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가 오역(誤譯)인지요?

조회 수 1279 추천 수 35 2011.08.17 18:51:31
목사가 오역(誤譯)인지요?

[질문]


성경원문에 나오는 목사의 번역이 정말로 잘못된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목자로 모든 것이 번역이 되었는데 오직 한군데만 오중 직임이 나오는 곳에만 똑같은 단어를 목사로 오역했다고 하는데 사실인지요?

[답변]

먼저 신약성경에 목자 혹은 목사로 번역된 원어는 모두 동일한 한 단어인 것은 분명합니다. 바로 poimhvn(포이멘)으로 목자, 양치기라는 뜻입니다. 또 지적하신 대로 “그가 혹은 사도로, 혹은 선지자로, 혹은 복음 전하는 자로, 혹은 목사와 교사로 주셨으니.”(엡 4:11)에서만 유일하게 목자(shepherd) 대신에 목사(pastors)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영어 성경도 마찬가지입니다.

의도적으로 오역(誤譯)했는지 여부는 저로선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대신에 에베소서의 목사라는 번역이 원래 의미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지는 신약성경에서 이 원어가 사용된 용례(用例)를 살펴봄으로써 추정이 가능할 것입니다.  

(1) 실제로 양치는 목동의 의미 - 눅2:8, 2:15, 2:18, 2:20
(2) 이스라엘의 구세주를 예표 상징 - 마2:6, 마9:36,  마25:32, 마26:31, 막6:34, 막14:27  
(3) 예수님이 영적지도자를 목자로 직접 비유함 - 요10:2, 요10:12,
(4) 예수님이 당신을 선한 목자로 직접 비유함 - 요10:11, 요10:16,
(5) 예수님을 (큰) 목자 혹은 목자장으로 부름 - 히13:20, 벧전2:25, 5:4, 계7:17
(6) 거짓 교사 - 유1:12
(7) 조직 교회의 지도자 - 엡4:11

일견(一見)하면 문자적 의미로는 목동이지만 상징적으로 백성이나 교인을 섬기는 (영적)지도자라는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상기 용례에서 (1)은 말 그대로 목동이므로 다시 논의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4)와 (5)는 예수님을 지칭하는데 목사라는 제한된 의미로 번역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 (2)는 이스라엘을 구원하거나 이끌 영적지도자라는 의미이므로 목자로 번역함이 옳은 것 같습니다. 특별히 마2:6, 마26:31, 막14:27은 구약성경을 인용한 것으로 그 저자들도 오실 메시아를 이미 목자의 개념으로 이해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요한복음 10장 즉, (3)과 (4)에서 당신을 선한목자로 비유한 것입니다. 비록 지금까지의 유대 종교지도자들이나 앞으로 나타날 거짓 지도자들까지 목자라는 동일한 단어로 표현했지만 당신과 대조하여 비유하기 위한 목적일 뿐입니다. 모든 영적지도자들은 당신을 본받아야 한다는 원론적 의미입니다.

동일한 맥락으로 유다서에서도 거짓 교사들을 목자라고(6) 지칭했습니다. “(교회 안에) 가만히 들어온 사람 몇이 .. 기탄 없이 너희와 함께 먹으니 너의 애찬의 암초요 자기 몸만 기르는 목자요”(1:4 & 12)라고 묘사하고 있습니다. 교회에서 공식적 직책을 수행하는 지도자로 볼 수 없기에 목사라고 번역하는 것은 오히려 이상합니다. 예수님 비유에 나오는 대로 원론적 의미의 삯군 목자일 뿐입니다.

반면에 조직 교회의 실제 지도자라는 의미는 (7)의 경우가 유일합니다. 문제는 조직교회의 지도자 명칭을 왜 원어 그대로 목자라고 하지 않고 구태여 목사라고 번역했느냐입니다.

영어의 목사 pastor는 먹이다(to feed)의 뜻을 지닌 라틴어 pascere 에서 나왔습니다. 알다시피 헬라어 신약성경 원본이 최초로 다른 언어로 번역된 것은 주후 4세기의 Jerome의 라틴어판 the Vulgate 입니다. 그 성경에는 에베소서 본문이나, 누가복음 2장의 목동이나, 다른 부분 모두를 pastores(목자)라고 번역되어 있습니다.

