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95:7,8 두 종류의 강퍅한 마음

조회 수 2510 추천 수 12 2011.10.28 20:2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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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종류의 강퍅한 마음  


대저 저는 우리 하나님이시오 우리는 그의 기르시는 백성이며 그 손의 양이라 너희가 오늘 날 그 음성 듣기를 원하노라 이르시기를 너희는 므리바에서와 같이 또 광야 맛사의 날과 같이 너희 마음을 강퍅하게 말찌어다.”(시95:7,8)


우리말 개역성경에는 어려운 한자말이 많이 나오는데 본문에서도 마음을 “강퍅하게” 하지 말라고 합니다. 강퍅(剛愎)은 강철처럼 굳세다는 강(剛)자와 괴팍하다, 너그럽지 못하다, 어긋나다,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뜻을 지닌 퍅(愎)이 합쳐진 한자말입니다. 우리말 사전에는 “성미가 깔깔하고 고집이 세다”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히브리어 카솨는 힘들다, 험하다, 난폭하다, 거칠다, 어렵게 만들다, 완강하다는 등의 뜻이 있습니다. 영어로는 ‘harden’이라고 번역했습니다.

단어의 사전적(辭典的) 정의를 따져보았지만 그 의미가 명료해지지 않습니다. 언뜻 느껴지는 어감(語感)은 난폭하고 거친 모습으로 단단하게 굳어져 있는 마음 상태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아무리 하나님께 자주 거역했지만 감히 그분께 대해 난폭하고 거친 마음을 가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불신자도 의식은 못해도 본성적으로 하나님에 대해 두렵고 떨리는 마음을 지니는데, 여호와를 아는 이스라엘이 그럴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본문의 요점은 너희가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를 원하는데, 마음을 강퍅하게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강퍅은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를 원하지 않는 마음 상태이거나, 마음이 강퍅한 상태가 되면 하나님 음성을 듣기 싫어하거나 들리지 않게 된다는 뜻이 됩니다. 한자말 퍅(愎)에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뜻이 있기에 정확한 번역이라고 하겠습니다.

더 구체적 의미를 알려면 ‘므리바’와 ‘광야 맛사의 날’이 무엇인지 살펴야 합니다. 기자는 출애굽기 17:1-7에 기록된 광야에서 있었던 역사적 사건을 인용했습니다. 이스라엘이 출애굽하여 신 광야 르비딤에 이르자 물이 없어서 모세에게 자녀와 생축을 죽게 했다고 원망했습니다. 모세는 하나님께 기도한 후에 반석을 지팡이로 쳐서 물을 나게 했습니다.    

“그가 그곳 이름을 맛사라 또는 므리바라 불렀으니 이는 아스라엘 자손이 다투었음이요 또는 그들이 여호와를 시험하여 이르기를 여호와께서 우리 중에 계신가 아닌가 하였음이라.”(출17:7) ‘맛사’는 ‘다툼’을, ‘므리바’는 ‘시험’을 뜻하는데 이스라엘 백성이 모세와 다투었고 또 여호와를 시험했다는 것입니다.

강퍅한 마음이란 바로 이때에 가졌던 이스라엘 백성의 심리 상태를 뜻합니다. 분명 하나님께 원망했고 백성들끼리 다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하나님께 난폭하고 거친 마음을 품었던 것은 아닐 것입니다. 또 하ご纛?두고 물을 주시면 믿고 안 주시면 믿지 않겠다고 담판 내지 내기를 하려던 것도 아닐 것입니다.

모세가 그들의 마음 상태를 어떻게 표현했습니까? “여호와께서 우리 중에 계신가 아닌가 하였음이라” 눈을 닦고 사방을 둘러봐도 강이나 연못이라곤 없으니 하나님이 왜 이런 곳에 우리를 이끌고 오셨는지, 대체 이러다 목말라 죽게 되지는 않을까 염려가 생긴 것입니다. 그래서 혹시 여호와가 우리를 버린 것은 아닌지 은연중에 의심이 생긴 것입니다.

