 이방족속의 며느리들과 신실하지 못한 장남 에서로 인해 속으로 크게 걱정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에서는 이삭이 속은 줄 알고도 유언을 취소하지 않은 까닭을 뒤늦게야 눈치 챘습니다. “에서가 또 본즉 가나안 사람의 딸들이 그의 아버지 이삭을 기쁘게 하지 못하는지라 이에 에서가 이스마엘에게 가서 그 본처들 외에 아브라함의 아들 이스마엘의 딸이요 느바욧의 누이인 마할랏을 아내로 맞이하였더라.”(창28:8,9) 그러나 자식과 달리 아버지의 맹세는 취소될 수 없으니 이미 버스 떠나고 손 흔드는 격이었습니다.

 

거기다 그는 인척이긴 해도 하나님의 약속의 밖에 있는 이스마엘 가문의 딸을 아내로 맞았습니다. 부모가 자신에 대해 진정으로 무엇을 염려하는지 하나님의 언약 백성이 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아직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 기도는커녕 부모님과 솔직히 털어놓고 의논하지도 않고 혼자서 표피적으로 생각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했습니다. 영적으로는 물론 도덕적으로도 가나안 사람들과 방불합니다.

 

여러분 성경이 얼마나 정미한 기록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까? 창세기 전체를 연결하여 보면, 아니 앞뒤 가까운 문맥만 살펴도 신학적 지식 없이도 이 사건에 숨겨진 뜻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지 않습니까? 평소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나이나 족보 등에도 하나님의 너무나 오묘한 섭리와 그에 따른 신령한 영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 않습니까?

 

이삭이 죽을 때도 아닌데 유언을 앞당긴 합당한 이유가 밝혀졌습니다. 더 중요하게는 야곱이 77세가 되도록 결혼하지 않았는데, 그 숫자 7이 의미하듯이 여호와 언약을 끝까지 어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에서의 잘못은 언젠가 터지고야 말 이삭 집안의 시한폭탄이었는데 하나님의 때에 맞추어서 터진 것뿐입니다.

 

그 늦은 나이에 결혼해 후손을 못 가지면 여호와 언약이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염려는 야곱에게 없었습니다. 아비 이삭은 나이 40에 결혼했으나 20 년이나 기도하여 60세에 자기들을 낳았고, 할아버지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약속에 따라 기적적으로 백세에 득남했습니다. 자기도 아무리 결혼이 늦어져도 하나님이 아들을 주실 것이라고 굳게 믿었던 것입니다. 그 믿음대로 그는 도피 7년 후에 레아와 결혼하여 첫 아들 르우벤을 85세에 낳았습니다.

 

사기가 아니라 언약 실현이었다.

 

리브가가 야곱을 시켜 아버지 이삭을 속였고 야곱도 순순히 응한 본문 사건은 단순히 윤리적 종교적 잘못이라는 차원으로 해석해선 안 됩니다. 이삭에게 가나안 땅 말고 기타 재산이 얼마나 있었는지 몰라도 살펴본 대로 리브가와 야곱이 현실적 이익에 눈이 어두워져 범한 죄가 결코 아닙니다. 리브가가 야곱을 너무 편애하는 바람에 치밀하게 꾸며낸 아주 치사한 시기극도 아닙니다. 남편이자 아버지를 속였다는 사실을 잘했다고 옹호하려는 뜻은 전혀 없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살아 역사하는 참 하나님과 언약을 맺을 첫 가정이라는 맥락에서 에서로 집안을 이어가게 할 수는 결코 없었던 것입니다. .

 

나중에 에서의 헷 족속 아내들로부터 이 사건을 전해들었을 가나안 사람들로선 리브가와 야곱의 행위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무 실리도 없고 구름 잡는 것 같은 약속 하나 때문에 아주 치사한 방식으로 천륜을 어기는 콩가루 집안이라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나그네처럼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며 우거하다보니 헛된 망상을 꾸나보다 여겼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장자권은 인간사회에서 통용되는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특권일 뿐으로. 하나님께로 오는 영적인 축복에 대해선 전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삭 가족은 가나안 족속과 물리적으로는 한 시간과 한 공간에서 같이 어울려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궁극적 시민권은 전혀 다른 두 나라에 속해 있습니다. 사방의 모든 곳은 사탄이 지배하는 흑암의 나라이지만 이삭 가족만 거룩한 의가 통치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나라에 속해 있습니다. 온 세상이 어둠으로 캄캄한 가운데 한 가정에만 빛이 비춰 나옵니다. 그 네 명 식구 중에 에서는 사냥이 좋아서 어둠의 나라 곳곳을 휘젓고 다니고 있습니다. 아비 이삭은 가장이라 겉으로는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리브가와 야곱만이 삭으러 들어가는 하나님의 불씨를 어떻게든 꺼지지 않게 하려고 안간 힘을 쓰고 있는 중입니다.

