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10:16) 뱀 같이 지혜롭고 비둘기 같이 순결하려면?

“보라 내가 너희를 보냄이 양을 이리 가운데로 보냄과 같도다 그러므로 너희는 뱀 같이 지혜롭고 비둘기 같이 순결하라.”(마10:16)

한국교인들의 치명적인 단점은 성경을 정작 그 본문이 말하는 것과도 무관하게 자기 멋대로 해석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된 데는 물론 가르치는 자들의 잘못이 가장 크지만 신자들 스스로도 본문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 않고 성경을 읽기 때문입니다.

앞뒤 문맥에서 무엇을 주제로 말하고 있는지는 물론 본문 자체의 의미도 따져보지 않는 신자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한 구절, 한 단어에 자신의 사고를 묶어버립니다. 그것도 이미 갖고 있는 자신의 사상 개념 등에 맞추어서 말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본문입니다. 예수님 말씀의 대의와 진의는 전혀 묵상해 보지 않고 단지 뱀 같이 지혜롭고 비둘기 같이 순결해야 한다는 것에만 초점을 모읍니다.

먼저 뱀처럼 지혜로워라고 하니까 세속적 수단에 의지하여 고달픈 현실을 영악하게 헤쳐나가도 된다고 여깁니다. 뱀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에 비추었으니 일부 불법과 부정이 용납되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반면에 비둘기 같이 순결하라고 하니까 양심과 행동을 도덕적으로 최대한 깨끗하게 행하려고 노력합니다. "뱀, 지혜롭게, 비둘기, 순결하게", 네 단어의 뜻만을, 그것도 일반적인 의미만을 기준으로 자의적으로 해석한 결과입니다. 

거기다 더 큰 문제는 이 두가지 해석 내지 적용이 서로 조화가 안 된다는 점을 나중에 스스로도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영악하게 행동하려다 보면 아무래도 거짓 불법 탐욕 시기 등과 타협하여 잘못을 범할 수 있고 그러면  윤리적으로 결코 순결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둘을 각각 따로 적용시키기로 작정합니다. 세상 일은 지혜롭게, 교회 일은 순결하게 하는 것입니다.

말씀을 문자적 부분적으로 해석했으니까 그 적용 실천도 문자적 부분적으로 합니다. 그리고 어쨌든 말씀대로 살았으며 분명 예수님도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간주합니다. 그러다 세상에서 영악하게 행한 것이 신앙 양심에 조금이라도 걸리면 교회에서 더욱 열심히 충성함으로써 일말의 위로와 안식을 얻고자합니다. 혹시라도 세상에서 지혜롭게 사는 것에 잘못이 있었다면 그렇게 헷갈리게(?) 가르치신 주님의 탓이 됩니다.  

그러나 부분적 문자적으로라도 정확히만 따지면 그런 해석과 적용이 얼마나 큰 오류인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신구약성경에서 말하는 지혜는 항상 하나님의 지혜입니다. 성령의 교통으로 신자에게 하나님이 부어주시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거짓이나 불법과 타협하더라도 영악하게 현실의 고난을 이기고 안락을 취하라는 지혜를 주실 리가 없습니다.

뱀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고대 유대인들이 가장 지혜로운(하나님의 지혜를 받았다는 뜻은 아니고 단순히 그 자체로) 짐승으로 여겼습니다. 부정적인 의미로 연결해선 안됩니다. 비둘기는 물론 순결과 평화를 상징합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성경이 말하는 순결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순결해야 하고 그러면 하나님이 주시는 평안을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요컨대 많은 신자들에게 성경이 하나님의 절대적인 말씀이라는 인식조차 제대로 없습니다. 하나님 당신이 어떤 분인지, 당신이 만드신 피조물, 그 중에서도 인간, 특별히 죄에서 구원받은 신자들과 어떤 관계를 맺어서 어떻게 통치하시는지에 관해 그분이 직접 계시한 책이 성경입니다.

따라서 모든 말씀에서 하나님의 뜻을 반드시 먼저 헤아려야 합니다. 본문도 제대로 보지 않고, 그것도 자기 생각대로 해석하는 것은 성경을 단순히 도덕교과서 내지 격언집으로 격하시키는 불경한 죄입니다. 또  자기 자신을 신자가 아닌 일반인의 위치로 스스로 비하시키는 짓입니다.

본문의 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순결하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비유입니다. 비유란 저자가 특별히 강조하고자 하는 어떤 의미를 가시적 실제적으로 쉽게 이해시키려는 문학적 기법입니다. 비유가 부연설명하고자 하는 다른 본질적인 의미를 찾아야지 비유 자체에 매달려선 안 됩니다. 설교의 주제와 의미는 놓치고 예화에만 감동 받아 기억하는 것과 같은 오류입니다.

