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모든 생각을 사로잡아 그리스도께 복종케 함이란?


“우리가 육체에 있어 행하나 육체대로 싸우지 아니하노니 우리의 싸우는 병기는 육체에 속한 것이 아니요 오직 하나님 앞에서 견고한 진을 파하는 강력이라 모든 이론을 파하며 하나님 아는 것을 대적하여 높아진 것을 다 파하고 모든 생각을 사로잡아 그리스도에게 복종케 하니 너희의 복종(服從)이 온전히 될 때에 모든 복종치 않는 것을 벌하려고 예비하는 중에 있노라.”(고후10:3-6)


바울은 고린도 전서에서 신자가 겪는 실제적 삶의 문제에 대한 지침을 제시했습니다. 후서에선 사도 본인이 복음 전파하며 봉착했던 거짓 세력과 갈등한 문제를 다룹니다. 특별히 고린도 교회가 거짓 교사에 속아 자신의 사도직을 두고 비방과 음해를 행한 일을 전제한 것입니다. 그래서 7장까지는 자신의 사도직을 변호했고, 10-13장은 확증된 사도직분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일에 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8-9장은 사도와 교회, 또 성도들 간에 아름답게 교통하는 축복에 관해 마게도냐 교회 성도들의 헌금을 예로 들어 설명했습니다.)

이런 간단한 내용 분해를 염두에 두고 다시 10장을 봅시다. 그 서두가 어떻게 시작합니까? “너희를 대하여 대면하면 겸비하고 떠나 있으면 담대한 나 바울은 이제 그리스도의 온유와 관용으로 친히 너희를 권하고”(1절)

거짓교사들은 바울이 고린도 교인들을 직접 만나면 비굴하고 우유부단하며 말이 분명하지 않은 반면에 편지로선 예리하게 책망만 한다고 비방했습니다. 바울은 우선 그 비방이 사실이 아니라고 합니다. 대면할 때는 겸손했던 것이지 비굴한 것이 아니요, 편지로도 야단 친 것이 아니라 주님의 심정으로 권면했다고 합니다. 또 온유와 관용으로 그런 선동에 동조한 모든 잘못을 용서한다고 했습니다.

이어서 그 거짓 교사들은 사도들을 “육체대로 행하는 자로 여기는 자들”(2절)이라고 평하면서 이제부턴 담대하게 그들을 대하겠다고 합니다. 그들의 잘못을 정확하게 밝혀내어서 응징하겠다는 뜻입니다. 또 다시 너희를 방문할 기회에는 교인들 중에 그러는 자들도 함께 담대하게 대하겠다고 합니다. 그들을 꼭 벌주겠다는 뜻이 아니라 이 편지를 읽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 거짓 교사들의 선동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잘 판단하고 행하라는 것입니다.
      
그럼 “육체대로 행한다.”는 것이 무슨 뜻이 됩니까? 바울이 교인을 대면하면 비굴해지는 대신에 편지로는 엄하게 책망한다고 거짓 교사들이 음해한 그대로입니다. 한마디로 사람 눈치를 보면서 말과 행동이 다른 것입니다. 바울은 그래서 3-6절에서 그 모함이 왜 잘못된 것인지 반박 설명하고 있습니다.    

먼저 “우리가 육체에 있어 행하나” 즉, 사도라도 연약한 인간의 육체와 심성을 지닌 것은 사실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육체대로 싸우지 아니하노니” 즉, 절대 사람의 눈치를 보면서 사역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강력한 병기 즉, 십자가 복음의 말씀과 성령의 역사하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4-5절) 서서히 본문의 뜻이 조금씩 명료해지고 있습니다.

바울이 갖고 있는 병기의 특성이 어떠합니까? 육체에 속한 것이 아닙니다. 인간적 생각이나 방식이 아닌 하나님이 주신 병기입니다. 반면에 거짓 교사들은 세상의 학문, 인간적 친밀도, 권위 있는 추천서 등(3:1참조)과 사람을 현혹시키는 수사학적 달변(고전2;1 참조)을 동원해 고린도 교인들에게 영향력을 확장했던 것입니다.  

