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 교회 부흥을 위한 최선의 방안

조회 수 485 추천 수 20 2009.09.21 02: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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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 교회 부흥을 위한 최선의 방안


며칠 전에 우연히 한국 TV에서 카자흐스탄 고려인들이 추석을 쉬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먼 이국땅에서도 조상 전래의 풍습을 그대로 지켜서 참 아름답기도 했지만 얼마나 조국이 그리울까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경제가 아직 열악한 형편인지라 추석 별식으로 먹는 음식이 미국에서 평일에 먹는 정도도 안 되어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문득 그들을 불쌍히 여길 것이 전혀 없다고 여겨졌습니다. 미국에 사는 우리라고 경제적으로 조금 풍족한 것 빼고는 그들과 똑 같은 신세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워낙 서로 바쁘고 개인주의마저 팽배해 이웃이라고는 없는 미국보다 가난하지만 훈훈한 정을 나누는 고려인들이 훨씬 덜 외로울 것입니다. 만약 한국에서 미국 교포들이 추석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꼭두새벽부터 고속도로 정체에 시달리며 출근하는 모습 등을 다룬 TV 특집프로를 보면 얼마나 불쌍히 여기겠습니까? 그 TV 프로에 비췬 한국인도 카자흐스탄인도 아닌 영원토록 어정쩡한 이방인, 고려인이 사실은 바로 제 자신의 모습이었습니다.  

어제 주일은 그 미묘하고 외로웠던 감정이 더 절실해졌습니다. 마침 저희 큰 아들 부부가 섬기는 1.5세와 2세들의 영어교회의 부모초청예배에 함께 참석했습니다. 한 이민교회의 영어청년부로 모였다가 15년 전에 별도 독립한 교회였지만, 아직 자체 예배당이 없어서 초등학교 강당을 빌려 주일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오래 된 작은 학교인지라 강당시설이 미국답지 않게 영 볼품이 없었습니다. 무대도 작고 음향 시설이 미비해 찬양과 반주 소리가 시끄럽게만 여겨졌습니다. 하루 빨리 근사한 자체 건물을 가져야 할 텐데 싶어 안타깝기 그지없었습니다. 물론 교회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긴 하지만 워낙 고액이 소요되어 아직 큰 진척이 없다고 합니다.

이들 1.5세와 2세들이 겪는 어려움은 1세보다 더 많습니다. 장점이라고는 영어를 잘해 현실에 비교적 쉽게 적응 할 수 있다는 정도뿐입니다. 그것도 최근에는 불경기가 심해 일류대학을 나와도 제대로 일자리를 잡지 못하기는 한국과 마찬가지입니다. 또 미국 사회에 더 깊이 진출할수록 정체성의 혼란과 인종차별과 때로는 문화적 장벽을 더 많이 느낍니다. 외롭고 고달프기는 오히려 그들이 우리보다 더 하다는 뜻입니다.

솔직히 1세들은 빨리 자리 잡기 위해  일주일 내내 죽기 살기로 일하므로 어떤 면에선 외로움을 느낄 여유마저 없습니다. 또 자녀들의 성공이라는 필생(?)의 소망이라도 품고 있지 않습니까? 반면에 자녀들은 자기들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부모에 의해 영원한 이방인 신세가 되었지 않습니까? 겉으로는 자유와 인권이 잘 보장되고 자원과 시설이 풍족해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미국이지만 그만큼 더 치열하게 경쟁을 치러야 함으로써 받게 되는 그들 내면의 고통은 1세로선 감히 짐작도 못할 정도로 크고 많을 것입니다.      

비록 빌려 쓰는 좁은 공간이지만 찬양과 기도와 설교는 너무나 뜨겁고 은혜로웠습니다. 동시에 그들의 고통과 외로움도 제 가슴에 저며 오고 있었는데. 불현듯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젊은이들이 주일마다 교회에 모여 하나님께 찬양과 경배를 드리는 민족이 과연 한국 말고 따로 있을까? 온갖 종족이 모여 사는 이 미국 땅에서, 아니 전 세계에서도 아마 유일하지 않을까? 하나님이 이들을 바라볼 때에 얼마나 기뻐하실까?” 눈에 보이는 현실에만 근거해 인간적으로 판단했던 안타까움이 하나님이 베푸신 벅찬 감격으로 바뀌었습니다.    

흔히 중국인들은 세계 어디로 가도 식당부터 차리고, 일본인은 그 나라 사람으로 동화되고, 한국인은 교회부터 세운다고 말합니다. 우리 민족은 삼국시대 이전부터 계(契)로 모여 상부상조하길 좋아했습니다. 국토가 좁고 자원까지 빈약해 서로 도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끼리끼리 모이는 배타적 민족이라는 부정적 평가를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듣기는 합니다만 인정이 많은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 민족적 특성이 교회부터 세우는 데에 분명 일조를 했겠지만, 그것도 하나님의 선하신 섭리임에 틀림없을 것입니다.  

