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에게 너무 실망한 한 평신도의 변(辨)

조회 수 2174 추천 수 166 2005.11.03 12:18:58
운영자 *.108.170.228
아래 글은 최근 운영자가 목회자들에게 너무 실망하신 한 평신도와 개인적으로 주고 받은 권면과 답변입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마음 아파하는 내용이라 그 분의 허락을 얻어 함께 나누기로 하였습니다.

혹시라도 이분이 목사님들에게 실망하여 십일조 생활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해서 이분의 신앙에 대해 의심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오히려 도저히 믿지 못해 못하겠다는 말씀을 뼈 아프게 들어야 할 것입니다. 헌금한 돈을 전혀 성경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목회자들이 독단적, 개인적, 세상적으로 사용하니까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목회자가 바로 서지 못할 때에 평신도의 영성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우리 모두 철저하게 깨달아야 할 줄 믿습니다.  

[목사의 권면]

오랜 신앙 생활을 통해 여러 교회를 섬기셨음에도 여태 바른 목자, 선한 목자를 제대로 못 만나보셨다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곳곳에 이름도 빛도 없이 섬기는 진실된 주의 종들이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비록 흔하지는 않고 찾기에는 힘들지만 말입니다.

제가 목사라서 목사들 입장을 변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저는 항상 성경에 계시된 기독교의 진리, 즉 십자가에 돌아가신 예수님의 구원의 은혜와 독생자를 통해 죄인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또 그 사랑을 알게 하시고 신자로 그 사랑 안에서 살게 하는 성령님의 역사는 영원토록 절대로 변함이 없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신자들이 붙들 것은 우리를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인 복음이지, 현실의 교회 조직과 한 연약한 인간에 불과한 목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교회 생활을 해야 하고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는데 당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지만, 제 뜻은 신자가 정작 자신의 삶의 기준과 푯대로 삼아 따라야 할 것은 성경의 진리라는 것입니다.

혹시라도 목사가 부분적으로 잘못 가르치고, 교회 운영에 잘못이 좀 있고, 또 인격적으로 크게 모범이 안 될지라도, 이제는 평신도도 충분히 그런 점들을 영적으로 분별할 수 있고 그래서 그런 허물들을 용서라는 차원보다는, 허물들을 넘어서서 오직 주님의 십자가 안에서 자기 신앙을 점검하고 바로 세우고 그 신앙의 바탕 위에서 살아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대부분의 신자가 그런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또 많은 목회자가 의도적으로 삯을 밝히는 엉터리 목자일지라도, 평신도 가운데 더욱 분별력 있는 성도들이 많이 나와서 목사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아직 믿음이 연약한 자들을 분발 시켜야 한다는 뜻입니다.

빙둘러서 원론적인 이야기만 한 것 같은데 집사님께서 이전에 겪었던 잘못된 목사님들에 대한 반감이 아직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신앙 생활, 교회 생활(구분하는 것이 이상하지만)에 조금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나 염려됩니다. 집사님께서 성경의 진리를 확실히 붙들고 있는 이상  완벽하지는 않지만(어느 목사라도 그렇게 될 수 없습니다) 정말 성경 진리대로, 초대교회 모습대로, 선하게 자기를 희생하며 주님의 공동체를 이끌어 가려는 목사님을 만날 수 있으리라 저는 확신합니다.

아마도 집사님 마음에 흡족하지는 않겠지만, 어쩌면 겨우 51% 정도 찰지 모르지만, 사실은 그 정도만 되는 목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목사로 겸허하게 인정하고 함께 관용과 화해의 미덕을 발휘하며 신앙 공동체를 잘 세워 나갈 수 있으리라 봅니다. 집사님께서 현재 출석하시는 교회와 목사에 대해 별 불만이 없으신데 제가 괜한 이야기를 드린 것이 아니길 바랍니다.

제 뜻은 한 마디로 집사님이 아니 모든 신자가 성경 진리 안에 바로 서 있다면, 현실적인 교회 조직과 목사는 현실 안에서 최선을 찾고, 최선을 찾기 힘들면 차선, 그것도 안 되면 차차선이라도 선택하여 피차간에 깎여지고, 바로 세워져 나가는 길 말고는 우리가 신앙 생활을 바로 할 방도가 없다는 뜻입니다. 다 알고 계시고 이미 그렇게 잘 하고 계시는 이야기를 다시 한 것에 불과합니다만,  다 같이 성도 된 입장에서 드리는 잔소리로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평신도의 답변]

참으로 좋으신 조언, 진심으로 받아들이며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목사님 지적 그대로 입니다. 많은 교회를 섬겼고 많은 은혜도 체험했고 많은 실망도 했습니다. 함께 신앙 생활했던 목사님들께 신뢰도 받아 봤고요. 어떤 분은 제게 강력히 신학할 것을 권고하시기도 하셨고
어떤 분은 제가 직장을 은퇴한 후 모시고 여생을 함께 하려고도 했었습니다.
(10년 넘게 골프를 배우지 않기도 했지요. 교회봉사와 노후 봉사를 위해서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골프를 시작하였습니다). 일년 열 두 달 쉬임 없이 봉사하면서도 힘든 줄 모르던 때도 물론 있었습니다. (몇 년 간, 그 귀한 여름휴가까지 교회를 위한 봉사에 사용함으로써 아내의 핀잔을 꿋꿋하게 이겨낸 적도 있었지요).

