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평소 신앙심이 깊은(“깊어 보이는”이라는 게 더 정확할까요) 친구 부부가 반 년 전 둘째 아이를 천국에 보냈습니다. 뇌성마비를 가진 장애아로 태어났는데 얼굴을 제외하곤 거의 전신 불구로 지내왔고 그 아이를 돌보는 부모도 오랜 기간 몸과 마음의 고생을 심하게 했지만 정상 아이보다 더 애지중지 예뻐하며 잘 키워 왔습니다. 많은 교인들이 4년 가까이 고생한 그들을 보면서 아이는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때에 데려가신 거라고 위로하면서 그들 부부에게는 오히려 복(이제 아이로 인하여 고생은 안하니)이라며 위로를 건네곤 한답니다.

 

그런데 친구(남편)는 현재 회복이 되었지만 친구아내는 지금까지 수시로 슬픔에 잠기며, 특히 밤만 되면 아이 생각에 오랜 시간 울다가 잠이 든다고 합니다. 친구 역시 아내를 보면서 신앙적으로 환경적으로 하나님의 뜻을 이야기하며 위로하려고 했지만 정작 아내에게 큰 힘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아내 분 역시 그런 자신의 모습이 힘들다고 합니다. 조금만 아이 생각이 들어도 금방 슬픔이 밀려온답니다. 본인도 그걸 조절하기 어렵다며 너무 힘들다고 합니다.

 

자녀 잃은 부모가 한순간에 정상생활 한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겠지만 친구는 그 정도가 심하다고 판단하였는지 고민이 깊다고 합니다. (아니면 현재 친구아내는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이라고 봐야할까요?) 이런 부부에게, 특히 친구아내분이 자녀 잃은 슬픔을 주님 안에서 잘 회복하기 위해 어떤 위로와 신앙적 조언이 필요할지요? 그들 부부가 이제 슬픔에서 벗어나 밝고 기쁜 마음이 회복될 수 있도록 조언을 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답변]

 

가장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신앙과는 일차적으로 무관한 사안이라는 것입니다. 신자의 모든 갈등과 고뇌는 신앙으로 풀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신앙으로 푼다는 의미를 더 폭넓게 간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흔히 생각하듯이 적합한 말씀 구절을 찾아 붙들고 기도하면서 성령의 위로를 구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또 고통과 슬픔이 없는 더 좋은 천국에 이미 가있으니 의지적으로라도 생각을 고쳐먹으라는 권면이 언뜻 신앙적인 것 같아도 막상 당사자에겐 국외자의 말하기 쉬운 립서비스밖에 안 될 수 있습니다.

 

흔히 자식이 죽으면 부모 가슴에 묻는다고 말합니다. 그 만큼 슬픔이 크고 평생 잊어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어머님이 크게 슬퍼하는 것은 일단 정상적 상황입니다. 문제는 일상적 생활까지 위협하는지 여부입니다. 통상적인 정신의학적 판단은 2주 이상 정상생활을 하지 못하면 어떤 형태라도 정신질환의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참고로 미국정신과 협회에선 부모, 자식, 배우자 등의 죽음에 대한 애도 기간만은 6개월로 길게 잡습니다. 인간이 받는 스트레스 중에 가장 충격이 큰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반년 정도 넋을 잃고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연약한 인간으로서 충분이 그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정신의학적 기준이라는 것은 사람은 일상적으로 동일한 성정을 가졌고 그 동일한 성정으로 인해 동일 사안에 대해선 비슷한 행동이나 반응을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평균치를 말하는 것입니다. 참조할 의미와 가치는 있습니다. 비록 죄로 찌든 인간의 영이 만물 가운데 가장 부패하지만 지정의 활동까지 완전히 부패해 기능을 잃은 것은 아닙니다.

