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에서 여성은 수건을 쓰야 하는가? (고전 11장)
[질문]
현재 구약의 음식법, 제사법, 정결법 등을 하지 않는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가 오셔서 이미 그 의미를 다 완성하셨기 때문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성은 머리를 가리고 예배를 드리고 남자는 머리에 뭔가를 가리고 예배를 드리면 안 된다고 가르칩니다.(고전11장) 이 때는 신약 시대라 예수님이 오신 후인데도 '제사법' 같은 부분을 지켜야 했는지 궁금합니다.
[답변]
바울은 십자가 복음 외에 구약시대의 관습이나 제도를 추가하는 것을 극도로 혐오한 사도입니다. 할례 같은 유대교의 관습이 구원받는데 추가로 필요하다는 유대주의자들의 주장은 아주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천사라도 다른 복음을 전하면 저주를 받는다"(갈1:8)고 선포했습니다. 만약 그러면 예수님이 사람으로 죄를 짓게 하며 십자가에서 헛되이 죽은 셈이라고 가르쳤습니다.(갈2:15-21). 무엇보다 당시에 여성들이 머리에 수건을 쓰는 문제는 구약의 율법과는 전혀 상관이 없기에 질문의 초점이 조금 어긋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질문 1.
이미 예수님이 오셔서 구약의 정결법/음식법/제사법이 폐지된 상태인데 사도 바울은 왜 신약 시대에 구약과 같은 형식을 강조하였는지요?
답변 1.
우선 여자가 머리에 수건을 쓰는 것은 구약 율법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그렇게 하라는 계명 자체가 없으므로 바울이 이미 종료된 제사법을 다시 시행해야 한다는 의미로 거론한 것이 전혀 아닙니다. 바울 당시의 여인들이 처했던 사정을 아셔야 합니다. 우선 유대교에선 여인들은 성전을 출입할 때 ‘여인의 뜰’에까지만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창녀들이 머리를 밀거나 짧게 깎았기에 일반 여인들이 창녀와 구별하기 위해 머리에 수건을 쓰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바울이 그 뜻을 그대로 인정하고 격려하는 의미에서 계속 그렇게 하라고 권면한 것입니다. “만일 여자가 머리를 가리지 않거든 깎을 것이요 만일 깎거나 미는 것이 여자에게 부끄러움이 되거든 가릴지니라”(고전11:6)고 설명한 까닭입니다.
교회에서 여자가 잠잠하라고 명한(고전14:34) 배경과, 이에 대해선 신학적 논란이 아직도 분분하지만, 일맥상통하는 권면입니다. 정신이상자가 아니 이상 한 저자가 한 서신에서 설명하려는 영적인 진리가 서로 다를 수는 절대로 없습니다. 바울이 여성을 차별한 것이 아니라 일차적으로 당시에 애굽의 여신 이시스 숭배 사상이 만연하여서 여사제들이 많이 활약했는데 고린도 교인들더러 그런 영향을 받지 말라는 의도였습니다. 고린도 교회의 일부 여인들이 교회 안에서도 거짓 예언이나 가르침을 종종 행하고 있었으므로 그런 일을 하지 말라고 또 다른 교인들도 그에 대해 경계하라는 목적으로 권면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여인더러 머리에 수건을 쓰라는 권면도 다시 강조하지만, 율법의 제사법은 물론 십자가 복음과는 전혀 무관하게 여성들이 자신의 정숙함과 남편에게 순종함을 표시하는 의미로써 그대로 유지하라는 것입니다.
바울이 이런 구체적인 사정까지 성경에 기록하지 않은 이유는 이미 고린도 교회에서부터 교회 안의 여러 실천신학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자문을 요청받았고(고전1:11), 바울이 고린도 교회에 보낸 편지가 최하 네 개 이상이었기에(고후10:9), 당시에 이 편지를 읽는 고린도 교인들은 바울이 무슨 뜻으로 그런 권면을 하는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울은 이 서신을 작성할 때 자기 서신이 정경으로 채택되고 또 후대 신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이런저런 의심을 하리라고 전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질문 2.
고전 11장에서 남녀에 따라서 머리에 무언가를 씌우거나 맨머리로 예배드리라고 하는 권면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요?
답변 2.
성경은 항상 본문 안에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고전 11:7-12에 바울은 이 문제에 관해, 하나님이 창조의 경륜에 따라 가정을 제정하신 목적에 드러난 남자와 여자의 위치에 비추어서 설명해 놓았습니다. 하나님 안에서 남녀 간에 신분, 위치, 특권에 차별이 있는 것은 전혀 아니며 그 책임, 역할, 기능만 구별했습니다. 남자가 부모를 떠나 가정을 이룰 책임을 맡았습니다.(창2:18-25) 그래서 바울은 아내는 남편에게 복종하고 남편은 아내를 사랑하라고 명했습니다.(엡5:22-33) 남편과 아내가 하나님 안에서 똑같은 지체로서 가정을 그리스도의 몸으로 세우되 남편이 책임지고 주도하라는 가정의 질서에 관한 권면이었습니다.
동일한 맥락에서 교회 안에서도 하나님의 창조에서의 남녀의 역할 구분을 그대로 믿어야 하고 또 그러면 교회 공동체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 여자더러 머리에 수건을 쓰라고 권면한 것입니다. 성경에서 머리는 외부로는 영적인 권위를, 자신에겐 자신의 전부를 상징하는 의였습니다. 그래서 여성은 하나님 외에 일차적 직접적으로 순종할 대상이 있는데 바로 남편(남성)이라는 뜻으로 머리를 가렸습니다. 반면에 남성은 일차적 직접적으로 순종할 대상은 하나님뿐이므로 머리를 가리지 말라고 권한 것입니다.
고대의 사회 풍조는 여성을 아예 물건, 노예, 아이를 낳는 수단, 성적 희롱의 대상으로만 삼았습니다. 반면에 성경은 창조 때부터 남녀 간의 신분상의 차별이 전혀 없었으며 단순히 각기 맡은 역할만 다르다고 가르칩니다. 바울은 당시의 관습을 빌려서 고린도 교회 교인들더러 하나님의 그런 창조의 경륜을 온전히 표현하라고 명한 셈입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교회에선 남녀 사이가 완전히 동등하되 하나님이 맡겨주신 역할과 사명에 각기 충성한다는 의미를 가시적 상징으로 보여준 것입니다. 실제로 당시 초대교회에선 모두가 형제와 자매로 불렀으며 바울은 그런 뜻을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갈 3:28)고 분명하게 밝혀놓았습니다.
그리고 당시는 정경화가 되기 전이고 신약성경도 아직 작성 중이라 교회마다 십자가 예수님이 부활하신 구주라는 진리 외의 신앙교육은 단편적 부분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초대교회의 사정을 이해하려면 이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더더욱 이렇게 가르쳐야 할 필요가 있었다는 뜻입니다. 반면에 성경 66권 전체를 그것도 이미 체계적으로 정리된 교리와 신학에 비추어서 배울 수 있는 현대 신자로선 율법의 정신만 따르면 됩니다. 하나님에겐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듣는 것이 수양의 기름보다 낫기”(삼상15:22)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미 일반인들도 남녀 차별은 있을 수 없으며 형식이 본질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두 질문에 한 마디로 답변하자면 여인이 예배 시에 수건 쓰는 문제는 바울이 율법을 다시 강조했거나, 새로운 예배 절차를 제정한 것도 전혀 아닙니다. 보편적으로 시행하고 있던 당시 관습에 비추어서 하나님의 창조 경륜을 다시 가르친 것입니다.
(10/10/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