 

에서가 가나안 여인을 둘씩이나 아내로 취한 것은 가나안 온천지를 돌아다니며 그 풍습에 이미 완전히 물이 들었고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훨씬 더 풍요롭고 좋게 보였던 것입니다. 그는 거룩한 삶을 살도록 요구받아야 하는 하나님이 싫고 귀찮아서 아무 실리가 따르지 않는 장자권을 쉽게 버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구약성경에 이스라엘과 여러 이방 족속들이 하나님을 거역 대적하면 반드시 심판을 받는다는 주제의 예언서가 열일곱 권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에서의 후손인 에돔 족속의 심판만 선언하는 오바댜라는 예언서가 따로 한 권 있습니다. 본문 사건을 단지 사기 차원으로 다뤄선 안 된다는 뜻입니다. 에돔은 형제 족속 이스라엘이 출애굽한 후에 자기 지경을 통과만 하려는 것도 거절했으며, 가나안 족속을 지원하여 히브리인의 가나안 정복을 방해 했고, 나중에는 이두메 출신 헤롯 가문이 예수님의 사역을 크게 훼방했습니다. 그 선조 에서부터 이스라엘로 제사장 나라의 소명을 실현케 하려는 하나님의 언약을 헌신짝처럼 버렸다는 것입니다.

 

정말로 하나님을 따르는가?

 

아들이 아버지를 거역했고 아내가 남편을 속인 것은 윤리적인 죄입니다. 아버지만이 대행할 수 있는 하나님의 축복권을 사기로 조종 농간한 것은 종교적인 죄입니다. 에서도 아버지의 권위를 무시했고 맹세마저 어겼고 심지어 장자권을 뺏긴 것에 앙심을 품고 쌍둥이 동생인 야곱을 죽이려 들었습니다. 이삭도 아비로서 영적 지도에 게을렀던 큰 불찰이 있습니다.

 

누구나 잘못을 범할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창조주 하나님을 믿고 따르는 신앙은 도덕과 종교를 뛰어넘는다는 것입니다. 도덕은 인간사회의 유지 보존을 위해서 인간이 만든 규율입니다. 종교는 인간이 선행이든 치성이든 신에게 바치는 것만큼 신에게서 현실과 이승에서의 보상을 받는다는 신념체계입니다.

 

도덕과 종교 둘 다 의사 결정과 그에 따른 행동의 주체는 오직 인간입니다. 결국 인간 사회를 움직여나가는 힘이 인간에게 있습니다. 하나님이 계시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고안한 것이라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또 그래서 아무리 경건하고 신령해도 도덕과 종교가 추구하는 것은 인간 자신의 현실적 유익일 뿐입니다. 그 둘로선 하나님과의 친밀한 교제와 인격적인 동행이 이뤄질 수 없습니다.

 

하나님이 제외된 인간 세상은 물질이 주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의 신분 위치 가치는 오직 얼마나 많은 물질을 소유하느냐에 달렸습니다. 에서는 가나안 족속들처럼 돈에 좌우되는 가치관과 신념에 따라 행했으므로 여호와 하나님과 아무 관계가 생길 수 없었습니다. 하나님의 장자인 이스라엘의 선조가 되는 이삭의 장자권을 가져서는 절대 안 되는 인물이었습니다.

 

여호와 신앙은 도덕과 종교와는 차원이 전혀 다릅니다. 참 하나님의 거룩한 통치를 받는 참 생명입니다. 실제로 세상만물의 창조주로 땅과 하늘 양쪽을 다 영원토록 주관하는 분의 자녀로 완전히 받아졌습니다. 그분과 개인적인 친밀한 관계를 매일의 삶에서 진실하고 선하며 아름답게 이어나가는 것입니다.

