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커피가 이토록 인기 있는 이유

조회 수 826 추천 수 14 2013.07.18 18:50:47
스타벅스 커피가 이토록 인기 있는 이유


저는 그 유명한 스타벅스 커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값이 비싼데다 한약처럼 너무 진하기 때문입니다. 55세 이상이면 경로우대로 1불도 안 되며 우리 입맛에도 맞는 맥도날드 커피가 훨씬 낫습니다. 어쩔 수 없이 스타벅스에 가게 되면 한 잔만 시키고 빈 컵 하나를 더 얻어 뜨거운 물을 타선 우리 부부가 나눠 마시는 번거로움과 좀스러움도 싫습니다. 거기다 창업자가 뉴에이지 신앙의 열렬한 옹호자인지라 상표에 여신이 그려진 것도 거슬리며 여러모로 반 성경적 행사를 하니까 마냥 싫기만 했습니다.

그러다 최근에 스타벅스 애호가까지는 아니지만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유는 오직 하나입니다. 아무리 오래 앉아 있어도 잔소리 한번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맥도날드에선 1불도 안 되는 커피로 죽치기는 주인에게 미안하지 않습니까? 집사람이 시내에 매일 파트타임 일로 출근하는데 제가 시내에 볼일 있는 날에는 경비절약을 위해 아내 차로 같이 나갑니다. 제 볼일을 볼 때까지 아침 일찍, 또 볼일 본 후에 남는 시간을 때우는 데는 이만한 곳이 없습니다. 공공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아침 열시 이전에 혼자 있기에 가장 좋은, 아니 거의 유일한 곳일 것입니다.

집에서 커피는 이미 마시고 나오니까 녹차를 시키면 값도 저렴하기에 실은 이만큼 경제적인 곳도 없습니다. 노트북과 성경을 들고 나오면 업무도 보고 글도 쓸 수 있습니다. 집사람 일터와 가까운 곳에 단골 가게를 하나 정했는데 저처럼 아침부터 노트북, 아이패드, 스마트폰을 든 스타벅스 죽돌이(?)들이 전기선 꽂는 자리를 서로 차지하려고 은근히 경쟁도 합니다. 테이블 수는 적지만 교통요지인지라 손님이 줄지어 들어옵니다.  

스타벅스의 성공담은 경영학의 대표적인 케이스스터디 감으로 이미지 마켓팅의 선구자로 꼽힙니다. 한마디로 고객들로 세련된 멋을 즐기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느끼게끔 해서 마켓팅에 성공했다는 것입니다. 최근 단골 아닌 단골이 된 후에 보니까 이젠 스타벅스 컵을 들고 다니며 멋 부리는(?) 차원을 넘어서 아예 생활의 일부가 된 것 같습니다. 아침 식사를 커피  한잔으로 때우는 미국인들인지라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저부터도 순전히 시간을 때우려는 목적으로 단골이 되었지, 폼 잡으려는 생각은 전혀 없었으니까 말입니다.

거기다 신기하게도 이 가게에서 노트북으로 글을 써보니 집에서보다 집중이 더 잘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스타벅스 가게 안에서 타이핑 중입니다.)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도 열심히 전자기기를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부동산 중계인 같아 보이는 이는 아예 그곳에 사무실을 차린 듯 갈 때마다 같은 자리에서 손님들을 번갈아 만납니다. 죽돌이를 막으려는 고육지책인지 시끄러운 팝 음악을 틀고, 한 시간 이상 주차하면 견인할 것이라는 경고문까지 붙었는데도 여전합니다.

