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29:25,26 수단이 목적을 정당화?

조회 수 564 추천 수 25 2009.09.09 00:56:47
수단이 목적을 정당화?


야곱이 아침에 보니 레아라 라반에게 이르되 외삼촌이 어찌하여 내게 이같이 행하셨나이까 내가 라헬을 위하여 외삼촌을 봉사하지 아니하였나이까 외삼촌이 나를 속이심은 어찜이니까 라반이 가로되 형보다 아우를 먼저 주는 것은 우리 지방에서 하지 아니하는 바이라.”(창29:25,26)


흔히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 한 자는 반드시 그보다 더한 꼴을 당하게 된다고들 말합니다. 바로 야곱이 그랬습니다. 형과 아버지를 속였던 그가 이제는 외삼촌에게 속임을 당했습니다. 사랑하는 라반의 둘째 딸 라헬과 결혼하려고 7년을 수일 같이 견디며 무료 봉사했는데 첫 날 밤을 치르고 보니 큰 딸 레아가 곁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속임을 당한 내용이 참으로 신기합니다. 야곱이 저지른 사기와 똑 같은 내용으로 당했습니다. 아우가 형을 제치고 장자의 권리를 차지했던 자가 장녀를 제치고 차녀와 결혼하려 했더니 오히려 장녀가 아내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다른 내용으로 속았더라면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하겠지만 이런 오묘한 일치의 배경에는 반드시 하나님이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처음부터 라반이 먼저 큰 딸을 준 후 다시 둘째 딸을 이용해 조카의 무료봉사를 받겠다고 고약하게 작정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야곱이 도피하게 된 경위를 다 듣게 된지라 그를 속여먹어도 양심에 크게 꺼릴 것 없겠다고 쉽게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형보다 아우를 먼저 주는 법이 없다는 것은 고금전래의 상식 아닙니까? 그 간단한 변명이 통했던 것은 죄책감에 눌려 있는 야곱의 약점을 찔러 꼼짝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그냥 단순히 튀어나온 변명이 아니라 라반이 평소 생각했던 바를 말한 것입니다.

이 일이 있기까지 야곱은 속임수로 장자권을 차지한 것을 두고 잘못했다는 인식이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목숨을 보존해 어떻게든 고향 땅으로 돌아가겠다는 염려는 했지만 말입니다. 어쩌면 아버지를 속인 계략이 전부 어머니 리브가에서 나왔고 또 그에 따를 하나님의 저주도 자기에게 돌리라는 어미의 맹세(창27:12,13)를 철석 같이 믿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고대에는 신의 축복과 저주마저 인간의 맹세로 주고받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하나님이 조부와 아버지에게 주셨던 언약에 함께 참여하고 싶은 거룩한 열망이 야곱의 도덕적 양심마저 무디게 만든 것입니다. 그러다 라반의 변명을 듣는 순간 그의 잘못을 탓하기보다는 자기의 지난 잘못이 생생하게 되새겨졌지 않겠습니까? 비록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 라반이 꾀한 속임수였지만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은 그것마저도 절대적 주권으로 선하게 섭리하셨던 것입니다. 야곱더러 저지른 죄를 구체적으로 회개하라는 뜻입니다. 올바른 목적이 결코 수단마저 정당화 시킬 수 없다는 진리를 깨달으라는 것입니다.

남에게 잘못한 자가 잘 되는 법이 없다는 경구는 억울하게 당한 자가 구태여 복수하지 않아도 결국은 그렇게 된다는 사실을 함의(含意)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아닌 하나님이 세상을 다스린다는 진리를 은연중에 드러낸 것입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하나님을 믿지 않고 자기 힘만 의지하며 삽니다. 눈에 안 보이지만 자기보다 훨씬 더 큰 힘이 있음을 방금 스스로 인정해 놓고도 굴복하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고집과 회개치 아니한 마음을 따라 진노의 날 곧 하나님의 의로우신 판단이 나타나는 그 날에 임할 진노를 쌓고”(롬2:5) 있는 꼴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우리가 바로 그랬습니다. 세상에선 야곱보다 속임수에 더 능했고 동시에 에서처럼 하나님에 대해선 전혀 무감각했습니다. 아니 죄악과 쾌락에 탐닉하느라 그분과는 원수로 지냈습니다. 본질상 진노의 자녀였던 우리를 긍휼에 풍성하신 하나님이 예수님의 다함  없는 십자가 사랑으로 죽음에서 건지어 영생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그리고 신자가 된 후에는 아주 세밀하게 당신의 뜻 가운데로 인도하십니다.

