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교회 생활을 오래한 안수집사라서 여러 가지 교회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회의 결정이 하나님 보기에 부적당하다고 판단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복음의 본질에 직접 반하는 일 아니라면 관용과 하나 됨으로 이해하고 따라가야 할까요. 아니면 교회를 떠나거나 또는 당회를 설득하기 위해서 장로님과 목사님을 찾아다니며 설득해야할까요. 그러나 설득의 과정은 참으로 험난하고 분쟁의 촉발이 되고는 합니다. “너는 왜 시키는 대로 하지 그렇게 혼자 튀냐?”라는 식의 화살을 온전히 받을 테니까요. 당회의 결정을 이해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두가 연약한 형제니까요. 그러나 복음은 자기 십자가를 지는 일과 자기 부인이 기본으로 나가야할텐데 사람의 눈에 보이는 열매를 위해서 또는 하늘의 믿음보다 현재의 상황에 따라 당회가 정책적인 결정을 할 때, 따라야할지, 외면해야할지 참으로 고민입니다. 이런 경우에 마음의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가이드를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답변]

 

장로 혹은 안수집사님이라면 너무나 고민하고 있고 앞으로도 뾰족한 대책 없이 계속 갈등할 과제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잘못된 결정인지 모르기에 원론적인 답변만 드리겠습니다. 우선 이 주제에 관해 성경이 말하는 바를 정말 많은 신자들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그때에 제자가 더 많아졌는데 헬라파 유대인들이 자기의 과부들이 그 매일 구제에 빠지므로 히브리파 사람을 원망한대 열두 사도가 모든 제자를 불러 이르되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제쳐놓고 공궤를 일삼는 것이 마땅치 아니하니 형제들아 너희 가운데서 성령과 지혜가 충만하여 칭찬 듣는 사람 일곱을 택하라 우리가 이 일을 저희에게 맡기고 우리는 기도하는 것과 말씀 전하는 것을 전무하리라 하니”(행6:1-4)

 

초대 예루살렘 교회에서 일곱 집사를 세우게 된 경위와 과정을 설명해주는 잘 아시는 성경구절입니다. 교회 공동체 안에 영적인 목양사역(spiritual pasturing ministry)과 현실적인 목양사역(practical pasturing ministry을 구분하여 각기 사도와 집사가 분담했다는 내용입니다. 현대 교회에 적용시키면 목사(신학교육을 받은 전문 목회자들)와 일반성도가 맡는 장로나 집사 같은 당회원들이 각각의 책임 하에 전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집사를 세우게 된 계기는 교회의 현실적 운영문제 때문에 사도들이 본연의 소명인 기도와 말씀에 전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도(목사)는 무엇보다 복음을 선포하고 성경의 진리를 가르쳐야 합니다. 또 죄인의 영혼구원과 고난 연단 시험 중에 있는 기존의 교인들을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사도로 이런 본연의 임무에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전념하지 못하도록 하는 교회의 실무적 운영은 집사가 맡아야 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치를 다시 거론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오늘날의 대부분의 당회, 장로, 안수집사들이, 심지어 목사들도 본문이 말하는 목사와 집사 본연의 소명을 잊고 있거나 모른다는 것입니다. 간과해선 안 될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집사를 세운 목적이 단순히 사도를 돕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영적지도와 교회실무 둘을 명확하고도 완전하게 양분 전담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 목사가 영적목양에만 전념할 수 있게끔 나머지 교회의 현실적 운영에 관한 제반 문제는 집사 주도하에 책임지고 처리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담임목사가 교회운영 전반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리 주도합니다. 당회의 집사 장로는 목사 결정에 제대로 반론도 못하고 “예스 맨”이 되어 있습니다. 목사를 보조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뜻을 잘못 알고 있는 것입니다. 목사가 영적목양에 전념하도록 도와주는 역할만 해야지 무조건 다 도와주라는 법은 없습니다. 다른 모든 일은 집사가 다 판단 결정 시행해야 합니다. 원론적으로 목사는 교회의 실무적 운영을 주도할 필요가 없으며 집사 또한 그런 목사를 도울 이유도 없는 것입니다.

