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유구무언(有口無言)이란 말 밖에는 .....

조회 수 327 추천 수 18 2011.03.25 05:35:08
그저 유구무언(有口無言)이란 말 밖에는 .....  


지난 며칠 간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은 입은 있지만 할 말을 잊었을 것입니다. 높이 10미터나 되는 엄청난 쓰나미가 일본 해안을 덮쳐 순식간에 원자탄을 맞은 형국으로 초토화시켰습니다. 쓰나미가 올 줄 알고 기다렸던  TV 방송국의 헬리콥터 중계 덕분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조작한 영화 같은 실제 상황을 안방에서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인간이 저지른 911 사태에선 지옥의 냄새를 맡았다면, 블랙홀처럼 살아있는 것들은 몽땅 삼키는 시커먼 파도에선 지옥의 실상을 본 것 같습니다. 자연의 엄청난 위력 앞에 우리 모두는 유구무언입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대어야할지 막막한 지경임에도 일본정부와 국민들은 평소 특성대로 냉정을 잃지 않고 차분히 대처하고 있습니다. 약탈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고 정치인들도 정쟁을 중단하고 사태수습을 위해 함께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아무도 정부 탓을 하지 않습니다. 대피소에 피난한 수십 명이 열 개뿐인 우동을 남에게 양보하느라 서로 안 먹겠다고 합니다. 가정, 상점, 기업체들이 자진해서 하루 몇 시간 씩 전기 스위치를 내렸습니다. 이제는 모든 세계인이 그들의 높은 시민의식 앞에 입을 딱 벌리고 말을 잇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반면에 이 소식을 전하던 한국 미디아들이 초반에 보인 반응은 어떠했습니까? 한국에게 미칠 영향부터 염려하는 조짐이 역력했습니다. 모 방송국에선 한창 불붙기 시작한 한류가 삭으러들까 걱정까지 했습니다. 초상집에 가서 왜 밴드와 가수를 부르지 않느냐고 불평하는 꼴입니다. 심지어 일부 철없는 자들은 가뜩이나 밉던 일본인지라 꼴좋다는 투의 반응마저 보였습니다. 아무리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분석해야 하고 또 민족적 정서가 앞선다 해도 인간이란 자기 밖에 모르는 존재임을 새삼 확인하고선 씁쓸함에 할 말을 잊었습니다.  

그러다 더 큰 유구무언이 생겼습니다. 어떤 목사님이 일본이 우상숭배 했기에 하나님께 벌 받았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했습니다. 성경적 원리에 비추어봐선 타당성이 없는 의견은 결코 아닙니다. 그럼에도 비유컨대  이런 경우에 해당됩니다. 사고만 치고 공부는 뒷전이었던 이웃집 아들이 대학 시험에 떨어졌습니다. 분명히 잘못은 본인이 했습니다. 그럼에도 대놓고 야단은커녕 지적도 하지 못할 것 아닙니까? 그럴수록 더 위로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만약 자기 아들이 그랬다면 마땅히 야단쳐야 하지만 말입니다. 원수까지 사랑하지는 못해도 상식과 예의조차 없이 너무나 용감무쌍함에 열린 입이 닫히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태 초반에 느꼈던 이런 저런 유구무언들과는 도무지 비교할 수 없는 진짜 큰 유구무언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일본은 강하다, 이 사태를 충분히 이겨낼 것이다, 오히려 엔화 강세가 되고 경기는 살아날 것이다"라고 합니다. 심지어 "이번에 일본인들이 보여준 질서의식은 인간 의식이 가장 성숙해진 확실한 증거다"라고 찬탄을 보내고 있습니다. 당연히 일본은 다시 일어나야 합니다. 또 모든 나라의 시민 질서 의식도 일본을 본받아야 하고 더 성숙해져야 합니다. 이런 분석과 언급 자체는 하나도 틀린 것 없습니다.

저에게 일본제품이라면 메이커와 가격은 묻지 않고 무조건 사는 버릇이 미국 이민 온 후 생겼습니다. 전자제품과 자동차 등을 사용해본 결과이기도 하지만, 결정적으로는 일제 고무지우개 때문입니다. 연필자국이 하나 남지 않게 완벽하게 지워지고, 주위에 번지지도 않고, 심지어 지우개똥마저 깨끗할 정도였습니다. 십년 넘게 쓰고도 아직 반도 닳지 않았습니다. 작은 지우개마저 완벽하게 만드는 기술수준에 너무 놀라 입이 딱 벌어졌던 것입니다.  