흠정역(KJV)을 비롯한 영어판에선 왜 조직교회지도자만 유독 shepherd 대신에 pastor로 번역했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순전히 제가 추측한 바이지만 아마도 목자에는 목동이라는 어감이 강해서인지도 모릅니다. 또 전문적으로 목동의 양치는 일을 돕는 개의 종(種)도 세퍼드(shepherd)로 부릅니다. 다른 부분에선 문맥으로 보아 목동 내지 목자라고 쉽게 알 수 있지만 에베소 본문에서만은 직책 이름인지라 일부러 pastor로 바꾸었는지 모릅니다.   

바울이 에베소서를 저작할 당시(AD 62년경)에 교회 내에 목사라는 공식적인 직책 이름(the title of job or office)은 없었다는 것이 통설입니다. 대신에 장로라고 불리는 자들이 오늘의 목사 역할을 감당한 것으로 봅니다. 어쨌든 교회 안에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각기 다른 업무를 수행하는 자들이 대표적으로 본문이 말하는 바대로 있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사도’는 예수님의 직접적 제자로 그분의 사역과 부활을 목격하였고 성령의 간섭으로 복음의 의미를 최초로 깨달아 초대 교회들을 설립하고 섬긴 자들입니다. ‘선지자’는 하나님의 계시를 받아 백성들의 죄를 통박하고 교회를 훈계한 자들입니다. ‘복음 전하는 자’는 빌립, 디모데, 에바브라 같이 당시 곳곳으로 선교 여행을 다니며 복음을 선포했던 자들입니다.

목사와 교사의 경우는 관사가 하나만 있고 and로 연결되어 있어서 한 가지 직분이었을 것이라고 해석하는 신학자들도 (예컨대 칼 바르트, 마틴 로이든 존스) 있습니다. 교인들의 이런저런 필요를 보살피는 자와 성경을 가르치는 자가 있었는데, 사도들의 예에서 보듯이 목양과 교육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자도 분명 있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직책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은 바울의 저작 의도가 조직 교회의 직책 이름보다는 그 역할을, 특별히 초대교회 특유의 기능을 강조하려는 데 있었다고 보아야 합니다. 사도나 선지자 같은 경우는 교회가 설립되고 정경이 완성됨으로써 그 기능을 다했습니다. 또 복음 전하는 자의 경우는 요즘으로 치면 선교사이긴 하지만 반드시 한 지역교회에 소속 혹은 파송된 자가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이 구절에 기인하여 현대교회도 반드시 그런 직책들로 나눠져야 한다고 이해 내지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예컨대 오늘날도 하나님께 직통 계시를 받아 예언하는 선지자와 그런 계시를 선포하고 가르치는 (신)사도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현재의 목사직분을 단순히 교회학교 교사와 동등시 하는 것은 또 다른 극단입니다.

인용한 에베소 본문에서 현재의 지역교회와 직접 해당되는 직책은 목사와 교사뿐입니다. 목사라고 고의적으로 오역했는지 여부는 불문하고 목사와 교사로 구분되어 있어서 오히려 무소불위(?)한 목사의 권한을 축소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또 조직체 교회를 대표하는 실제적인 지도자라는 의미에선 목자보다는, 교회 조직체계가 확립된 라틴어번역 이후부터이긴 하지만, 목사라고 부르는 것이 더 합당한 것 같습니다.

이 구절의 의미를 묻는 주된 의도는 초대교회에도 없던 목사 직분을 따로 만들어 교회에서 왕 노릇하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살펴본 대로 사도와 선지자는 초대교회로 그 직분이 끝이 났고, 복음 전하는 자는 선교사입니다. 현대 조직체 교회에도 양떼를 먹이고 가르치는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초대 교회에는 없던 직책을 따로 만든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영어 번역에서 목사(pastor)는 살펴본 대로 어원적으로 양 떼를 먹이는 목자라는 뜻이 있습니다. 아마 최초의 우리말 번역도 shepherd 대신에 pastor로 번역된 예를 따라 목자 대신에 목사라고 했을 것입니다. 또 최초의 한국말 번역 당시만 해도 그 번역자로선 지금같이 많은 목사들이 독재자가 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겠습니까?  