나름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적절한 이유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이미지 마켓팅이 단순히 상표가 새겨진 그 큰 컵을 자랑 삼아 들고 다니는 데에만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남들이 보는 앞에서 노트북을 만지려면 뭔가 정말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공개된 장소에서 이상한 동영상이나 쳐다보고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뭔가 서취하거나 업무를 볼 것이 있기에 꼭두새벽부터 커피 한 잔 시켜 놓고 앉아 있다고 스스로 입증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의도적으로 그런 모습을 보이려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제 뜻은 모든 인간은 어쩔 수 없이 남을 의식하는, 다른 말로 남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사회적 존재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현대 사회가 온갖 계층으로 분열되어 있고, 그 분열된 계층 내에서도 올바른 소통이 부재하고, 가장 가까워야 할 사이에도 사랑이 실종되었어도, 인간 본성이 그러하다는 것입니다.

현대인을 군중 속에서 고독을 씹는 자라고 표현합니다. 이전보다 복잡다단한 관계를 맺어야 하고 여러 사람이 모이는 기회도 많지만 남는 것은 어느 누구와도 순수하고도 진실 된 관계를 맺지 못하는 쓸쓸한 고독뿐이라는 것입니다. 스타벅스에 아침마다 컴퓨터를 들고 출근하는(?) 자들을 보노라면, 너무 고독하기에 군중 속의 고독일지언정 사람들 사이에 들어와서 고독해야겠다는 처절한 역설적 대처처럼 느껴졌습니다.  

말하자면 스타벅스가 처음부터 계획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사람들에게 이웃에 대한 그리움, 관계, 사랑 등의 이미지를 파는데도 성공한 것 같습니다. 이미지 마켓팅은 그 제품을 사는 고객들로 동일한 이미지를 품게 만드는 것, 다른 말로 일종의 동류의식(同類意識)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 커피 한 잔으로 뭔가 세련된 사람이 된 것 같이 느낌으로써 바로 그런 사람들의 공동체에 소속되었다는 뿌듯함이 생기지 않습니까?

교회도 스타벅스처럼 이미지 마켓팅 전략을 채택해야 할 것 같습니다. 크고 화려한 건물, 근사한 실내 장식과 비품, 정밀한 전자 음향영상 기기, 커피숍 북카페 사랑방 같은 편의시설을 갖추라는 뜻이 아닙니다. 설교나 성경공부에서 불신자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딱딱한 교리적 용어를 부드러운 일반 단어로 바꾸거나, 찬양 음악 기도 예배 형식을 불신자 중심으로 바꾸라는 것도 결코 아닙니다.

그런 외적 이미지보다는 내적인 이미지 마케팅 즉, 인간 내면의 본성에서부터 동류의식을 공유하는 공동체로 만들라는 것입니다. 모든 이가 외로움을 견디기 힘들어 한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진실하고도 아름답게 의지하고 섬기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바로 인간의 본성이라는 뜻입니다. 또 모든 인간이 동일한 본성을 가졌다는 것은 창조주 한 분이 따로 계시다는 것입니다. 그럼 그 본성을 만드신 분 하나님에 의해서 그 본성이 효과적, 긍정적으로 활용될 때에 인간이 가장 인간다워진다는 뜻이 됩니다. 요컨대 인간이 서로 참되게 사랑해야만 비로소 참다운 인간이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교회는 사람 냄새가 그리울 때마다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곳, 사람끼리 서로의 사람 냄새를 맡고 즐길 수 있는 그런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너무 고독해서 군중 속으로 들어가 보지만 여전히 고독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그런 원초적, 태생적 고독을 교회는 온전히 제거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세상의 다른 공동체와 다른 교회 공동체만의 특성입니다.  

그렇다고 교회가 단순히 교제나 섬김에 집중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교회로서 교회 특유의 동류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자기가 세상 어떤 공동체와도 다른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확고한 정체성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그 정체성은 세상에서 갖는 모든 신분, 소속, 위치, 계급, 특권, 혜택, 명예, 만족 등보다 월등 뛰어나야, 정확하게는 차원이 전혀 달라야 합니다. 또 그래서 일단 교회에 소속한 자들은 교회 공동체를 위해서 자신의 삶 전부를 기꺼이 자발적으로 감사하며 바칠 수 있게 되어야 합니다. 그 정체성은 어떤 모습입니까?

