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종을 죽이려는 하나님

출애굽기 강해 (17)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네가 애굽으로 돌아가거든 내가 네 손에 준 이적을 바로 앞에서 다 행하라 그러나 내가 그의 마음을 완악하게 한즉 그가 백성을 보내 주지 아니하리니 너는 바로에게 이르기를 여호와의 말씀에 이스라엘은 내 아들 내 장자라 내가 네게 이르기를 내 아들을 보내 주어 나를 섬기게 하라 하여도 네가 보내 주기를 거절하니 내가 네 아들 네 장자를 죽이리라 하셨다 하라 하시니라 모세가 길을 가다가 숙소에 있을 때에 여호와께서 그를 만나사 그를 죽이려 하신지라 십보라가 돌칼을 가져다가 그의 아들의 포피를 베어 그의 발에 갖다 대며 이르되 당신은 참으로 내게 피 남편이로다 하니 여호와께서 그를 놓아 주시니라 그 때에 십보라가 피 남편이라 함은 할례 때문이었더라.”(출4:21-26)

 

모세를 왜 죽이려는가?

 

하나님은 모세에게 지난 40년간 족쇄로 묶고 있던 살인범의 공소시효가 만기되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모세 스스로 그토록 소망했고 하나님의 계시를 받은 출애굽의 과업을 성취하기 위해서 홀가분한 심정으로 출발했다. 아내 십보라와 두 아들까지 동행했다.(25절)

 

그런데 길을 가다 머문 숙소에서 하나님은 모세를 죽이려 한다.(24절) 모세가 하나님께 회개하지 않은 큰 죄가 있는가? 아직도 하나님에 대한 의심과 원망이 다 해소되지 않고 남아 있는가? 마침 다행스럽게도 본문 안에 그 답이 있다. 아들이 할례를 받자 모세를 놓아주었다고 한다.(25,26절) 그럼 아들이 할례를 받지 않으면 아버지가 죽어야 할 만큼 큰 죄인가? 또 다른 의문이 생긴다.

 

히브리어의 강조어법의 특성을 알아야 한다. 아주 서술적이고 단순한 표현이 많다. 단순하다보니 때로 단호하고 과격한 의미로 다가온다. 그래서 구약성경의 하나님은 심판만 하는 무서운 하나님으로 오해되기도 한다. 하나님이 정말로 모세를 죽이려 했다는 뜻이 아니다. 너무나 중한 병에 걸렸음을 강조하려는 표현법이다.

 

거기다 유대인들은 범사를 하나님이 주관한다는 철저한 믿음이 있었다. 갑자기 그런 위중하한 병이, 그것도 하나님의 소명을 수행하려는 당신의 종에게 생겼으니 그 배경에 하나님의 뜻이 분명히 있다는 뜻이다.

 

동일한 맥락의 표현법이 본문 안에 또 있다. 하나님이 바로의 마음을 완악하게 만들어 히브리인을 보내주지 않게 할 것이라고 한다. 문자적으로 해석하면 바로의 마음이 유순했거나 그리 완악하지 않았는데 하나님이 일부러 강퍅하게 바꾸었고 그래서 마치 바로의 책임이 없는 것처럼 들린다.

 

차후에 7장 이후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지만 바로 스스로 마음을 강퍅하게 했다고 성경은 분명히 기록하고 있다. 이 또한 그 배경에 하나님의 광대하시고 완벽하신 주권과 섭리가 작용했다는 뜻이다. 하나님이 일부러 병 주고 약 준 것이 아니다.

 

어쨌든 모세가 하나님에 대한 의심과 자신의 신분에 대한 걱정을 모두 털어버리고 순순히 충성하는 중이다. 하나님은 격려하고 힘을 실어주지는 못할망정 죽을병으로 고생시키는 이유가 과연 무엇인가? 모세와 다섯 번의 질의응답을 통해 정신적 영적 자아를 철두철미 깨트렸으니 이젠 육신의 힘마저 다 빼놓으시겠다는 뜻인가? 이미 80이 넘은 노인에게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다.

 

성경 안에 해답이 있다.

