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와 안드레 중에 누가 형인가요?

조회 수 1344 추천 수 38 2010.07.14 01:30:21
베드로와 안드레 중에 누가 형인가요?


참으로 난감한 질문입니다. 성경에는 명확한 구분이 없습니다. 헬라원어 아델프호스(영어로는 brother)는 단순히 형제 관계를 의미하지 나이와 서열의 구분은 없습니다. 그래도 질문을 주셨으니 이 사이트의 운영자로서 성의껏 답은 드려야겠지요.

이 주제는 아론은 멀쩡하고 미리암에게만 문둥병의 벌을 내리신 하나님의 뜻을 물었던 앞선 질문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그 답변 글에서 밝혔듯이 어떤 사건의 배경에 있는 하나님의 뜻 즉, 영적 진리(spiritual truth)는 그분이 광대하다시피 아주 깊고 광범위합니다.

그럼에도 행간의 의미는 전체 스토리와 하나님의 품성과 저자의 의도와 당시의 상황 등에 비추어 유추가 가능합니다. 또 그 유추가 합리성과 개연성을 갖추었고 성경이 일관되게 말하는바 진리와 상충하지 않으면 정당한 해석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반면에 이 질문은 명확하며 특정한 사실(a certain fact)에 관한 것입니다. 둘 중 한 사람은 분명히 형이고 동생입니다. 확률이 50%라고 해서 대충 때려 맞출 수는 없습니다. 사실이 사실인지라 성경이 말하는 바를 벗어나서 함부로 추측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형제면 되었지 구태여 따질 필요는 없다는 것도 미진합니다. 일단 어떤 의문이 들었으면 최대한 답을 얻으려고 성경을 파헤칠 필요는, 비록 정답을 못 얻더라도, 충분히 있습니다. 그러면 이 주제에 한정되지 않는 성경의 다른 부분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고 또 성경 전체를 보는 눈이 더 넓어지는 유익을 추가로 얻게 됩니다.    

이 문제에 관한 어느 정도 결정적인 힌트가 성경에 딱 한 군데 나옵니다. “회당에서 나와 곧 야고보와 요한과 함께 시몬과 안드레의 집에 들어가시니 시몬의 장모가 열병으로 누웠는지라 사람들이 곧 그의 일로 예수께 여짜온대.”(막1:29,30)

이 구절이 왜 결정적 힌트가 됩니까? 시몬과 안드레의 집이라고 했습니다. 두 집이 아니라 한 집입니다. 그럼 형제가 동거하는 집입니다. 한 집에 동거한 이유는 알다시피 둘이서 함께 고기잡이를 하는 어부로서 일종의 동업을, 아마 가업(家業)이라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임, 했던 관계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시몬은 장모가 있었기에 장가를 갔습니다. 그럼 안드레는 총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래로 동양적 관습은 당연히 형이 먼저 장가를 가고 또 특별히 장남으로 집안을 책임지는 위치라면 미혼 형제들이 형 집에 함께 기거하지 않습니까? 장모랑 함께 기거했고 예수님이 가버나움의 이 집을 갈릴리 사역의 본부로 사용했으므로 집이 아주 컸다는 뜻입니다. 또 그럼 베드로의 위치가 양쪽 집안에서 상당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복음서 전체를 살피면 예수님은 열두 제자 중에서도 공사역 기간 동안에 특별히 가까이 지내고 많은 일에 동참 시킨 세 제자(inner circle)가 있습니다. 본문에서처럼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이 그들입니다. 때로는 안드레도 포함하여 네 명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아무래도 베드로와 형제 사이이고 이처럼 한 집에 동거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또 베드로는 적극적 주도적으로 제자의 역할을 감당한 반면에 안드레는 비교적 소극적 수동적이었습니다. 무슨 뜻입니까? 형제라도 성격이 다르듯이 그 기질 탓일 수도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형 앞에선 동생이 잠잠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해석이라는 것입니다.  

안드레가 아주 적극적이었던 경우도 물론 있었습니다. “예수께서 사라사대 와 보라 그러므로 저희가 가서 계신 데를 보고 그날 함께 거하니 때가 제십시쯤 되었더라. 요한의 말을 듣고 예수를 좇는 두 사람 중에 하나는 시몬 베드로의 형제 안드레라. 그가 먼저 자기의 형제 시몬을 찾아 말하되 우리가 메시야를 만났다 하고 (메시야는 번역하면 그리스도라) 데리고 예수께로 오니.”(요1:39-42)

그러나 이는 안드레가 메시야를 만난 기쁨에 겨워서 같은 형제에게 소개해줄 열망을 드러낸 것이지, 구태여 그가 베드로보다 더 적극적이었다고 해석할 이유는 없습니다. 또 이런 경우는 성경 전체에서 이 부분뿐입니다.  

