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날 도저히 은혜가 안 되는데요?

조회 수 2391 추천 수 118 2006.08.25 05:55:42
아래는 개인적으로 이멜을 통해 상담을 청해 온 분에게 답변 드린 내용입니다. 교회가 하나  뿐이라는 특수한 상황이지만 비슷한 처지에 있을 교인들도 많을 것 같아 그분께 양해를 구하고 함께 나누기 위해 올립니다. - 운영자

[질문]

어렸을 때는 절에 다니다가 중학교 때 친구를 따라 교회에 가서 침례를 받았고 그 후 교회를 다니다 말다 했습니다. 집사람과 아이들도 제 영향을 받아 교회에 다녔습니다만, 믿음은 없었습니다. 그저 가족이 화평하고 아이들 엇길로 나가지 않게 하려면 그래도 교회가 제일 안심이다 싶은 마음으로 교회에 다녔습니다. 그나마 최근에는 거의 안 다녔습니다. 현재는 중국에서 회사 일로 와서 있습니다.

중국에 오기 전까지는 하나님을 몰랐습니다. 중국에 와서도 한 동안은 하나님을 몰랐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열심히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는데 교회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새로운 목사님이 오셨습니다.

그런데 목사님 설교 말씀이 제가 생각하는 상식과 너무 달랐습니다. 전 성경에 대해 깊은 지식이 없지만 하나님께서도 인간의 상식에 벗어나는 말씀을 안 하실 것이란 소신을 갖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실은 인간을 하나님께서 창조하셨기 때문에 인간의 상식은 당연히 하나님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그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는 인간의 상식이라고 말하지만요).

교회 안 나오면 절대 구원 못 받는다고 하면서 설교 말씀이 일관되게 헌금, 목회자에  절대 순종, 지옥, 불신자(타종교) 비방 등으로 일관됩니다. 심지어 제 딸은 일주일간 말씀 읽고 큐티 하고 은혜 받았다가 주일날 교회 가서 다 없애고 온다고 교회가기 정말 싫다고 하는데 마땅한 대안이 없어 우선 그냥 다니자고 달래고 있습니다.(어떤 주일에는 목사님이 이단인 것 같다는 얘기도 서슴없이 합니다).

제가 하도 이건 아니다 싶어서 교회에 오래 다니신 분들에게 물어보면 자기들도 이렇게 말씀에 은혜가 없는 목사님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목사님한테 무조건 순종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성령 훼방 죄가 되서 하나님께 용서 받을 수 없다고 하고, 교회는 억지로라도 다녀야 한다고 합니다(결국 목사님과 같은 의견을 저에게 얘기합니다). 제 생각엔 목사님께서 교인들을 아주 잘 다루고 계신 것 같습니다. 말씀으로 불안감을 조성해서 절대 복종하게 하시니 말입니다. 하나님 말씀은 없고 목사님 말씀만 있습니다.

이곳에는 교민이 별로 없어서 믿음이나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직분을 맡아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말씀의 은혜가 전혀 없는 상태이다 보니 이 모든 직분과 직책이 무척 부담스럽습니다. 솔직히 말씀 드리면 교회 정말 가기 싫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직분을 수행한다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한인교회가 지금 다니는 곳 한군데 밖에 없습니다. 다른 교회에 나갈 수도 없는 것이지요.

제가 이런 상태에 있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하나님 보시기에 가장 합당할런지요? 목사님의 성경적인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답변]

현재 처하신 입장을 상당히 자세하게 설명해 주셔서 얼마나 영적으로 눌리고 힘들지 충분히 짐작하겠습니다. 지금부터 드리는 답변을 아무런 선입관이나 편견 없이 읽어봐 주시기 바랍니다.  

결론적으로 교회의 직분을 다 사직하신 후에 교회를 나와서 집에서 가족끼리 주일날 예배를 드리는 것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하나님한테는 몰라도 목사님한테 무조건 순종하라는 법은 절대 없습니다. 그리고 성경에서 말하는 성령을 훼방하는 죄도 목사에게 불복종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 문제를 너무 어렵게 접근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현재로서 집사님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세 가지 뿐입니다. 그 중에서 최선을 구하자는 뜻입니다.

