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물주로는 많이 부족하다.
아무리 고집이 센 불신자라도 그랜드캐년이나 나이아가라 폭포 같은 엄청난 자연의 위용 앞에 서면 저절로 겸손해집니다. 인간이 정말로 미약하고 찰나적인 존재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런 광대한 자연이 저절로 생겼을 수는 없고 뭔지 조물주 같은 존재는 있다고 인정합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잠시뿐으로 소중한 경험을 통해 스스로 마음의 지평을 조금 넓혔다는 정도로 치부하고 말지 하나님을 믿는 신앙으로 발전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휴가에서 돌아와 현실생활에 너무 바빠서 처음으로 생긴 영원에 대한 개념을 금방 잊기 때문입니다.
기껏해야 조물주가 있는 것은 거의 확실해도 모든 자연을 만든 뒤에 손을 놓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운행법칙을 부여해서 자동적으로 돌아가게 만들었고 그래서 매년 사시사철이 정확하게 반복된다고 여깁니다. 조물주가 있다 해도 인간들의, 특별히 내 개인의 삶과 인생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런 판단에 미처 모르고 놓치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조물주가 인간을 포함해서 모든 것을 만든 후에 손을 놓고 있다면 사실상 신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인간도 기계적 자동적인 법칙에 구속되는 물질, 좋게 봐야 자연의 일부일 뿐입니다. 그래서 구태여 하나님을 믿고 따를 필요도 이유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중에 일부는 신이 이 땅의 삶은 더 이상 간섭하지 않지만 죽음 후에 이 땅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심사는 한다고 믿습니다. 선행을 많이 한 자를 구원해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 자체부터 모순입니다. 이 땅에선 인간이 물질과 자연의 일부라고 해놓고 죽은 후에는 심판의 대상이 된다면 논리적인 불일치가 생깁니다. 신(神)도 손을 놓고 있다가 죽은 후에 신의 행세를 하려고 짠하고 나타난다면 신으로서 자격이 없습니다.
조물주가 있어서 이 아름답고 광대한 자연을 만들고 그 속에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세웠다면 반드시 그렇게 한 목적이 있습니다. 그럼 또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계속해서 개입 주관 통치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만약 조물주가 있다고 인정했다면 가장 먼저 마땅히 그분께 경배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분이 어떤 분인지 알려고 노력해야 하고 가장 중요하게는 그분이 내 인생과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 존재인지 탐구해야만 합니다.
조물주가 손을 놓고 있다고 여기는 것은 그분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 또한 참으로 모순입니다. 당장에 엄청난 자연의 위용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으며, 또 매년 사계절이 어김없이 찾아온다는 것도 그분이 계속해서 활동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혹시라도 이 땅이 우연히 생긴 것이 아니라 조물주가 있다고 여겨지면 과연 그분이 어떤 분인지 나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생각의 폭을 진지하게 넓혀 나가셔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스스로 자신은 인간이 아니라 물질이라고 인정하는 것이며 또 인간사회에서 아무리 큰 업적을 이루어도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7/28/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