우리도 자주 품게 되는 마음입니다. 아무리 오래 동안 새벽 기도에서 울부짖으며 기도해도 환난이 그치지 않으면 자연히 비슷한 생각이 듭니다. 바로 그것이 강퍅한 상태입니다. 시편 기자는 마음이 그렇게 되면 어떤 결과가 생긴다고 했습니까? 하나님의 음성을 듣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그분의 음성을 들으려고 이른 새벽마다 그토록 오래 동안 그분과 씨름했는데 그분 음성을 듣지 못한다니 너무 억울하거나 손해 보는 장사(?)를 한 셈 아닙니까? 실제로 “여호와께서 우리 중에 계신가 아닌가 하였음이라”는 마음까지 들었으니 그분의 음성은 전혀 듣지 못했지 않습니까?.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지 않을 리는 없으며 그분이 해결치 못할 일도 없음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럼 우리를 일부러 힘들게 만들어 연단시키려는 것입니까? 물론 그런 뜻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전에 우리가 실제로 우리의 마음을 강퍅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지금껏 환난이 해결되지 않아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기는 의심을 강퍅한 상태라고 말해놓고, 이젠 우리 스스로 마음을 강퍅하게 만든다고 하니까 혹시 혼동이 생깁니까?  

히브리어 카솨의 원래 의미는 ‘밀도(密度)가 높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마음에 한 가지 생각만으로 가득 차서 아예 다른 생각을 못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목이 곧고 고집이 세어지며  다른 이의 말을 듣지 않게 됩니다.  

르비딤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오직 마실 물에만 모든 생각을 집중했습니다. 주위사방에 물 흔적은 전혀 없고 당장 목말라 죽을 지경이 되었으니 어서 빨리 물이 있어야 된다는 염려 외에는 아무 생각도 못했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적용해도 동일합니다. 어서 빨리 이 환난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하나님은 그 크신 능력으로 왜 당장 도와주지 않느냐는 생각으로 가득 차면 다른 생각은 전혀 못하고 당연히 하나님 음성도 듣지 못하는 것입니다.  

바로 그럴 때에 꼭 들어야 할 하나님의 음성이 무엇입니까? 본문의 앞부분 즉, “대저 저는 우리 하나님이시오 우리는 그의 기르시는 백성이며 그 손의 양이라.”입니다. 환난으로 주위 사방만 둘러보느라 강퍅해진 마음을 거꾸로 하나님 생각으로 가득 채워서 다른 음성이 안 들리게끔 즉, 강퍅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분의 권능, 섭리, 주권, 은혜, 사랑만을 묵상하면서 우리의 모든 시선을 그분께로만 향하게 해야 합니다.

양(羊)의 유별난 신체적 특징이 하나 있는데 성경이 신자를 양으로 비유하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시력이 아주 약해 주위 사방을 잘 보지 못해 쉽게 넘어지고 길을 잃습니다. 반면에 청력은 자연히 아주 발달되어 있습니다. 자기 목자의 음성을 정확히 구분해서 그 인도대로 잘 따릅니다. 다른 사람의 음성에는 따라가지 않습니다.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가 바로 그렇다는 것입니다. 더 정확히 말해 우리가 현실적으로 그러지 못한 때가 많지만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스라엘 백성처럼 강퍅한 마음으로 하나님을 자주 시험까지 합니다. 당신의 능력으로 당장 환난을 해결할 수 있는지 못하는지 두고 보자는 시험이 아닙니다. 본문은 “내가 사십 년을 그 세대로 인하여 근심하여 이르기를 저희는 미혹된 백성이라 내 도를 알지 못한다 하였도다”(10절)로 이어집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강퍅해진 마음 때문에 아직도 신자들이 당신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나의 양이면서도 내 음성을 제대로 듣지 못한다고 한탄하시게 만든다는 뜻입니다. 그것도 당신의 독생자를 십자가에 죽이시기까지 신자를 사랑하심을 명백히 보여주셨음에도 말입니다.

불신자는 보이는 것에 생각이 빼앗겨 하나님 음성을 전혀 듣지 않습니다. 신자는 그분의 음성에만 정신이 빼앗겨 주위사방에 눈을 가려야합니다. 보이지만 잠시 뿐인 이 땅에만 묶였던 강퍅한 마음을 보이지 않지만 영원하신 하나님에게만 붙잡히는 강퍅한 마음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그분만이 우리의 목자이며 우리는 그분의 양일뿐입니다. 너무나 간단한 이 진리조차 자주 잊으니 아직도 이전의 강퍅에서 제대로 헤어 나오지 못한 꼴입니다. 환난이 주는 현실적 고통보다 신자가 정작 애통하고 괴로워해야 할 고통이지 않습니까?

10/15/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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