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의 소득공제에 대하여?


[질문]

교회에 여러 명목으로 헌금한 것을 연말에 합계하여 소득공제를 받습니다. 과연 소득공제를 신청하는 것이 성경적으로 옳은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헌금은 하나님께 드리는 것인데 다시 받는다는 의미가 있지 않습니까? 또 예컨대 십일조를 내고나서 환급받으면 숫자상으로 봐도 십일조가 되지 않잖습니까? 애매해서 판단이 잘 서지 않습니다.

[답변]

선진국일수록 부자에게 세금을 많이 내도록 합니다. 소득이 많아질수록 그 세율도 누진적으로 높아집니다. 부자들이 부를 사회에 환원하여 빈자들을 돕게 만드는 것입니다. 같은 취지에서 자원해서 사회에 공익 목적으로 기부한 것에 대해선 소득에서 공제를 시켜주어서 세금을 적게 내는 혜택을 부여합니다. 기부 문화를 활성화시키려는 목적입니다.

그래서 어차피 세금으로 빼앗길 바에야 기부를 하겠다는 계산마저 가능합니다. 예컨대 세율이 100원 소득에는 40%이지만, 80원 소득에는 30%라고 가정해 봅시다. 100원 소득자가 전혀 기부하지 않으면 세금 후 순소득은 60원입니다. 만약 20원 기부하면 공제 받은 후 소득은 80원입니다. 또 소득세는 24원으로 세후 순소득은 56원이 됩니다. 결국 최종 순소득으로는 60원과 56원의 차이 밖에 없는데도, 돈 밖에 모르는 수전노라는 욕설과 기부천사라는 칭찬의 극명한 차이가 생기지 않습니까?

계산을 간단하게 하려고 100원을 예로 들었지만 거기에 만을 곱해보면 순소득의 비교는 60만불과 56만불이 됩니다. 조금이라도 머리가 깨인 부자라면 이 정도 차이로는 차라리 기부하고 사회적 명예를 높이려 할 것입니다. 작금 한국에서도 가진 자가 가진 자답게 도덕적으로 의롭게 살아야 한다는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가 한창 화두가 되고 있지 않습니까? 한국이 선진국에 진입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선진국의 사회 체계는 기부에 다양한 혜택을 줄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그런 혜택이 당연하다고 인식합니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아이비리그 같은 일류대학일수록 기부금 입학 제도를 적극 도입하고 있어도 아무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습니다. 기부자의 이름으로 건물을 헌당하거나, 특별 장학금을 제도를 만들기도 합니다. 세계 최고 갑부인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빌 게이츠가 세계에서 최고로 엄청나게 많이 기부합니다. 또 부시 대통령 시절 경기부양을 위해 상속세를 없애는 법을 제정하려 했지만 갑부들이 나서서 더 반대했습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실제로 눈에 보이니까 부자에게 돌아가는 그런 혜택이나, 심지어 부자에게도 별다른 반감을 갖지 않습니다.    

교회 헌금도 교회가 영육 간에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에 기여를 많이 하기에 세법은 기부한 것과 동일하게 취급합니다. 소득 공제를 신청하는 것은 상기의 예처럼 세율이 적용되는 순소득만 낮아지는 것입니다. 연말에 과오납 된 갑근세를 환급받는 것과도 성격이 다릅니다. 요컨대 헌금을 돌려받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사회 구제에 참여함으로써 법에 규정된 대로 세금을 덜 내는 혜택을 받는 것입니다. 성경적으로 오류, 또는 모순되는 문제가 전혀 아닙니다.

이 케이스야말로 오히려 예수님이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바치라"(마22:21)고 하신 말씀에 해당됩니다. 바친 곳은 교회뿐이고 정부로부턴 혜택만 받았다고 단순히 생각해선 안 됩니다. 신자가 하나님과 세상에 대한 의무를 성실히 다 이행했다는 뜻입니다. 신자라면 평소에도 사회적 선행에 선도해서 적극 참여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며, 또 교회에 성실히 헌금함으로써 다른 측면에서도 그 임무를 수행했다는 뜻입니다.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굴복하라 권세는 하나님께로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의 정하신 바라 ... 관원들은 선한 일에 대하여 두려움이 되지 않고 악한 일에 대하여 되나니 네가 권세를 두려워하지 아니하려느냐 선을 행하라 그리하면 그에게 칭찬을 받으리라 .... 너희가 공세를 바치는 것도 이를 인함이라 저희가 하나님의 일군이 되어 바로 이 일에 항상 힘쓰느니라."(롬13:1,3,6)

이는 또 위에 있는 권세에 복종하는 것에도 해당됩니다. 신자도 사회의 일원으로써 제반 법규를 충실히 준수할 의무가 있습니다. 부자는 물론 모든 시민은 자기 소득의 일부를 국가에 세금을 바칠 뿐 아니라 그 일부를 사회에 환원해서 어려운 자를 도와야 합니다. 헌금을 공제 받은 것이 마치 되돌려 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라도 이 제도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기부 문화를 활성화 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입니다.  