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순결하라는 말씀 앞에 ‘그러므로’라는 접속사가 붙었습니다. 앞에서 말한 특정한 상황에서 그렇게 행하라는 뜻입니다. 주님이 제자들을 전도여행에 내보내면서 하신 말씀입니다. 그럼 전도나 선교할 때에 그렇게 해야 한다는 의미로 제한됩니다. 이 말씀만 따로 떼어서 세상에선 영악하게 교회에선 순결하게 행하는 것은 본문과 전혀 상관이 없는 “내가복음”일뿐입니다.  

주님은 이 말씀을 하게된 배경에 대한 설명도 비유로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를 보냄이 이리 가운데 양을 보내는 것 같다고 합니다. 양은 복음을 전할 제자들이고, 이리는 전도를 받을 세상 사람입니다. 양은 무력하고 연약하여 목자의 말만 따른다는 의미이며, 이리는 그 반대로 자기 힘만 믿고 제 멋대로 행하는 불신자들을 상징합니다. 나아가 이리는 항상 양을 잡아먹으려 드니까 복음을 전하는 신자는 필연적으로 세상에서 핍박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그럼 지혜롭고 순결하라는 말씀은 전도하면서 핍박 받는 것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르침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리, 양, 뱀, 비둘기는 다른 의미를 가시적으로 상징하는 역할만 합니다. 상징이란 사람마다 자칫 다르게 해석할 위험이 상존합니다. 그래서 주님은 곧바로 이어서 그 의미를 직접 풀어서 설명해주었습니다.(17-23절)

지혜롭게 행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했습니까? “사람들을 삼가라”(17절)고 합니다. 천국 복음을 전할 때에 상대의 마음 문이 열렸는지 아니면 적대감을 갖고 대하는지 잘 분별하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알고자 하는 자에게는 더 깊이 많이 가르치고 반면에 거부하고 비방하는 자는 아예 상대를 하지 말고 피하라는 것입니다. 사람의 영혼을 잘 분별해내는 것이 지혜입니다.

순결하라는 구체적 의미는 무엇입니까? “너희를 넘겨 줄 때에 어떻게 또는 무엇을 말할까 염려하지 말라"(19절)고 합니다. 불신자들의 복음에 대한 반발 비평 등에 변증 반박할 말을 성령이 가르쳐주신다는 것입니다. 혹시 사람을 잘 분별하지 못해 대적자에게 핍박 당할 때에도 구태여 변명 핑계 대지 말고 또 그들과 타협하여 진리를 수정 왜곡하지 말며 나아가 목숨을 구하고자 복음을 부인하지도 말라는 것입니다. 순결한 믿음을 가지면 성령님께서 보호 인도하실 것이라는 뜻입니다.

장차 가족들을 포함해 모든 사람들로 예수님의 이름으로 인해 미움을 받게 되겠지만 끝까지 견디라고 합니다.(21-22절)주님께서 때가 되면 반드시 재림할 것이기 때문에 그런 순전한 믿음과 소망을 지니면 어떤 핍박에도 견딜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당시의 전도 여행을 나간 제자들만이 아니라 본문은 후대의 모든 신자에게도 해당되는 말씀입니다.

지금 설명드린 내용은 따로 신학 지식이나 기독교 교리에 비추어서 해석한 것이 전혀 아닙니다. 본문을 다시 풀어서 다른 말로 바꾼 것뿐입니다. 그것이 바로 본문은 물론 문맥이 말하는 뜻이며 그런 성경본문의 정확한 해석들이 모여서 교리와 신학이 됩니다.

한국 신자들이 얼마나 성경을 제대로 읽지 않는지 이제 알 수 있습니까? 성경을 해석하는 법을 교회가 전혀 가르치지 않습니다. 본문에만 충실해도 얼마든지 주님의 뜻을 정확하게 헤아릴 수 있습니다. 신자가 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순결하라는 의미에 혼돈이 생길 리도 없습니다.

그리고 사실상 지혜와 순결은 따로 떼어서 생각할 개념이 아닙니다. 신자에게 동시에 일어나는 믿음의 반응과 행위를 예수님도 함께 설명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신자가 정말로 순결한 믿음을 유지하면 하나님이 영적 분별력인 지혜를 부어주신다는 것입니다. 그럼 전도나 선교에서의 위험은 물론 주님 재림 때까지 어떤 핍박도 이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려면 항상 성령의 인도와 충만을 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역으로 말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신자의 지혜이자 순결인 것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지혜와 순결이 세속적 처세술이나 교회에서의 충성도와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물론 ‘지혜’를 신자도 현실 문제를 극복해 나감에 믿음과 기도에만 집중하지 말고 이성적 분별력도 사용해야 한다고 적용하는 것은 틀리지 않습니다. 단 그럼에도 반드시 순결해야만 합니다. 거짓과 불법과 타협 관용해도 된다는 의미는 한 치도 개입시키지 않은채 이성적 지혜를 사용해야만 합니다.  

2/5/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