자신의 병기가 하는 역할을 바울은 네 가지로 구분해 설명합니다. 1) 하나님 앞의 견고한 진을 파하고, 2) 모든 이론을 파하며, 3) 하나님 아는 것을 대적하여 높아진 것을 다 파하고, 4) 모든 생각을 사로잡아 그리스도에게 복종케 하는 것입니다.

먼저 “하나님 앞에 견고하게 버티고 있는 진”을 파한다고 합니다. 하나님을 끝까지 거부하는 사단에 미혹된 영혼이거나, 종교적으로는 하나님을 믿고 따르나 실제로는 십자가 은혜를  몰라 온전한 진리 가운데 들지 못한 것입니다. 쉽게 말해 예수님의 복음을 거부하는 거짓 교사들과 그들과 동조하는 자들의 완악한 심령입니다. 복음의 말씀이 성령과 함께 역사하면 그런 견고한 진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 “모든 이론”은 당시 거짓 교사들이 교회 안에 퍼트리고 있던 헬라 철학이나 영지주의 적인 가르침들입니다. 셋째 “하나님을 아는 것을 대적하여 높아진 것”은 하나님의 말씀보다 인간적 권위를 더 높인 교만한 생각과 말과 행위입니다. 또 스스로를 남보다 더 낫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거짓교사들은 자기들이 가르친 인간적 사상과 철학이 사도들이 가르친 복음의 진리보다 더 심오하다고 여겼는데 바로 하나님을 대적한 교만의 대표입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생각을 사로잡아 그리스도에게 복종케”한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생각은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어 ‘계략’으로 번역(공동번역본)되기도 합니다. 어쨌든 바울은 자기 병기로 “그리스도에게 복종케” 하니까, 역으로 따지면 예수에게 복종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모든 생각입니다. 또 “사로잡아” 즉, 꼼짝 못하도록 붙잡아서 그리스도께 복종시키니까 인간적 영향력이 아닌 성령의 능력입니다.

그리고 결론으로 너희의 복종이 온전히 될 때에 모든 복종치 않는 것을 벌하려고 예비하는 중에 있다고 합니다.(6절) 한마디로 하나님이 십자가 복음에 복종하지 않는 자를 언제가 벌을 준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너희도 이 편지를 읽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깨달아 회개하고 돌아와 그리스도께 온전히 복종하라는 것입니다. 만약 바울이 다시 갈 때까지 주께 복종치 않는 거짓교사와 동조세력들이 교회 안에 남아 있다면 사도의 권위로서 철저히 응징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바울이 자신을 대적하는 자들을 벌주려는 의도로만 편지를 쓴 것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에게 진정으로 속해 있다면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지 말라고 권했습니다.(7절) 또 하나님이 사도에게 주신 권세는 파하는 것이 아니라 세우는 것이라고 합니다.(8절) 그리스도를 대적하는 어떤 세력도 물리치고 구원으로 이끌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온유와 관용”을 갖고 편지를 쓰고 있다고 미리 전제한 것입니다. 말하자면 견고한 진을 파하는 능력 안에는 복음의 말씀과 성령의 역사 외에 예수님을 닮은 사도의 인격적 영향력도 포함되었다는 뜻입니다. 선한 목자는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며 양 떼에 생명을 풍성히 주는 것만 생각합니다. 거짓 교사는 교언영색(巧言令色)을 비롯해 모든 인간적 수단을 동원해 자기 이름과 이익을 높이는 데에만 관심을 쏟는 법입니다.  