 

성경의 의문 나는 사항은 거의 모두 성경 안에 정답이 있다. “모세의 장인이며 미디안 제사장인 이드로가 하나님이 모세에게와 자기 백성 이스라엘에게 하신 일 곧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신 모든 일을 들으니라 모세의 장인 이드로가 모세가 돌려 보냈던 그의 아내 십보라와 그의 두 아들을 데리고 왔으니 그 하나의 이름은 게르솜이라 이는 모세가 이르기를 내가 이방에서 나그네가 되었다 함이요 하나의 이름은 엘리에셀이라 이는 내 아버지의 하나님이 나를 도우사 바로의 칼에서 구원하셨다 함이더라.”(출18:1-4)

 

지난 주에 살펴본 대로 모세가 애굽으로 출발할 때는 장인에게 여호와에 대해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고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고 오겠다고만 했다. 출애굽 사명을 완수한 후에는 여호와와 애굽에서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해 나누고 있다. 하나님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이방 제사장인 장인에게 여호와만이 유일한 참 하나님임을 떳떳이 자랑한 것이다.

 

그런데 아내와 두 아들을 모세가 돌려보냈다고 한다.(2절) 오늘 본문의 할례 사건 후에 모세는 가족을 애굽까지 동행할 계획을 취소하고 아내의 친정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모세 혼자서 출애굽의 소명을 수행했다.

 

모세가 두 아들의 이름의 뜻을 무엇이라고 설명하는가?(4절) 장남 게르솜은 이방에서 객이 되었다는 뜻이다. 미디안 광야로 피신한 후에 이방 여인 사이에 낳은 아들이라는 것이다. 둘째 엘리에셀은 하나님이 바로의 칼에서 구한 아들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본문의 할례 사건과 연결되는 의미라는 것이다. 오늘 본문 25절을 다시 보면 ‘아들들’이라고 하지 않고 ‘그 아들’이라고 단수로만 표현했다. 장남은 미디안에서 할례를 했으나 차남은 아직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자세히 보면 할례를 엄마 십보라가 집행했다. 모세는 아파 누워 있으니 당연히 할 수 없었다. 엘리에셀은 애굽에서 출발하기 얼마 전에 낳았는데 할례 해야 할 기한인 난지 8일이 지나버린 것이다. 할례는 모세가 율법을 수여 받기 전 창세기 17장에서 하나님이 아브라함과 언약을 맺으면서 모든 유대 남자 아이에게 난지 8일 만에 할례를 행하라고 구체적 계명을 주셨다.

 

지금 모세가 애굽으로 가는 목적이 무엇인가? 하나님이 아브라함과 맺은 바로 그 언약을 성취하려는 것이다. 아브라함의 후손이 애굽에서 종살이 하지만 사대 만에 가나안 땅을 기업으로 차지하게 해주겠다고 하나님은 약속했다. 또 그 약속의 확실한 보장의 징표로 할례 계명을 제정했다.

 

애굽의 히브리인들은 모세가 구원자로 오고 있는 줄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모세는 그 큰일의 주역이며 그 자식들은 언약으로 실현될 하나님의 권능과 은혜의 첫 수혜자가 된다. 모세 아들이 할례를 하지 않으면 모세부터 출애굽의 종으로서 자격이 없다. 엘리에셀은 아브라함의 후손이 되지 못하고 하나님의 언약 밖에 있게 된다.

 

현명한 이방 여인 아내

 

모세는 성질이 급한데다 급한 사람이 대체로 그러하듯이 순수한 것 같다. 부모형제와 상봉할 기대에 들떠서 앞뒤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하나님께 다섯 번이나 꼬치꼬치 따지던 때와는 전혀 딴판이다. 낙타에 대충 짐을 꾸리고 한시가 급하게 채찍질하기에 바빴던 것이다.

 

하나님의 일은 인간의 열성 실력 노력을 많이 쏟았다고 그와 비례해서 빨리 쉽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그 정반대로 인간 쪽에 조금 부족하다고 늦고 어렵게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하나님만의 때와 방식에 따라 그분이 이루신다는 진리를 모세는 아직 모르고 있다. 모세는 생전 처음으로 하나님의 일을 하고 있다. 아니 처음으로 그분의 직접적인 보호와 인도를 받는 체험을 하고 있어서 어쩔 줄 모르는 영적 유치원생의 모습이다.

 

반면에 십보라는 현명한데다 이방 여인임에도 여호와 신앙과 아브라함 언약을 남편 모세로부터 많이 전수 받은 것 같다. 쉽게 말해 범사를 여호와 중심으로 생각할 줄 알았다. 이런 기쁜 일을 왜 하나님이 막으시지 의심하며 헤아려봤을 것이다. 틀림없이 모세는 의식불명으로 열병에 들떠 헛소리할 정도였을 것이다.

