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학이 말하는 목사 직분 관련 성경상의 용어들(직분들)
앞서 2가지 목사관이 존재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왜 이처럼 상이한 목사관이 생길 수 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구약과 신약에 나오는 직분 명칭들을 광범위하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목사성직론의 오해는 구약 및 신약의 용어에 대한 정확한 이해 부족에서 기인되는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구약에서는 왕과 제사장과 선지자를 살펴야 합니다. 물론 이외에도 방백과 장로와 두령과 관원 등의 용어도 사용되기는 합니다만, 소위 삼중직(三重職)이라 불리는 3가지 직분이 가장 중요합니다.
○ 왕(王)은 설명이 필요 없는 용어입니다. 구약에서 통일왕국 시절의 사울→다윗→솔로몬과, 남왕국의 르호보암 등 28 왕 및 북왕국의 여로보암 등 20 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왕은 세상적 통치권을 상징합니다.
○ 제사장입니다. 제사장은 대제사장과 일반제사장으로 구분되며 대제사장은 당대 제사장 중의 대표이고 나머지는 모두 일반제사장입니다. 대제사장이든 일반제사장이든, 구약에서는 오직 레위(아론) 지파 사람만이 제사장이 될 수 있습니다. 제사장은 백성들의 관심사를 하나님께 전달하는 직무를 수행했습니다. 즉, 속죄(제사=예배)의 대행자였던 것입니다. (히)‘코헨’, (헬)‘히에레우스’(hiereus), (영)‘프리스트’(priest).
○ 선지자입니다. (히)‘나비’는 동사 ‘나바’(부글부글 끓게 하다)에서 파생된 말로서 ‘쉬임없이 말하는 자’의 의미라 합니다. 선지자는, ①하나님의 뜻을 백성들에게 전달하고(출4:15, 7:1), ②하나님과 백성들 사이의 중재자(렘7:16)의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구약의 선지자는 ‘중재자 내지 대언자’의 뉘앙스가 강한 용어입니다. 선지자는, 제사장과 달리, 하나님의 관심사를 백성들에게 전달하는 직무였습니다.
다음, 신약에서는 사도, 감독, 선지자, 목사, 장로, 집사 등을 살펴야 합니다.
○ 사도 직분입니다. (헬)‘아포스텔레스’(aposteles)는 ‘보냄받은 자’를 의미합니다. 성경에서 사도란, 예수님께서 직권적으로 지명하신 12명(나중에 가룟 유다를 제외시키기고 맛디아를 포함시킴)과, 예수님 승천 후 개인적으로 지명된 바울에게만 부여된 특수한 직임입니다.
12지파 조상들이 구약교회의 기반을 형성했던 것처럼, 사도는 신약교회의 기초를 확립하는 임무를 담당했던 직분들입니다(사도의 직무에는 신약성경의 기록임무도 포함됩니다).
‘사도’로 불릴 수 있는 사람들은 아주 엄격히 제한됩니다. 심지어 70인의 제자들이나 최초의 성령 세례를 받은 120문도들이나 승천 증인인 500여 명 성도들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일부 학자들 중에는 특출한 성도들(바나바 및 예수님의 친동생 야고보 등)에게까지 ‘사도’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도 합니다만, 그러나 사도는 예수님을 직접 뵌 1세대 제자들에 한정된 직분으로서 후대에는 위임되지 않는다는 점만큼은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 감독 직분입니다. 헬라어로는 ‘에피스코포이’(episkopoi)라고 하며, 영어로는 여러 가지 단어가 사용됩니다. 감독자/간역자(overseer/bisop=행20:28, 잠6:7), 스승/후견인/보호자/감독자(guardian=고전4:15), 선생/감독자/관리자(supervision=갈3:25), 다스리는 자(leadership =롬12:8→헬라어 ‘proistemi’=앞서 가는 자), 다스리는 것(administration=고전12:28→헬라어 ‘kibernesis’=행정가) 등입니다.
감독이라는 용어는 이해하기가 무척 어려운데, ‘목사+교사’의 개념으로 이해하기도 합니다.
초대교회 시절, 예루살렘 교회는 사도들과 장로들의 지도를 따르고 있었으나, 이방지역의 교회들은 상황이 달랐습니다. 바울과 바나바와 디모데 등의 순회사역자들이 교회를 개척한 경우, 각 지역 교회마다 지도자들이 필요했습니다. 지역교회 지도자의 보편적 직분명은 ‘장로’였습니다. 대부분 한 사람이 아닌 다수의 장로들이 지역교회를 이끌었습니다.
그러다 다소의 시간이 흐른 후, 각 지역교회에는 대표 장로가 선발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 대표 장로의 명칭이 곧 ‘감독’이라 할 것입니다.