신약교회에선 목사 뿐 아니라 모든 신자가 제사장 직분을 수행해야 합니다. 성경을 깊이 연구하여 십자가 복음의 진리를 깨우치고 또 다른 이들을 가르쳐야 합니다. 현대교회 안에 아무리 이런 저런 직책이 많아도 각기 그 가능만 다른 것이지 하나님 앞에서의 자격, 신분, 특권이 다르거나 우열이 있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문제는 모두가 동등하기에 하나님 앞에 교회를 대표하고 교회 전체를 이끌어갈 자가 필요한데 에베소 본문대로 반드시 성도들을 주님의 사랑으로 섬기고 성경을 올바르게 잘 가르칠 자여야 합니다. 또 당연히 목회서신에서 규정한 장로나 감독의 자격에 합당해야 합니다.  
  
우리말 목사(牧師)라는 명칭에는 원문 그대로 목양과 교육 두 기능을 같이 포함합니다. 작금 많은 목사들이 목양(牧羊)에는 조금 등한히 하고 일방적으로 끌고 가려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그 명칭을 원어에 충실하게 목자(牧者)라고 하면 이미 목사에 익숙해져있기에 아무래도 더 어색한데다 가르친다는 의미는 약해집니다.  

바울이 원문에서 관사 하나에 두 직분을 연결시켜 놓은 것이 결과적으로는 현대 교회에 더 적합한 명칭이 되어버렸습니다. 또 교회 규모가 커지다보니 운영의 묘를 구하려고 목양의 역할은 구역장 같은 분에게 분담시키고 그 이름마저 목자라고 붙이고 있지 않습니까? 요컨대 목사라는 명칭이 문제가 아니라, 오늘 날의 목사들도 진정으로 예수님이 본을 보이고 가르친 선한 목자(牧者)로, 또 목양하고 가르치라는 성경말씀대로 목사(牧師)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며 끝까지 충성해야 할 것입니다. .

8/17/2011

운영자

2011.08.18 00:02:07
*.104.239.214

헬라어 단어를 기입해서 올렸는데도 자꾸만 영어 발음표기 방식으로 바뀌네요.
누군가 컴맹인 저를 깨우쳐 주셔서 헬라어로 표기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시지 않겠습니까? ^ ^

이선우

2011.08.18 08:46:35
*.199.239.12

댓글에서는 될라나?
poimen
ποιμην
ποιμην

되는데요?
헬라어 폰트가 여러개 있는 것 같은데 그 중에 제 컴에 깔아 놓은 것이 gr, GR II, SuperGreek의 세 개입니다.
저는 모두 엘피스 학당이라는 곳에서 예전에 다운받은 것인데, 다시 찾아보니 엑세스가 안되네요.
쩝~ 이게 제 한계입니다.

운영자

2011.08.18 13:38:21
*.104.239.214

일부분을 조금 수정했습니다.
"영어의 목사 pasrtor", "흠정역(KJV)", "바울이 에배소서"로 시작하는
연속되는 세 문단입니다.
먼저 읽어보신 분도 수고스럽지만 그 부분에 주목하여 다시 읽어봐 주시기 바랍니다. 샬롬!

사라의 웃음

2011.08.18 15:27:57
*.169.30.48

사실 그간 많은 목회자들의 먹이는 양식들이 생명의 물이 아닌 뜨겁게 달궈진
모래와 같은 양식이였기에 양들이 이처럼 아파하고 그 상처가 아물지 않아
목사라는 명칭 앞에서 우선 경직되어지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어딘가에 선한 목자를 반드시 우뚝 세워 놓으셨기에 그로 말미암아
참 생명의 말씀을 양들에게 먹이게 하시고 그 생명의 물로서 상처로 얼룩진 심령일
지라도 또 치유하여 가시는 것을 저 개인적으론 생생하게 체험하고 있습니다.

