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극심한 우울증으로 너무 괴롭습니다.
제 삼자로선 제대로 실감할 수도 없는 너무나 힘든 아픔들을 겪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제 권면이 큰 도움이 될 수는 없고 어쩌면 반감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이왕에 질의해주셨으니까 객관적 원론적인 차원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말씀드릴 것은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하셨고 또 저에게 상의할 정도면 치료에 상당한 진척이 있다는 뜻입니다. 절대로 실망하지 마시고 주님만 바라보고 다시 힘을 내고 치료에 전념하시기 바랍니다. 특별히 자살 충동은 절대적으로 잘못된 생각이고 하나님께 용서 받지 못할 죄이므로 꿈에도 부인하시고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떠오르면 아예 무시하시기 바랍니다. 대신에 평생 동안 약을 먹으며 꾸준히 치료할 수밖에 없는 육체적 질병이라는 점을 단단히 각오하고 또 그렇게 실천하셔야만 합니다.
한마디로 정신질환은 영적인 차원보다는 육체적 질병으로 접근하셔야 한다는 뜻입니다. 잘 알고 계시겠지만 뇌의 신경전달물질에 불균형이 생긴 것입니다. 그것도 어려서부터 이런저런 정서적 상처 갈등 고민은 물론 인간관계 파탄, 외적인 충격, 불행한 사건, 행동은 물론 언어에 의한 폭력, 학대 등이 복합적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끼친 결과입니다. 그래서 치료에도 그만큼 오랜 시간, 거의 대부분 평생이 걸리게 됩니다.
정상생활을 못하고 병 치료만 해야 한다는 뜻은 물론 아닙니다. 다시 말하지만 처음에는 정신적 영적 원인도 많이 작용되었겠지만 완전히 육체적인 지병으로 전환되었기에 그렇게 접근 치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환자가 평생 투약, 운동, 섭식 등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면서 더 악화되지 않게 조절하며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정신질환도 스스로 그렇게 평생토록 조절하며 정상생활을 할 수 있는 단계가 되면 완치가 된 셈입니다. 가장 먼저 뇌 세포에 이상이 생긴 육체적 질병이라는 확고한 인식부터 반드시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인식이 흔들리면 안 됩니다.
바꿔 말해 우울증의 원인이나 발병과 그 치료 과정 등에서 하나님과 직접 연결시켜선 안 되며 기도와 말씀으로 이겨내는 것도 이차적인 차원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환자가 하나님께 원인을 돌리고 또 평생 조절해야 한다고 해서 그분께 원망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뇌 세포와 홀몬의 이상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투약이 가장 중요한 일차적 치료법이며 절대로 빠트려선 안 됩니다. 그리고 반드시 정기적 상담은 물론 매일 운동, 숙면, 취미, 영양, 교제, 정상(사회)활동 등을 꾸준히 병행해야 하는데 이는 기도와 말씀보다 더 중요합니다.
“신자에게 내리는 고난이 은혜가 되더라도 우울증 등의 정신적 증세를 강화시키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또 "만성이 된 정신병력으로 인해 제 자신이 망가져있는데 계속 고난을 주시는 주님께 이제는 묻고 싶습니다."라고 하셨는데 매우 잘못된 생각입니다. 모든 육체적 정신적 병이 생긴 원인과 악화되는 과정은 물론 일상적 현실 삶의 고난도 하나님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습니다. 하나님이 당신께서 지으시고 당신의 독생자와 맞바꾼 자녀들이 고통 중에 힘들어 하는 일을 의도적으로 허락할 리는 절대 없지 않습니까?
믿음이란 하나님께 고난을 겪지 않게 해달라거나 겪더라도 금방 구원해달라고 요구하고 또 그대로 하나님이 응해주리라 기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이 겪는 고난의 거의 대부분이 인간 스스로의 실패 잘못 죄 때문이지 하나님이 관여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직접 고난을 주는 것은 당신의 특별한 일을 시킬 당신이 특별히 택한 종에게 그런 방식이 아니고는 안 되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일 뿐입니다. 현대인이라면 정도의 차이만 있지 누구나 겪는 정신적 불균형은 하나님과는 아예 관계가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의 잘못이자 책임에 속합니다.
계속 강조하지만 정신질환도 고혈압 당뇨 같은 지병인데 그것을 두고 하나님과 연결시킬 수는 없지 않습니까? 믿음이란 아무리 경건한 신자라도 비켜갈 수 없는 이런 고난에 대해서 어떻게 올바르게 대응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믿음에는 이성적으로 지혜롭게 대처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평생 이 지병과 함께 간다는 각오부터 다져야 합니다. 무엇보다 당장에 자신의 의지로 실현할 수 있는 치료계획(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상담과 운동을 비롯한 종합적인 접근)과 현실적 생활목표를 세워서 조금씩 실현해 나가야 합니다. 치유의 진전 속도는 느려도 반드시 조금씩 좋아지게 됩니다. 이것 외의 해결책은 없습니다.