 

물론 교회의 모든 사역이 영적목양과 연관되어지므로 실무적 사역과 명확하게 구분한다는 것이 사실상 아주 어렵습니다. 또 목사가 교회와 교인들의 영적상황을 가장 잘 알고 그 문제를 두고 기도를 아무래도 가장 많이 하며 신학적 전문교육도 받았습니다. 교회의 영적 지도자이자 대표인 담임목사로선 교회가 감당할 여러 사역들을 종합해서 성경진리에 부합하도록 조율하고 지도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처럼 교회의 모든 업무를 일일이 관장하는 것은 영적 지도에 도움보다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기본문에 드러난 성경적 진리와도 상충됩니다. 목사는 교회 운영의 전체적인 방침과 원리만 정하고 세부적인 것은 사실상 당회에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 좋습니다.

 

말하자면 담임목사는 부목사 전도사 같은 전임교역자들과 함께 교회의 영적 지도와 목양에 관한 원칙과 계획을 수립하여서 그것을 현실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당회(교회마다 운영위원회 혹은 안수집사회 등 명칭과 방식이 다르지만)에 요청만 하면 됩니다. 당회는 그에 필요한 자원과 인력 등을 동원하고 세부계획과 일정을 세우고 실천해 나가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혹시라도 동원할 수 있는 재정과 인력에 부족하거나 부서 간에 혼란이 생기는 경우만 목사와 당회가 상의 조율하면 됩니다.

 

물론 그 모든 일의 결정, 시행, 결산 등이 개별교회가 정한 헌법과 정관에 합치해야 할 것입니다. 또 교회 헌법과 정관도 성경에 계시된 하나님의 진리와 모순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목사와 당회가, 또 서로 협의해 행하는 교회의 모든 업무는 교인들의 자발적 참여와 헌신에 바탕을 두되 민주적이고 합법적이며 투명한 의사 결정에 따라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혹시라도 그런 성경원리, 교회법규, 일반상식에 어긋나는 일이 있으면 무조건 중단하고 시행하지 않으면 됩니다. 교회는 영혼 구원을 위해 성경과 그 진리를 선포하고 교육에만 집중하면 되지 나머지 사역들은 사실상 이차적 부수적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당회원의 첫째 임무는 교회의 실무적 운영이 민주적, 합법적, 투명하게 행해지도록 하는 일에 전적으로 헌신하는 것입니다. 목사가 영적으로 이단으로 흐른다면 아예 해임시켜야 하고 또 본 질문과 무관한 주제인지라 논의하지 않겠습니다. 목사가 실무적으로 잘못하면 당회는 권면하여 고쳐나가야 합니다. 성경이 집사에게 맡긴 소명을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목사로 하여금 실무적 일에 관여시키지 않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당회참석도 시키지 말고 전체적 지도를 받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목사가 영적목양사역에 전념하는 것이 교회전체, 교인, 목사, 당회원 모두를 위한 최선의 길이라는 뜻입니다.

 

지금처럼 목사의 잘못된 결정을 단지 당회는 목사를 도와야 한다는 한가지 이유만으로 은혜롭게 덮고 넘어가자고 해선 안 됩니다. 목사는 하나님의 종이니 그 잘못을 언젠가 하나님이 고치시거나 벌 줄 것이라고 믿고 잘못된 결정도 그대로 따르며 마냥 기다려서도 안 됩니다. 교회 안에 분란이 일어나는 것보다 조용히 넘어가자고 해서도 안 됩니다. 당회와 각 당회원이 어떤 처지가 되든지 간에 집사를 세우신 하나님의 뜻에 우선적으로 순종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너무나 힘든 일이긴 합니다. 누가 봐도 확실히 비성경적이고 잘못된 목사의 결정이라면 우선에는 당회원들끼리 합의를 도출하여 교회 전체의 의견으로서 목사에게 진심으로 건의해야 합니다. 당회가 합의가 안 되면 혼자서 왕따를 당해도 목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간절히 기도한 후에 목사의 권위와 기분을 상하지 않도록 지혜롭게 권면해야 합니다. 노예 해방을 이룬 영국의 윌버포스는 처음에는 주변에 아무 원군 없이 온갖 멸시와 박해를 받으며 혼자서 그 일을 수행했지 않습니까? 안수집사와 장로는 그 교회를 위해 안수 받은 것이지 담임 목사를 위해서 안수 받은 것이 아닙니다. 일단은 교회에 남아서 최선을 다해 고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전혀 개선될 조짐이 안 보이는 경우입니다. 실제로 그런 권면을 합리적으로 수용할 정도의 그릇이 되는 목사라면 처음부터 그런 비상식적 결정을 내리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또 혹시 착오나 급히 서두르다 그런 결정을 내렸다 해도 한두 번의 권면으로 솔직히 잘못을 인정하고 금방 시정합니다. 처음부터 목사직에 대한 잘못된 인식(신념?)을 갖고서 비상식적으로 행하는 경우에만 분란이 생깁니다.

