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시스 쉐퍼에 심취하여

조회 수 2138 추천 수 172 2005.05.28 18:2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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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즈음 프란시스 쉐퍼에 심취해 있습니다. 이전에도 단편적으로 그의 글을 접했습니다만 이번에는 아예 마음 먹고 그의 저술 전집을 다시 섭렵하고 있습니다. 그 방대한 양의 전부가 오직 그리스도의 복음에 관한 것입니다. 저는 원래부터 마음에 드는 책은 정독하는 체질인데다 너무 귀중한 내용들이라 한 줄이라도 그 의미를 놓칠 새라 읽다 보니 총 5권 중 이제 겨우 3권을 마쳤습니다.

일일이 각 권의 내용을 소개할 수는 도저히 없어 그의 사상의 핵심을 부족한 필력이지만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인간은 실재(實在)하시는 인격적이고 절대적이며 영원하신 하나님 앞에 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누구나 엄정한 죄책(단순히 심리적인 것이 아니라 그분의 실제적인 진노를 피할 길이 없는 죄책)을 깨닫게 되고 그 죄책을 해결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이며 이성적인 유일한 방도는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이루신 절대적 의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담의 타락으로 하나님과 분리됨으로써 자신과 이웃과도 분리된 모든 인간은 이 존재하시는 인격적 하나님을 제외한 채로는 결코 궁극적인 해답을 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이룬 과학, 교육, 사상, 철학, 예술, 종교 등 모든 분야의 업적에도 비록 부분적으로는 통찰력이 있고 유익하지만 그 자체로는 인간이 갖고 있는 모든 모순과 갈등의 완전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인간은 그분이 당신의 형상대로 만드신 피조물임을 깊이 인식하고 존재하시는 인격적 하나님께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무릎 꿇고 나올 때 만이 진정한 안식과 자유를 얻는다는 것입니다.

부족한 필력이라고 실토한 대로 적고 보니 단순히 복음의 내용을 되풀이 설명한 것 같아 마침 오늘 아침에 읽은 부분을 그대로 퍼오는 것이 나을 듯싶습니다. (‘기독교 영성관’의 3권 ‘참된 영성’ 중 11장 ‘전인적 인간의 실질적인 치유’에서 발췌함)    

“전체적인 공허 가운데서 파편을 지니고 있는 것보다는 파편들을 소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인간이 어떤 존재이며 인간의 목적이 무엇인가에 관한 적절한 토대와 틀을 가지고 잇는 편이 바람직하다.” (이 세상 지혜는 하나님께 미련한 것으로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십자가에 못박히신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아니하기로 작정한 바울의 고백이 생각납니다.)

“만약 내가 창조주 앞에서 피조물로서의 나의 위치를 거부하고 하나님이 나를 사용하시도록 내 자신을 하나님께 맡기지 않는다면, 그것이 죄이다. 그 밖의 다른 것은 무엇이나 비극이다. 어떻게 우리가 현재의 상태에서 우리의 본래의 모습이 아닌 다른 위치에서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릴 수 있겠는가? 그 밖의 다른 것은 무엇이나 우리가 타락 이래로 지니고 있는 비참과 가난한 자의 고통과 분열된 인격을 가져다줄 뿐이다. 성령의 능력 안에서 그리스도의 피를 토대로 믿음으로 순간순간을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유일하게 진정한 통합된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다. 이것이야말로 내 자신에 대하여 안식을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왜냐하면 오직 그럴 때에만 나는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행하는 것은 내 자신의 안식의 자리, 그리스도인으로서 내가 현재의 삶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심리적 진보를 내팽개치는 것이다.”

(매일 자신을 죽이며 십자가를 지지 않는 것이 죄일 뿐 아니라 비극이라고까지 합니다. 심지어 그길 외에는 신자가 실제적이고도 심리적인 안정과 평강을 얻을 수 없으며 진보될 수조차 없다라고 말합니다. 단순히 주를 위해 어떻게 일을 많이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복음이 우리 자신을 진정으로 살리는 길이라는 것입니다. 먼저 십자가를 통한 전적 헌신이 있고 그런 우리를 하나님이 기쁘게 쓰실 때야말로 우리 속에 있는 참 생명이 살아난다는 것입니다. 예수 믿어 천국 가고 또 기도하면 병이 낫기에 생명을 얻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나아가 그는 바로 이것이 영성의 본질이라고 했습니다. 신비하고 초월적인 능력이 나타나고 감정에 충만이 있어야 영성이 살아난다고 이해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지 않습니까?)

제가 자꾸 더 보태려 하다간 괜히 쉐퍼의 참 의도가 곡해될까 두렵습니다. 저 나름대로 두고두고 또 읽을 책 리스트를 갖고 있는데 그 중에 쉐퍼의 책들이 이미 맨 첫 순서를 차지했습니다. 특별히 신학 서적은 원어로 읽는 감동에 비해 번역본이 훨씬 못 미치는 경우가 많은데, 제가 읽고 있는 박문재(크리스찬 다이제스트 발간 쉐퍼의 전집, 기독교 문화관, 성경관, 영성관, 교회관, 서구관) 번역본은 그런 염려는 전혀 하실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정확한 용어 선택과 문맥의 흐름에 전혀 무리가 없어 완벽한 번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습니다.  

참고로 쉐퍼가 1955년에 시작하여 그 말년의 정열을 쏟아 부은 ‘라브리’(L’Abri-불어로 the Shelter-피난처라는 의미) 운동은 올해로 50주년을 맞았고 약 천명의 제자들이 지난 3월 미국 St. Louis에서 기념모임을 가졌습니다. 라브리는 성경의 진리와 현실의 괴리 사이에 고민하는 지성적인 신자나 구도자들에게 복음을 합리적으로 변증하여 오히려 십자가 진리에 대한 확신을 더 깊이 심어주려고 함께 기거하며 기도하고 성경을 연구하는 스위스 산골에 세운 적은 공동체입니다. 현재 스위스 본부를 비롯하여, 영국, 불란서, 홀랜드, 미국의 두 곳, 한국, 캐나다 등 총 8곳에서 공동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탈 인간화, 탈 도덕화, 탈 복음화 되어가는 이 시대에 고민하는 신자라면 아니 인간과 인생에 대해 깊이 갈등해본 자라면 누구라도 꼭 읽어야 할 책입니다. 왜냐하면 1984년에 세상을 떠난 쉐퍼는 평소 때에 인간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졌고 특별히 하나님의 시각에선 소중하지 않는 인간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으며 그 이유와 근거를 명쾌하고도 합리적으로 밝혀 놓았기 때문입니다.    

5/28/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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