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이 잘 되는 기도

조회 수 691 추천 수 31 2009.11.10 20: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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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가로되 우리 주인 아브라함의 하나님 여호와여 원컨대 오늘날 나로 순적(順適)히 만나게 하사 나의 주인 아브라함에게 은혜를 베푸시옵소서. 성중 사람의 딸들이 물 길러 나오겠사오니 내가 우물 곁에 섰다가 한 소녀에게 이르기를 청컨대 너는 물 항아리를 기울여 나로 마시게 하라 하리니 그의 대답이 마시라 내가 당신의 약대에게도 마시우리라 하면 그는 주께서 주의 종 이삭을 위하여 정하신 자라 이로 인하여 주께서 나의 주인에게 은혜를 베푸심을 내가 알겠나이다.”(창24:12-14)


아브라함의 종이 주인의 명을 받고 이삭의 신부 감을 구하러 와선 하나님께 좋은 처녀를 순적하게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이어지는 구절이 “말을 마치지 못하여서 리브가가 물 항아리를 어께에 메고 나오니”라고 기록하고 있듯이, 기도가 그 즉시 응답되었습니다. 그것도 기도한 내용이 마치 점쟁이가 구체적으로 예언한 것 같은데도 하나 틀림없이 그대로 이뤄졌습니다. 어떻게 이런 기도가 가능하겠습니까? 또 우리의 기도도 이렇게만 응답이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정답은 물론 기도하는 자의 믿음에 돌리는 것입니다. 특별히 노종의 믿음은 아주 겸손하면서도 순수했습니다. 그는 우선 이 일을 시킨 이가 주인이니까 그 주인에게 은혜를 베풀어달라고 주인의 하나님께 빌었습니다. 하나님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직 주인께 순종하겠으며 모든 일이 주인이 소원한 대로 이뤄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맡은 일의 특성도 그러했지만 자신의 유익과 편리를 도모하는 뜻은 전혀 없었습니다. 아무리 자기와 상관없는 일이라 해도 도대체 이 많은 여자 중에 어떤 여자를 골라야 하며 또 어떻게 교섭해 데리고 가야할지 여러모로 곤란하고도 귀찮은 일을 예상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누구라도 좋으니 한 시라도 빨리 고르겠다는 마음이 전혀 없었습니다.

종이 순적히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했지만 일을 빨리 진행되기보다는 주인의 뜻에 맞는 처녀를 만나게 해달라는 뜻이었습니다. 그 주인의 뜻은 고향 처녀면 아무나 된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나그네에게 기꺼이 손 대접할 정도로 마음씨 착한 처녀를 고르되 고향 땅을 담대하게 떠날만한 믿음의 사람으로 고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종도 단순히 자기에게 물을 주는 처녀를 고르겠다고 기도하지 않았습니다. 중근동 지역은 원체 건조한 곳이라 나그네에게 물 대접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청하지도 않았는데 약대에게도 물을 주겠다고 먼저 나서는 것은 나그네의 여행 준비마저 도와주겠다는 세심한 배려입니다. 여간 친절한 마음씨가 아니고는 자원하면서까지 그러지 못합니다. 종의 약대는 열 마리인지라 그들을 채우려면 엄청난 물을 길러야 했습니다.

흔히 응답을 잘 받으려면 뜨겁고 강한 믿음으로 기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나님을  온전한 신뢰하여 응답될 것을 미리 확신하고 기도하라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일부러 큰 소리로 기도하기도 하고 몇 번이나 자신을 향해 응답된 양 선포하기도 합니다. 물론 그런 믿음은 당연히 필요하고 기도할 때 그렇게 하는 것도 구태여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하나님은 어떤 방식으로 기도하든 일단 무릎을 굻은 신자의 마음은 기쁘게 받으십니다.  

그러나 그런다고 없는 믿음이 따로 생기고 더 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더 중요한 사실은 믿음의 세기란 의지력을 강하게 모으는 것보다는 순수성에 의해 좌우됩니다. 의심과 불안과 불만과 욕심 같은 믿음 외의 다른 불순물이 적게 들어갈수록 좋은 믿음이자 강한 믿음입니다. 당연히 개인적 이해타산이나 감정에 치우쳐선 안 되며, 뭔가를 바칠 테니까 더 좋은 것을 달라고 하나님과 거래하려는 생각도 금물입니다. 큰 소리로 뜨겁게 기도하고 자기를 향해 선포하는 것조차 잘못하면 하나님과 거래를 위해 바치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순전한 믿음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을 정말 있는 그대로 하나님으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신자의 기도를 순순히 다 들으시고 또 순적히 응답해주시는 하나님입니다. 따라서 순수한 믿음의 기도는 그저 이야기하듯이 그것도 아주 구체적으로 아뢰는 기도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심오하고 경건하며 거창한 수식어가 따로 필요 없습니다.