○ 선지자 직분입니다. (헬)‘프로페테스’는 ‘예언자, 선포자’의 뜻이라 합니다.
신약에서 ‘선지자’로 호칭된 분들은, 아가보(행21:10), 유다와 실라(행15:32), 아가보를 포함한 선지자들(행11:27), 선지자들과 교사들(행13:1) 등입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신약의 선지자는 그 임무가 구약의 선지자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즉, 구약의 모든 선지자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전적으로 대변하는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그러나 신약의 선지자들은 매우 제한적인 하나님의 뜻만 성도들에게 전달했을 뿐입니다.
사도 바울의 예루살렘 행과 관련된 선지자들의 예언은 바울의 해석과 대립되기까지 하였습니다(이 부분은 별도로 묵상해 봐야 할 것입니다).
아무튼, 신약에서는 구약의 ‘대언자’ 위상이 현저히 경미해졌다 할 것입니다.
○ 목사 직분입니다. 가장 크게 오해받고 있는 명칭이기도 합니다.
히브리어로는 ‘로이’(Roi)라고 합니다. ‘목자’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로이’는 하나님의 성호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엘로이=별도 묵상인 ‘하나님의 성호’ 참조).
헬라어 ‘포이멘’(poimen)도 ‘목자’의 뜻입니다. 한글개역성경에 오직 한번 나오는 “목사”는 원래 ‘목자’로 번역했어야 하는데, 부정확한 번역임을 부인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오늘날 ‘목사’를 둘러싼 불필요한 논쟁은 바로 이 미묘한 차이에서 야기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문자적으로는 성경에 ‘목사’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정확히 번역하려면 ‘목자’로 표기하는 것이 옳다 하겠습니다.
영어로는 여러 가지 단어가 사용됩니다. 대표적인 것은 ‘패스터’(pastors=엡4:11), 목자(shepherd=시23:1), 일꾼(minister=작은 자=딤4:6) 등입니다.
영어 ‘클러지’(clergy)가 사용되기도 하는데 ‘성직자’로 번역되며 의미가 크게 왜곡된 번역입니다. 이 단어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옳습니다.
그러가 가장 비성경적인 용어는 reverend(레베런드)입니다. 다른 사람과는 특별히 구별되는 거룩한 자, 숭상할만한 자, 경외할만한 자, 공경할만한 자, 위엄이 있는 자, 성직자라는 의미가 강한 말입니다. reverend는 revere(리비)라는 단어에 nd가 합쳐진 말인데, revere(리비)라는 말은 ‘경건한 마음으로 숭배하다, 경외하다, 존경하다.’라는 의미로서 다분히 계급적이고 권위적이고 특권의식이 강한 성격이 잘 표현된 단어입니다.
따라서 ‘클러지와 레베런드’는 절대로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천주교의 사제론을 그대로 답습한 관념의 용어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라틴어로는 ‘폰티팩스’(다리를 놓는 사람)라고 한다고 합니다.
○ 장로 직분입니다. ‘장로’도 ‘목사’와 마찬가지로 왜곡된 용어 중의 하나입니다. 사실상 성경은 ‘장로’를 오늘날 ‘목사’와 동의어로 사용하고 있는데, 일부 목사들은 이를 신경질적으로 거부하고 있습니다(‘감히 맞먹으려 한다.’는 불쾌감을 의미합니다).
히브리어는 ‘자켄’인데, 지파나 지역의 우두머리, 전쟁시 지휘자, 다툼의 재판관, 치리의 충고자 등을 의미합니다. 장로는 신약시대에 시작된 직분이 아니라 구약시대부터 존속되어 오고 있는 직분입니다.
헬라어는 ‘프레스뷔테로스’(presbyteros) 또는 ‘프레스뷔테로이’(presbyteroi)입니다. ‘교회의 지도자’ 정도의 뜻입니다.
영어는 ‘프레스비터’(presbyter) 또는 ‘엘더’(elder)입니다. ‘더 나이 많고 더 지혜로운 사람’ 정도의 뜻입니다.
○ 집사 직분입니다. 사실 집사는 장로나 목사에 비해 심각히 왜곡된 용어는 아닙니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집사의 개념이 현대 목사 개념과 중첩되는 면이 있다고 하기에, 간단하게나마 다루는 것입니다.
헬라어는 ‘디아코노스’(diakonos)입니다. ‘일꾼, 사역자, 사자, 수종자’이며 ‘종’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바로 이 점에서 현대의 목사 개념과 일치된다 하겠습니다.
영어 ‘디콘’(deacon)은 헬라어 의미를 그대로 수용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