첫째, 지금처럼 무조건 복종하는 채로, 정확하게는 내키지 않아도 억지로 그런 척 시늉을 하며 교회를 계속 다니는 것입니다. 이는 도저히 은혜가 안 되고 가면 갈수록 더 그럴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신자가 취할 태도도 아닙니다. 하나님께 간절히 교회를 위해서 기도해야 하고 신자 나름대로도 영적인 성장을 위해서 스스로 노력해야 합니다.

현 교회를 계속 다닌다는 것은 하나님이 기존의 목사님을 바뀌게 하거나 새로운 좋은 목사님으로 바꿔주시기를 기도하면서 기다린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제 삼자가 섣불리 판단하기는 뭣하지만 줄곧 설교하는 주제와 내용을 봐서 도저히 단시간 안에 목사님이 변할 것 같지가 않습니다.  따님이 그렇게 평가할 수 있는 정도라면 더 그렇습니다.

솔직히 목사님들은 신학교에서 배운 것과 오랜 목회 체험으로 인해 자신만의 신학 노선이나 목회 스타일이 고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어지간해선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평신도나 동료 목사의 권면으로는 어림없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목사들이 자기가 갖고 있는 생각이 가장 성경적이라고 믿거나, 아니면 자기 방식대로 교인들을 조종하려 드는 타입 둘 중 하나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기존 교회를 계속 출석하되 목사를 교체하는 것인데 자칫 온갖 분쟁과 다툼을 야기 시키기 때문에 권장할 만한 방안이 못됩니다. 미국 교회들은 개별 교회의 헌법에 따라 교인들이 주도적으로 아무 말썽 없이 담임 목사를 잘 교체합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개별 교회 별로 자체 헌법이 잘 없고 또 있다 해도 그 헌법대로 처리하는 방식에 목사부터 교인까지 전혀 익숙하지 못합니다.

그곳 교회의 구체적인 사정을 몰라서 단정 지어 말하기는 힘들어도 한국 교회에서 교인들이 목사를 바꾸려고 시도해 탈 없이 진행된 예가 없습니다. 그리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교인들이 요청해오면 언제든 사임하겠다는 목사라면 사실은 아주 훌륭한 목사이므로 계속 모셔도 되지 않겠습니까? 또 이런 문제 자체도 생기지 않았겠지요. 그러니까 목사를 교체할 만한 사유가 생기면 벌써 그 목사는 섣불리 사직하지 않을 것은 뻔하고 분쟁은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됩니다.  .

이제 남은 길은 하나 뿐으로 집사님이 교회를 나와서 집에서 예배를 보는 것입니다. 집사님이  성경을 읽고 기도하며 가족끼리 찬양만 해도 하나의 훌륭한 예배입니다. 집사님 혹은 가족들이 돌아가며 정해진 본문에 대해 미리 묵상한 것을 나누면 바로 그것이 한 편의 훌륭한 설교입니다. 물론 이 방안은 한시적 대책입니다. 현재의 교회에 기꺼이 따르고 존경할만한 새로운 목회자가 오기를 간절히 기도하여야 합니다.  

또 그렇게 조용히 빠져나와 있으면 틀림없이 동조하는 가정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럼 함께 모여 예배 보고 성경을 공부하십시오, 어쩌면 집사님에게 이런 기회를 통해 하나님이 아주 큰 은혜를 주실지 모릅니다. 주석이나 관련 서적을 구해서 열심히 공부하다 보면 아주 깊은 말씀의 새 맛을 보게 해주실 것입니다. 집사님 아니라도 그럴만한 사람이 있으면 누구라도 성경공부 모임과 예배를 인도하면 됩니다.  