이제 모든 생각을 사로잡아 그리스도에게 복종케 한다는 의미가 확실해졌습니다. 일차적으로는 인격적으로 올바른 사도가 순전한 십자가 진리의 말씀을 전하면 성령이 함께 역사하여서 교회 안에서 복음의 진리를 거부, 부인, 왜곡, 첨가, 변경하면서까지 그분 앞에 온전히 항복하지 않으려는 거짓 교사와 그 동조자들까지 굴복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광의로는 십자가 진리가 변화시키지 못할 완악한 자는 없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끝까지 그 앞에 복종치 않는 자는 당연히 하나님의 불같은 진노의 심판을 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질문하신 첫째 구절에서 내 몸을 쳐서 복종시키는 것은 사도가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는 권리마저 복음에 혹시라도 방해가 된다면 포기한다는 뜻이었습니다. 본문은 복음과 성령과 사도의 품성으로 교회 안의 거짓 교사와 그 동조자들의 모든 생각을 뒤집어서 그리스도께 복종시킬 수 있다는 뜻입니다.

두 구절 다 성도가 의지적으로 자신의 욕심을 죽여서 죄 짓지 않도록 하라는 단순한 의미가 아닙니다. 말씀에 직접 해당되는 대상이 다르며 구체적 의미도 각기 다릅니다. 신자들이 성경의 모든 구절을 그저 권선징악적인 내용으로 파악하는 것이 얼마나 그릇된 것인지, 아주 잘 봐주어서 부족한 해석인지 모릅니다. 신앙이 성숙하지 않는 아주 큰 원인입니다.      

제가 시도한 해석 방안이 무엇입니까? 크게 어려운 신학적 교리를 동원한 것도 아니며, 헬라 원어의 뜻을 일일이 추적한 것도 아닙니다. 전체 문맥에서 논리의 흐름만 따져 본 것이 거의 다입니다. 얼마나 신자들이 성경 말씀을 주마간산(走馬看山) 격으로 읽는지 모릅니다. 앞뒤 문맥만 천천히 따져 보아도 성경이 얼마나 정미하며 풍성한 은혜가 되는지 절실히 깨달을 수 있습니다. 말씀 묵상을 한다는 것이 마음에 드는 구절을 자기가 골라서 하나님이 초자연적으로 귀에다 혹은 자기 심령에 뭔가 말해주길 기다리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처럼 말씀을 문맥과 주제와 저자의 의도와 당시 상황에 비추어 분석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본문이 바울 당시의 고린도 교회에만 해당됩니까? 아닙니다. 바로 오늘날의 교회 안에도 거짓 교사들이 넘쳐납니다. 십자가 복음의 절대적 진리성과 유일한 배타성을 외치면 고리타분하고 앞뒤가 꽉 막힌 골통이라고 얼마나 비난을 퍼붓습니까? 아니 성경의 절대적계시성만 말해도 비지성적이라고 치부하지 않습니까?

모든 신학적 논쟁은 제쳐놓고라도 바울처럼 교회를 대면하나 떨어져 있으나 오직 그리스도 구원의 은혜 안에 들어오게끔 어떤 음해와 비방과 핍박도 자기가 당하면서 성도들과 불신자들에게 온유와 관용으로 대하는 목자는 너무나 찾기 힘들지 않습니까? 복음으로 정말 한 사람의 영혼이라도 더 얻기 위해 죄는 물론 연약한 신자를 시험 들게 하는 일은 영원히 하지 않으려는 목자가 없지 않습니까? 그것도 자기의 자유마저 포기하면서까지 말입니다.

나아가 정말 복음의 말씀과 성령의 역사하심이 얼마나 강력한지 온전히 확신하는 목자도 드물 것입니다. 오로지 교회를 성장시켜서 자신의 이름을 높이고 유익을 구하려는 목자는 많아도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어떤 인간적 철학과 사상이 가미된 가짜 복음도, 그것도 미국의 대형교회에서 채택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라면 아무 여과장치 없이 그대로 받아 적용하지 않습니까?

지금 목회자들만 탓하고자 하는 뜻이 아닙니다. 모든 성도가 주님 안에서 만인 제사장직을 이미 받았습니다. 성경의 모든 교훈은 교회에서 맡은 직분과 상관없이 신자 모두에게 해당됩니다. 그런데도 기복적, 혹은 위기탈출용, 아니면 윤리도적으로만, 말씀을 받고 적용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복음으로 파해져야할 이론이자 하나님을 대적하며 스스로 높아지는 교만인 것입니다.  

11/8/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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