이번 지진의 가장 근본적인 뜻이 무엇입니까? 바로 그런 인간의 정밀함과 완벽함마저 자연의 가공할 힘 앞에는 아무 소용없다는 것입니다. 일본은 지진과 핵에 가장 큰 피해자이기에 그 대비책도 세계에서 최고 수준입니다. 이번 사태를 TV 중계할 수 있었던 것이나, 또 당장은 엄청나 보이긴 해도 피해를 이 정도로 줄였다는 것은 일본이 아니면 불가능했다고 전문가들마저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인간이 완벽해도 우주 만물을 만드시고 지금도 질서 있게 통치하시는 하나님의 완벽함 앞에는 휴지조각 아니, 바람에 나는 겨만큼도 안 됨을 진짜로 생생하게 확인했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여전히 인간 군상들은, 그 당사자 일본인들조차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과도한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재앙을 직접 일으켰거나, 아니면 아예 손을 놓고 모른 척 하고 있다고 하나님을 원망 내지 부인할 것입니다. 안 그래도 하나님을 믿기 싫던 차에 좋은 핑계거리가 생겼다면서 말입니다.

자기 능력을 과신하기에 도무지 말로 설명이 안 되는 재앙을 당하고도 그 배후의 큰 힘 앞에는 끝까지 무릎 꿇지 않는 인간들의 완악함에는 그저 입이 벌어질 따름입니다. 논리적으로만 따져도 말로 설명이 안 되는 일이 생겼다는 것은 말로 설명될 수 없는 존재가 따로 있음을 간단하고도 분명히 반증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너무나 유감스럽게도 이번 사태로 느끼는 유구무언은 이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쓰나미가 이곳 캘리포니아 해안에도 몰려올까 염려해 토요일(3/12) 아침부터 미국 TV 방송은 해변의 파도를 생중계로 비춰주며 부산을 떨었습니다. 방탕에 빠져있는 아들 어그스틴이 회개하고 예수님을 올바르게 믿도록 간절히 기도하면서 흘린 엄마 모니카의 눈물방울이 파도의 흰 포말만큼 많다고 이름 붙여진 그 유명한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말입니다. 일본을 덮친 쓰나미의 포말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로 일본을 향해 흘리시는 하나님의 애끓는 눈물입니다.  

"여호와께서 가라사대 네가 수고도 아니하였고 배양도 아니하였고 하룻밤에 났다가 하룻밤에 망한 이 박 넝쿨을 네가 아꼈거든 하물며 이 큰 성읍, 니느웨에는 좌우를 분변치 못하는 자가 십이만 여 명이요 육축도 많이 있나니 내가 아끼는 것이 어찌 합당치 아니하냐."(욘4:10,11) 하나님은 우상이 몇 백만이 있어도 여전히 일본 국민을 아낍니다. 그들은 좌우를 분변치 못하기 때문입니다.  

당신께서 아끼는 일본에 이런 재앙을 내린 일차적인 이유는 이미 말씀드린 대로 현대첨단기술력도 파도 한방이면 잿더미가 된다는 사실을 전 세계인에게 실황 중계로 보여주려 한 것입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이유는 바로 요나 같은 신자들에게 경고를 주려는 것입니다. 크리스천이면서 목사인 주제에 저부터도 솔직히 소식을 처음 접하자 순간적으로 견원지간 일본이 당한 재앙인지라 일말의 묘한 통쾌감과 함께, 천벌 받았다는 기분부터 들었습니다. 저야말로 바로 요나였던 것입니다.  

대부분의 기독교 신자들은 쓰나미의 흰 포말이 불신 지옥 일본을 향한 하나님의 분노이자, 신자의 천국인 한국의 안전을 위한 그분의 위로라고 간주할 것입니다. 사실은 그 반대입니다. 일본을 안타까이 여기시는 눈물이 천지를 뒤엎은 것입니다. 그와 동시에 이웃을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는, 최소한 그들의 구원을 위해 기도하지 않던 한국 교회와 신자를 향한 분노의 거품입니다. 쓰나미는 "물이 바다를 덮음 같이 여호와를 아는 지식이 세상에 충만"하기를 바라는 그분의 역설적 표현이었습니다.  

이번 일로 가장 크게 입을 벌리고 다물지 못하는 분은 틀림없이 하늘에 계신 하나님일 것입니다. 성경의 요나서로 이와 같은 사태에 대한 당신의 뜻을 이미 계시했으며, 또 그래서  에스겔 선지자를 통해 무너진 성벽을 찾아가서 막으라고 신자에게 신신당부하셨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아직도 불신자는 우상 숭배 때문에 천벌을 받는 반면에 새벽마다 뜨겁게 부르짖는 신자는 형통하는 상을 받는다고만 믿고 있으니 얼마나 기가 차겠습니까? 당신의 독생자도 괜히 보내셨고, 성경으로 설명해 준 것도 완전 헛수고라고 여기고 더 이상 할 말을 잊으셨지 않겠습니까? 그러다 요나 같았던 저를 비롯한 한국교회와 신자들을 향해 벌린 입을 꾹 다무시고 진짜 큰 분노의 쓰나미를 보내시지나 않을지 두렵고 떨릴 뿐입니다.

3/14/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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