오히려 이 기사는 베드로는 기혼, 안드레는 총각이었다는 서두의 추측에 더 무게를 실어줍니다. 안드레는 세례 요한의 제자였습니다.(요1:35) 당시 유대 관습으로는 랍비의 제자는 스승과 동고동락해야 합니다. 기혼자로 장모와 함께 큰 집에서 살던 베드로는 그럴 수 없었지만 반면에 안드레는 총각으로 자유로운 처지라 그럴 수 있었다는 뜻이지 않습니까?

이처럼 아무래도 베드로가 형이고 안드레가 동생일 확률이 높습니다. 또 충분히 그럴 개연성과 합리성도 갖추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아무도 단정적으로는 말할 수 없습니다. 반면에 이런 의문을 추적하다 보면 성경을, 특별히 복음서는 반드시, 상호 비교하며 읽고 묵상하면서 분별하는 좋은 습관을 들일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성경기사에서 베드로가 먼저 언급된 것에 근거해 형이라고 유추할 수도 충분히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문답 # 172 “아브라함의 아비 데라는 언제 죽었나요?”에서 이미 한 번 살펴본 대로 아브람이 순서상 가장 먼저 기술되었어도 오히려 막내일 확률이 높았지 않습니까? 유대 표현법상 베드로가 처음 나타난다고 꼭 형이라는 보장은 없다는 뜻입니다. 그가 복음서 기술에 먼저 나타나는 것은 앞에서 언급한 대로 그가 맡은 역할이 중요했던 핵심제자였기 때문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어쨌든 베드로가 형일 가능성은 여러 정황상 아주 높지만 확정지을 수는 없다는 것이 이 질문에 대한 가장 합리적인 답변입니다.  

7/13/2010

이선우

2010.07.14 18:13:22
*.187.107.5

목사님, 역시 제 스승님이시옵니다.ㅎㅎ 시원하고 명확한 답변에 제 눈의 비늘이 벗겨진 듯 합니다. 이걸 무공의 경지로 얘기하자면, 금강불괴와 노화순청을 넘은 등봉조극의 단계라고 한다지요. 경공으로 따지자면, 초상비나 등평도수를 넘은 육지비행술의 수준.. 존경합니다.^^

사실 언젠가 시간이 나면 소설 “베드로의 눈물”을 쓰고 싶었습니다. 웨이브6기의 은혜 주심을 바탕으로 해서 소재는 풍성합니다. 베드로를 형으로, 안드레를 동생으로 설정하여 제 상상의 나래를 펴 볼 때가 오겠지요. 혹시 먼 훗날 출간이 되면, 목사님의 이 말씀을 서문으로 사용하도록 허락해 주시겠지요?ㅋㅋ 감사합니다!

운영자

2010.07.15 13:50:39
*.108.161.181

저는 우선 무공술의 여러 현란한 단어들의 뜻조차 모르기에
도저히 그런 경지에 이르런 것은 아닌 듯 싶습니다.

"베드로의 눈물" 너무나 좋은 주제입니다.
어지간히 의인이라고 자칭하는 자도 그 눈물의 참 의미를 안다면
십자가 주님 앞에 고개를 감히 쳐들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 소설 하루 속히 출간되기를 기대합니다.
또 본문이 그 서문으로 쓰인다면 저야말로 큰 영광입니다. ^^

이선우

2010.07.16 08:43:25
*.187.106.144

ㅋㅋ 목사님, 무공의 세계를 모르시면 그쪽은 다음 번에 제 견해를 밝히겠습니다. 고체에서 액체로, 액체에서 기체로 도약하는 단계..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최후적 자유함.. 하여튼 상상을 불허하는 최상의 경지라는 뜻입지요.^^

소설 “베드로의 눈물”.. 마음 속에 있는 장기 프로젝트 중의 하나인데, 시간은 좀 걸릴 것 같습니다.(아무래도 은퇴하고 나서야..^^) 목사님께서 지원해 주신다니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입니다. 서문 뿐 아니라, 베드로의 눈물에 대한 최종 결론, 대미의 피날레편을 써 주시면 좋겠습니다.ㅎㅎ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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