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15장의 포도나무비유에서 나무가 교회를 뜻하는지요?

 

[질문]

 

요한복음15장에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어야 한다는 비유를 설명하면서 예수님은 내 안에 거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포도나무를 교회라고 적용 해석하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하나님과 날마다 함께하는 삶속에 교회를 통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세상의 교회가 완전하지 않기에 잘못 이해하면 교회에 충성하게 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나아가 시편133장의 형제와 동거함에 대한 말씀을 요한복음15장과 연결 해석하는 것도 옳은지 궁금합니다. 주님 안에 거한다는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설명해주세요.

 

[답변]

 

예수님이 어떤 영적 진리를 가르칠 때에 자주 사용하셨던 비유의 역할을 정확히 아셔야 합니다. 어디까지나 예수님이 강조하려는 진리를 알기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역할로 그칩니다. 비유 자체의 단어, 문구, 문장 등을 따로 떼어서 그것도 문자적으로 해석하여 강조하거나 예수님이 결론으로 내려준 진리보다 앞세우면 아주 잘못된 해석입니다.

 

이런 비유의 해석 원리를 “낫 놓고 기억자도 모른다.”는 한국 속담에 비추어서 설명해 왔습니다. 다시 반복하자면 기억자의 모양이 낫과 비슷하다는 뜻이지 낫에 대해서 설명하려는 의미가 아닙니다. 낫은 단지 기억 자 모양과 같은 여러 예들 중에 하나로 누구나 익히 알기에 대조한 것뿐입니다.

 

동일한 맥락에서 예수님은 신자라면 당신 안에 거해야 하는데 어떻게 거해야 하는지 알기 쉽고 또 정확하게 이해시키려고 포도나무를 예로 든 것입니다. 포도나무는 예수님이고 가지는 신자를 상징합니다. 크게 세 가지 의미를 지닙니다. 첫째, 모든 나무 가지는 당연히 그 나무에 붙어 있기 마련입니다. 둘째 다른 나무에 붙은 가지는 당연히 다른 열매를 맺습니다. 셋째 포도나무에 가지로 붙어만 있으면 포도열매는 자연히 열린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내 안에 거하라 나도 너희 안에 거하리라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아니하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음 같이 너희도 내 안에 있지 아니하면 그러하리라"(4절)고 비유 안에서 이미 설명해주었습니다. 포도나무는 당시 유대 땅에 무화과와 함께 가장 흔한 나무로 그 생태를 제자들이 익히 알고 있으며 또 열매가 풍성히 열린다는 것을 드러내려고 비유에 등장시킨 것입니다.

 

예수님 안에 거한다는 것은 비유의 포도나무 가지처럼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슨 일을 하든 오로지 예수님의 보호 인도만 구하면서 그분의 말씀대로 따르며 자기에게 맡기신 소명을 실천하기 위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럼 당연히 성령이 역사하여 저절로 복음의 열매가 맺히게 됩니다.

 

이를 확대 적용하면 교회에 충성하는 것도 예수님 안에 거하는 것의 한 가지 부분적인 모습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가 바로 포도나무라는 것은 질문자님이 이미 예리하게 지적하셨듯이 조금 잘못된 해석입니다. 신자들을 교회 일에 묶어두려는 의도가 개입되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세상의 어떤 조직체 개별 교회라도 결코 완전하지 않습니다.

 

거기다 더 근본적인 잘못이 있습니다. 교회도 비유에 적용하면 가지일 뿐 나무 자체가 결코 아닙니다. 교회의 머리는 예수님이기에(골1:18) 교회는 그 머리(포도나무)에 붙은 가지입니다. 그리고 목사, 집사, 교사, 전도자 등으로 직분만 다르지 동등한 신분과 위치에서 함께 모여서 봉사하는 모든 성도는 교회라는 큰 가지에 붙은 잔가지들입니다.(엡4:11,12) 따라서 교회가 정말로 예수님을 머리로 모셔야, 순전한 참복음이 성경의 진리대로 선포 실현되어야만 큰 가지라도 되는 것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담임 목사가 교회의 머리가 아니며 다른 모든 성도와 함께 잔 가지일 뿐입니다. 

