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제대로 읽고 싶습니다.
[질문]
최근 무분별한 유튜브 영상으로 성경이 조금씩 왜곡되어간다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정통 교단으로 인정받은 장로교나 감리교 목사님들도 창조와 구원에 대해 세상적으로 해석하실 때가 있는데요. 매주 듣는 설교 역시 성경 자체에 대한 해석이라기보다는 한 주간 삶에 적용할 내용 위주로 전해주시니 성경을 정말 한 문단 한 문단 그 깊이를 헤아리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또한 평신도이기 때문에 신학교나 장기 프로그램에 참여할 여유는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혼자 성경을 읽다 보면 물론 은혜는 되지만 해석 측면에서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성경을 제대로 알고 싶은데 추천해주실 방법이 있을까요?
[답변]
성경 읽기의 원리
많은 신자들이 공감하는 주제입니다. 그런데 성경을 본문 중심으로 제대로 강해 설교하는 교회라고 해도 신구약 66권을 다 설교하거나 가르칠 수 없습니다. 신자가 따로 성경을 읽어 나가야 하는데 혼자서 경건의 시간을 가질 때 해석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성경을 바르게 해석하려면 최소한 성경해석학과 조직신학을 필수적으로 숙지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교회에서 성경 공부와 별도로 일반 성도를 상대로 그 둘을 가르쳐야 한다고 계속 주장해왔습니다만, 안타깝게도 그런 인식을 가진 목회자님들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 두 학문의 내용은 방대하니까 여기서 설명해드릴 수는 없고, 신자들이 간단한 성경해석학과 조직신학 관련 책을 구해서 독학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 두 책을 지식적으로 배운다고 해서 성경을 온전히 해석할 수는 없습니다. 성경 해석에 필수적인 몇 가지 원리와 순서에 대해서 말씀드린 후에 가장 실천적인 방안으로 결론 삼겠습니다.
무엇보다 성경이 어떤 책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이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하게 하며 모든 선한 일을 행할 능력을 갖추게 하려 함이라.”(딤후3:16,17) 성경은 하나님이 신자를 온전하게 하기에 필수적인 당신의 절대적 진리를 성령의 영감을 통해 계시해준 책입니다.
신자라면 66권의 내용을 통해서 하나님과 그분의 진리를 깨달아 삶에 적용 실현해야 합니다. 예수님 당대의 직접 제자가 아닌 이상, 성경을 모르면 구원받는 믿음부터 온전히 형성되지 못합니다. 신자가 믿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진리는 오직 성경입니다. 하나님이 지금도 성경을 통해 절대적 진리를 바로 나에게 계시하고 계신다는 확고한 인식을 갖고서 성경을 대해야 합니다. 신자가 살고 죽는 것이 성경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절대 아니므로, 단순히 종교 지식적 차원으로 성경에 접근해선 안 된다는 뜻입니다.
성경은 성령의 영감(靈感, inspiration)에 의해 저작된 책인지라, 진리의 영이신 성령이 정확히 이해하도록 지혜와 분별력으로 밝혀 주는 조명(照明, illumination)에 의지하며 읽어야 합니다. “먼저 알 것은 성경의 모든 예언은 사사로이 풀 것이 아니니 예언은 언제든지 사람의 뜻으로 낸 것이 아니요 오직 성령의 감동하심을 받은 사람들이 하나님께 받아 말한 것임이라.”(벧후2:20,21)
성령의 조명을 받는다고 해서 성령의 지혜나 지식의 은사(고전12:8)를 받아야만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살아계시는 하나님이 성경을 통해서 지금도 나에게 직접 당신의 절대적 진리를 말씀하고 계신다는 확고한 인식을 바탕으로, 그 말씀을 듣고서 그대로 실천하겠다는 결의를 품고서 읽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소년 사무엘이 하나님께 선지자로 세움을 받을 때 “말씀하옵소서 주의 종이 듣겠나이다”(삼상3:10)라는 순전하고도 겸손한 믿음의 자세를 갖추고 성경을 대해야 합니다.
그래서 성경을 읽기 전에 잠깐이라도 마음속으로 성령의 인도를 구하면서 자신의 믿음과 자세를 가다듬는 기도를, 또 성경을 읽은 후에는 그대로 순종 헌신하겠다는 기도를 해야만 합니다. 바꿔 말해 성경에서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서 그분의 뜻을 깨달으려고 노력해야지 도덕적 종교적 계명을 먼저 찾으려 해선 안 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성경은 특이하게도 그대로 순전히 믿고서 삶에 실천해본 체험이 있어야만 완전하고도 정확하게 깨달을 수 있는 책입니다.
무엇보다 미처 그 의미를 정확히 깨닫지 못해도 성경을 매일 꾸준히 읽는 습관부터 반드시 들여야만 합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단순히 그 내용을 지식적으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는 크게 부족합니다. 나를 알고 계시며 사랑하시는 하나님이 내 인생을 거룩하게 이끄시기 위해서 지금 나에게 말씀하고 계신다는 확신과 함께 본인도 그분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전적으로 의지 순종하려는 순전한 믿음으로 읽어야 합니다. 혹시라도 성경의 내용을 다 파악했다고 해서 읽기를 중단하면 안 됩니다. 살아 역사하시는 하나님이 매일 말씀하시기에 같은 본문도 그 깨닫는 바가 신자가 처한 여건, 시기, 장소는 물론 믿음의 성숙 여부에 따라서 매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구속사적으로 성경을 통독하라.
