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이세상이 언젠가는 끝나고 새 하늘과 새 땅이 도래한다면 그동안에 이 세상에서 이룬 성도의 삶이 결국 이 땅을 하나님의 나라로 만들지 못해서 그런 건가요?
[답변]
원칙적으로 정확하며 거기다 아주 예리한 해석입니다. 성도가 이 땅을 온전한 하나님 나라로 만든다면 하나님 쪽에서 새 하늘과 새 땅으로 변모시킬 이유도 필요도 없을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런데 그 위에 보완해서 알아야 할 한두 가지 성경진리가 있습니다.
우선 질문자도 말씀하셨듯이 “이 세상은 언젠가는 끝나게” 처음부터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성경은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습니다. 만물의 시작이 있었다는 것인데 그럼 그 끝도 있게 마련입니다. 성경적 역사관은 직선적입니다. 한없이 윤회하는 원형모습도, 영원히 지속되는 밑도 끝도 없는 역사가 결코 아닙니다.
오해는 마셔야 할 것은 하나님이 마지막에 심판할 것을 목적으로 이 땅을 창조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물론 최초 인간 아담이 자신의 자유의지를 사용해 당신을 거역하고 타락할 줄은 미리 아셨습니다. 그럼에도 아담을 창조한 것은 예수 십자가의 구원이 이미 마련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요1:1-3, 요일1:1) 또 그 은혜로 구원받은 자들과 성령 안에서 교제 동행하길 당신 쪽에서 간절히 원하셨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택하신 백성들의 찬양을 받기 위해서였습니다.(사43:21)
쉽게 말해 창조의 목적은 구원이지 심판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배신을 당하는 아픔을 감수하고도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어서 당신과 닮은 인격체로 세우길 바랐던 것입니다. 죄인들로 예수 십자가 은혜를 통해 그 인생을 변화시켜 또 그들로 질문자님의 말씀대로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세우길 원한 것입니다.
그런데 십자가 구원으로 죄인을 완전한 성자로 바꾼 것은 아닙니다. 십자가 보혈의 공로에 겸손히 엎드리는 자를 의롭다 칭하고 당신의 자녀로 받아준 것뿐입니다. 신자들에게도 여전히 죄의 본성이 살아있고 또 끝까지 완악하게 당신을 거역하는 죄인들이 세상을 주도하고 있기에 이 땅이 당신의 나라로 온전히 바뀌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불가능한 일을 하나님이 계획하실 리도 없습니다. 성도에 의한 완전한 하나님 나라의 실현은 처음부터 창조 계획에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찬송하리로다 하나님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하늘에 속한 모든 신령한 복으로 우리에게 복 주시되 곧 창세 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사 우리로 사랑 안에서 그 앞에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시려고 그 기쁘신 뜻대로 우리를 예정하사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자기의 아들들이 되게 하셨으니 이는 그의 사랑하시는 자 안에서 우리에게 거저 주시는바 그의 은혜의 영광을 찬미하게 하려는 것이라.”(엡1:3-6)
대신에 바로 이것이 하나님이 이 땅을 창조하신 이유입니다. 한마디로 그리스도의 영광과 은혜가 이 땅에 충만토록 하는 것입니다. 아담이 타락할 줄 알았어도 그리스도가 십자가가 마련되어 있기에, 또 타락한 인간들을 그리스도 십자가로 구원할 계획이었기에, 나아가 그렇게 구원 받은 성도들로 이 땅에 그리스도의 이름의 영광을 더 높이도록 하기 위해서 창조한 것입니다. 그래서 타락했음에도 그 즉시로 아담에게 원시복음의 언약을 주셨고(창3:15) 짐승을 잡아 가죽옷을 직접 지어 입히셨습니다. 때가 차자 태초부터 계신 생명의 말씀이 성육신 하여 이 땅에 오셨습니다. 그분의 십자가 은혜로 구원 받은 자는 성령의 인도와 간섭으로 날로 “거룩하고 흠이 없게” 그분께서 가꾸고 다듬어 가시는 것입니다.
“그가 태초에 하나님과 함께 계셨고 만물이 그로 말미암아 지은바 되었으니 지은 것이 하나도 그가 없이는 된 것이 없느니라.”(요1:2,3) “그는 보이지 아니하시는 하나님의 형상이요 모든 창조물보다 먼저 나신 자니 만물이 그에게 창조되되 하늘과 땅에서 보이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과 혹은 보좌들이나 주관들이나 정사들이나 권세들이나 만물이 다 그로 말미암고 그를 위하여 창조되었고 또한 그가 만물보다 먼저 계시고 만물이 그 안에 함께 섰느니라.”(골1:16-17)
다 잘 알고 있는 성경의 진리를 다시 거론하는 까닭은 “성도의 삶이 결국 이 땅을 하나님의 나라로 만들지 못해서”가 역사 종결의 첫째 혹은 중요 이유가 절대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바꿔 말해 신자의 실패 때문에 하나님으로서도 어쩔 수 없이 차선의 대체방안을 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하나님의 창조의 목적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백성들을 거룩하고 흠 없게 하고 또 그 백성들을 통해 그리스도를 만물 가운데 충만케 하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가 알파요 오메가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는 것입니다. 예수를 온전히 믿는 참 신자가 단 한명만 남았어도 당신의 창조 목적은 달성되는 것이며 또 당신께서 기뻐하십니다.