 

이런 원리는 신자가 속한 모든 공동체에 다 적용됩니다. 신자 가정의 머리도 아버지가 아니고, 사장이 신자인 직장의 머리도 사장이 아니며 오직 그리스도입니다. 교회와 마찬가지로 가정과 직장은 예수님이라는 포도나무에 붙은 큰 가지이며 아버지 어머니 자식들이나 사장 전무 부장 직원들은 그 직분만 다르지 똑 같은 신분과 위치를 지닌 잔가지들입니다.

 

그러니까 교회의 성경적인 뜻은 세상에서 불려 나와서 예수님만 주인으로 모시고 살아가는 신자들의 모임입니다. 또 그래서 예수님은 조직체 교회만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슨 일을 하든 포도나무인 당신에게 가지로 붙어 있으라고 명한 것입니다. 성령이 저절로 맺게 해주는 복음의 열매를 드러내려면 오히려 불신자들과의 만남이나 모임에서 세속의 흐름을 거역하고 예수님에게 더더욱 온전히 붙어있어야 할 것입니다.

 

시편133편을 요15장과 연결해서 해석하는 것이 옳은지 물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명했는지 모르기에 딱 잘라서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모든 성경구절은 동일한 하나님의 말씀인데다 계시된 진리들이 동일하게 그분의 뜻이라 상호 연결해 해석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본문의 정확한 뜻이 상호 일치해야 하든지, 만약 다르다면 어떤 측면에서 서로 연결되는지 구체적인 설명이 따라야합니다. 간단하게 시편133편이 어떤 의미인지 살펴봅시다.

 

“보라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 머리에 있는 보배로운 기름이 수염 곧 아론의 수염에 흘러서 그의 옷깃까지 내림 같고 헐몬의 이슬이 시온의 산들에 내림 같도다 거기서 여호와께서 복을 명령하셨나니 곧 영생이로다.”

 

먼저 형제의 연합하여 동거함이 아주 아름답다고 찬양했습니다.(1절) 그리고 3절 후반에 거기서 여호와는 영생이라는 복을 명령했다고 결론 내립니다. 그 사이의 2절과 3절 전반부는 연합하여 동거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눈에 보이는 사물에 비유한 것입니다.

 

그럼 “거기가 어디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하고 있는 그 장소입니다. 구약에서 형제는 단순히 가족이나 이웃을 넘어서 하나님이 택하신 백성인 이스라엘 동족 전부를 말합니다. 그리고 동거는 함께 살고 있다, 남아 있다. 끝까지 견뎌낸다 등의 의미가 있습니다. 문맥에서 의미는 이스라엘 동족 전부가 함께 살 수는 없기에 동일한 믿음 안에서 끝까지 하나가 되어 견디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그런 곳에 하나님이 영생의 복을 주신다고 약속하셨다고 말한 것입니다.

 

이 시편의 제목을 “다윗의 시 곧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라고 붙여놓았습니다. 그러나 바로 앞의 132편과는 달리 “여호와의 처소”나 “전능자의 성막” 같이 성전을 뜻하는 표현이 전혀 없습니다. 단순히 형제들이 온전한 사랑으로 섬기는 그곳이라고만 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교회 활동에 충성하는 것을 강조하는 시가 아니라 성도들이 온전한 믿음으로 서로 섬길 때에 영생이 약속으로 주어졌다는 것을 강조하는 시입니다.

 

이 시편을 다윗이 저작한 의도와는 다른데도 단지 한두 단어의 의미가 서로 비슷하다고 해서 교회라는 조직체와 직접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한 적용입니다. 아주 짧은 시편인데다 하나님을 찬양하는 묘사와 내용이 아름답고 은혜로워서 성전 예배에서 찬송가로 사용했던 것입니다.

 

(3/25/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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