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5:3 산소와 수소로 물을 만들려면?

조회 수 719 추천 수 9 2009.09.20 23:3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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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수소 원자 둘과 산소 원자 하나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물을 합성하기 위해 이 두 원자를 정확하게 2:1의 비율로 섞어 놓아도 아무런 화학작용이 일어나지 않는다.  두 원자가 상호 반응이 일어나 결합을 시켜주는 제3의 물질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백금을 함께 넣어야 비로소 물이 생긴다. 그래서 이 백금과 같은 물질을 촉매(觸媒)라고 한다.

신자란 하나님과 항상 동행하며 교제하며 함께 호흡하는 자다. 그러나 실제 삶에선  하나님이 함께 하지 않는 것 같고 심지어 나의 형편을 전혀 알지 못하며 나를 떠난 것 같이 느껴질 때가 많다. 우리의 삶에 하나님은 분명 함께 하시지만 그 분의 임재가 온전히 느껴지지 않고 은혜가 충만하지 않을 때가 많다. 하나님과 공존(共存)은 하고 있지만 결합(結合)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신앙생활에도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려면 상호 반응하여 온전한 영과 영의 화학적 합성이 생겨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바로 이 촉매가 필요하다.    

그럼 신앙생활에 꼭 있어야 할 촉매는 과연 무엇이겠는가? 흔히들 말씀, 찬양, 예배, 기도, 금식 등 믿음을 성숙시키고 영성을 고양시키는 활동을 촉매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 훈련만 하면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게 된다고 단순하게 생각하며 그 중에서도 하나님과 교제하려면 기도가 필수적이라고 믿는다. 맞다.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나 기도가 촉매 자체는  아니다.

아무리 말씀보고, 예배드리고, 찬양, 금식, 기도해도 여전히 하나님의 임재를 체험하지 못하고 은혜가 실종된 듯 느낀 적이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더 엄숙하고 경건하게 예배드리고, 예배 분위기와 장소도 바꾸고, 빠른 템포의 찬양을 더 뜨겁게 불러 보고, 기도원에 올라가 울부짖기도 하고, 금식 회수와 날짜를 늘려보지만 별로 나아진 것 같지 않을 때도 많다.

물을 만들기 위해 산소, 수소라는 두 기본 구성 원자와 비이커 같은 실험기자재와 촉매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동일한 이치로 두 원자에 해당하는 것은 신자와 하나님이다. 이 둘을 함께 담아 넣어 그 속에서 반응이 일어나도록 만들어 주는 비이커의 역할이 꼭 필요한데 그것이 기도, 예배, 말씀공부다. 기도하고 말씀 보고 예배드리고 금식했으니 당연히 하나님의 은혜가 넘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실험기자재에 산소, 수소를 정확한 비율로 넣었으니 당연히 물이 생길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과 같다.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촉매가 따로 있어야 한다.

미국 한 시골 도시에 젊은 유학생 부부가 있었다. 부모가 상당한 재력가라 돈에 궁한 적 없이 부모가 사준 집에서 한 10여 년간 편안하게 잘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집안에 여러 가지 사정이 생겨 더 이상 부모가 뒷바라지해 줄 수 없게 되었고 갖고 있던 집마저 처분하였고 우여곡절 끝에 불법체류 신분으로 바뀌어 버렸다. 할 수 없이 로스앤젤레스로 나와 부부가 함께 맞벌이 노동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고 사는 꼴이 이전에 비해 형편없어졌다.  

그런 와중에 그 부인이 간증하기를 "지금은 바빠서 제대로 기도할 시간과 여유가 없어 일하는 중에나 운전 중에 그냥 속으로 긴급한 일을 염려하거나 막연하게 어떤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하는데도 하나님은 다 해결해주신다. 정말 우리의 생각까지 감찰하시는 하나님을 실감하고 더 은혜가 넘치는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전에 편하게 지낼 때는 새벽기도, 찬양예배, 여전도회 기도모임, 철야예배, 성경공부 등 모든 모임에 거의 빠지지 않고 출석하며 기도와 말씀에 열심이었는데도   이렇지는 않았다. 나는 그 때가 내 믿음이 더 좋았고 지금은 이전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도 그렇지 않은가 보다. 하나님은 우리의 신앙적 열심과 실력에 상관 없이 우리  형편을 정확히 아시는 것 같다"라고 했다.

