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Sale)이 전혀 세일이 아니다.

조회 수 444 추천 수 13 2011.06.01 22:34:53
세일(Sale)이 전혀 세일이 아니다.


한류(韓流)가 생각보다 거센 것 같습니다. 미국에 사니까 별로 실감 못할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우선 아침마다 잠간씩 보는 일본 TV 뉴스의 연예계 소식에 거의 매일이다시피 한국 유명 연예인들의 동정이 보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방송 보도는 팔이 안으로 굽어 과장할 수 있지만 일본방송을 직접 보니 부인하려야 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저께는 실제로 그 한류를 몸으로 체험했습니다. 미국 사람과 K-pop 콘서트에 갔다는 뜻은 물론 아닙니다. 미국에서 가장 크다는 한인슈퍼마켓 체인에 집사람이랑 오랜 만에 장보러 갔더니, 저도 어쩔 수 없이 팔이 안으로 굽게 말하겠지만, 태반이 외국인이라 새삼 놀랬습니다. 중국, 히스패닉, 백인, 흑인 등 인종도 다양했습니다. 마침 주일 저녁이고 저희 동네에 중국인이 특히 많이 사는 것을 감안해도 놀랄 정도였던 것만은 분명합니다.  

한류가 연예계를 넘어 식문화에까지 번져 나가고 있다는 증거였습니다. 이 슈퍼만 해도 양질의 물건을 값싸게 양도 많이 주는 위에 넓은 매장에 깔끔하고도 편리하게 진열해놓았으니 인기를 끌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한류만의 위력이었습니다.

불현듯 과연 이런 인기가 외국인에게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지 걱정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오직 하나, 세일을 정말 세일답게 해야 하는데 싶었던 것입니다. 저희가 세일에서 쌀을 샀더니 오래 되어 벌레가 먹었거나, 비닐봉지에 담긴 콩나물의 아랫부분이 상했던 경우 등등, 아차 또 속았다고 한탄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한번 속았으면 다음부터 안 사면 되지라는 말은 통하지 않습니다. 고객의 구두쇠 심보와 세일을 속이는 것은 별개 문제입니다. 혹시라도 한류가 좋아서 슈퍼를 이용하던 외국인들도 앞으로 우리처럼 세일 물건을 멋모르고 샀다가 보일 반응을 생각하니 잠시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세일은 간단히 말해 정품(正品)을 반품(半品) 값에 파는 것입니다. 반품을 반품 값에 파는 것은 세일이 아니라 정상적인 판매입니다. 이상하게도 한국 슈퍼들은 후자처럼 하면서도 이름만은 세일이라고 거창하게 내겁니다. 이젠 손님들도 어지간히 예사로 여깁니다. 유효기간 지나면 다 폐기하거나, 진열했던 물건이나 포장박스에 파손이 있다면 솔직히 그렇다고 밝히고 또 하자가 있는 부분을 스티커로 표시해서 싸게 팔아야 합니다.

작금 전자, 자동차, 조선, 의류, 신발 같은 공산품뿐 아니라 한국산 영화, 노래, 식품 등의 우수성은 세계인들이 인정합니다. 바야흐로 모든 부분에 한류가 흐르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제부턴 그동안 미처 관심이 미치지 못했던 미세한 부분의 품질도 우수해야 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 부문에서도 고객에게 만족과 신뢰를 주어야 합니다. 대표적 예로 세일을 진짜 세일답게 해야 합니다.

신앙생활 가운데도 이와 유사한, 정확히 말해 정반대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너무나 품질이 뛰어난 정품입니다. 평소 일상적으로 넘기던 아주 사소한 부분이나, 눈에 보이지 않아 도무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분야에서도 그 품질에 속임수는 결코 없습니다. 그분은 무소부재(無所不在) 할뿐 아니라 아무리 우리 눈에 구석진 곳에 계셔도 정말 그분다우십니다. 영원토록 변개가 없고 신실하십니다. 당신의 약속하신 것이나 계획하신 것은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반드시 완벽하게 이뤄집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분의 은혜를 아주 싸게 생각하거나 잊거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그런데 실은 그분의 정품 은혜가 마치 세일처럼 여겨지는 것 자체도 바로 그분다우심의 증거입니다. 그만큼 그분의 은혜가 당신 백성에게 무한정으로 베풀어진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은혜의 창고에는 잔고가 절대 마르지 않습니다. 얼마나 풍성하게 넘치면 우리가 마치 세일인 것처럼, 아니 잘 느끼지도 못하겠습니까? 신자의 존재와 삶과 인생에서 단 하나도 그분의 은혜 없이 된 것은 없습니다.

그 은혜 중에서 가장 큰, 이런 말도 엄밀히 따지면 그분의 품성을 불합리하게 묘사한 것이지만, 정품 세일은 골고다의 십자가입니다. 성부 하나님에게 성자 하나님이 완전히 무흠(無欠)한 영단번(永單番, once-for-all))의 대속 제물로 실제로 바쳐졌습니다. 하나님은 죄에 찌든, 아니 당신과 원수 된 우리를 구원하려고 천하보다 더 귀한 독생자를 죽였습니다. 엄청난 대가가 치러졌습니다. 그 이유는 오직 하나, 죄는 당장에 천하를 다 없애도 될 만큼 철저하게 저주하되 우리는 천하와 바꾸고 사야할 만큼 철저하게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또 그래서 당신께서 “하고자 하시는 자를 긍휼히 여기시고 하고자 하시는 자를 강퍅케 하셔도” 인간으로선 그분에게 감히 허물과 힐문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당신께서 모든 인간의 죄책과 수치를 다 감당하시고 직접 죽으셨지 않습니까? 진노의 그릇으로 택함 받은 자는 죄에 대한 당신의 저주를, 긍휼의 그릇으로 택함 받은 자는 그리스도 십자가의 영광을 드러내려는 뜻이지 않습니까? 그분의 택정은 십자가가 전제 되었기에 가능하며 또 온전히 정당한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작금 교회에선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까? 역사상 최고의 정품 세일을, 그것도 하나님이 직접 행하신 세일을 말 그대로 반품 세일하고 있지 않습니까? 공의와 사랑 중에서 반쪽인 사랑만 열심히 광고하고 있습니다. 신자들도 반품 세일인 줄 모르고 속거나, 하도 많이 들어서 그에 익숙해져 가고 있습니다.

하나님에겐 반품 세일은 없습니다. 아무리 사소한 일에도 당신의 당신다우심이 전부 다 담겨 있습니다. 혹시 이해도 되지 않는 너무나 격심한 고통 가운데 있어도 그분만은 정품이시며, 당연히 그분의 은혜와 섭리도 정품이십니다. 그 사실을 확증하는 것이 십자가 안에 있는 그리스도의 사랑이요, 또 우리 속에 영원토록 내주하시는 성령님입니다.

그분이 정품이라면 신자도 반드시 정품이 되어야만 합니다. 종교적 실력을 갖추라는 뜻이 아닙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만나도 주님의 십자가 앞에 철저하게 낮아져서 가난한 심령으로 엎드려야 합니다. 또 그분의 사랑 가운데서 우리를 끊어낼 것은 천하 중에 단 하나도 없으므로 죄와 사단과 사망의 세력 앞에 당당히 맞서 싸워 이겨야 합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구원이 절대로 세일이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그럴 수 있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 된 신분을 세상과 사람과 재물에게 스스로 반품 세일만 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5/31/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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