 

믿음이란 그래서 현실에선 아무 실리도 없고 명분만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기다 그것을 유지하려면 오히려 세상의 멸시 핍박을 받아야 함에도 하나님의 장자권의 가치가 얼마나 귀한지 깨닫고 매순간 갈고 닦는 실력입니다.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슨 일을 하던 하나님의 거룩한 자녀가 이미 되었다는 정체성의 바탕에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사람의 원수가 자기 집안 식구리라”(마10:36)고 경고했는데 가족의 인연을 끊고 서로 죽이려 든다는 뜻이 아닙니다. 에서가 일시적으로 크게 분노했으나 결국은 야곱과 화해했습니다. 사람은 가족 안에서도 예수님을 믿느냐 안 믿느냐 두 부류로만 나뉘는데 그 이후의 인생이 정반대로 걸어가며 영원한 운명도 구원과 심판으로 나눠진다는 것입니다. 에서는 참 하나님 여호와와 반대편에 섰기에 사실상 예수님을 믿지 않았던 것입니다. 말하자면 예수님이 경고했던 대로 집안 식구끼리 원수가 되었는데 본문 사건과 관계없이 어차피 자기가 가야할 길을 가게 된, 정확히 말해 가고 싶었던 길을 간 것입니다. .

 

에서의 악행과 배교를 참고 참아주면서 리브가는 야곱에게만은 가나안의 추악한 우상숭배의 냄새라도 베이지 않게 하려고 남편까지 속였습니다. 어미로부터 신앙교육을 잘 받은 야곱 본인도 결혼 적령기를 넘어 근 사십 년을 가나안 여인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우리의 신앙은 야곱에 비해서 어떠합니까? 세상에서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착한 사람이라는 평을 받고, 교회에선 모든 모임에 충성하고 기도와 말씀에 능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까? 거짓말은 죽어도 하지 않으며 부모를 거역하는 일은 꿈도 꾸지 않기에 믿음이 아주 좋다고 자부합니까? 물론 당연히 그래야 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믿음이 단지 그런 도덕과 종교의 차원에만 머무르고 있지는 않는지, 정말로 여호와가 주시는 참 생명을 매일 누리고 있는지 진지하게 점검해보셔야 합니다.

 

본문에 비추면 아주 손쉬운 기준이 하나 있습니다. 자식으로 세상 사람들이 완전히 딴 세상에 살면서 망상을 꾸는 자라는 비난을 받게 할 용의가 있습니까? 수백 년 뒤에 실현될 현실적 유익이라곤 하나 없는 약속의 수혜자가 되는 믿음만을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습니까? 일류대학이나 그럴싸한 직장에 다니지 않아도 좋으니까 주님의 충성된 자녀부터 되라고 어려서부터 가르치고 훈련하고 있습니까? 자녀로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더라도 육신의 부모보다 하나님 아버지를 먼저 따르고 소중하게 모시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잘 새겨 들어야 합니다. 그 전에 우리부터 그렇게 되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뜻입니다.

 

야곱이 칠십칠 세가 되도록 독신으로 있었다는 것은 인생의 황금기를 거의 하나님과의 일대일의 교제에 쏟아부었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삶의 주관이 확고하게 서있으니까 여호와의 사자와 싸워서 복을 주지 않으면 절대로 보내주지 않겠다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나님은 또 그래서 야곱에게 당신과 싸워서 이겼다는 인간이 감히 가질 수도 꿈도 꾸지 못하는 이스라엘이라는 새 이름을 부여했고 열두 지파의 선조가 되는 영광을 허락했던 것입니다.

 

신자는 미혼자라면 야곱처럼, 기혼자라면 리브가를 닮아야 합니다. 매일 매순간 주님의 손을 잡고 이끄는 대로 따라가셔야 합니다. 그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돈을 자기 주인이 되는 자리에서 완전히 제거하는 것뿐입니다. 그럼 평생토록 신자의 인생이 거룩하게 됨에 전혀 부족하지 않는 여호와 하나님의 은혜와 권능이 즉, 신자에게 반드시 있어야 할 최고의 축복이 넘치도록 따릅니다.

 

5/10/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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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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