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믿음의 정도를 점수로 표현한다면 아마도 저는 낙제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마도 이런 의문이 생기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아침 출근길에 FM 88.1 (San Francisco/San Jose)에서 방송되는 미국 목사님들의 설교 말씀을 듣습니다.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에 마음에 위로, 용기 그리고 재미를 더해주는 말씀을 자주 듣습니다.
약 한달 정도 전에 듣던 말씀 중에 "하나님께서는 모든 것을 준비하시고 예비하시며 알고계시고 계획하셨다 !" 라는 내용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어쩌면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전혀 의심 없이 받아들인, 아니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했던 내용인데 그날은 갑작스레 "그런데 왜?" 하면서 한 가지씩 제 자신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한 달이 되어 가는데 저 혼자서는 답을 구할 수가 없어서 이렇게 도움을 청합니다.
제 질문은 간단합니다.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먹게 되는 일도 하나님이 계획하시고 예비하신 것인가? 그렇다면 왜 그러셨을까? 나아가 현재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죄악, 질병, 전쟁 등을 모두 계획하신 것이라면 왜 그러셨을까? 왜 하나님은 쉽고 간단하게 믿지 않는 자, 악한 자들의 마음을 바꾸게 하시어 모두가 평화롭고 사랑만이 넘치는 세상으로 만들지 않으셨을까?
[답변]
믿음의 정도가 낙제가 아니라 우등에 속하는 질문입니다. 더 정확하게는 반드시 이 질문을 통과해야 우등에 속하기에 우등으로 들어가는 질문을 해주셨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신자들이 별다른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평생을 마치는 것처럼 보입니다. 진짜로 아무런 의심 없이 끝까지 순수하게 믿어진다면 그만큼 좋은 것이 없습니다만, 사실은 그런 사람은 아마 한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반드시 한 두 번씩 의심이 생기는데도 조금 생각하다가 말거나,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교리적인 답변을 얻는 것으로 치웁니다.
이 문제는 이 사이트의 성경 문답에서 직간접으로 여러 번 다뤄졌습니다. 특별히 #75 “하나님은 왜 인간이 타락할 줄 알면서 선악과를 두셨는가?”와 그 내용이 중복됩니다. 그래서 우선 그 내용을 참조하시면 좋겠습니다. 혹시라도 그래도 더 의문이 생기거나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다시 구체적으로 질문을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질문이나 75번 질문에서나 반드시 더 깊이 따져야 할 부분은 궁극적으로 “하나님이 죄악을 의도적으로 계획하셨는가?”일 것입니다. 그래서 간단하게 이 문제를 다루고 질문하신 내용은 #75로 그 답변을 대신하는 것으로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나님이 죄악을 의도적으로 계획하셨는가?” 라는 질문은 죄의 근원이 하나님의 책임으로 귀속이 되느냐에 관한 문제입니다. 쉬운 말로 “죄는 어디에서 왔느냐?”라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선 크게 보아 세 가지 입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우선 일원론적 입장으로, 세계에는 선(善)만 실재(實在)하고 악은 ‘선의 결핍된 상태’로 보는 것입니다. 악은 본질적으로 악이 아니라 선이 조금 모자란다는 것입니다. 이 입장은 죄악의 근원이 따로 없으며 하나님에게도 아무런 책임도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악의 세력에 대한 만족한 설명을 하지 못합니다. 플로티누스, 신플라톤주의, 아우구스티누스가 이에 속합니다.
둘째는 마니교와 페르시아 종교에서 택하는 이원론적 입장입니다. 선과 악을 처음부터 있는 본래적 실재로 간주하는 것입니다. 선과 악이 함께 본래부터 있었다면 엄밀히 따져 본래부터 있는 것을 악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나아가 선과 악이 창조 이전에 이미 있어서 그 둘 모두 하나님과 아무 상관이 없어지거나, 아니면 창조 때에 사단과 하나님이 영원히 스스로 자존할 수 있는 두 존재로 이미 있었다는 뜻이 되거나, 아예 세상은 하나님이 없고 물질적 우주와 함께 선과 악이 태초부터 존재했다는 의미가 되어버립니다. 이는 도저히 말이 안 되며 벌써 여러 가지 가능성이 나타나면 그 자체로 진리가 아님을 자증(自證)하는 셈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신자들은 동양의 음양이론 같은 것은 절대로 배격해야 합니다.)