 

심리학으로 인간의 정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입에 거품을 물어선 곤란합니다. 진화를 주장한다고 생물학 전체가 잘못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생물학이 인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으며 특별히 의학이 장족의 발전을 했지 않습니까? 심리학도 인간 심리에 대한 보편적 상황을 취합 연구 분석한 것이므로 인간을 폭넓게 이해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는 필요한 학문입니다. 생물학에서 진화만은 분명 틀렸듯이, 심리학적 치유로는 죄에서 벗어날 수 없고 하나님을 아는데 도움이 안 되는 것도 분명하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또 이런 유의 우울증이나 슬픔조차 이겨내지 못할 만큼 하나님의 말씀과 기도로 성령의 인도를 받는 은혜와 능력이 결코 약하지 않다고 반발합니다. 말씀과 기도로 어떤 문제와 고난 가운데도 평강과 기쁨을 누릴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원칙적으로 옳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님의 말씀과 기도의 능력이 그렇다는 뜻입니다. 말씀 보고 묵상하며 기도한 후 삶에 직접 적용하는 것은 연약한 인간인지라 실제 상황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신자도 믿음의 성숙도가 천차만별인데다 아무리 믿음이 좋은 자라도 죄의 본성이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원칙적으로는 말씀과 기도의 능력이 온전히 발휘되면 어떤 고난 중에도 평강과 자유와 기쁨을 맛 볼 수 있지만 그 능력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받아 누릴 수 있을 만큰 성숙된 신자는 아주 드뭅니다.

 

신자라고 수도사처럼 하루 종일 기도와 말씀과 찬양으로만 지샐 수 없습니다. 수도원의 사제들도 낮에는 노동을 하며 중간에 휴식이나 운동 시간을 갖습니다. 마르틴 루터는 그런 수도원의 경건생활로도 도무지 영혼의 평강을 얻지 못해 영적순례를 시작했지 않습니까? 신자도 취미활동 운동 교제클럽 사회봉사 등등 추하고 죄스런 세속적 재미와는 구분되는 일로 여가를 선용하며 정서적 안정과 충만을 구해야 합니다.

 

지금 기도할 마음도 생기지 않고 성경을 펼칠 힘도 없이 탈진한 자더러 기도하고 말씀보라는 위로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또 그렇게 하지 않아서 슬픔을 이기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만큼 본인에게 큰 상처가 되는 것도 없습니다.

 

문제의 어머님의 경우도 곁에서 일차적으로 도움을 줄 남편께서 고려해야 할 사항은 아주 많습니다. 가장 먼저 정상생활(직장근무, 전업주부라면 주부의 일상사 등)을 지속하는지 여부입니다. 그렇다면 크게 염려할 것 없습니다. 시간문제입니다. 스스로 이겨나갈 수 있도록, 결국은 그 슬픔에서 빠져나오는 이는 본인이며 어느 누구도 함께 힘을 보탤 수 없음, 단순한 위로의 말만 해주면 됩니다. 실은 위로의 말보다는 상대의 감정에 맞장구쳐주는 즉, 공감을 표하는 것으로 충분하며 효과도 더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공감대화법 같은 것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다섯 가지 사랑의 언어”라는 책도 읽으면 큰 도움이 됩니다.)

 

정상생활 못해도 6개월 정도까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꾸 심해지는데도 무작정 가만히 있으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 기간 동안에 같이 여행도 다니고 아예 다른 곳에서, 아이가 자꾸 연상 되는 장소 여건 사건 등에서 완전히 멀리 떨어져 사는 것도 좋은 방안입니다. 평소에 부인에게서 우울증적 소양이나 증상이 있었는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몸에 다른 질병이 없는지도 검사해야 합니다. 특별히 여성 홀몬이 정상 상태인지 체크해야 합니다. 그 외에 부부관계, 다른 인간관계나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 등, 요컨대 다른 요소로 인해 슬픔이 증폭되는 경향이 없는지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합니다.