 

이번 여행은 비유컨대 남한의 실향민이 40년 만에 북한에 남아있는 이산가족을 상봉하는 것을 넘어 부모 가족 모두를 남한에 이주시켜 살도록 허가 받은 것과 같다. 도무지 있을 수 없는 꿈에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하나님이 일으킨 기적임에 확실했다. 그런데 하나님이 막으시다니 자연스레 자기들 쪽에 어떤 잘못이나 죄가 있는지 따져봤을 것이다. 그런데 아차 엘리에셀에게 할례를 아직 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을 것이다.

 

이는 단순히 하나님의 계명 하나 제대로 지키지 않은 정도가 아니다. 모세는 엄밀히 말해 껍데기만 히브리인이지 이방인과 다름없었다. 애굽에서 40년 미디안 광야에서 40년을 살았다. 이방인 아내와 그 사이에 난 두 아들이 있다. 그 중에 한 아들은 할례도 받지 못했다.

 

그런 상태에서 애굽으로 돌아갔다간 히브리인들이 승복은커녕 거들떠도 보지 않고 거꾸로 쫓겨날지 모른다. 본문의 할례 사건은 비유하자면 이렇다. 서너 살 때에 미국으로 이민 온 한국인 미국시민권자가 높은 자리에 오르자 한국의 총리로 임명되었다. 그러자 두 아들을 포함해 가족 모두 미국시민권을 포기하고 두 아들은 한국 군대에 입대시킨 셈이다. 그럼 히브리인들의 청문회에서 반대 의견이 나올 근거라곤 없다.

 

모세가 바로의 왕자로 자란 떳떳치 못한 과거는 동족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당시 사정을 감안해줄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이방인 아내인 자기가 따라나서는 것은 아무래도 경우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십보라에게 들었을 것이다. 또 곰곰이 따져보니까 바로가 완악하다 못해 분노에 차서 자칫 가족을 볼모로 잡거나 죽일 수도 있다는데 생각이 미쳤을 것이다. 하나님이 23절에 약속한 대로 애굽의 장자를 죽이는 벌을 내리면 바로는 거꾸로 모세의 장자를 죽이려 덤비지 않겠는가?

 

비로소 하나님을 만난 십보라 

 

십보라가 모세에게 당신은 참으로 나의 “피 남편”이라고 말한 것은 무슨 뜻인가? 언뜻 당신 때문에 자칫 갓난 아들이 사지로 내몰릴 뻔 했다는 원망 섞인 비아냥거림처럼 들린다. 앞뒤 문맥과 당시 상황을 보면 그런 원망은 아니다. 지금 부부 둘 다 허둥지둥 서두르다 할례 기일을 놓쳤다. 부부 공동의 책임이다. 단순히 아들의 할례 즉, 피 흘림으로 남편과 가족이 생명을 구했다는 것이 일차적 의미다.

 

그녀는 현명하고 심지가 굳은데다 남편 모세를 아주 사랑했던 것 같다. 지난 40년 간 모세는 심심하면 부모 형제가 있는 서쪽 하늘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기도하고 깊은 한숨을 쉬었을 것이다. 그 모습을 그저 곁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아내의 가슴은 얼마나 안타까웠겠는가?

 

그런데 다른 한 편으로는 모세가 애굽으로 돌아가는 일만은 절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을 것이다. 애굽으로 돌아가면 죽을 것이 너무 확실하기 때문에 그냥 미디안에 남아 평안하게 아들들 잘 키우며 여생을 보내길 바랐을 것이다. 그게 아내의 마음이지 않는가?

 

그런 어느 날 떨기나무에 임재 한 여호와를 대면하고 계시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남편이 했다. 항상 조마조마했던 일이, 그토록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던 바로 그 일이 일어났다. 그러나 여전히 완전히 믿어지지 않고 반신반의했을 수 있다. 혹시 남편이 소망이 지나쳐서 지어낸 이야기는 아닌지 의심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죽하면 그랬을까 싶기도 했고 80년 살만큼 살았으니까 죽더라도 가족 곁에 죽는 것이 차라리 낫겠지라는 심정으로 따라나섰을 것이다.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주는데 산 사람 소원 못 들어주랴는 마음이었을 수 있다. 하나님의 권능에 대한 완전한 확신이 없어서 자칫 모세는 물론 가족 전부가 죽을 수 있다고 단단히 각오했을 것이다.

