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쾌합니다.

조회 수 2606 추천 수 183 2003.11.01 01:39:32
박 목사님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오강남 박사의 책을 읽고 "참 안 됐다" 하면서도 그에 대한 차원 높은 반박(왜냐하면 그들의 논리는 항상 스스로 '차원 높다'고 생각하니까)을 할 수 없는 저의 한계에 속이 많이 상했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이쪽에서도 그를 능가하는 반박서가 나오길 바랬는데, 무명(!)의 (동료) 목사지만 그의 '높은 차원성'을 뛰어넘는 필치로 명료하게 반박해주셔서 일단 속이 후련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속이 후련하라고 이 책을 쓰지 않으셨다는 건 잘 압니다.  후기에서도 밝히신 것처럼.  결국 목사님의 글의 핵심인(동시에 저쪽 주장의 반대인) '구세주'로서의 예수상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확신과 성실한 전파 때문이겠죠.

목사님의 논지와 비유들을 제 설교에도 잘 활용하겠습니다.  설교가 논문은 아니기 때문에 인용근거를 수시로 밝혀야 하는 번거로움은 피할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언젠가 '반박서'가 아닌, 목사님의 더 자유로운 창의력과 글솜씨가 엉그러진, 그런 책 한번 써보십시오.  솔직히 저는 보수/복음주의 진영의 '영성작가'라고 하는 분들의 글에 식상해있습니다.  좀 말장난 같은 느낌이 듭니다.  내용이 너무 가볍죠.  유진 피터슨 목사님 같은 깊은 신학적 통찰력을 가진 작가들이 우리 진영에서 나오지 못하는 것을 상당히 부러워하고 있답니다.  그런데도 책들을 너무 쉽게 내는 것 같고, 더 나아가 너무 자신 있어 보여 답답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목사님에겐 오히려 좀더 절제되면서도 동시에 더 풍성한 글을 쓰실 자격이 있어 보입니다.  즉 책낼 자격이 있으시다는 뜻입니다.  앞으로 심정적으로, 기도함으로 지지하겠습니다.  목사님의 책 제목처럼, '무명의 목사'의 복음이 소위 학계에서 '깨달았다고' 하는 학자의 논리를 얼마든지 무너뜨릴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 너무 좋다는 뜻에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물론 '성령의 압도'가 '이성의 깨우침'을 당연히 능가한다는 '복음의 능력' 덕택이긴 하겠지만요.  

앞으로 은사에 따라 더 많은 일을 하실 줄 믿습니다.  기회가 되면 언제 한번 교제도 나누도록 합시다.

SF 근방에서 목회하는 한 무명 목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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