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가 마구간에서 태어났는가?

조회 수 4176 추천 수 105 2006.07.03 18:35:56
[질문]

한국의 목사들은 "예수님이 마구간의 말구유에 태어나셨다 . 즉 마구간에서 태어나시고 말  구유에 뉘셨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성경은 "여인숙의 구유"에 누이셨다고 말하고 있지요. 이번 이스라엘의 여행에서  현지 가이드들은 분명히 마구간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하 동굴의 집이기에 말이나 소 같은 동물은 들어갈 수가 없는 곳이었습니다.  양들은 넣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목사들은  마구간이라는 것이 무엇이 잘못 되었다는 것이냐고 덤벼듭니다. 마음대로 추측해서 말해도 이 정도는 괜찮은 것인지요.   한국식 마구간에  들어가 잘 수 있을까요?  말이나 소가  쉬하면 웬만한 곳은 오줌 바다가 되는 것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목사님. 미국 사람들도 마구간에서 태어나셨다고 하는지요?

[답변]

미국 목사들이라고 특별한 해석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객관적으로 타당하게 해석하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말하자면 성경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은 부분에 관해선 그 기록을 당시 상황에 맞추어 해석한 여러 의견을 다 함께 소개하는 것입니다.

아기 예수 탄생 때 구유에 누인 것에 관한 성경 기록은 아래 세 구절뿐입니다.

"맏아들을 낳아 강보로 싸서 구유에 뉘었으니 이는 사관에 있을 곳이 없음이러라."(눅2:7), "너희가 가서 강보에 싸여 구유에 누인 아기를 보리니"(눅2:12), "빨리 가서 마리아와 요셉과 구유에 누인 아기를 찾아서"(눅2:16)

따라서 성경에는 구유(manger)라는 말만 나와 있지 어느 곳에 있는 구유인지 명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시에 구유가 있었던 장소와 연결해서 요셉 일행의 숙박 장소를 추측해볼 수밖에 없습니다.  

요셉 일행의 숙박 장소는 일단 성경 기록대로 사관은 아닙니다. 그런데 본문에서의 사관을 일반적인 여관을 뜻하는 헬라어 판도게이온(눅10;34, 우리 말 성경에선 주막으로 번역됨) 대신에 공공숙소, 여관, 객실, 다락방 등으로 번역되는 카달뤼마가 사용되었습니다. 그 어떤 의미로 해석하든 예수가 탄생한 장소는 일단 여관(Hotel, Inn)의 객실은 아닙니다.

또 당시 베들레헴이 아주 작은 소읍이라는 것을 감안 하면 여관 혹은 공공숙소는 겨우 한두 개 밖에 없었을 것인데 마침 호적할 때라 여행객이 평소보다 많아 빈방이 없었을 것은 당연합니다. 간혹 여관 주인이 나사렛에서 온 임산부 일행을 박대해서 예수님은 태어날 때부터 핍박을 받았다는 해석은 무리한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럼 나머지 가능성은 사관에 딸린 마구간 혹은 곡식창고, 일반 가정 집, 또는 들판입니다. 왜냐하면 그 세 곳에 다 구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옥외에 양떼를 모으는 곳들이 있고 구유가 있었긴 하지만 아무래도 들에서 출산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제외되어야 할 것입니다. 비록 당시 유대인들이 영적으로 타락해 있었다 할지라도 모세의 율법에 나그네를 대접하라는 계명을 몰랐을 리 없었을 것이며 만삭의 임산부를 문전 박대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간혹 들판에서 예수를 출산했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지만 이 또한 무리한 해석일 수 있습니다.

이제 남은 곳은 사관에 딸린 마구간 혹은 가정집입니다. 그런데 당시의 팔세스타인 지역의 일반적인 가옥 구조는 아래 위가 뚫린 One Room Style로서 그 중간에 다락 형태로 간을 나눠놓았습니다. 그 다락에는 사람들이, 아래는 가축이 기거하게 되어 있습니다. 미국 서부 영화에 종종 나오는 지붕이 높은 곳간 한쪽 벽에 중간 다락을 만들어 놓은 모습을 상상하면 됩니다. 그 아래쪽에는 주로 석회석(Limestone)으로 만든 구유가 놓여 있었습니다. (그 사이즈는 대충 길이 1m, 폭 50cm, 깊이 60cm 정도였음)

그런데 사관이라고 번역된 헬라어 단어가 다락방도 의미하므로 개인 가정집 아래쪽의 가축들이 기거하는 장소일 가능성이 제일 높습니다. 또 사관을 여관으로 해석해도 요셉 일행이 여관에 방이 없으면 그 다음에는 당연히 재워줄만한 가정집을 물색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관 주인이 여관에 딸린 마구간에라도 괜찮다면 자라고 권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떻게 해석을 했던 성경대로 분명히 구유 근처에서 출산했습니다. 그리고 구유란 가축 전용의 마구간이든, 가정집 아래층이든, 곳간이든 가축들이 항상은 아니지만 기거하는  곳입니다. 요셉 일행은 그런 곳에서 숙박하고 예수를 출산했던 것입니다.

가축들이 있다고 해서 항상 축축하고 지저분하지는 않습니다. 일부는 그렇지만   건초나 사료를 쌓아둔 마른 땅도 있습니다. 그러나 갓 태어난 아기를 젖은 땅에 둘 수도 없고, 건초가 깔린 곳이라고 해도 벌레들이 많이 있을 수 있으므로 그곳에도 쉽게 누일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마침 구유에 물이 없이 말라 있었으므로 강보에 싸인 아기를 누이기에는 가장 적격이었을 것입니다. 구유에 물이 말랐다는 것은 예수가 탄생했을 때에는 마침 그곳에 가축이 없었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따라서 예수의 탄생 장소를 마구간이라고 한정하기 보다는 위에 설명한 내용대로 이해하면 될 것입니다. 요컨대 성경은 요셉이 숙박한 장소에 대해선 분명한 기록이 없지만 갓 태어난 아기 예수는 분명히 강보에 싸여 구유에 누여졌다는 뜻입니다.

저는 아직 성지 순례를 가보지 못했습니다. 질문자님께서 직접 현지 사정을 보시고 또 현지 가이드의 이야기를 들었으니 아마도 더 정확하게 당시 상황을 성경 기록에 비추어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루두개

2024.02.08 02: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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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 경배하는 목자들 그림이 떠오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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