 

그리고 당장 슬픔을 이기라고 해선 어지간해선 이겨내기 힘듭니다. 대신에 즐거운 일에 몰두해야 합니다. 최소한 에너지를 쏟아 부을 일이나 운동을 정해 억지로라도 매진해야 합니다. 아무래도 슬픔이 밤에 몰려오므로 밤에 곯아떨어질 정도로 낮에 일 내지 운동하는 것이 아주 좋습니다. 아내 혼자선 그렇게 하기 힘들므로 남편이 최소한 운동이나 산책에라도 적극 이끌어 동참해주는 것이 좋습니다.(지금도 그렇게 하고 계시겠지만....) 특별히 아침에 부부가 함께 경건의 시간을 갖고 말씀에서 은혜 받은 것을 서로 나누고 자기 전에는 꼭 손을 잡고 소리 내어서 기도하는 것이 아주 효과적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모든 노력을 다 경주했는데도 갈수록 그 증세가 심해지거나 몇 달을 지나도 조금이라도 개선이 되지 않으면 정신의학적 전문가나 의사의 상담과 치료를 구해야 합니다. 절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육체적 질병은 많이 정복되어지고 있지만 앞으로는 정신의학적 질병이 급증할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20-30년 내에 사망원인 1위가 암을 제치고 우울증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인간을 영(spirit)과 혼(soul)과 육(body)의 합일체로 만들었습니다. 각기 하나님과 성령 안에서 교통하는 기능, 지정의로 세상일을 판단 결정 시행하는 기능, 먹고 마시고 자는 대사활동을 통해 생명을 유지하는 기능을 맡았습니다. 말씀과 기도로만 슬픔을 이기라는 권면과 그럴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은 자칫 혼과 육은 무시해도 된다는 뜻이 되어버립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셋이 다 조화, 균형, 합력을 이루어 상승효과를 내도록 인간을 만들었습니다. 건전한 신체에 건전한 생각이 들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인데 단순히 상식에 속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원리입니다. 그 창조원리와 부합하면 신앙적 치유책입니다.

 

특별히 인간을 다른 피조물과 달리 하나님의 형상을 닮게 만들었고 그 코에 하나님의 생기를 불어넣어 생령이 되게 했기에 인간은 가장 먼저 영이 건전해야 정신과 신체도 건강해집니다. 그러나 아담이 타락한 원죄로 인해 그 후손들 모두 이 순서가 뒤죽박죽, 정확히 말해 거꾸로 되었습니다. 육신의 욕망을 가장 먼저 채워야 정신이 즐거워지고 영은 완전히 타락하여 하나님은 경배는커녕 두려워하지도 아예 찾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반면에 신자는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여 영이 깨끗케 되었습니다. 육혼영이 아니라 영혼육의 순서로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신자는 반드시 하나님과 영적 교제부터 건전하게 이뤄야 합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신자도 죄의 본성이 완전히 다 제거된 것이 아니므로 말씀과 기도로만 나머지 혼과 육의 질서를 바로 잡을 수 없는 일도 종종 생기는 것입니다.

 

단순한 예로 중병에 걸린 자는 말씀과 기도가 등한해질 수밖에 없지만 그 사람의 하나님을 향한 믿음 자체가 없어지거나 떨어진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단순히 그 교제가 충만하지 못할 뿐이고 치료에 진전이 있어 회복되기 시작하면 영적 충만도 다시 회복되어집니다. 질문의 어머님은 지금 그런 상태에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말씀과 기도는 당연히 기본적으로 행하되 위에서 말씀드린 여러 조치 등을 동시에 의지적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합니다. 특별히 남편이 사랑과 배려로 함께 동참해 이끌어주어야만 합니다. 요컨대 단순히 슬픔을 이기기보다 다른 선한 것을 채워서 당분간 슬픔을 서서히 잊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했는데도 더 악화되면 전문가와 상담 치료 받되 다른 원인이 있는지도 세밀히 살펴야 합니다.

 

1/2/2016


모루두개

2024.05.09 22:44:38
*.230.44.2

'신앙으로 푼다는 의미를 더 폭넓게 간주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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