이제 성경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읽어나갈지 살펴봅시다. 가장 먼저 성경 66권을 반드시 한 번 이상은 통독해야 합니다. 성경 전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물론 개별 책 별로 어떤 주제를 강조하며 어떤 내용을 기록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성경 통독에 관해 안내하고 그 내용을 정리해 놓은 책들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으니 함께 참조하시면 좋습니다. 일정표대로 통독할 때 주의할 점은 미처 빠트린 내용을 꼭 보충한 후에 읽으려면 자꾸 쳐지면서 따라가기 버거워집니다. 그 부분은 생략하고, 나중에 여유가 생길 때 찾아서 보면 되니까, 다시 일정표대로 따라가면서 한 번이라도 통독을 마치는 것이 좋습니다. 성경 읽는 습관을 들여야 하고 성경 읽는 보람과 기쁨부터 늘려야 합니다.
혹시 성경이 같은 내용을 중복해 기록하기에 (율법을 다시 설명하는 신명기, 구약의 역사서, 네 복음서 등) 혼동된다면, 사건별로 발생순서에 따라 기록한 ‘연대기 성경’도 발간되어 있습니다. 네 복음서만 별도로 비교 대조해 놓은 책도 있습니다. (본 홈페이지에 소개해두었음 - [추천] 신자, 특별히 목회자가 꼭 구입해야 할 책)
그리고 성경을 개별 책별로 내용을 파악하기 전에 성경 전체가 말하는 바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인류 구속사에 대한 책이라는 관점에서 접근 해석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맨 처음 통독할 때도 가능한 그런 개념에 비추어서 의미를 찾으려 노력해야 합니다. 마침 오늘(6/27) 자유게시판의 구속사에 관한 질문에 답한 내용을 아래에 인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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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보이지 아니하는 하나님의 형상이시요 모든 피조물보다 먼저 나신 이시니 만물이 그에게서 창조되되 하늘과 땅에서 보이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과 혹은 왕권들이나 주권들이나 통치자들이나 권세들이나 만물이 다 그로 말미암고 그를 위하여 창조되었고 또한 그가 만물보다 먼저 계시고 만물이 그 안에 함께 섰느니라."(골1:15-17) - 본문에서 그는 예수님을 뜻합니다. 한마디로 세상 만물은 예수님에 의해 창조, 통치, 완성된다고 선포합니다.
삼위 하나님은 예수님의 십자가 구원을 예비하신 후에 이 땅과 인간을 창조하시고, 그 타락을 허용하시고, 또 주님의 초림으로 구원의 길을 연 후에, 장차 주님이 재림하셔서 새 하늘과 새 땅으로 구원을 완성할 것을 지향하며 역사를 이끌어 오셨고 또 이끌 것입니다. (창3:15, 요1:1) 그것이 바로 인류의 구속사(救贖史, His Redemption History)입니다.
구약은 그래서 예수님이 오셔야 할 배경, 이유, 목적을 설명하고 있고 신약은 예수님이 오셔서 하신 일과 그 열매와 앞으로 이뤄질 일들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창조 - 타락 - 구원 - 완성으로 이어지는 인류의 역사("성경의 맥을 잡자" 사이트에서 네 주제 시리즈로 이미 다뤘음)는 하나님이 그리스도의 십자가 은혜로 죄인을 구원하시는 역사이며 성경은 그것을 기록해놓은 책입니다. 따라서 신자는 과거, 현재, 미래의 세상 만사는 당연히 그래야 하지만, 최소한 성경이라도 오직 그분의 구속사적인 관점에서 분별, 이해, 판단, 적용해야 합니다. 성경에 계시 된 구속사를 모르면 하나님과 그분의 역사는 물론 자신의 구원과 완성에 대해서도 정확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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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성경은 예수님과 그 십자가 구속에 관한 책이므로 모든 해석의 키를 예수님으로 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그런 구속사적 관점에서 성경을 해석하려면 아무래도 성경의 진리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조직신학에 대한 지식도 있어야 합니다. 요즘은 일반 신자들이 참조할 수 있는 쉬운 조직신학 책들도 많이 발간되어 있습니다. 그 대체 방안으로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같은 교리 책을 구해 보셔도 됩니다. 교리가 결국 성경의 진리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성경을 구속사, 조직신학, 교리 등으로 정리한 것에 비추어서 참조해야 하는 까닭은 혼자서 성경을 읽고 분별한 뜻이 과연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의 절대적 진리와 일치하는지 점검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성경을 일차 통독한 후, 구체적으로 깊이 묵상하기 전에 혹은 그와 동시에 반드시 배워두어야 합니다.
성경 해석학을 배워라.