예컨대 남에게 손해를 끼친 자 잘되는 법 없다는 상식 수준에만 결코 머물러 있지 않게 합니다. 자기가 저지른 죄의 구체적 실상을 처절하게 깨달아 애통하는 심령으로 당신 앞에 온전히 부복하며 회개하도록 이끄십니다. 불신자는 상실한 마음을 그대로 두어 죄 가운데 방치하시지만 신자는 죄가 얼마나 추하고 더러운지 오히려 그 범한 잘못을 통해 깨닫게 해 주십니다. 혹시 신자가 끝까지 깨닫지 못하면 당신께서 강권적으로 죄에서 끄집어내어서 사후에라도 회개케 하십니다.

그것도 당신께서 사전에 계획하셨던 일을 이루는 와중에 신자가 어떤 죄를 범하리라는 것을  미리 알고서도 그러합니다. 말하자면 비록 어미의 복중에서 형 대신 아우를 약속의 자녀로 당신의 주권으로 선택했지만, 야곱과 리브가가 공모하여 이삭과 에서를 속인 죄는 그에 걸 맞는 징벌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징계가 그분의 최종 목적은 아닙니다. 심지어 신자로 회개케 하는 것마저 그렇습니다. 징계는 신자로 당신의 언약에 참여할만한 그릇과 품성으로 가꿔나가기 위한 당신의 열심, 노력, 사랑, 긍휼, 은혜입니다.

다른 말로 신자가 혹여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 했다면 하나님이 과하는 그 몇 배의 피눈물을 각오해야 합니다. 신자더러 죄가 사람을 얽어매는 얼마나 교묘하고도 가공할 힘인지, 또 인간의 실체가 그것도 구원 받은 이후에도 여전히 얼마나 연약하고 추한지, 그에 반해 하나님의 인자와 긍휼은 얼마나 크고 풍성한지 철두철미하게 깨닫게 하려는 것입니다. 신자를 신자답게 세우려는 것입니다. 불신자시절에는 전혀 체험 아니 알지도 못했던 하나님의 회초리를 이제 몸소 맞게 된 것이야말로 신자가 받을 진정한 축복입니다.    

하나님은 거룩하십니다. 당신께서 거룩하시기에 당신의 자녀 또한 거룩해야 합니다. 그분에게 단 한 치의 더러움과 추함이 공존할 수 없습니다. 야곱이나 라반의 비겁한 속임수는 더더구나 그러합니다. 아무리 목적이 선하고 정당해도 그렇습니다. 그분의 거룩함이란 결국 목적이 거룩하면 수단도 거룩해야 하고 당연히 결과도 거룩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매사에 거룩은 일치합니다. 복중에서부터 형 대신 동생을 택하는 것이 인간의 관습으로는 이해가 안 되어도 그분이 하신 일이라 거룩했고, 야곱이 온갖 고생을 겪다가 당신과 직접 씨름까지 하게해 이스라엘 12지파의 선조로 세운 것도 그분의 거룩함의 산물이었습니다.

불신자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수단을 가리지 않습니다. 그것도 이 땅에서의 형통과 안위만을 목표로 말입니다. 반면에 신자는 어떤 악이라도 그 모양까지 버리라고 하신 하나님의 계명대로 수단마저 선하게 지키려 열심히 노력합니다. 비록 불신자들로부터 뒤로 호박씨 깐다는 비난을 가끔 듣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전의 불신자시절이나 현재의 그들에 비하면 훨씬 경건해졌습니다. 타성에 젖어 비겁한 속임수가 튀어나오더라도 성경의 야곱의 기사가 생각나서라도 그만 두거나 나중에 회개할 수준까지는 되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신자는 이전과 다르며 불신자도 모르는 전혀 새로운 잘못을 범하고 있습니다. 악을 멀리하기 위해 경건에 열중하다 못해 이제는 경건만 있으면 다 되는 줄 착각합니다. 종교적 거룩이 다른 모든 잘못을 덮어줄 수 있고 심지어 거룩을 방해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잘못인 양 매도하기까지 이르렀습니다. 기독교 역사가 하나님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얼마나 많은 죄악을 저질렀는지 증명하지 않습니까?

신자 개인도 경건의 모습만 뛰면 그 숨은 의도야 어찌 되었든 하나님이 눈감아 주시리라 믿거나 기대합니다. 수단이 목적마저 정당화시켰습니다. 육신적 탐욕으로 구하는 것마저 찬양하며 기도했으니, 그것도 많은 봉사와 헌금을 희생하면서까지 했으니 하나님은 마땅히 들어주어야 한다고 떼씁니다. 겉은 경건하지만 속은 불신자마저 냄새 맡을 정도로 썩었으니 위선자라는 비아냥거림을 받아 당연합니다. 사람을, 그것도 믿음도 없는 자마저 속일 수 없는 데 심령을 꿰뚫어 보시는 하나님은 과연 어떻겠습니까? 그런데도 그분께 내 소원을 이루고자 떼를 쓰니 이만큼 천하에 어리석은 죄인이 따로 있을까요?

4/29/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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