십자가 진리만을 가르치는 우리 홈피교회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정순태

2011.08.18 15:56:09
*.75.152.77

큰 도움이 되는 가르침입니다!

벌게이트에서 pastores라는 단어로 번역되었다는 것을 처음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

솔직히 벌게이트 성경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라틴어로는 확인해 볼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pastor는 영어로 번역하면서 최초로 사용된 단어가 아니었을까 짐작했었습니다. 짧은 억측이었음을 알게 되어 부끄럽습니다.


그런데 목사님 설명을 읽고 나니 다른 의문이 생겼습니다. 이런 것입니다.

잘 알려진 대로, 신약성경은 170년경의 무라토리 목록을 시발로 유세비어스 목록, 키릴 목록, 아타나시우스 목록 등을 거쳐, 397년 Carthage 회의에서 27권이 정식 채택되었습니다.

한편, 제롬의 벌게이트 성경은 교황 다마수스 1세의 명에 따라 382년부터 405년까지 약 20여 년에 걸쳐 번역되었습니다. 제롬은 처음 70인역을 기준하여 자매번역으로 출발하였으나 나중에는 히브리어 원문을 기준하여 직접 번역을 수행하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교황 다마수스가 라틴어 번역을 명령한 이유는 당시의 구라틴역(The Old Latin Bible)이 너무나 중구난방이었기 때문이었다 합니다.

여기서 첫 번째 질문입니다. “제롬 이전에 존재했던 구라틴역에도 신약성경이 포함되었는지요? 만약 포함되었다면 여기서도 pastores라는 라틴어 단어가 사용되었었는지요?”

아울러 제롬은 388년경 당시 사용되고 있던 ‘신약성경 일부를 수정’하여 번역했다고 들었습니다. 제롬이 기준한 신약성경은 최종 확정되기 9년 전의 것인데 내용의 차이는 없었을 것으로 기대하고 싶습니다.

다만 ‘제롬이 일부 수정’했다는 설명을 확대할 경우, 엡4:11절도 포함되었을 가능성은 없을 것인지 무척 궁금합니다.

두 번째 질문입니다. “제롬이 자의적으로 수정한 것에 엡4:11절이 포함됨으로써 이해하기 어려운 pastores라는 단어가 사용된 것은 아닐까요?”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여겨집니다만, pastores라는 단어가 사용된 이유를 짐작할 수조차 없기에 한번 억지부려 보는 것입니다. ^^


사족 하나만 달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벌게이트든 영역본이든 한글이든, ‘목사’라는 직명은 명백한 오역이라 봅니다. 다만 수백 년 간의 전통 때문에 너무 익숙해져서 거부감이 들지 않을 뿐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통을 빌미로 익숙함에 빠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천주교 쪽에서 사용하는 신부나 사제라는 직명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신부는 영어로 god father입니다. 대문자로 쓰는지 소문자로 쓰는지는 관심없습니다만, 문자의 크기에 관계없이, 이 단어는 인간에게 적용할 수 없는 개념의 용어입니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지요.

사제(=제사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 승천 이전의 신약성경에도 사제라는 말은 분명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순절 이후 구약의 사제 개념의 용어는 신약교회에 사용된 바가 없습니다. “왕 같은 제사장”(벧전2:9)이라는 표현도 구약의 사제를 의미하는 용어가 아닙니다. 신약교회에서 사제는 없다는 것이 성경의 확언(確言)입니다.

천주교의 신부나 사제가 비성경적 직명이듯, 개신교의 목사 또한 비성경적 직명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다만, 너무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이 직분명을 다른 것으로 바꾸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유보적입니다. 비록 오역되었다 하더라도, 그 개념만 제대로 이해하고 적용하는 데 걸림이 되지 않는다면, 굳이 지금 다시 바꿀 당위성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사가 유일한 성직자로 둔갑하는 것만큼은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한 마디로, ‘목사=유일한 성직자’ 개념만 방지된다면 목사 직명을 계속 사용하는 것에 동의할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목사님의 견해를 세 번째 질문으로 드리며 마치겠습니다.