왜 이 자매에게 기도도 제대로 못하는 지금이 이전보다 더 은혜가 넘치는가? 분명히  이전에 지금보다 더 좋은 실험기자재를 사용해 물을 만드는 실험도 훨씬 많이 했다. 지금은 그에 비하면 실험기자재를 제대로 청소도 못한 채 쓰고  심지어 실험실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전에는 아무리 좋은 시설에 많은 실험을 해도 촉매를 넣지 않았고 지금은 단 한 번의 실험을 해도 촉매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한국이 지금처럼 잘 살기 전에 가장 인기 있었던 스포츠는 프로 복싱이었다. 피가 터지고 눈이 퉁퉁 붓는 야만적인 스포츠인데도 세계 타이틀전을 하면 체육관이 터져 나가며 열광했다. 다들 가난에 찌들린 스트레스를 상대 선수를 통쾌하게 K.O. 시키는 모습에 대리 만족하며 울분을 풀었다. 챔피온만 되면 돈방석에 앉아 남들 못 갖는 자가용에다 지금 월드컵 태극전사보다 더한 인기를 누렸다. 선수와 관중이 하나가 되어 열광할 수 있었던 까닭은 우리 모두에게 헝그리(Hungry) 정신이 있었다. 누구라 할 것 없이 배가 고팠기에 어떤 힘든 일도 기쁨으로 참아 냈던 시절이었다.

우리가 하나님과 하나 되어 열광하기 위해서도 바로 이 헝그리 정신이 있어야 한다. 심령이 가난해져야 한다. 은혜에 갈급해야 한다. 하나님의 자비와 사랑을 진심으로 사모해야 한다. 단순하게 "하나님은 내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다 알아서 해주겠지 뭐, 나는 기도하고 말씀보고 예배만 정성껏 드리면 되지" 정도로는 안 된다. "지금 당장 하나님의 도우심이 너무 절실합니다. 진정으로 당신의  거룩한 임재와 풍성한 사랑과 넘치는 은혜 가운데 들어가기를 소원합니다. 이 세상의 어떤 것도 주님의 사랑 없이는 아무 힘도 되지 않고 쓸모없습니다. 주님이 외면하시면 나는 더 이상 갈 데가 없으며 죽습니다." 시냇물을 찾기에 갈급한 사슴처럼 우리의 영혼이 하나님의 영으로 채워지기를 목말라 하고 애타야 된다.

하나님의 은혜를 우리 인생과 영혼에 채우기 위해서는 그분과의 화학적인 합성이 먼저 일어나야 하며 그러기 위해  촉매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 촉매는 바로 이  갈급한 심령이다. 예를 든 유학생 부인의 경우 기도를 더 고상하고 열심히 했지만 은혜가 부족했던 이유는 별로 부족함과 목마른 것이 없었던 까닭 외는 없다. 본인의 믿음이 약했거나 예배나 기도모임의 내용이 빈약했던 것도 아니다. 단지 자기 영이 갈급해져 있지 않아서다.

신자의 상한 심령과 통회하는 중심 외는 그 어느 것도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제사가 될 수 없다. 하나님이 일부러 재미 삼아 우리를 괴롭게 만든 후에 즐기신다는 뜻이 아니다. 강제로 우리를 낮추어 항복하게 만들려는 것도 아니다. 신자가 진정으로 전심을 갖고 당신을 찾기를 원하며 바로 그 때에 미리 다  예비해 놓으신 복을 주시기 기뻐하시기 때문이다.  

기도 모임, 예배, 성경공부, 제자 훈련, 심지어 철야, 금식 같은 훈련들이 오히려 우리 자신이 낮아지는 것을 방해하는 때가 많다. 제자훈련 몇 기를 마치면 신학적으로 전문가가 된 것 같고, 작정 새벽기도를 40일간 개근하면 기도에 능력이 붙어서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을 것 같고, 금식 일주일만 하고 나면 아주 신령해져 세상의 어떤 더러운 죄악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질 수 있다.

고린도 교회만큼 성령의 은사를 많이 받고 능력이 활발하게 드러난 교회가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바울에게서 "너희가 이미 배부르며 이미 부요하며 우리 없이 왕 노릇 하였도다"(고전4:8)라고 책망을 들었다.

성경공부와 기도와 금식 등으로 우리의 영이 새롭게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 자체가 은혜가 될 수 없다. 은혜란 오직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것이다. 그런 훈련들은 그 은혜를 잘 받기 위한 준비 단계요 화학적 결합을 담아 낼 비이커이다. 은혜란 우리 영혼이 낮아지고 낮아져서 완전히 비어져야만 비로소 그 비워진 곳에 채워지는 법이다. 성경 공부한 것으로 하나님의 은혜 자체를 대신 채울 수 없다.

책상, 걸상을 최고급으로 갖다 놓고 공부방을 아무리 근사하게 꾸며도 실제 공부를 잘하고 못하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 하나님과 연합이 안 된 상태에서 기도와 말씀은 아무 역할을 하지 못한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 (마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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