죄송하지만 (제가 미국에 오래 산 관계로) 미국의 예를 하나 더 들어보겠습니다. 소득세는 연방정부와 자기가 사는 주에 이중으로 내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 소득세뿐만 아니라 여타 세들도 각 주(州)마다 세율이 다릅니다. 따라서 사업체나 집이 여러 주에 걸쳐 있는 자는 가장 세율이 낮은 곳에서 세금 신고하여 절세(節稅)를 합니다. 크리스천이었던 아버지 부시 대통령도 재임 중임에도 절세를 위해(업무처리상 편의도 있었겠지만) 백악관에 있는 워싱턴 특별구가 아닌 개인 사업체와 집이 있는 텍사스 주에서 자신의 세금 신고를 했습니다. 그럼에도 아무도 그를 잘못했다고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신자가 반드시 내어야 할 세금을 내지 않고 탈세(脫稅)를 하면 아주 나쁜 것입니다. 그러나 법에 정해진 규정을 잘 활용하여 세금을 절약하는 것은, 다른 말로 순소득을 늘리는 것은 어느 누구도, 심지어 하나님도 탓할 수 없습니다. 위에 있는 권세에 복종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정도 되어서 기껏 세금 몇 푼 아끼려 치사한 짓을 했다는 비난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동양적 사고로는 선뜻 이해되지 않을지 모르지만, 법을 어긴 적이 없고 오히려 규정대로 잘 따랐기에 치사한 짓이 아니라고 보는 것입니다. 거기다 미국 사회에선 법을 어기는 일을 모든 사람들이 아주 금기시 하는데다, 혹 어기더라도 차별 없이 엄격하게 벌을 주기 때문입니다. 또 부시가 평소 자진해서 사회봉사활동과 기부 등에 열심히 참여하는 줄 다른 사람들이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주제에서 정작 문제 삼아야할 것은 교회가 헌금을 정말 하나님의 뜻대로 올바르게 사용하는지 여부여야 합니다. 또 신자가 헌금으로 소득공제를 받는 일보다, 정말로 여타 모든 법들도 온전히 지키는지 여부입니다. 나아가 평소에도 교회 밖에서 사회봉사나 기부 등에 적극 참여해야 할 것입니다.

반면에 탈세한 소득을 가지고 십일조나 주일 헌금하는 것이, 예컨대 교회 신축에 크게 도움이 될 정도로 많이 해서 장로직분을 받더라도, 크게 비난 받아 마땅합니다. 하나님은 전혀 기뻐 받으시지도 않고 오히려 벌 받을까 염려해야 합니다. 그러고도 헌금 소득공제까지 챙긴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문제입니다.(질문자님이 지적한 잘못에 해당됩니다.) "창기의 번 돈과 개 같은 자의 소득은 아무 서원하는 일로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의 전에 가져오지 말라 이 둘은 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 가증한 것임이니라."(신23:18)

상기에 설명 드린 맥락에서 이 문제를 십일조를 적게 내는 문제와 연결시키는 것도 잘못된 적용입니다. 하나님이 십일조를 제정한 중요 목적 중의 하나가 바로 가난한 자의 구제를 위해서이지 않습니까? "제 삼년 곧 십일조를 드리는 해에 네 모든 소산의 십일조 다 내기를 마친 후에 그것을 레위인과 객과 고아와 과부에게 주어서 네 성문 안에서 먹어 배부르게 하라."(신26:12) 교회와 신자들은 자체적으로 십일조 제도를 온전히 성경적으로 준수해야 할 뿐 아니라, 헌금을 소득공제 받는 제도를 정말 법 취지에 맞게 시행한다면 오히려 하나님께 십일조를 간접적으로 드리는 결과를 낳는 셈입니다.  

간혹 십일조에 대해 세금 전과 후 어느 소득에 계산해야 정확한지 따지는 분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그런 사소한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십일조를 바치는 신자의 중심만 보십니다. 또 구약 율법을 자세히 살펴보면 십의 삼조까지 내었습니다. 자기 믿음의 분량에 따라 10의 9조도 할 수 있습니다.

누차 강조하지만 헌금으로 소득공제 받는 것은 헌금, 아니 세금조차 돌려받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세율이 적용될 소득이 낮아지는 것뿐입니다. 교회가 사회의 공익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국가가 인정한 것입니다. 교회가 정말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된다면 하등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적극 권장할 좋은 제도입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마음 한구석에 아무래도 편치 않다면 소득공제를 받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그 편치 않는 마음이 믿음의 본질을 제대로 깨달아 하나님께 온전한 진심을 바치려 하기보다는, 숫자 계산에 착오가 있어서 혹시 잘못을 범하지나 않는지 불안해하는 율법주의적 사고에서 기인한 것이라면 과감히 떨쳐버릴 필요가 있습니다. 또 이런 사소한 문제보다 평소에 사회에서도 절대 탈세나 위법하지 않고 교회 안에서도 한 알의 밀알이 되어서 작은 일, 작은 소자에게 충성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3/3/2011

참고로 십일조의 세전 세후 계산법은 엄밀히 따지면 세금 후가 맞습니다. 그 정확한 이유와 여타 십일조의 성경적 의미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성경문답 사이트의 십일조에 대한 여러 글들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왼쪽 하단의 검색 기능을 활용하시어, 제목에만 클릭하시고 십일조를 타이프인 하시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