다시 한번 귀한 가르침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운영자

2011.08.18 18:37:01
*.104.239.214

정순태 집사님

Moses 님이 현문(賢問)을 주셔서 제가 우답(愚答)을 달았더니
집사님은 더욱 현문(賢問)을 주셨네요? 다시 더한 우답(愚答)을 달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제롬 이전에 존재했던 구라틴역에도 신약성경이 포함되었는지요? 만약 포함되었다면 여기서도 pastores라는 라틴어 단어가 사용되었었는지요?

“Vetus Latina” 라고 불리는 2-3 세기의 라틴어 성경 사본(the Old Bibles)들에는 신약성경도 포함됩니다. 헬라제국에서 로마제국으로 세계의 역사가 재편됨으로써 헬라어 문화와 관습이 점차 라틴으로 바뀌었습니다. 성경도 70인역 헬라어 구약성경은 물론 개별 책별로 전해 내려오던 헬라어 신약성경을 공식적으로가 아니라 일부 개인들이 라틴어로 번역한 것들이 읽혀지기 시작했습니다. 또 집사님 말씀대로 Damasus 교황의 명을 받아 제롬이 Vulgate를 저작함으로써 중구난방이었던 라틴어 성경이 통일되었습니다. Vetus Latina가 학술적으로 큰 중요성을 가지는 이유는 신약성경의 헬라어 원본이 대부분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이런 라틴어 초기사본들을 모아서 계속 연구하고 있는 중입니다. 라틴어 사본으로 에베소서 4:11을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http://apps.brepolis.net/vld/index.html)를 하나 발견하고는 들어 가봤더니 회원으로 가입해야만 열람이 가능한 것으로 나오네요.


(2) 제롬이 자의적으로 수정한 것에 엡4:11절이 포함됨으로써 이해하기 어려운 pastores라는 단어가 사용된 것은 아닐까요?

라틴어로 목동, 목자가 바로 그 단어(pastores)입니다. 제 글에서 밝혔듯이 그래서 영어 pastor에는 목자의 의미가 있습니다. 또 제롬은 모든 구절에서, 누가복음의 실제 목동은 물론 요한복음의 예수님을 지칭하는 부분도, 전부 목자로 번역했기에 그가 이 구절만 목사라고 자의적으로 변경시켰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제가 Vulgate에서 에베소서의 문제 구절만 찾아보고는 첫 번 글을 성급하게 올렸다가 외출에서 돌아와 다시 찾아보니 전부 다 동일한 단어로 번역했기에 댓글로 밝힌 대로 일부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또 그렇다면 앞선 질문의 답으로 Vetus Latina 에서도 대체로(서로 다른 사본이 다수 있으므로) 동일한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습니다.

(3) 한 마디로, ‘목사=유일한 성직자’ 개념만 방지된다면 목사 직명을 계속 사용하는 것에 동의할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목사님의 견해를 세 번째 질문으로 드리며 마치겠습니다.

- 저도 당연히 목사가 유일한 성직자라는 주장이나, 성직천수설에는 원칙적으로 반대합니다. 신약교회에선, 실은 구약의 시내산 출애굽 언약(출19:5,6)에서부터 그랬지만, 모든 성도가 하나님 앞에 차별 없이 제사장이자 동역자(고전3:9)입니다. 그럼에도 교회 안에는 하나님 앞에 회중을 대표해서 정말 선한목자로서 끝까지 목양과 교육의 책임을 지고 서야할 목사는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는 결코 신분, 자격, 특권의 차이나 우열을 뜻하지 않고 다만 각자가 맡은 기능이 다를 뿐이되 성경의 대표 원리에 따른 것입니다.

