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묵상] 시간의 해결자

조회 수 946 추천 수 78 2011.03.26 14:32:20

친우에게,

문득 팔라우에 있는 네게 지난 번처럼 글을 쓰고 싶었어.
최근에 느꼈던 내 마음에 간직한 시간의 비밀에 대해서 말이네.
내게 있어 시간의 의미는 무엇일까?
과거, 현재, 미래는 무엇이고, 영원은 또한 무엇일까?
나의 시간과 하나님의 시간은 어떻게 다를까?
그 접점은 무엇이고, 이 시간 속에서 내가 할 일은 무엇일까?
이 같은 여러 생각 속에 이끌린 내 결론의 최종점은 십자가였어.
그래, 시간의 해결자 십자가 예수..
이제 내 마음의 실타래를 따라 하나씩 풀어가 네게 전해주고 싶어.

먼저 성경에 나타난 시간의 정의부터 얘기를 시작하면 어떨까?
크로노스(Chronos), 카이로스(Kairos), 아이온(Aion)의 시간이라네.
세 개의 단어 모두 헬라어로서 시간이라는 뜻이지 않나?
크로노스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느끼듯 일정하게 흐르는 정적, 객관적 시간이지.
반면, 카이로스는 내가 의미있다고 느낀 특정 사건이 담긴 동적, 주관적 시간이야.
아이온은 시간 중에서도 영원의 시간, 즉 하나님의 시간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어.
이 세가지 각기 다른 시간을 3중 시간이라고 표현하고 싶다네.

나는 이 3중 시간을 모두 체험한 사람이 성경의 기록에 있음을 보았어.
그는 창세기 5장에 나오는 에녹이 아닐까?
에녹은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와 아이온의 3중 시간을 모두 경험한 사람이야.
“에녹은 65세에 므두셀라를 낳았고”(창5:21)
65세까지 그는 평범한 크로노스의 시간을 살았던 거지.
므두셀라를 낳은 후 그는 300년을 하나님과 동행했지.
이 때에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크로노스가 아닌 카이로스의 시간이었을거야.
매일 매일, 매 순간순간의 삶에 하나님이 함께 하시고 동행하시는
그 시간이야말로 진정한 카이로스의 시간이 아닐까?
그는 또한 마지막으로 하나님의 시간인 아이온의 시간을 경험했다네.
“하나님이 그를 데려가시므로 세상에 있지 아니하였더라”(창5:24)

결국 에녹은 3막의 인생을 살았던 거라네.
제 1막은 65년 간의 크로노스, 모든 인생들이 걸어갔던 똑같은 길이었지.
제 2막은 300년 간의 카이로스, 너와 내가 ‘참 신자’로서 살아갈 길이야.
제 3막은 영원의 아이온, 너와 내가 바라보는 ‘본향’의 시간이지.
에녹이 누린 3막의 인생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점진적 시간의 모본이라고 생각해.
크로노스에서 카이로스로, 카이로스에서 아이온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내게 있어 시간에 대한 나의 목표는 무엇이어야 할까?
우선, 객관적 시간의 크로노스가 주관적, 동적 카이로스로 변환되어야 하지 않을까?
카이로스의 시간은 나 홀로는 이룰 수가 없겠지.
하나님의 시간적 개입, 이것이 에녹에게는 ‘동행’으로 표현된 것이 아닐까?
에녹의 일상적 시간인 크로노스에 하나님이 개입하실 때 카이로스로 바뀌지 않았을까?

그리곤, 카이로스에서 아이온으로의 변환이겠지.
죽음을 보지않고 하나님의 시간 속으로 들어간 에녹이 정말이지 부럽기도 하다네.
나는 그 아이온을 예수님의 천국 비유에서 찾았어.
다시 말해, 천국은 아이온의 시간이 전제되어 있는거지.
물론, 종국적 천국은 우리의 바라보는 바 본향이겠지만,
예수님은 ‘현재적’ 천국도 내게 제시하셨지.
팔복의 말씀과 보혜사 성령님으로 인해 내게도 현재적 아이온의 삶이 가능함을..
“또 여기있다 저기있다고도 못하리니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눅17:23)

그런 의미에서, 시간의 비밀은 내 현재의 삶에 있다고 생각하네.
과거도, 미래도, 현재라는 시간에 모두 녹아있지.
그래서 팀 보울러는 그의 책 리버보이에서 말했어.
“진짜 존재하는 것은 현재 뿐이고, 과거와 미래는 단지 현재를 좀먹을 뿐이야.
그건 아무것도 주는 것 없는 날강도에 불과해.”
그래서 마르탱 파주도 이런 말을 남겼지.
“우리는 현재를 살지 않는다. 바로 거기서부터 우리의 문제들은 시작된다.
우리는 종종 과거가 낳은 부산물 속에서 산다. 오늘은 진정 존재하지 않는다.
내일은 태어나기도 전에 죽어 버린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현재적 아이온의 삶을 살 수 있을까?
내 아이온의 시간적 모본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이 두가지 질문에 대한 해답을 나는 십자가에서 찾았다네.
시간의 모순과 딜레마에 대한 하나님의 해답, 하나님의 개입..
이것을 해결한 것이 또한 예수님이 지신 십자가가 아닐까?
내 육신 깊은 곳에서 신음하는 크로노스의 외침이 카이로스의 환희로 바뀜은,
나아가, 카이로스에서 진정한 영원의 시간인 아이온으로 변환됨은
오직 주님의 십자가를 통해서야만이 가능한 것이라고 나는 믿어.

