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의 Refill과 사랑의 Buffet

조회 수 529 추천 수 18 2013.04.12 12:40:17
용서의 Refill과 사랑의 Buffet  


저희 집에서 정말로 엎어지면 코 닿을만한 곳에 LA의 관광명소 중 하나인 Descanso Garden이 있습니다. 저희 홈피 유상코너 김 집사님의 최근 글 “꽃구경”에서 저와 함께 갔다는 바로 그곳입니다. 동백꽃이 가장 유명하지만 철마다 각양각색의 꽃을 피우기에 아무 때나 가도 정말로 아름다운 곳입니다.

예의 김 집사께서 함께 꽃구경을 한 뒤에 저희 부부더러 시간나면 아무 때나 들리라고 너무나 고맙게도 1년짜리 패스를 선물로 끊어주었습니다. 그런데 공원 업무가 밀린데다 미국사람 일처리가 워낙 늦장인지라 멤버쉽 카드가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그 전에라도 입구에서 제 이름만 대면 입장시켜준다고 해서 두 번 방문했지만, 사무착오로 제 이름이 컴퓨터에 입력되지 않아 짧은 영어로 사정을 설명하느라 진땀께나 뺐습니다.

이 공원에는 특이하게도 정문에서 표 받는 직원이 없습니다. 또 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도 출입을 전혀 체크하지 않습니다. 카페 이용자만 입장료 영수증을 보이라는 표시가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다음에는 매표구에서 사정을 번거롭게 설명하느니 그냥 들어가면 되겠거니 여겼습니다. 어차피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기에 공짜 구경이 아니라는 떳떳함을 가지고서 말입니다.  

그러나 아뿔싸! 그 생각은 나만의 어리석은 판단이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아무 제지 없이 훤히 뚫린 곳은 공원 입구의 좌측 반쪽이었습니다. 우측 반쪽은 반드시 매표소를 거치도록 줄이 쳐있고 나머지 부분은 화분과 벤치로 엉성하게 막아놓았습니다. 즉, 자유롭게 나올 수 있게는 했지만 아무나 무턱대고 들어갈 수 있게 해 놓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만약 매표소를 거치지 않고 들어가려면 공원에서 나오는 사람들 쪽으로 거슬러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제가 그런다고 야단치거나 제지할 직원이 입구에 상주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 혹시 그렇게 들어가다 들키더라도(?) 제 사정을 다시 설명하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주위 모든 사람에게는 비유컨대 악동이 천막극장에 엉덩이부터 밀어 넣어 공짜 구경하려는 얌체 짓처럼 보일 것은 분명합니다.

거기다 출입을 전혀 통제하지 않아도 살짝 공짜 입장하려는 자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선 오래전 미국에 처음 와서 받았던 문화적 충격의 기억이 되살아났습니다. 근 30년 전 미국 첫 출장길에 뉴욕의 한 박물관에 갔다가 겪은 일입니다. (묵상-“미국 알아야 잡는다.” 사이트의 한 글에서 이미 밝힌 내용입니다.)

사연인즉 정해진 입장료를 받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적당히 기부하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매표소 직원에게 주로 얼마 정도 기부하느냐 물었지만 사람에 따라 다르며 아무 부담 갖지 말고 조금이라도 내면 된다는 바람에 생전 처음 겪는 일이라 더 어쩔 줄 몰랐습니다. 내친 김에 한 푼도 안 내도 되느냐고 했더니 돌아온 대답은 역시 아무 상관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억으로는 좀스럽게 1$ 가량 내고선 뒤통수가 간지러운데다, 이런 관습을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생각하느라 한참동안 전시물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경제학에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한다는 그레샴의 법칙이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일반 상품에선 우수한 품질이 열악한 제품을 시장에서 도태시키는 법이지만 화폐에선 그 반대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쁜 것에 좋은 것이 물들어 함께 나빠진다는 의미로 쓰이는 일반 관용구가 되었습니다.

이 공원의 출입방식이나 박물관의 기부금 입장제도 등은 그 반대로 여전히 양화가 악화를 구축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일 것입니다. 아무 통제 없이 자유스럽게 방치한 것 같아도 눈에 보이지 않게 더 엄격한 통제를 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양심에 맡기는 방식입니다. 출구 쪽으로 그냥 들어가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지만 스스로 본인에게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라고 더 크게 말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구경할 만한 가치가 있다면 당연히 그만한 돈은 내야하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흔히들 미국 이민자들의 경제적 공헌은 대단하지만, 이런 엉성한(?) 제도들을 악용하여 자기 이익만 챙기려 들기에 전체 시민의식을 점점 나빠지게 만든다는 평을 합니다. 실제로 제가 봐도 그런 경향이 없지 않는 것 같습니다. 미국 온지 강산이 두 번 넘게 변하는 사이에 강제적 통제 장치 없이 서로 믿어주는 사회에서 이젠 세세하게 따지고 드는 불신사회로 바뀌었습니다. 저부터도 아무리 나름의 사정이 있다 해도 출구 쪽으로 살짝 들어가려 했으니 말입니다. 아직도 영악하게 잔머리를 굴려서 남보다 빨리, 편하게, 나부터 더 많은 득을 보려는 옛 습성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 잠시 부끄러워졌습니다.    