***********************************

어쨌든 헬라성경이나 라틴어 성경이나 한 단어 “목자”로 기록되었습니다. 단 영어 성경에만 다른 곳에선 전부 Shepherd로 하되, 엡4:11에서만 pastor로 번역했습니다. 만약 성경 원문에 일치시키려면 영어성경도 모든 구절에서 shepherd 혹은 pastor라고 했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영어 pastor는 웹스터사전에 따르면 라틴어에서 온 것입니다. 추측컨대 영어에는 그 전에 이미 목동, 목자(shepherd)라는 단어가 있었기에 조직교회의 지도자에게는 그보다 pastor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는지 모를 것입니다. 이 문제를 따지려면 라틴어 원전보다는 영어언어학자와 위클리프와 킹제임스 번역 당시 상황까지 추적해야 할 텐데 사실상 불가능할 것입니다.

또 영어 pastor에는 목자의 의미도 당연히 있습니다. 웹스터 큰 사전에서 세 가지로 정의하는데 목자(목동)가 제일 먼저 나옵니다. 1. a shepherd, 2. a clergyman or priest who has the charge of a church or congregation 3. the locust bird 즉, 목자라는 의미로 먼저 쓰이다가 언젠가 목사, 사제의 의미로도 확대 전용되었다는 뜻이 됩니다. 말하자면 영어 번역도 그리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어쩌면 엡4:11은 분명히 조직교회의 지도자를 의미하므로 목동은 당연히 아니고, 결과적으로는 shepherd 보다 pastor가 더 좋은 번역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우리말 성경인데 이 또한 목사로 번역한 것 자체는 큰 무리가 없다고 봅니다. 우선 최초 한국어 번역 당시에 목사라는 칭호가 있었는지는 성서번역사와 한국어학자 간의 또 다른 연구가 필요한 부분일 것입니다. 그러나 어쨌든 영어번역의 취지대로, 또 원문에서 조직교회 지도자라는 뜻대로 목자와 구분해서 목사라고 했기에 큰 오류가 없으며 의도적 오역으로까지는 볼 수 없다는 뜻입니다. 목사와 교사를 한 직분자로 보든지, 다른 자로 보든지 간에 오히려 목사를 교사와 동일한 반열에 둔 셈이지 않습니까?

물론 일부 목사들이 교회 안에서 군주처럼 군림하면서 목양은 제대로 하지 않고 일방적 독선적으로 회중을 이끌어가는 것은 솔직한 현실입니다. 그러나 목사라는 우리말의 어감도 최근에 와서 부정적으로 변했지, 처음 번역할 당시나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전래된 초기에는 분명 아무 하자 없는 용어이자 실제로 목사들도 좋은 이미지를 유지했을 것입니다. 최근의 표준새번역은 “목사” 대신에 “목회자”라고 번역했습니다. 저로선 정확한 사유는 알 수 없지만 그런 부정적 인상을 불식하고 담임목사 한 사람보다는 전문사역자 전부라는 의미를 담으려고 했지 않나 싶습니다.

제가 드린 말씀의 요지는 한마디로 목사라는 단어가 오역(誤譯) 되었다기보다는 최근에 일부 목사들이 그 뜻을 오용(誤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목사(牧師)에는 성경대로 목양(牧羊 혹은 牧養)과 교육(敎育)의 두 가지 의미가 다 있지 않습니까? 언어와 문화를 불문하고 저를 필두로 전문 혹은 전임사역자들 모두가 예수님이 가르치신 선한 목자의 길을 비록 고달프고 외롭더라도 끝까지 순종, 헌신, 충성하며 따라가야 할 것입니다.

정순태

2011.08.19 11:06:34
*.75.152.167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말 좋은 것을 배웠습니다(이 기쁨~~~^000^).

‘목사’라는 용어가 ‘오용’(誤用)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목사님과 전적으로 같은 생각입니다. 그것도 아주 크게 오용되고 있다고 봅니다. 다만, ‘목사’ 용어의 ‘오역’ 여부에 대해서는 약간의 견해차가 나는데, 저는 목사님보다 강하게 ‘오역’으로 봅니다.