그러기에 십자가에는 시간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네.
수평적 가로와 수직적 세로로 세워진 십자가..
육이 수평이요 죽음이라면, 영은 수직이요 생명이라네.
육의 크로노스를 통한 죽음과 불행의 역사 속에
영의 아이온을 통한 생명과 축복의 새로운 역사를 가져온 것,
인간의 수평적 시간의 흐름에
영원한 하나님의 시간이 단번에 수직으로 임하신 그 곳,
이것이 시간의 해결자 십자가라네.
시간의 부조리를 일거에 격파하신 예수님의 작품이라네.
과거와 미래의 총체적 문제를 해결한 현재적 아이온의 십자가라네.

친구야,
우리, 시간의 해결자인 십자가를 잊지말자.
우리, 시간의 해결자인 십자가를 붙들자.
우리, 수평의 시간을 못박고 수직의 시간을 향해 발을 모으자.
우리, 그렇게 십자가를 의지함으로
크로노스에서 카이로스로, 카이로스에서 아이온으로 나아가자.
아이온의 삶을 우리에게 허락하신 주님을 찬양하자.

mskong

2011.03.27 08:57:25
*.61.23.146

44년간의 크로노스(Chronos)의 시간을 보냈고 이제는 약 4년간을 카이로스(Kairos) 시간으로 살고 있고 있는것 같습니다. 이제 영원한 아이온(Aion) 본향이 어서 오기를 기다려 봅니다. 십자가의 고난을 통해서 부활의 기쁨을 기대하는 사순절이 되기를 기도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김순희

2011.03.27 11:27:12
*.174.66.90

아멘!!
크로노스에서 카이로스로 그리고 아이온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말미암아 매 순간 순간 아이온의 시간 속에서
깊은 물 속의 행복한 물고기 마냥 헤엄쳐 다니길 소원해 봅니다.

mskong

2011.03.27 12:29:44
*.61.23.211

김순희 집사님...(사실은 안방마님^^이 더 친근감이 있습니다.) 잘 계시지요?

김순희

2011.03.28 11:58:47
*.174.66.90

와~~우!!
mskong님, 모처럼 들어보는 이름... 정말 오랫만인 것 같습니다.
더 자주 뵐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글구 강건하시구요. ^^





정에스더

2011.04.06 12:49:24
*.223.96.197

십자가의 비밀을 알게 해주신 집사님 짱!!
오늘 묵상하면서 생각했어요..우리가 세리처럼 엎드려 회개하고 기도하고
주님의 고난을 생각해야 된다는 것을요..가식과 위선을 버리고 나아갑니다.
하나님 저와함께 해주세요..외로울 때도 슬플 때도..

그리고 언제나 붉은 태양처럼 따뜻하고 푸른 바다처럼 포근한 글로 감동을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9 [분깃신앙] 주님만이 나의 분깃 (신약편) [3] 이선우 2011-04-29 971
58 [십자가 묵상] 부끄러움의 십자가 [1] 이선우 2011-04-10 808
» [십자가 묵상] 시간의 해결자 [5] 이선우 2011-03-26 946
56 [사순절QT요19장] 나의 유월절 어린양 [3] 이선우 2011-03-12 1117
55 [분깃신앙] 주님은 나의 분깃 (구약편) [3] 이선우 2011-02-27 10698
54 [QT요21장] 어부에서 목자로 [3] 이선우 2011-02-12 946
53 [팔복 묵상] 핸디캡을 위한 팔복 [3] 이선우 2011-02-06 776
52 [QT삼상2장] 자라게 하시는 주님 [1] 이선우 2011-01-30 3689
51 [사귐신앙] 하나님과 동행한 에녹 [5] 이선우 2011-01-22 1461
50 [간증] 14살 선영 자매의 간증 [4] 이선우 2011-01-16 961
49 [QT왕하2장] (사진추가) 엘리사의 눈물 file [6] 이선우 2011-01-07 1219
48 [십자가 묵상] 버려두심 vs. 내어주심 [1] 이선우 2011-01-01 852
47 [사귐신앙] 모세의 사귐신앙 [3] 이선우 2010-12-26 1571
46 [QT왕상18장,19장] 엘리야 묵상 [3] 이선우 2010-12-18 1227
45 [쉬어가기] 골프와 신앙(1) [2] 이선우 2010-12-11 1062
44 [QT행5장] 아나니아와 삽비라의 누룩 [5] 이선우 2010-12-04 1870
43 [사귐신앙] 사귐의 지존(至尊) 하나님 [11] 이선우 2010-11-27 863
42 [QT삼상15장] 아말렉의 추억 [1] 이선우 2010-11-20 2785
41 [생활단상] A과장의 첫돌 잔치 [7] 이선우 2010-11-13 875
40 [QT마13장] 레이어는 가라 [2] 이선우 2010-11-06 1126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