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조회 수 444 추천 수 20 2010.07.05 19:56:58
"마!"


저도 드디어 붉은 악마의 열광적인 현장에 참여해봤습니다. 미국에서 뉴스로만 접하다 보니 별로 실감을 못했던 그 뜨겁고도 일사불란한 분위기에 맘껏 젖어봤습니다. 부산 도착 다음 날이 바로 그리스와 대전이었습니다. 야외가 아니라 조금 아쉽긴 했지만 비가 와서 부산의 모 대학 강당에서 젊은 학생들과 함께 대형 스크린을 보면서 목청껏 응원했습니다.

먼 여행길에 피곤했어도 미국 이민 온 지 15년 만에 방문한 제 둘째 아들에게 고국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또 교회 구역장을 맡고 있는 처제 부부가 마침 그날 있을 구역 모임을 단체 응원으로 대체했던 것입니다. 캠퍼스의 공원에 미리 모여 준비해온 음식을 나눠 먹으며 서서히 열기를 고조시켰습니다.    

미국서 온 목사라고 제게 식사기도를 부탁했습니다. 한국이 이겨달라는 기도를 하지 않고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게 하고 부상 선수 없게 해달라는 기도만 했습니다. 그리스에서도 열심히 기도할 텐데 하나님이 어느 편을 들어야 할지 난감(?)하실 테니까 말입니다. 또 순간적으로 그리스는 지금 한창 국가적인 난국에 처해있는데 우리가 이기면 너무 잔인한 승리가 되겠다는 생각도 잠시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스포츠는 어디까지나 스포츠일 뿐입니다.)

어쨌든 경기는 모든 이가 보았듯이 통쾌한 승리로 끝났습니다. 그동안 한국 축구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순전히 실력으로만 이겼기에 군소리를 완전히 잠재운 승리였습니다. 지금까지 보아온 국가대표 경기 중에 진짜로 Best 였습니다. 앞으로 이보다 더 좋은 경기가 과연 나올 수 있을지 염려될 정도였습니다.

젊은 청년들은 한국 선수가 화면에 비췰 때마다 열광했습니다. 배우나 가수들 모임에 가본 적은 없지만 열광의 도는 그보다 훨씬 더할 것입니다. 너무나 당연할 것은 연예인은 개중에 안티도 많고 각자 선호도가 다르지만 국가대항 축구에 안티가 있을 리는 없을 것 아닙니까? 그야말로 잡음 하나 없는 만장일치적인 열광이었습니다. 만약 제가 승리보다는 최선만 다하라는 기도를 이 강당에서 젊은이들 앞에서 했다간 바로 야유를 들었을 것입니다.

그런 화합을 이루는 데는 어느 누가 유도, 교육, 조종, 훈련, 강제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이의 가슴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며 서로 얼굴만 쳐다봐도 흐뭇하게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그런 연합이었습니다. 모두에게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기에 자연적으로 이뤄지는 진정한 일치였습니다. 어느 순간엔가 저의 전신에 소름이 끼치는 감동이 흘러내렸습니다.

북한의 평양 대운동장의 집단체조나 어린이들의 피바다 공연을 봐도 소름이 끼친다고 했습니다. 인간을 이렇게까지 로봇처럼 정교하게 조종할 수 있는지, 얼마나 많은 훈련을 거쳐야 이렇게 될까 생각하면 두려움이 앞서는 소름이라고 합니다. 붉은 악마의 응원은 그와 완전 반대 되는 소름이었습니다. 백 퍼센트 강제적 연습과 백 퍼센트 자발적 연합의 차이였습니다. 각기 우리의 육신, 건강, 영혼에 끼치는 영향도 극과 극의 선악으로 나뉠 것입니다.    

한창 응원하는 중에 모든 학생이 일시에 "마!"라고 외쳐대는 통에 깜짝 놀랐습니다. 조금 있으니 또 그랬습니다. 경기 흐름과 연결해보니 금방 그 뜻을 알 수 있었습니다. 상대가 우리 팀에게 과격한 파울을 하면 곧바로 질책하는 의미였습니다. 말하자면 "임마! 조심해. 까불지 마!"를 한음절로 줄인 것입니다. 참으로 유쾌하고도 기발한 발상이었습니다. 이 이상 다른 말이 무엇 필요 하겠습니까?

그런데 조금 지나니 꼭 긍정적으로만 이해해선 안 될 것 같았습니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일치할 수 있는 인간의 심성이, 그 반대로 누가 시키지 않아도 다른 민족을 미워하는데도 똑 같은 일치를 이룰 수 있지 않겠습니까? 또 그런 심성을 조금만 조종하여 분위기를 몰아가면 얼마든지 원하는 나쁜 결과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독일 나치 제국이 그랬고, 무엇보다 이천년 전 어느 날 밤 예루살렘의 빌라도 법정에서 그랬지 않습니까?

또 앞으로 언젠가 나타날 대환난 시기의 적그리스도 분명 그러할 것입니다. 문제는 교회 안에서 배교하는 자 가운데서 나타난다고 성경은 예언하고 있습니다. 그럴 때에 신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믿음으로 끝까지 어떤 핍박도 견디며 천국 소망을 키워야 합니까? 물론 당연히 그래야 합니다.

그러나 먼저 신자들이 이런 붉은 악마와 같은 연합을 이루면 될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을 다 같이 나눠가졌기에 어떤 조종 없이도 자발적으로 주 예수를 외치면 적그리스도가 교회 안에 발도 못 붙일 것입니다. 혹시 나타나도 그 때는 순간적으로 다 같이 "마!"라고 외치면 되지 않겠습니까? 물론 이 때의 마!는 "나사렛 예수의 이름으로 명한다! 흑암의 세력은 아예 까불지 말고 당장 꺼져라!"의 의미임은 벌써 눈치 채셨겠지요?

6/17/2010

사족:

이전에는 "붉은 악마"라는 이름에 대해 그저 이름일 뿐이라고 대수롭잖게 여겼습니다. 막상 번쩍거리는 붉은 플라스틱 뿔 완구를 너도 나도 쓰고서 응원하는 모습을 실제로 보니까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응원단들이 악마의 하수인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기독교가 번성 하는 한국의 응원단이 악마라니 그 뒤에 뭔가 검은 손이 움직이는 것 같지 않습니까? 우상숭배의 천국인 일본은 단지 애국심과 선전을 독려하는 “울트라 닛뽄(Ultra Nippon)”인데 반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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