현재 다른 나라로 이민 가서 사는 커뮤니티의 숫자가 한국이 세계에서 제일 많다고 합니다. 어지간한 대도시마다 차이나타운을 형성한 중국화교는 물론 고대 이스라엘의 멸망 이후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진 유대인보다 월등히 많다고 합니다. 한 마디로 한국인이 가서 살지 않는 나라가 없고 또 그 모든 곳에 교회가 이민생활의 중심을 잡고 있습니다. 당연히 한국 2세 청년들도 그 모든 나라에서 함께 모여 하나님께 예배드리고 있을 것입니다.

작금 영어 2세 교회를 어떻게 잘 육성하느냐가 이민교회들마다 최대의 화두가 되어 있습니다. 영어가 능통한 사역자들이 모자란다고 아우성입니다. 온갖 방안들을 짜보지만 해결책은 사실 아주 간단합니다. 그들만이 모일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우선적으로 충분히 마련해 주면 됩니다. 재정도 모자라는 판국에 교육관을 더 크게 지으려 할 필요도 없습니다. 현재의 본당을 그들에게 바로 물려주거나 최소한 성인 예배 시간을 새벽이나 늦은 오후로 돌리면 됩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어른들이 일절 간섭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청년들의 영적 성숙이나 전담 목회자와 그 사례비마저 염려할 필요 없습니다. 외롭고 고달파 하나님의 도움이 갈급한 자에게는, 그것도 청년들 같이 때가 덜 묻은 심령이라면 반드시 성령의 역사가 일어납니다. 또 성경 말씀 자체에 하나님의 크신 권능이 함께 하므로 우선에는 그들 스스로 말씀을 나누게 하면 됩니다. 아마 어른들이 간섭만 안 해도 신실한 영어 목회자들도 자연히 많이 나타날 것입니다.

초대 교회에선 전임목회자나 교회조직이나 운영경비가 아쉽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에 대한 회상과 증거와 간구만으로도 성령의 불같은 역사가 일어났습니다. 모든 성도가 서로에게 목회 섬김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들에게 가장, 아니 유일하게 아쉬웠던 것은 언제든 자유롭게 모일 수 있는 장소뿐이었지 않습니까?  

현실적으로 영어 목회자에게 줄 사례가 부족한 중소형 교회라면 해외 선교비로 대체하면 됩니다. 선교를 등한히 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전 세계에 이미 한인 교회들이 다 세워져 있고 청년들도 함께 모입니다. 그 모든 이민교회들의 2세 교회에 부흥이 일어난다면, 이미 그것으로 수천, 수만 명의 현지 언어와 문화에 능숙한 선교사를 양성하는 셈 아닙니까? 어른들만  따로 고생해가며 해외 선교를 꼭 감당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카자흐스탄 교민이 추석을 쉬는 풍습은 조상에게 제사지내는 것이 주였습니다. 그러나 세계 도처의 이민교회들이 1세 어른들의 신앙을 정말 제대로 가르쳤다면 이 땅에 있는 고향보다 하늘에 있는 본향을 더 사모해야 할 것입니다. 또 자녀들에게 물려줄 기업도 재산이 아니며 가르칠 것도 일류대학 입학요령이 결코 아니어야 합니다. 그들 또한 외롭고 고달픈 나그네의 삶을 살아야 한다면 확고한 천국 소망부터 갖게 해야 합니다. 실제 3세, 4세로 내려가면 이 땅의 고향은 점점 더 멀어지고 영원한 본향이 훨씬 더 가까울 것 아닙니까?

우리는 오직 자녀의 성공을 위해 이민 와서 눈물겹게 고생하고 있습니다. 정말 우리에게 절실했던 것은 함께 모여 정을 나누며 하나님의 도움을 간구할 수 있는 교회였습니다. 그럼 우리보다 더 힘들고 외로운 자녀들에게는 더더욱 필요할 것 아닙니까?  자녀들을 위해 이민 왔다면서 왜 당장에 교회를, 그것도 천국에 갖고 가지 못할 건물과 돈을 물려주지 못합니까? 어차피 우리 1세들은 그들보다 이 땅에서 먼저 사라질 것 아닙니까?

혹시 그 이유가 자식의 출세로 우리 외로움과 고달픔에 대한 대리 보상을 받기 위해 하나님의 힘을 빌리려고 뜨겁게 기도할 전속 시공간이 아직도 계속 필요하기 때문 아닙니까? 아니면 이민 오자 세운 교회가 그야말로 건물만 지었거나 기껏 친목계의 역할만 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가요? 이 일이 늦어질수록 우리 자녀들은 현실적으로도 성공보다는 실패로 흐를 것이며, 그 동안 새벽마다 눈물로 기도한 것들마저 전부 허사로 돌아갈 것입니다. 이제는 분명 본당이라도 물려줄 때가 되었습니다.

9/29/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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