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자 유창우

조회 수 1369 추천 수 89 2005.12.16 03:00:25
어제 유창우씨를 만나 함께 점심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얘기를 나누었다고는 하나 실은 제가 주로 묻고 그가 대답하는  인터뷰 형식의 대화였습니다. 인터뷰 기사를 주로 담당하던 옛날 잡지사 기자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유창우씨는 키도 크고 체격도 좋고 얼굴도 깨끗하게 잘 생긴 청년이었습니다. 공손하고 깍듯했으며, 그러면서도 활달한 성격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호감이 가는 청년이더군요.

다음은 제가 그에게 던진 질문과 그의 대답입니다.

예수님을 믿는가?
--믿는다. 하지만 성경은 잘 모른다. 그래서 안타깝다.

언제부터 믿었는가?
--중학교 다닐 때부터 간간이 교회에 다니곤 했다. 하지만 제대로 다니기 시작한 건 군복무 때였다. 매주 빠지지 않고 예배에 참석했다.

부모님도 믿으시는가?
--두 분도 신자들이나 교회에 정기적으로 출석하시지는  않으신다.

노인봉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한국에서부터 하던 일이다. 제대후에 어렵게 사는 독거노인들에게 어쩐지 마음이 갔고, 그들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에 내가 잘 하는 것으로 돕자고 결정했다. 처음엔 노인들이 내 선의를 선듯 받아들여 주지 않았다. 나이가 어리니까 내 수리기술을 못미더워 하거나 혹시 선행을 가장한 사기꾼이나 강도는 아닌지 의심하고 경계했다. 그러나 나중엔 아주 바빠졌다.

이곳에서도 교회에 다니는가?
--처음엔 집에서 가까운 동양선교교회에 다녔는데 목사님 말씀은 좋으나 교회가 너무 커서 정이 들지 않았다. 그러다가 나성 열린 문 교회를 나가게 되었는데, 거긴 대학부가 규모가 작아 내게도 참여의 기회가 많이 주어져 좋다. 거기서 성경공부와 기타 모임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생활은 어떻게 하고 있나? 봉사 다니느라 개스비도 만만치 않을 텐데.
--원베드룸 아파트 하나 싸게 얻어서 살고 있는데, 처음엔 룸메이트를 구하려 했으나 불편할 것 같아 망설이고 있다. 생활비는 부모님께서 보내주시는 것도 있고 (부모남께선 부동산 개발업에 종사하고 계신다) 또 내가 두 군데서 시간제 일을 해서 충당하고 있다. 개스비가 적잖게 들긴 하지만 괜찮다.

부품값은 들지 않는가?
--대부분의 고장은 잔고장이므로 부품값의 부담은 없다. 그리고 많은 경우 고장난 것이 아니라 작동법을 제대로 몰라서 못쓰고 있다.

혹시 이 일에 내가 도와 줄 것은 없을까?
--나는 여기에 공부하러 왔지 봉사하러 온 것은 아니다. 따라서 내가 내 공부에 지장받지 않고 쓸 수 있는 시간만큼만 봉사활동에 쓰고 있다. 봉사활동 영역을 LA 한인타운으로 국한시킨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내가 내 한계를 넘기지 않을 것이므로 별도의 도움은 필요하지 않다.

봉사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봉사하면서 내가 얻는 것이 많다. 내 수리기술도 향상되고, 고마워하는 노인들 보면 즐거워진다. 그 즐거움은 아주 중독성이 강하다. 마치 마약중독자처럼 봉사에 중독되었다고나 할까.

저는 유창우씨에게 앞으로는 고장난 TV, 라디오만 고쳐주지 말고 복음도 함께 전할 것을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성경지식이 있어야 하므로 성경공부 열심히 할 것을 함께 권면하면서 내 사무실이 그가 사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으므로, 원한다면 함께 성경공부를 할 용의가 있으니 언제라도 말만 하라고 제의헸습니다. 그러자 그는 궁금한 것이 많다며 좋아 하더군요.

저는 그를 위해 축복기도를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유창우 청년과 하나님 안에서 교제를 나누는 시간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했습니다. 점심값이 없거나 성경에 관한 질문이 있으면 언제든지 전화해 줄 것을 당부하며 그와 헤어져 돌아오는 내 마음 속엔 그가 나눠준 즐거움이 담겨 있었습니다.

12.15.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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