 

그런데 모세에게 죽을병이 걸리자 십보라는 남편에게서 말로만 전해 듣던 여호와를 극적으로 직접 개인적으로 만나게 된 것이다. 틀림없이 둘째 아들에게 할례를 하자마자 펄펄 끓던 모세의 열이 순간적으로 정상이 되고 자리에서 거뜬히 일어났을 것이다. 이렇게까지 세밀하게 간섭하신다면 아무리 세계 최강이라도 남편이 믿는 하나님이 얼마든지 승리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비로소 들었을 것이다.

 

참으로 피 남편이라는 의미는?

 

십보라가 당신은 피 남편이라고 말한 더 깊은 의미는 무엇인가? 여호와가 떨기나무에 임재하여 모세에게 계시했다는 것이 사실임을 알게 된 것이다. 남편을 찾던 자들이 다 죽었으니 애굽으로 돌아가라는 명령이 얼마나 섬세하고 완벽한 주권인지도 깨달았다. 이번 여행을 통해 그분 하나님이 남편을 통해 너무나 큰일을 이룰 것까지 확신하게 되었다.

 

처음부터 예사롭지 않은 신분과 처지의 히브리인을 남편으로 맺어주신 것도 그 하나님임을 알게 되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여호와가 자기들 부부 사이에 온전한 주권으로 역사했음도 깨달았다. 그래서 그분의 영원한 생명을 남편과 공유하며 천국까지 함께 갈 것도 의심치 않게 되었다.

 

자연히 모세와 우리 가족이 애굽에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염려는 완전히 사라졌다. 그 위에 한 이방 여자가 혼자 가슴 속 깊이 고민하던 혼자로선 전혀 감당할 수 없었던 서로 상충 되는 두 가지 갈등이 단번에 해결되었다. 남편을 애굽으로 보낼 수도, 안 보낼 수도 없었던 그 고민 말이다. 하나님은 모세는 물론 십보라의 눈물을 씻어주었고 한숨을 찬양으로 바꿔주었다.

 

하나님이 십보라로 하여금 엘리에셀의 할례를 하게 시켰다. 모세 가정을 당신의 영원한 언약 백성으로 삼아서 당신의 사랑으로 품어주었다. 모세와 십보라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고 잘못 이해했던 부분까지 세밀하게 바로 잡아주셨다. 의심 많고 미숙했던 믿음도 강건하게 바꿔주었다. 인생살이에는 인간 이성과 지혜를 최대한 동원해도 짐작조차 못하는 어두운 측면이 지뢰밭처럼 곳곳에 숨겨져 있다. 그 모든 것을 합력하여 완벽한 선으로 바꿔주시는 분이 바로 우리가 믿는 하나님이다.

 

애굽으로 가는 도중에 모세에게 죽을병이 걸린 것은 당시에 가장 믿음이 좋았던 모세 부부에게도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의심과 원망이 생겼다. 그것이 인간의 한계로 당연한 반응이다. 그러다 하나님이 심어준 지혜로 할례를 하지 않은 잘못을 깨달았고 할례를 시행하는 즉시 모세가 나았다.

 

결국 너무나 광대하고 완벽하신 하나님의 주권에 부부 둘 다 진심으로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피는 생명을 대변한다. 인간의 살고 죽음은 오직 하나님께 달렸다. 하나님을 떠나는 것은 한시도 참 생명을 영위할 수 없다는 고백이 절로 나왔다. 당신은 나의 피 남편이라는 고백의 뜻이다.

 

하나님은 당신의 종을 죽이려 드는 것 같아도 사실은 완벽하게 살리신다. 인간이 인지하는 상황과는 정반대로 역사하는 하나님의 은혜와 권능을 절감할 수 있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 믿음을 다시 점검해봐야 한다. 하나님은 당신의 아들까지 죽이려 드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죽이셨다. 그래서 우리를 죽을 수밖에 없는 죄에서 구원하셨지 않는가?

 

신자야말로 하나님의 피의 자녀다. 본문의 십보라의 고백이 바로 나의 고백이 되어야 비로소 십자가 은혜를 온전히 누리고 있다는 증거다. 십자가 안에서 내 피 남편, 내 피 아내, 내 피 자녀, 내 피 부모로 부를 수 있어야 한다. 온 가족이 예수의 보혈로 구원 받아 함께 그 은혜를 누리고 있고 그 가정의 머리는 오직 예수여야 한다.

 

하나님의 큰 종이라는 증거는?