셋째는 기독교적 입장입니다. 하나님은 이 세상을 죄 없이 창조하셨습니다. 그리고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었습니다. 하나님이 죄를 만드신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인간이 나중에 당신을 배반할 지라도 로봇이나 동물로 만들기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인간이 사단의 유혹에 넘어가 선악과 금령을 어김으로써 죄가 세상에 들어왔습니다. 그렇다고 사단이 죄의 근원에 대한 궁극적 책임자라는 뜻은 아닙니다. 죄란 인간이 본래 하나님과 함께 있었어야 하는데도 반역과 불순종과 타락으로 하나님이 없는 상태로 전락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죄의 근원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하나님을 배역하고자 하는 성향에 있습니다.
또 하나님이 인간이 배역할 줄 알았다고 해서 죄의 근원이 그분에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하나님이 능동적, 적극적으로 인간이 죄를 짓도록 인도 내지 강권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당신의 적극적 의지를 동원해서 인간이 타락하기 전에 이미 타락을 예정해 놓고 그렇게 결과 되어지도록 이끈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하나님은 인간에게 선악과를 따먹지 않을 수 있는 자유도 충분하고도 완전하게 주셨습니다. 그럼에도 인간이 하나님을 떠나서 스스로 세상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는 방향으로 그 의지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것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하나님은 타락을 예정(豫定) 하지 않았고 다만 예지(豫知)하셨습니다. 그런데도 적극적으로 타락을 막지 아니한 이유는 죄악이 세상에 들어오는 한이 있어도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허락하고 싶었고 또 예수님의 십자가가 당신의 인간을 향한 구원의 경륜 안에 이미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이 땅을 창조할 때에 스스로 자원하여 당신을 순종하고 기꺼이 사랑하는 존재로 하여금 당신을 대신하여 이 땅을 다스리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 존재는 바로 심히 아름답게 창조된 인간입니다. 그럼에도 인간이 그 창조 목적대로 따르지 못함에 따라 죄가 이 땅에 들어온 것입니다.
따라서 죄란 결코 인간이 스스로 도달해야 할 수준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의 참된 기원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등을 돌리고 있는 상태와 그에 따른 모든 결과를 말합니다. 물론 도덕적 죄악(행동뿐 아니라 말과 생각까지)도 바로 이 좁게는 원죄, 넓게는 죄에서 나오는 결과입니다.
하나님을 등진 상태가 죄의 본질이라면 죄의 근원도 당연히 하나님이 아니라 인간이 됩니다. 하나님은 창조 이래로 단 한 번도 인간이 자신을 등지게 하거나 그렇게 하는 것을 원하기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쉽게 이렇게 생각해 보십시오. 누가복음 15:11-32의 돌아온 탕자의 비유에서 재산을 나눠준 아버지에게 그 타락의 책임이 돌아가는 것은 결코 아니지 않습니까? 오로지 재산을 받아 허랑방탕하게 낭비한 아들의 책임입니다. 그렇다고 아버지가 절대 재산을 나눠주지 말았어야 합니까? 혹은 나눠주었으니까 잘못한 것입니까?
아버지에게 타락의 책임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아직도 상거가 먼데 아버지가 저를 보고 측은히 여겨 달려가 목을 안고 입을 맞추었습니다.”(눅15:20) 또 아들에게 그 잘못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지 않고 벌도 주지 않고 오히려 잔치를 벌려 주었습니다. 죄는 아들이 아비를 근본적으로 떠난 것인데 이제 돌아왔으니 따로 용서할 죄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9/2/2006
참 신앙으로 접어들기 위한 통과의문이라 할 수도 있겠지요.
선악과를 만들어 두신 하나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정말 조금입니다) 깨우친다면,
우리 신앙의 많은 의구심들이 저절로 풀려질 것입니다!
이미 목사님의 설명으로 인하여 더욱 확실해졌듯이 말입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