그럼 기도와 말씀은 전혀 필요 없는 것입니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일단 이런 생각의 전환과 각오를 단단히 할 수 있도록, 또 종합적 장기적 치료를 해나감에 좌절하지 않고 매일 새롭게 끈기와 소망을 달라고 기도하셔야 합니다. 때로 부정적 절망적 생각이 들거나 외부로부터 그런 영향을 받을 때마다 이겨낼 수 있도록 기도하셔야 합니다.
말씀을 통해서도 하나님이 자신을 얼마나 어떻게 사랑하시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배워나가야 합니다. 고난이 믿음의 연단인 것은 분명하지만 정신질환의 경우에는 그 성격이 다릅니다. 주님이 눈에 띄는 확연한 치료를 해주어 당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을 성숙시켜 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부터 아는 것이 연단의 시초가 됩니다. 오히려 그런 기적적이거나 하나님이 역사해서 단번에 일어나는 치유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고 오랜 지병이라 장기적 점진적으로 스스로 이겨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대로 실천해나가는 것이 연단입니다. 그러는 중에 힘을 잃지 않아아 하는 것과 또 그렇게 하기 위해서 주님과 지속적 점진적 방식으로 교제해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주로 내성적이고 머리가 좋아서 깊이 생각하는 사람에게, 쉽게 말해 머리를 너무 많이 쓰다가 이런 어려움이 닥칩니다. 외성적 활동적이며 단순한 사람은 그리 고민을 하지 않으니, 머리를 별로 쓰지 않으니 정신질환이 잘 생기지 않는 것입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의지적 의도적으로 생각을 단순화시켜야 하고 현실 문제에 직접 맞대응하며 스스로 해결해나가야 합니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게 되면 곧바로 운동에 집중해 아무 생각도 하지 않든지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다른 쪽으로 생각을 돌리셔야 합니다.
결론을 내리자면 아주 힘들긴 하겠지만 본인의 의지로 스스로 이겨나가야 합니다. 다른 길은 없습니다. 하나님과 기도와 말씀은 스스로 이겨나갈 수 있는 끈기와 소망을 얻기 위해서 해야 합니다.
(첨언) 지금 세대가 물질적으로 너무 풍요해졌지만 현실적으로 보통수준만 유지하려 해도 엄청난 경쟁을 겪어야 하는데다 가정마다 자녀가 한두 명 뿐이라 스트레스 해소나 사회에 적응하는 방안들을 제대로 훈련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도 없이 많은 순진한 청년들이 동일한 고통 가운데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홈피를 통해 공개적으로나 개인적으로 계속 유사한 상담요청을 받고 있습니다. 너무나 안타깝지만 제 답변은 한 결 같이 상기 내용과 맥을 같이 합니다.
성인이 되기 전부터 이런 고통을 겪으니 청년 환자 본인의 잘못이나 죄는 아니며 사실상 인간들의 오랜 죄악과 그에 따른 오염의 폐해들이 지금 세대에 나타나서 대신 고통을 당하는 셈입니다. 마지막 때에 인류가 정복해야 할 마지막 질병일 것입니다. 절대로 실망 좌절하지 말고 하나님께 기도하고 말씀으로 힘을 얻어서 가장 합당한 투약 상담 운동 영양 교제 취미 등을 통해 이겨나가는 것이 최선입니다.
또 그렇게 이겨나가는 모습으로 동료 청년들에게 소망을 주라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우리가 환난받는 것도 너희의 위로와 구원을 위함이요 혹 위로받는 것도 너희의 위로를 위함이니 이 위로가 너희 속에 역사하여 우리가 받는 것 같은 고난을 너희도 견디게 하느니라."(고후1:6)
참고로 사도 바울이 아무리 기도해도 응답 받지 못한 사탄의 가시 즉 고질병이 정신질환 중의 하나인 간질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바울이 받은 기도의 응답은 "네게 이르시기를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 짐이라 하신지라"(고후12:9a)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이러므로 도리어 크게 기뻐함으로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라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으로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고후12:9b)고 반응했습니다. 낫지 않은 질병을 자랑하고 기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의 능력이 머문다고 해서 그 병이 그 후에 나았다는 뜻도 아닙니다. 그런 질병을 갖고도 정상생활을 영위하는데에, 특별히 사도로서 복음 전파는 하는데 전혀 장애가 없었고 오히려 더 풍성한 열매가 열렸다는 뜻입니다.
정신질환으로 큰 고통 가운데 있는 분들에게 오히려 부담이 되는 말씀이 되겠지만 하나님이 계시하신 해결되지 않는 고난에 대한 당신의 뜻인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8/22/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