하나님이 인간에게 적용하는 원칙도 바로 이런 “입장권 확인하지 않는 공원”일 것입니다.  인간의 최초 거주지인 에덴동산에는 매표소는 물론 울타리도 없었습니다. 하나님은 아담에게 “동산 나무의 각종 실과는 네가 임의로 먹되” 즉, 무엇을 하든 그의 자유와 책임 아래 두었습니다. 단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실과는 먹지 말라” 즉, 그 아름답고 풍성한 동산을 주신 하나님을 진정으로 사랑하라고 했습니다. 그 공원에선 어느 누구도, 하나님마저도 아담의 행위를 감시 통제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과 아담과의 순수한 교제와 동행만 있었습니다. 아담으로선 오로지 자신의 선한 양심에 따라 행하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아무 거리낌 없이 제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음을 알자 콧대가 높을 대로 높아졌습니다. 공원의 모든 좋은 것을 무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감사 만족하지 못하고, 그 주인 되는 하나님을 밀어내고 공원까지 집어삼키려 했습니다. 자기 딴엔 하나님이 설마 나를 죽이랴 영악한 계산을 했지만 어리석기 짝이 없는 배역이었습니다.

인자와 긍휼에 풍성하신 하나님은 그를 당장 죽이지는 않고 이마에 땀을 흘리게 되는 벌만 내렸습니다. 실은 그보다 더 중한 벌이 따랐습니다. 아담과 그 후예는 스스로 양심에 찔려 평생을 부끄러운 가운데 살게 된 것입니다. 자신의 전부를 주관하는 창조주 하나님을 배역함으로써 자신이 절대 온전해질 수 없음을 미처 몰랐던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하나님을 버린 것 이상으로 자기가 자신을 버린 셈이었습니다. 그 본성이 타락되어 자신과 분리된 채 따로 작용하기에 무엇을 해도 허무와 갈함을 면할 수 없는 처지에 빠지게 된 것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들의 목전에 입장권을 확인하지 않는 공원을 배설해 놓았습니다. 바로 예수님의 십자가 구원입니다. 예수님 그분이 하늘로 가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입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그 길로 들어서라고 강제로 끌어들이지 않으며, 그 진리를 억지로 믿으라고 하지 않으며, 천국 생명을 독단적으로 주거나 빼앗지도 않습니다.

하나님이 불신 세상을 여전히 가만 놓아두는 이유는 오직 하나입니다. 너희가 정말로 인간답게 살아가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할지 스스로 곰곰 따져보라는 것입니다. 자신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이 땅에서 왜 무엇을 위해 살아야하는지부터 확실하게 정리하라는 것입니다. 어떤 피조물보다 고귀한 한 인격체로 이 땅에서 실존하게 된 것 자체가 입장권 확인하지 않는 공원에 들어온 것입니다. 무상으로 받아 쥔 그 입장권을 인간에게 선물로 주신 절대적 존재가 반드시 있다는 것입니다.

그 분이 특별히 신자의 삶에서 원하는 모습은 “반(反) 그래샴 법칙”일 것입니다. 양화가 악화로 인해 구축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양화로 인해 악화가 양화로 변하게 하라는 것입니다. 신자는 세상의 주인이 누구인지 또 이 땅에서 겪는 모든 일들이 그 주인으로부터 오는 선한 선물인줄 알게 된 자입니다. 그래서 아직도 그 주인을 모르고 어리석게도 자기 것인 양 착각하고 사는 자들에게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알게 해주어야 합니다. 주님 은혜와 권능 안에서 진정으로 감사하고 만족하며 사는 모습을 그들 앞에 보여야 합니다. 인생이라는 공원을 신자다운 책임과 자유를 행사해서 거룩하고 아름답게 보존해야 합니다.

아직도 미국 패스트푸드 식당에선 드링크를 small, medium, large로 구분해서 주문은 받되  refill은 자유롭게 허용합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배운 저로선 지금껏 참으로 어리석은 방식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Refill이 자유로운데 누가 구태여 large를 시키겠느냐는 뜻입니다. Small을 시켜서 계속 refill 하는 것이 손님은 돈을 절약하고, 주인도 컵을 번거롭게 세 종류로 만들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이참에 이런 관습도 가만히 따져보니 정작 어리석은 것은 그들이 아니라 바로 저였습니다. 순전히 경비나 업무 효율 측면에선 제 생각이 맞긴 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 한 의도가 자기가 실제로 마실 양에 비해서 돈을 적게 내어도 된다는 뜻이 전혀 아니지 않습니까?  평소 마시는 양을 자기는 아니까 정당한 돈을 내고 마시라는 것입니다. Refill을 자유롭게 허용하는 것이 결코 얕은꾀를 써서 몇 번이고 다시 채워 마시라는 뜻은 아닐 것입니다.(손님에게 서비스 한다는 차원도 물론 있겠지만...) 갈증이 나서 평소 양으로는 성이 차지 않을 때에 더 마셔도 된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처음부터 무한 refill이 가능한 것은 refill이 아니라, drink buffet 라고 표현해야 맞지 않겠습니까?  

