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1:7 왜 바벨론 이름으로 성경을 기록했는가?

조회 수 4460 추천 수 18 2011.08.22 22:4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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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바벨론 이름으로 성경을 기록했는가?


[질문]


다니엘서는 다니엘이 지었습니다. 근데 내용 중에 1장 7절에 다니엘은 벨드사살, 하나냐는 사드락, 미사엘은 메삭, 아사랴는 아벳느고라고 이름을 고쳤다고 나옵니다. 그러나 성경을 저작하면서 예전 이름으로 해도 무방할 텐데 왜 고친 이름을 사용했을까요?

[답변]

구약성경은 고대 히브리어로 저작되었지만 바벨론 포로 시기(주전6세기) 이후에 히브리인의 공용어가 된 아람어로 적힌 부분이 두 군데 있습니다. 바로 다니엘서 2:4-7:28과 에스라서 4:8-6:18 및 7:12-26 입니다. 특별히 다니엘서는 “갈대아 술사들이 아람 방언으로 왕에게 말하되.”(2:4)라는 부분부터 실제로도 아람어로 기록되었습니다. 이를 두고 한 신학교의 히브리어 교수가 아래와 같이 해석하는 것을 직접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한국 민족에게 가장 수치스러운 역사는 당연히 일제 강점기 36년 동안일 것이다. 당시의 한국인들은 모국어도 빼앗기고 일본어만 사용하게끔 강요당했다. 당시 세대들은 전부 일본어로 읽고 말할 줄 알았다. 그런데 후대에서 한국사에서 당시 역사만 의도적으로 일본어로 기록하여 그 세대들로 읽게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나라를 잃고 핍박을 당했던 그 치욕의 역사를 아주 생생하게 회상할 것이다. 또 앞으로는 서로 힘을 합쳐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이루어서 절대로 나라를 빼앗기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다니엘이 바벨론 포로로 잡혀 있던 시절의 이야기를 일부이지만 그곳의 언어로 기록한 것을 당시나 후대의 유대인들이 읽는다면 동일한 소회와 결심을 갖게 될 것이다.”

정말로 다니엘이 이런 의도를 갖고 아람어로 기록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아람어로 기록된 그 부분을 읽는 유대인들로선 분명히 동일한 느낌을 가졌으리라 쉽사리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자기들이 우상 숭배하는 이방에 포로로 잡혀온 이유가 하나님을 온전히 섬기지 않았고 또 그분의 거룩한 율법을 순종하지 않았기 때문임을 절감했을 것입니다. 그 치욕의 역사를 절대 잊지 않고 여호와를 제대로 경배하며 율법대로 살아야겠다고 모두가  다짐하고 또 다짐했을 것입니다.

다니엘은 바벨론에서 총리까지 지내며 느부갓네살 왕을 최측근에서 시중들었습니다. 그가 직접 목격한 모든 상황들을 더 실감나게 전하려면 아람어가 적격이라는 생각은 최소한 했을 것입니다. 예컨대 느부갓네살 왕으로선 다니엘의 세 친구들 유대 이름은 아예 알지도 못했기에 당연히 바벨론 이름으로 불렀을 것입니다.(3:13,14) 세 친구를 왕의 곁에서 섬기는 자로 삼으려고(1:5) 환관장은 유대 이름을 없애고 이미 바벨론 식으로 개명시켰기 때문입니다.(1:7) 말하자면 다니엘이 사실에 입각해 정확히 기록했기에 바벨론식 이름이 성경에 등장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특별히 유대인들로선 이 책을 읽을 때마다 바빌론 식 이름에 매우 더 분개하고 애국심을 불태웠을 것입니다.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간 자들은 대개의 전쟁에서 그러하듯이 이스라엘의 지도층들이었습니다.(1:3,4) 또 유대인들은 히브리어와 뿌리가 같으며 문법체계와 심지어 알파벳까지 대동소이했던 아람어에 능통했었습니다. 다니엘서의 아람어 기록부분과 문제의 바벨론 식 이름의 정확한 뜻을 충분히 숙지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든 히브리어 교수가 말씀하신대로 적용해봅시다. 일제시대 한국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박 아무개, 김 아무개 같은 한국 이름 대신에 나까무라, 우에하라 같은 식으로 소개된 기록을 읽는 한국인은 얼마나 분통이 터지겠습니까? 이스라엘의 경우는 더더욱 이름의 뜻을 중요시 여기는데 이방 이름으로 불리었다는 사실은 엄청난 일이었습니다. 특별히 유대식 이름은 거의 여호와 하나님과 연관된 의미를 지녔습니다. 그 대신 개명된 이방 이름을 듣고 읽을 때마다 결과적으로 너무나 불경하게도 하나님의 이름에 먹칠하게 되므로 그들이 느끼는 상처와 아픔은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컸을 것입니다.

다니엘과 친구들의 유대 이름이 바벨론 식으로 바뀌면서 그 뜻이 어떻게 변모했는지 살펴봅시다. '다니엘'은 "하나님께서 심판하신다"인데 '벨드사살'은 "바벨론 신 벨이여 그 생명을 보존하소서"입니다. 또 '하나다'는 "하나님은 자비로우시다"인데 '사드락'은 "태양의 영감"입니다. '미사엘'은 "하나님 같은 분은 누구신가?"인데 '메삭'은 "아쿠 신 같은 분이 어디 있으랴?"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사라'는 "하나님께서 도우신다"인데 반해 '아벳느고'는 "느고의 종"이었습니다.

넷 다 여호와의 거룩한 이름이 바벨론의 우상 이름으로 바뀌었습니다. 비유컨대 "예수님의 형제" 같은 칭호 대신에 항상 "사단의 부하" 같은 이름으로 불렸던 셈입니다. 느부갓네살 왕이나 그 신하들이 자기들을 그렇게 부르는 소리를 들었을 때에 그들 심정이 어떠했겠습니까? 또 이 책을 읽은 유대인들이 얼마나 가슴을 치며 한탄했겠습니까? 유대 이름을 병기(倂記)한 일부 구절에선 더더욱 실감하고 하나님을 향한 헌신의 결단을 새삼 다졌을 것입니다.

어쨌든 다니엘로선 실제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적은 것은 분명합니다. 먼저 1장에선 그들이 이름을 바꿔야만 했던 사정을 설명해야 했고, 2장 이후에선 왕이 그들을 유대 이름으로 부를 일도 없었기에 일어났던 일을 그대로 기록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하나님이 다니엘로 하여금 성령으로 감동시켜 바벨론 식 이름을 기록에 남기도록 한 것입니다. 이스라엘 더러 지난 세월 동안에 얼마나 하나님의 이름을 욕보였는지 깨닫게 하려는 목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포로로 잡혀 간 유대지도자들의 이름이 치욕적으로 바뀌는 수모를 겪게 했고 나아가 그 이름으로 불릴 때마다 하나님의 영광을 직접 가리게는 되는 허물을 범하게 만든 것입니다.

7/31/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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