“그는 몸인 교회의 머리라 그가 근본이요 죽은 자들 가운데서 먼저 나신 자니 이는 친히 만물의 으뜸이 되려 하심이요 아버지께서는 모든 충만으로 예수 안에 거하게 하시고 그의 십자가의 피로 화평을 이루사 만물 곧 땅에 있는 것들이나 하늘에 있는 것들을 그로 말미암아 자기와 화목케 되기를 기뻐하심이라.”(골1:18-20) 바울 사도가 위에 인용한 대로 창조가 전적으로 예수에 의해 이뤄졌음을 밝힌 후에 그 목적을 그렇게 부연설명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하나님의 뜻 즉,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세우는 것은 구약시대에는 희미하게 계시되었습니다. 그러다 성육신으로 생명의 말씀이 참 빛으로 이 땅에 온 것입니다. 십자가의 은혜와 권능으로만 이뤄지는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강력하게 도래한 것입니다. 그런데 빛이 어두움에 비취되 어두움이 깨닫지 못했습니다.(요1:5) 사람들이 자기 행위가 악함으로 빛보다 어두움을 더 사랑해서 그리스도의 이름을 믿지 않았습니다.(요3:18,19)
앞에서 말한 대로 하나님 나라는 결코 이 땅에서 완성될 수 없음도 하나님의 계획 가운데 있었던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는 예수로 인해서 이 땅에 벌써 도래했으나 그 완성은 미래의 마지막 때로 미뤄졌습니다. 따라서 예수 십자가 이후로는 성도들의 삶을 통해 이미 실현되고 있는 현재적 하나님 나라(already)와 아직 완성되지 않아 주님 재림 때에 완성될 미래적 하나님 나라(not yet) 사이의 긴장 아래 놓여 있는 것입니다.
요컨대 하나님의 창조, 구원, 종말에 이르는 인류를 향한 뜻은 오직 그리스도를 알고 따르는 백성에게만 적용됩니다. 주님은 마지막 때도 당신을 따르는 신자의 구원의 완성을 위해서 오시는 것입니다. 예수 믿은 것이 이 얼마나 큰 영광, 특권, 은혜, 권능입니까? 비록 결국에는 주님이 오셔서 이 세상을 새 하늘과 새 땅으로 바꿔주셔야만 할지라도 이미 우리가 받은 십자가 은혜와 권능과, 또 그리스도 안에서 바뀐 신분과 위치는 너무나 고귀합니다. 신자라면 자기 주변의 지극히 적은 사람에게서부터 지극히 작은 일을 통해서 거룩한 하나님의 통치가 번져나가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한 알의 썩는 밀알이 되어서 주변에 영원하고 거룩한 생명의 싹이 트고 자라도록 해야 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요한 계시록도 무시무시한 심판을 경고 예고하는 책이 아닙니다. 불신자들을 지옥에 빠트리겠다는 것이 주제가 아닙니다.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에게만 하나님의 궁극적이고도 일차적인 관심과 사랑이 임한다는 것입니다. 예수 어린 양의 피로 구원 받은 자는 어떤 핍박이 닥쳐도, 마지막 적그리스도의 대환난이 극심해도 바로 그분의 이름의 뜻을 정확히 알고 그것만 붙들고 있으면 영광스런 구원의 완성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환난과 핍박 중에 있는 성도들을 위로하는 책으로 그리스도의 영광만 소망하라는 것입니다.
이 땅은 신자의 실패보다는 인간들의 사악함으로 인해 종말은 예정되어 있습니다. 시기문제일 뿐입니다. 신자가 게으르거나 실패해서 새 하늘과 새 땅으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신자라는 신분의 고귀함과 그 소명의 막중함을 모르고 자기 주변에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일에 게을리 하면 구원을 받되 부끄러운 구원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계시록에서 주목하고 끝까지 붙들어야 할 내용은 바로 5장입니다. “보좌에 앉으신 이와 어린양에게 찬송과 존귀와 영광과 능력을 세세토록 돌리기 위해서”(계5:13) 하나님이 이 땅을 새 하늘과 새 땅으로 바꾸어주는 것입니다. 그 나라에 참여할 우리는 평생을 감사해도, 호흡이 있는 동안에 그분을 찬양해도 모자랄 것입니다.
6/17/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