세상 속에 살되 세상에 속하지는 않은 사람, 하나님에 의해서 그분의 소명을 실현하기 위해서 불려 나온 사람, 예수님을 그리스도요 살아 있는 하나님의 아들로 고백하는 사람, 어떤 힘든 고난과 상처와 질병 가운데도 주님의 은혜로 다시 일어서는 사람, 그런 주님의 사랑과 권능을 날마다 세밀하게 누리는 사람, 그 은혜가 너무 소중해 주위에 소개하고 나눠주지 않고는 못 견디는 사람,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까지 자라길 기뻐하며 그 일에 헌신하는 사람, 이 땅의 모든 것들이 일시적 허상임을 절감하기에 부활생명의 소망을 하늘에 가꾸는 사람, 십자가 복음 전파를 위해 전 인생을 거는 사람, 더 이상 자기를 위해 살지 않고 오직 자기를 대신해 죽은 그리스도를 위해 사는 사람, 등등입니다.

너무나 유감스럽게도 작금 교회가 반드시 제공해야만 하는 동류의식이 변색, 퇴색, 왜곡, 부족, 실종되어 가고 있습니다. 또 그래서 고육지책으로 현재와 같은 외적 노력으로라도 동류의식을 심어주려 하는 것입니다. 참 사랑이 부족한데 여전히 참 사랑이 아닌 방식으로 그 사랑을 채워주려 하니까 빈곤의 악순환만 일어날 뿐입니다. 그런 외적 노력들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아무리 고상한 형식이라도 그 안에 온전한 내용이 담겨야만 형식으로서 온전한 기능을 다하는 법입니다.

교회는 오직 예수 십자가 복음만 마케팅 하는 곳입니다. 예수님이 진정한 교회의 머리가 되고 목회자를 필두로 모든 성도가 그분의 지체로서 한 몸을 이뤄야 합니다. 교회의 예배, 설교, 찬양, 기도, 성경공부, 구제, 봉사, 교제 등등 모든 사역에서 예수로 시작하여 예수로 끝이 나야 합니다. 예수에 온전히 미쳐서 오직 그분께만 전적으로 헌신하지 않으면 성도로서  정체성이 아직 생기지 않은 것입니다. 또 그런 사람들의 모임이 되지 않고는 교회도 교회로서 정체성이 없는 것입니다. 영적 동류의식을 갖는 자들이 모인 영적 공동체가 교회입니다.  

세상의 어떤 공동체에서도 참 사랑이 온전히 채워지지 못하거나 부족하게 채워지더라도 교회에만 가면 온전하고도 충만한 사랑을 찾고 누리고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인간끼리는 도무지 불가능한 참 사랑을 예수님의 십자가에서 찾고 누리고 나누는 곳이 교회여야 합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교인들끼리만 사랑으로 충만해지라는 뜻이 절대 아닙니다. 기독교와 교회와 성도만 부흥하는 것은 하나님이 바라는 바가 결코 아닙니다.

교회에서 참 생명을 얻어 참 인간으로 회복된 신자는 아직 그러지 못한 자들에게 참 생명을 얻게, 최소한 어디에서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는지 가르쳐주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사람 사이에 풍겨야 할 온전한 사람 냄새가 그립다고 해서 사람들을 찾아 가지만 아무 소용없는 짓임을 자신의 지난 실패에 비추어 증명해주어야 합니다. 또 그래서 골고다 언덕의 십자가 예수님께로만 돌아가 엎드리라고 깨우쳐 주어야 합니다. 참 인간으로 오신 하나님이 인간의 모든 시련과 고통과 두려움과 부끄러움과 시험을 직접 체휼하시고 당신의 죽음으로 그 모든 것들을 깨끗케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고 말입니다.  

7/18/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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