신자가 하나님 뜻 안에서 살아가는 인생에도 이 원리가 적용될 것입니다. 우리가 시험과 유혹에 넘어가 실패하고 죄를 지어도 하나님은 분명 refill의 기회를 주십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마음 놓고 넘어져도 된다는 뜻은 전혀 아닙니다. “그런즉 우리가 무슨 말하리요 은혜를 더하게 하려고 죄에 거하겠느뇨 그럴  수 없느니라 죄에 대하여 죽은 우리가 어찌 그 가운데서 더 살리요.”(롬6:1,2)

긍휼이 많으신 하나님이 죄를 지을 때마다 일일이 벌주지 않으시고 어지간해선 용서해주시니까 마음 놓고 혹은 영악하게 죄를 지을 수는 없습니다. 또 하나님 긍휼에 신자 스스로 타성에 젖어서 계속 죄를 짓고도 고치기는커녕 회개도 않는다면, 나아가 기독교의 하나님은 무한한 사랑의 하나님이라고 자랑만 하고 다니면 어떤 꼴이 됩니까? 저같이 미국 식당 주인들이 너무 어리석다고 깔보면서 처음부터 무한 refill 할 작정으로 small을 주문하는 영악한 모습과 똑 같지 않습니까? 또 출입구도 없이 엉성하게 통제하는 공원관리자를 얕보며 공짜로 들어갈 궁리만 하는 것과도 말입니다.   

하나님이 신자를 용서하는 속도가 무척 빠르고 그 한도가 우리 생각보다 엄청 큰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신자의 진정한 회개를 전제로 용서의 refill만 허용한 것입니다. 당신의 사랑, 긍휼, 용서를 buffet로 차려놓은 것이 결코 아닙니다. 그런데도 사랑의 buffet를 차려놓고 멀리 떨어져서 가만히 계시기만 하는 하나님처럼 여기는 우리가 어리석은 것입니다.  

입장권 확인을 하지 않는 공원이나, 재량껏 기부금만 받는 박물관이나, 대중소 사이즈 중에서 정당하게 주문하라는 것이 오히려 더욱 진실하고 성실한 고객을 만들 듯이 인간더러 스스로의 영약하고 어리석은 꾀에서 벗어나 진심으로 당신을 사랑하라는 뜻입니다. 정말로 당신을 사랑한다면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특별히 아무 보는 이가 없을 때에는 더더욱 당신께서 신자에게 원하시는 바대로 정말로 신자답게 살라는 것입니다.

이제 제가 Descanso 공원을 자주 드나들어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생겼습니다. 선물로 받은 패스를 온전히 활용해야 하고 또 그 아름다운 곳에서 휴식과 명상을 취하는 것 말고도 말입니다. 통제가 없이 자유로운 공원 입구를 드나들 때마다 아직도 영악한 꾀를 부리는 것이 하나님 안에서 얼마나 어리석고도 교만한 죄인지 깨달을 수 있게끔 말입니다. 또 제 삶을 통해 사탄의 악화를 그리스도의 양화로 바꾸어야 함에도 인생을 하나님 사랑의 buffet 식당으로 착각하고선 아직도 세상 사람들과 별반 다름없게 살고 있지는 않는지 계속 되돌아볼 수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  

4/12/2013

사라의 웃음

2013.04.12 22:21:18
*.109.85.156

용서만 믿고 철없이 맘껏 넘어지는 자리에 있진 않은지, 티끌만 못한 인간을 절절히 사랑하시어 골고다로 오르신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을 자꾸만 잊고선...이렇게 나약하기에 십자가로서 구원받을 수 밖엔 없는 존재이건만...너무 연약하고 철없음을 주님께 토설하며 그 긍휼하심을 의지하여 도우심을 구합니다.

김유상

2013.04.13 04:37:21
*.93.50.84

자주 극 그 곳에 가셔서 하나님의 사랑과 섭리에 대해 묵상하시고 향기롭고 아름다운 묵상을 나누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제가 좋아하는 한국의 가수, 장기하가 이번에 낸 음원을 소비자에게 값을 매기게 했다더군요. 그의 그런 시도는 중간 업자들의 개입을 없앰으로서 제작자와 소비자 모두가 만족스러운 거래를 하자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기에 좀 다르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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