그러다 시험 들곤 했습니다. 듣기로는, 목사님들이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3G라고 들었습니다.
Glory(영광/권위의식), Gold(돈), Girl(여자)라는 것이지요. 목사님들의 여자 문제로 제가 시험 든 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돈 문제를 비켜간 목사님은 한 분도 없었습니다. 다들 먹고 살만한 정도는 되는 분들인데(오히려 성도들보다 수입이 훨씬 많은 분들이었지요), 왜 그리도 치사하게 욕심들을 부리는지요. 이런 분들을 통한 실망감 때문에 지금은 십일조 생활도 실천하지 않고 있습니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입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되 새기고 싶지도 않고
또 목사님께서도 대부분 짐작하시는 것들일 것이기에 이만 하겠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권위의식의 문제입니다. 성경을 지극히 왜곡시켜 가면서까지
더 대접 받고 더 누리려는 추한 욕심들은 견디기 정말 어려웠습니다.  
다 그렇고 그런 목사요 평신도들인데 자기 자신은 냄새를 풀풀 풍기면서도
성경의 좋은 말씀들만(사실은 그게 아니지만) 목사에게 적용시켜
마치 목사가 천사인 양, 주님인 양, 모세인 양, 바울인 양
한없이 높아지려고만 하는 모습들.................(생략하겠습니다).

저는 신앙의 연륜이 쌓여갈수록 점점 더 촌스러워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젊은 목사는 잘 몰라서 실수할 수 있다 하더라도 목회 10년이 넘고 20년 정도 하셨다면
그 목사님만 보면 쉽게 말도 붙이고 쉽게 다가가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할 수 있고
함께 힘을 합쳐 주님을 조금이라도 더 닮아 가려고 애쓰는 관계,
이것이 목사와 평신도의 관계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없습니다. 이런 목사분들 정말 만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조금만 성공(?)했다 싶으면 더 고개가 뻣뻣해 지니.......(또 생략하겠습니다).

목사님 말씀대로
목사를 보고 신앙생활 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을 보고 해야 한다는 것,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만, 이런 목사님들을 만나게 될 때마다 힘들게 회복되다가도 다시 앞에서 알짱거리는 것 때문에 또 좌절을 맛보곤 합니다.
그냥 가만 놔두면 되겠는데 자꾸만 앞에서 훼방을 놓습니다.
한마디로, 엉뚱한 기대를 하고 계시는 목사님들을 따라가 봐야
얻을 것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바로 지금 현재 저의 걱정거리입니다.
그렇다고 교회를 부정하고 어떤 분들처럼 무교회주의로 나갈 수도 없고,
오늘도 그저 끙끙거리고 있을 뿐이지요.

이렇게 괜히 쓸데 없는 넋두리나 늘어놓고 있는 제 자신도 한심스럽습니다. 하지만 이런 아픔은 저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의외로 많은 평신도들이 저와 같은 고민을 안고 신앙생활하고 있음을 목사님들은 아셔야 할 것입니다. 알맹이 없는 이야기를 읽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주님의 인도하심이 늘 목사님과 함께 하시기를 기도 드립니다. 샬롬.

김삼

2005.11.06 14:48:06
*.108.170.228

요즘엔 보기 드문 모범적인 목자 의식과 (일반)신자 의식을 가진 두 분이라 여겨집니다.

박 목사님은 진리 면을, 집사님은 윤리 면을 강조하고 계시군요. 요즘 목회자들이 이 두 면에 모두 약합니다. 왜 그럴까요? 목회자들이 원초적으로 진리 면에 약한 탓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착한 양들인 일반 신자들이라고 해서 윤리적인 문제가 없을 리는 없겠죠. 그러나 목회자들은 지도자이기에 쉽게 회중의 표적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특수성도 이해됐으면 합니다.

그래서 지도자는 더더욱 조심해야 하는데.. 그 '조심'이란 것은 사람 눈에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닌, 이른 바 "하나님 앞에서"(Coram Deo)여야겠죠.

목자는 양을 이끌며 문제는 고쳐줘야 하는데 목자 자신에게 문제가 발생할 때는 어떻게 이끌고 고쳐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목자에게도 목자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박목사님 처럼 건전하고 슬기로운 분은 '목자의 목자'가 돼주실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집사님은 목회자의 여자 문제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하셨는데 극비이지만 많은 목회자들이 여자 문제에 얽혀있음도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무리하게 목회를 해나갑니다. 그런 교회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죠. 그런 교회의 와해는 시간문제란 뜻입니다.

지도자가 회중의 눈을 속이면 역지사지로 회중도 목회자의 눈을 속이기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겠죠. 그래도 견디는 교회는 기도하는 소수 때문이고요.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사람들은 목회자에게 실망하고 끝나는 사람들이 아니라 목회자에게 엄청 실망했는데도 기도하는 사람들입니다. 목회자도 인간입니다. 이 말은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합리화하잔 얘기는 아닙니다.

목회자에게서 밝히 드러난 윤리 문제는 노회 등 상회 기관을 통해 치리돼야겠죠. 물론 노회 자체가 특정 목회자의 잘못을 덮고 가리는 타락한 노회도 많이 봅니다만.

그러나 신자 개인이 목회자에게서 수시로 느껴지는 약점들은 위하여 기도할 대상이라고 생각됩니다.
외람된 자가 함부로 거들어 송구합니다.

요셉_

2022.02.10 07:51:52
*.169.188.148

위로가 되는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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