※ 위 목사님 글에서 ‘교사’를 ‘주일학교 교사’로 이해하시는 것 같던데, 저는 오늘날의 ‘신학교수’가 곧 엡4:11절의 ‘교사’라 여기고 있습니다. 개인적 견해입니다. ^^

한글성경의 ‘목사’는 어쩌면 중국성경의 영향이 아닌가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초기 한글 번역시 중국성경의 영향을 벗어날 수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국어 성경도 없고, 중국어도 모릅니다. ㅠㅠ

이번 글을 통해, 배워야 할 게 너무 많음을 알았습니다. 히브리어와 헬라어 겨우 찾을 정도의 실력으로는 어림없다는 점을 뼈저리게 실감했습니다. 라틴어도 알면 좋겠고, 독일어도 알면 더 좋겠고, 중국어도...... 하지만 꿈이므로 깨어나야겠지요...

성경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추구함으로써, 잘못 가르쳐지는 것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는 나름대로의 소망이, 목사님께 쓸데없는 것까지 질문하는 것 같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다시 한번 자상한 답변에 감사드리며 나갑니다!!!

Caleb Kim

2011.08.20 05:04:37
*.141.222.43

정순태 집사님, 저도 중국어는 모르지만, 다국어 성경의 중국성경에는 목사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현재 우리가 쓰는 목사명칭은 집사님의 생각처럼 여깅에서 파생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以弗所书 4 [简体] 11 他所赐的有使徒,有先知。有传福音的。有牧师和教师。

정순태

2011.08.21 08:08:53
*.75.152.39

Caleb Kim 형제님! 중국어로도 牧師로군요. 좋은 정보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광민

2011.08.21 13:18:04
*.158.216.128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원문과 댓글을 제 블로그로 옮겨봅니다^^

운영자

2011.08.22 01:31:15
*.104.239.214

김기환(Kaleb Kim)교수님 오랜만입니다.

한글성경을 최초로 번역할 때에 중국어성경도 참조했다고 하니
목사라는 한자 용어를 우리말 번역에 그대로 사용했을지 모릅니다.

마침 어제 이곳 칼스테이트노스리지로 부임해온 이중원형제를 만났는데
시카고에서 교수님과 같은 교회를 다녔다는 말씀을 전해 듣고 더 친밀감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는 더 자주 귀한 말씀 함께 나눠주시기 바랍니다. 샬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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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 인간은 왜 종교를 만들었는가? [2] 운영자 2011-10-25 881
264 왕하24:8과 대하36:9이 서로 상충합니다 운영자 2011-09-28 914
263 마 21:28-30이 번역 오류가 아닌지요? [1] 운영자 2011-09-25 1367
262 목회서신의 저자에 관해 문의 드립니다. [2] 운영자 2011-09-09 983
261 어떻게 기도를 해야 하나요? [4] 운영자 2011-09-03 1623
260 레위기 13장을 읽다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1] 운영자 2011-08-31 857
» 목사가 오역(誤譯)인지요? [11] 운영자 2011-08-17 1279
258 기도 중에 잡념이 생깁니다. [1] 운영자 2011-08-11 1401
257 마태복음 10:34-36이 어렵습니다. [5] 운영자 2011-08-05 1006
256 왜 바벨론 이름으로 성경을 기록했는가? [1] 운영자 2011-07-31 1001
255 동정녀 탄생은 이교도 개념인가요? [5] 운영자 2011-07-22 1013
254 예수님은 자신이 메시아인 것을 드러내셨나요? 운영자 2011-07-21 2642
253 구원이 은혜라면 신자가 해야 할 일은 없나요? 운영자 2011-07-09 1300
252 구약 교훈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나요? 운영자 2011-07-04 930
251 신약에서 율법이란? 운영자 2011-07-02 1258
250 에스라서에서 왕의 계보는? 운영자 2011-06-24 906
249 동성애가 유전자 때문인가? [4] 운영자 2011-06-16 1767
248 성경 해석이 시대상황에 따라 변하는가? [1] 운영자 2011-06-14 1029
247 그리스도 안에 죽은 자가 왜 또 구원을 받나요? [1] 운영자 2011-06-0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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