 

주의 종을 하나님이 죽이려 한다는 사실은 신학과 교리로 알 수 있는 진리가 아니다. 현실에서 얼마든지 신자라면 누구나 체험하는 일이다. 처음 예수를 믿을 때에 오히려 힘든 일들이 많이 생긴다. 가족들이 예수 믿으면 집안에 불행한 일이 생기므로 믿지 말라고 말린다. 그럼 예수 믿은 후 초신자 시절 3년간은 기도를 잘 들어주신다는 제 주장(?)이 틀린 것인가? 그렇지 않다.

 

세상 모든 일에는 Beginner’s Luck이라는 것이 있다. 쉽게 말해 포커를 처음 배우면 따는 것이다. 그런데 예수 믿으면 그 반대 현상이 생긴다. 처음 3년간 기도를 잘 들어준다는 것은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확신시켜야 할 필요 때문이긴 하지만 그만큼 기도할 일이 많다는 뜻이지 않는가? 사탄이 자기 수하의 노예로 조종하던 한 영혼이 예수님의 십자가 빛과 생명의 거룩한 나라로 옮겨지는 것을 방해하려고 발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 일조차 묵인하신다. 십자가 보혈의 은혜를 입는 피의 자녀가 되게 하는 통과절차라고 할 수 있다. 예수 없이 현실에서 형통하는 것과 예수 안에서 형통은 없어도 하늘의 평강과 자유를 누리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귀하고 좋은지 스스로 체험해보라는 뜻이다. 그래야만 기꺼이 자발적으로 진심으로 주님을 따라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초신자 3년의 시절이 지난 신자는 하나님께 헌신 봉사하게 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교회 안에서조차 온갖 음해를 받는다. 너무나 큰 상처를 입고 억울하기 짝이 없다. 밤에 잠을 못자 다윗의 고백처럼 골수가 마른다. 하나님이 왜 이러시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고 원망이 쌓인다.

 

교회를 옮겨 조용히 신앙 생활하겠다는 단계까지 이른다. 앞으로는 하나님의 일 절대 하지 않겠다는 맹세가 절로 된다. 기도할 힘도 없고 눈물도 말랐다. 하나님마저 나를 죽이려는 것 같이 여겨진다. 실제로 주의 종들에게 불행한 일과 질병이 잦다.

 

그러는 하나님의 뜻은 무엇인가? 아주 간단하다. 하나님 중심으로 모든 상황을 다시 정리해보라는 것이다. 그럼 하나님의 오묘한 손길을 발견하고 그분께서 완벽한 선으로 마감해주기 직전임을 알게 된다. 우리의 잘못과 당신과 멀어진 부분까지 그분이 바로잡아 주고 계신다.

 

그래서 다시 하나님께 종교적 의무와 헌신을 하게 하는 것이 일차적 목적이 아니다. 모든 선은 오직 당신께로만 온다는 것을 철두철미 깨닫게 해준다. 하나님이 신자의 삶에 형통과 연단을 번갈아 주지만 그 자체가 절대 목표이자 끝이 아니다. 그럼으로써 당신과 더욱 친밀하게 교제하도록 하고 그것이 인생의 가장 큰 기쁨임을 알게 하고 그런 기쁨을 누리게 해주려는 뜻이다. 역설적으로 말해 고난이 많을수록 하나님의 그 종에게 시킬 일과 베푸실 은혜가 크다는 것이다.

 

세상은 공중권세 잡은 사탄의 조종 아래 있다. 모든 인간은 신자를 포함해 죄의 본성이 생생하게 살아 서로 쟁투하고 있다. 인생길이 눈물과 한숨이 마를 사이가 없다. 때로 신자를 하나님의 의도적으로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트리고 하고 싶은 일은 물론 하고 있는 일마저 막을 때가 종종 있다.

 

그럼 신자가 행할 수 있는 반응은 오직 둘 뿐이다. 범사를 하나님 중심으로 생각하여 그 분 뜻에 초점을 맞추던지, 도무지 이해도 안 되는 하나님은 있으나 마나이니까 어서 빨리 자기 방식으로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모세와 십보라는 당황해서 꼭 지켜야 할 계명을 잊어먹는 실수를 했음에도 하나님이 바로 잡아주었다. 심령 깊숙이 절망 가운데 고민하고 갈등하는 평생의 문제, 인간의 힘으로 도무지 불가능한 일을 한 번에 해결해주었다. 그럼 어느 쪽이 정답인지 자명하다. 하나님 중심으로 분별하기 힘들면 잠잠히 기다리기만 해도 아주 믿음은 좋은 것이며 그러는 신자의 삶은 훨씬 풍요로워질 것이다.

 

5/28/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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