성경 통독을 마치고, 교리나 기초적인 신학에 대한 - 사실은 신자들이 교회에서 설교나 제자훈련 등으로 계속해서 배우고 있었음 - 지식이 있어도 여전히 성경은 혼자서 해석하기가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성경은 시간과 공간적으로 현대와 너무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성경 원전을 저작할 당시의 관습, 문화, 법률, 제도, 경제, 사회, 역사, 종교 등에 대한 지식을 모르면 정확히 이해하기 힘듭니다. 나아가 성경 저자가 어떤 상황에서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목적으로 저작하면서 무슨 주제를 강조했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성경 통독을 가이드해주는 책에서 일부 가르치고 있습니다.)
둘째는 성경이 비록 하나님의 절대적 진리의 말씀이긴 하지만 인간의 언어를 매개체로 계시한 것입니다. 하나님이 직접 말씀하신 것이므로 단어 하나하나마다 영적으로 심오한 진리가 반드시 숨겨져 있다고 믿고서 접근해선 안 된다는 뜻입니다. 대신에 문학적 기법이 동원되었기에 문학적 해석 기법도 사용해야 합니다. 요컨대 단어, 문구, 문장 등을 축자적으로 따진 문자적인 의미에 붙들려선 더 깊고도 정확한 뜻을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성경은 하나님이 인류를 구속하기 위한 당신의 뜻과 진리를 계시함에 하자가 없는 것이지, 과학적 사실적으로 정확해야만 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폴 파인버그라는 신학자가 그런 필요가 없는 대표적인 여덟 경우를 제시했습니다. 성경의 무오성(無誤性)이, 1) 문법 규칙의 엄격한 준수를, 2) 역사적 또는 의미론적 정확성을, 3) 현대 과학의 전문용어를, 4) 신약성경이 구약성경을 문자적으로 정확하게 인용할 것을, 5) 예수님의 말씀이 예수님의 정확한 음성을 포함할 것을, 6) 관계된 것들의 단일하거나 복합적인 설명을 빠짐없이 포괄할 것을, 7) 저자가 활용한 자료 중에 영감 되지 않은 것들이 무오, 무결할 것을 ... 요구하지 않으며 8) 비유적 표현이나 문학 장르의 사용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오직 하나님의 말씀’ 매튜 버렛 지음, 김재모 옮김, 부흥과 개혁사 2018년 발간 p.407에서 간접 인용)
지금껏 설명해드린 해석상의 난점들을 극복하고 성경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방안을 가르치는 학문이 바로 성경해석학입니다. 일반 신자가 아주 쉽게 배울 수 있는 책 두 권을 아래에 다시 소개해놓았습니다. 그 책들을 숙독한 후에 성경을 읽으면 성경에 대한 관점과 이해도가 이전에 비해 많이 정확하고 깊어질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성경을 바르게 해석하려면, 먼저 성경 통독을 한 번 이상은 해야 하고, 성경해석학의 원칙에 따르되, 특별히 예수님과 그 십자가를 기준으로 의미를 분별하여야 하며, 깨달은 바가 옳은지 여부를 조직신학이나 교리에 비추어 다시 확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되려면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요되는 일종의 신학 공부를 해야 합니다. 아무래도 혼자서 제대로 다 행하기 어렵고 무엇보다 자신이 정확히 공부하고 있는지 스스로 판단하지도 못합니다.
가장 간편한 방안
그래서 가장 좋고 손쉬운 방안이 하나 있습니다. 올바른 성경해석법에 따라서 기독교 정통교리에 합당하게 그 뜻을 해석한 내용을 첨부해놓은 성경이 이미 있습니다. 어려운 구절마다 주석이 첨부되어서 얼마든지 혼자서 자습할 수 있는 성경입니다. 조금 돈이 들더라도 그런 성경을 구입해서 관련 주석과 함께 읽으면 쉽게 이해됩니다.
대표적으로 이전에는 ‘오픈 성경’, ‘톰슨 성경’을, 최근에는 ‘개혁주의 스터디 바이블’을 꼽을 수 있습니다. 본인에게 적절한 주석 성경을 한 권 구해서 읽으시면 위에 설명한 과정들을 다 생략해도 됩니다. 그런데 한가지 반드시 유념해야 할 점은, 본인이 먼저 본문의 뜻을 나름대로 진지하게 묵상해 본 후에 설명과 대조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지 않고 미리부터 설명만 참조하면 자신의 영적 분별력과 지혜가 자라지 않습니다. 그리고 스터디 성경을 구입해도 아래에 소개한 성경 해석에 관한 책 두 권은 가능한 꼭 구입해서 미리 공부하시면 스스로 묵상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6/27/2023)
“성경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책별로 성경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고든 D. 피, 더글라스 스튜어트 공저, 성서유니온 발간)
더 전문적인 성경해석학 책이 있으나, 읽기 쉬우며 잘 정리된 책입니다.
'살아 역사하시는 하나님이 매일 말씀하시기에 같은 본문도 그 깨닫는 바가 신자가 처한 여건, 시기, 장소는 물론 믿음의 성숙 여부에 따라서 매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매우 공감합니다. 성경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책이나 영화도 두 번 이상 보면 보이지 않았던 부분이 보이기도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