 

일반신자의 경우는 교회 운영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기에 구태여 분란을 일으킬 필요 없이 처음부터 교회를 떠나는 것이 좋습니다. 목사가 잘못되는 가장 큰 이유는 어쩌면 그를 무조건 추종하는 신자들 때문이기도 합니다. 안수집사 장로는 교회운영의 책임자이므로 바로 떠나는 것은 직무유기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그 일은 목사의 일이 아니라 하나님이 당회에 맡겨주신 소명입니다. 교회에 남아 고치려 최선을 다하다 모든 노력이 실패로 돌아갔고 도무지 말이 안 통한다 싶을 때는 어쩔 수 없습니다. 기도하여 그런 마음을 하나님이 심어주면 교회를 떠나야 합니다. 목사가 잘못을 범했을 때에 교인들이 떠나버려야 제대로 정신을 차릴 것입니다. 이는 목사 본인에게도 좋은 일입니다. 그래도 정신을 못 차리면 그야말로 남아 있는 교인이나 목사나 함께 하나님의 징계 내지 심판을 면할 길이 없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현재 한국 교회가 겪는 침체와 분란의 첫째 원인은 같은 목사 입장에서 인정하긴 싫어도 인성은커녕 아예 상식도 갖추지 못한 목사에게 귀속됩니다. 그냥 그대로 두면 한국기독교를 쇠퇴시키고 복음을 훼방하는데 도움만 줄 뿐입니다. 간단히 생각해 보십시오. 현실적 대책은 둘 뿐입니다. 교회를 떠나든지 남아서 고치려 노력하는 것입니다. 평신도는 언제든 떠나도 되나, 당회원은 반드시 남아서 고치려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습니까? 어렵고 복잡하게 설명할 것도 없습니다. 단 왕따가 되도록 노력했어도 백약이 무효가 되면 떠날 수밖에는 없습니다.

 

지금은 성경적으로 제대로 된 교회를 일반신자와 당회원들이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성경진리에 바로 선 목사를 처음부터 만나 민주적 합리적 투명하게 운영되는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할 수 있으면 최선이겠지만 너무 희소합니다. 신자들이 그 일을 앞장서서 행할 수밖에 없고 또 그럴 때가 이미 되었습니다.

 

10/7/2015


master

2015.10.08 06:55:49
*.162.215.117

참고로 대부분의 미국교회들은 자체 헌법과 정관에 따라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기에 목사의 독선적 전횡과 특별히 금전적 스캔들이 거의 없는 편입니다. 예컨대 잘 아시는 그레이스 커뮤니티 교회의 존 맥아더 목사는 담임목사가 아니라 단순히 설교목사이며 교회 전체를 총괄하는 담임목사는 따로 있습니다.

 

작금의 한국교회의 부패상에 대해 기독교 언론에서 많은 쓴 소리로 견책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제가 읽은 아래의 대표적 기사 둘을 함께 나누길 원합니다. 일부 과격한 표현과 극단적 측면도 있지만 귀담아 들어야 할 의견인 것 같습니다.

 

“한국판 메가 처치의 붕괴, 결코 멀지 않았다.” (강만원)

http://www.newsm.com/news/articleView.html?idxno=5361

 

“'목사교'가 망해야 '예수교'가 산다.” (신성남)

http://www.newsm.com/news/articleView.html?idxno=5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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