말하자면 어린 자녀가 아빠에게 요구하듯이 하는 기도입니다. 아이는 아빠를 조금치도 의심하지 않으니까 미주알고주알 자기 소원하는 대로 그냥 일상 대화체로 요구할 뿐입니다. 온전히 믿지 못하니까 오히려 큰 소리로 여러 번 되풀이해서 기도하게 됩니다. 정말 신뢰하는 사이에는 큰 소리가 오갈, 그것도 여러 번 그럴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순전한 믿음이 없이는 구체적으로 세밀하게 그것도 단순히 이야기하듯이 기도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기도의 방식보다는 그 내용이 반드시 선해야 합니다. 물론 신자는 하나님께 무엇이든 기도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세운 계획을 자기 뜻대로 이뤄달라고 기도해도 됩니다. 그 계획과 뜻이 하나님의 것과 일치하는지, 최소한 하나님이 허락해줄 수 있을지는 아무리 믿음이 좋고 신령한 자라도 미리 알 수 없기에 더더욱 그래야 합니다.

그러나 누구를 죽이거나 망하게 해달라고 기도할 수는 없습니다. 도저히 생존 가능성이 없는 말기 암 환자의 고통을 보다 못해 차라리 천국으로 인도해 달라거나, 돈만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밝히면서 하나님을 거역하는 친구가 너무 불쌍하고 안타까워 만약 사업이 망하는 방도를 통해서라도 예수님을 만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말입니다. 단순히 남을 위한 기도라고 다 선하다고 할 수 없으며 이웃의 현실적 유익만 기도해 줘선 안 된다는 뜻입니다. 예로 든 특별한 두 경우도 현실적으로는 망하되 대신에 그리스도의 영광으로 연결되는 기도였지 않습니까?

역으로 말하면 자기를 위한 계획과 뜻, 즉 사업이 흥하고 높은 자리에 오르는 내용의 기도라도 근본적으로 그리스도의 영광이 드러난다면 얼마든지 선하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그런 기도를 했더니 하나님이 응답해주었기에 그분의 영광이 올라갔다는 단순한 뜻이 결코 아닙니다. 사업과 높은 자리 자체가 예수님의 사역을 위한 목적으로만, 그것도 최우선적으로, 실제 쓰임 받고 있어야 합니다. 문제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 예수님의 영광은 돈으로 세워지지 않기에 돈이 그리 필요하지 않지만 말입니다.
      
노종은 주인인 아브라함에게 은혜를 입혀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또 착하고 믿음이 좋은 처녀를 고르려 기도했지 외모, 지성, 지위, 가문, 재물 등 인간적 조건을 전혀 내세우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자기 욕심이 들어가지 않으면 기도 내용도 순수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 기도 내용이 순수하니까 하나님이 당연히 들어주시라 의심 없이 담대히 믿을 수 있습니다. 또 그런 담대한 믿음이 있으니까 담담하게 구체적으로 아뢸 수 있습니다.

시간적 전후순서가 꼭 그래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뢰는 내용이 하나님이 기뻐하시고 원하시는 것이라는 확신이 들수록 믿음은 더 굳건해지며 당연히 응답도 빨리 된다는 것입니다. 바꿔 말해 자신이 소원하여 추구하는 내용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 중심으로 이미 바꿔진 삶의 가치관과 인생의 목표에 바탕을 두었다면 따로 믿음을 굳건히 세울 필요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무슨 일에서든 오직 그리스도의 영광을 드러내겠다는 한 가지 방향으로 모든 생각을 집중해 기도하면 자연히 그 믿음은 순전하고 강하게 됩니다.

요컨대 기도 응답 여부에 신경을 쓰면 응답이 더 안 되고 하나님과 실제로 대화하고 있으면 바로 그것이 기도이자 응답이 더 잘되는 기도입니다. 기도를 대화체로 해야 한다는 단순한 차원을 넘어 기도보다는 대화를 더 많이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 생각까지 감찰하시는 분이시기에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닙니까?

3/19/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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