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시시한 사도행전의 결말

조회 수 20597 추천 수 26 2009.11.12 01:38:03
너무 시시한 사도행전의 결말


바울이 온 이태를 자기 셋집에 유하며 자기에게 오는 사람을 다 영접하고 담대히 하나님 나라를 전파하며 주 예수 그리스도께 관한 것을 가르치되 금하는 사람이 없었더라.”(행28:30-31)


사도행전을 읽는 모든 신자가 한 결 같이 느끼는 공통점은 끝이 너무 시시하다는 것입니다. 성령행전이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사도들의 활약은 예수님 이상으로 눈부셨는데 비해 하나님을 위한 커다란 일을 성취하지 못한 채 마칩니다. 그것도 기독교 사상 예수님 다음으로 위대한 인물인 바울이 로마의 한 가옥에서 죄수의 신분으로 구금되어 쓸쓸히 지내는 것이 결론입니다. 본인의 필생의 소원이었던 당시의 땅 끝 스페인에는 발도 못 디뎌 봅니다.  
                                                                                      그 실제적인 이유는 본서의 주인공인 바울이 얼마 안 있다 다시 지하 감옥에 수감되었다가 순교를 당했고 나머지 사도들도 온갖 박해로 순교했기 때문입니다. 즉 더 이상 기록할만한 특별한 일들이 많이 없었기에 본서의 저자인 누가로선 꼭 기록으로 남길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물론 그렇게 된 영적인 의미는 잘 아시는 대로 십자가 복음을 전하는 사역이 사도들로서 마감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 후의 모든 세대들도 주님 오시는 날까지 계속해서 복음을 전하라고 미완성의 상태로 남겨둔 것입니다. 즉 사도행전의 이어지는 페이지들은 신자들이 써서 매워야 합니다.

“예수께서 나아와 일러 가라사대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내게 주셨으니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찌어다 내가 세상 끝 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마28:18-20)

세상 끝 날까지 신자들은 모든 족속에게 복음을 전하고 제자 삼고 가르쳐서 지켜 행하게 해야 하므로 사도행전은 그 본질상 결론이 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결론이 나면 이상해질 뿐 아니라 예수님의 지상명령도 아무 의미가 없어집니다.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성령의 기름부음이 임해야 하는데 바울 당시 겨우 유대, 소아시아, 로마 정도에 복음이 전해진 것으로는 사실 사도행전이 시작도 안 된 것입니다. 책이란 무릇 서론 본론 결론으로 구성되어야 하는데 서론만 써 놓고 탈고(脫稿)했다고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본론은 모든 세대의 신자가 적어야 하고 다시 오실 예수님이 마침표를 찍을 것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신자들은 여기까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사도행전이 흐지부지하게 끝맺은 데는 또 다른, 어쩌면 더 중요한 의미가 있음을 잘 알지 못합니다. 말하자면 사도행전의 결론을 우리가 맺으려고 너무 노력을 한다는 것입니다. 더 큰 이적을 일으켜야 하고 더 많은 민족에 복음을 전해야 하고 교회는 더욱 성장해야 한다는 데에 모든 주안점을 둡니다.

물론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그것은 마태복음의 결론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반면에 사도행전의 희미하고도(?) 미완성인 결론의 의미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은 것입니다. 그럼 사도행전의 희미한 결론의 숨겨진 의미는 도대체 무엇입니까?

한 마디로 바울 같은 신령하고 위대한 사도의 일생도 아무 이름도 빛도 없이 심지어 고난 중에 마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후속편을 적어갈 자들도 바울이 남긴 본을 따르라는 것입니다. 땅 끝까지 찾아가 모든 민족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은 결코 화려하지 않고 가시적 업적으로도 나타나지 않으며 평생 동안 죽을 고생하다가 쓸쓸히 마칠 것이며 또 그런 자라야 사도행전을 29장부터 이어갈 자격이 있다는 뜻입니다.

예수님은 이 땅에 아무 것도 남긴 것 없습니다. 오직 하나 십자가의 죽음 빼고는 말입니다. 마지막 지니고 있던 소지품마저 불신자이자 유대의 대적 로마 군인들에게 다 주었습니다. 사도 바울도 마찬가지입니다. 십자가 죽음(실제로는 참수를 당했다고 전해짐)만 남겼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바울은 예수님보다 더 많이 남겼습니다. 위대한 하나님의 말씀을 기록한 서신서 13권과 자신의 삶으로서만 증거 된 천국 복음입니다. 예수님이 “나를 믿는 자는 나의 하는 일을 저도 할 것이요 또한 이보다 큰 것도 하리라”(요14:12)고 말씀하신 대로 이뤄졌습니다. 이적으로, 교회 설립으로 주님보다 더 큰 일을 할 수는 없습니다. 십자가 죽음 플러스 예수님의 공생애 3년보다 더 오래 산 증거의 삶만으로 그분보다 더 큰 일을 할 수 있을 뿐입니다.  

사도행전의 또 다른 결론이 하나 있습니다. 모든 책은 시작할 때에 주제를 밝혀 놓고 끝에서 다시 한 번 그것을 강조하는 법입니다.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행1:8) 따라서 사도행전의 주제는 “성령을 받으면 권능 있는 예수님의 증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끝을 맺었습니까? “바울이 담대히 전파하되 아무도 금하는 사람이 없었더라.” 단순히 로마 황제의 호의로 바울이 구금된 자택에서 자유롭게 있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복음을 전하는 자는 감옥에 가든, 순교를 당하든 담대할 것이며 또 전파되는 그 복음은 세상의 어느 것으로도 막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요컨대 성령행전이 성령행전답게 끝이 났다는 뜻입니다. 예수님은 약속대로 성령을 보내 주셨고 사도들은 그 성령의 인도대로 그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았습니다. 그리고 그 성령의 은사는 가장 근본적으로 성도로 하여금 예수님만이 길이요 진리요 생명임을 확신하게 하는 것입니다.(고전12:3) 그래서 그런 확신이 있는 자는 어떤 핍박이 따르더라도 그 진리를 담대하게 선포할 수 있습니다. 신유와 방언과 능력 같은 성령의 은사는 복음이 바르게 전해지고 성도를 견고케 하며 교회의 덕을 세우기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저를 포함한 우리 모두 다시 한 번 되돌아보기 원합니다. 과연 우리가 사도행전의 후속편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 아니 쓸 자격이 있는지? 사도 시대는 이미 끝이 났습니다. 우리가 적어야 할 후속편은 반드시 성령행전이 되어야 합니다. 성령의 은사를 제대로 받았는지요? 그런데 혹시라도 “자기 소견에 맞는 행전”을 적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 중에는 심지어 봉사, 예배, 기도, 성경 공부, 전도, 선교까지 포함하여 말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그 일과 함께 사람들의 칭찬과 갈채가 따르고 자신에게 부와 명예와 권세가 늘어나고 있지는 않는가요? 만약에 그렇다면 사도행전의 끝이 시시하다고 논할 자격조차 없습니다.

5/2/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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