이 방안은 현재의 교회에 분쟁이 생기는 것을 막으면서 본인들도 영적으로 은혜를 받고자 하는 목적입니다. 따라서 현 교회의 사역을 두고 경쟁 혹은 방해를 한다는 의도는 추호도 없어야 합니다. 대신에 정말 마음 맞는 교인들끼리 조용히 모여서 기도하며 예배드리고 성경을 묵상하여 나누기만 하십시오. 그러다 보면 그것이 모체가 되어 언젠가는 새로운 교회로 세우게 해 주실 수 있거나 기존의 교회마저 변화되는 역사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교회에서 빠져나와 마음 맞는 분들끼리 예배를 따로 드리거나, 새로운 교회가 생기는 것을 꼭 하나님 나라의 분열이라는 부정적 관념으로 보실 이유는 없습니다. 오히려 서로에게 도전이 되고 선의의 경쟁을 하여 전체적으로는 하나님 나라가 확장되는 좋은 면이 많이 생깁니다.

물론 처음에는 가족끼리 집에서 예배 보다보면 외롭고 또 목사님이나 기존의 교인들로부터 온갖 핍박과 비방 등이 따를 것입니다. 참으로 겪기 힘든 고난이 따르겠지만 하나님은 그런 고난 가운데도 은혜를 부어주십니다. 오히려 교회와 하나님의 사역에 관해 폭넓은 시야가 생기며, 불쌍한 영혼을 사랑하는 뜨거운 열정이 솟아나고, 그저 받아만 먹던 신앙에서 스스로 홀로 서는 신앙으로 성숙해질 수 있습니다.  

초대교회 때에 바울과 바나바가 의견이 맞지 않아 "서로 심히 다투어 피차 갈라선"(행15:39)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오히려 그런 일로도 십자가 복음이 더 많은 지역에 전해지도록 역사하셨습니다. 인간적으로 보면 교회가 분열된 것이지만 하나님의 관점에선 그것마저 들어 쓰셔서 당신의 나라를 확장하는 선으로 이끄신 것입니다.

교회가 여럿 있는 지역이라면 다른 교회로 옮기면 됩니다만 그럴 수 없으니 참으로 난감할 줄 압니다. 그러나 현재의 그 목사님이 그런 독점적인 위치를 악용(?)하여 성도들더러 절대  복종을 더 강조하는 면이 있는 것 같아 솔직히 그분의 행태에 수긍할 수 없습니다. 목사님 입장에선 현실적으로 독점적 위치니까 그야말로 마음 턱 놓고(?) 복음만 증거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어쨌든 현실적으로는 이 세 가지 대안 밖에 없습니다. 과연 이 셋 중에 어느 쪽이 좋을지는 현지의 실제 상황을 잘 아는 집사님께서 기도하셔서 선택하셔야 합니다. 그러나 당장에 결행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계속 기도해 보시고 교회의 형편도 생각하셔야 합니다. 맡은 직분을 끝낼 때까지 기다리셔도 됩니다.  

단 어떤 경우가 되었든 이제부터는 본인이 목자이고 가족이 양떼가 되는 것입니다. 목사에게 은혜를 못 받는 것을 스스로 은혜 받는 기회로 삼으시고 이참에 성경을 열심히 공부해 보는 기회로 삼으시면 됩니다. 하나님이 성령 안에서 집사님과 직접 교제하여 더 큰 은혜를 주시고자 지금 같은 어려움을 주셨음이 틀림없습니다. 오히려 감사하셔야 하고 또 그런 은혜가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혹시라도 신학을 정식으로 하라거나 그래서 목회자가 되라는 권면으로는 이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하시는 일은 현재로선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집사님이나 교회 안에 다른 집사님에게 그런 소명을 주셔서 현재의 교회를 대신 맡게 하실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사실 두 번째 대안도 고려해 볼만합니다. 교인들이 함께 마음이 합쳐지는 것이 문제입니다. 목사님을 쫓아내라는 것이 아니라 회중 전체가 사직하길 원한다는 뜻을 정중하게 전하는 것입니다. 만약에 목사님이 수락하면 그 때부터는 기도하며 다음 목사님을 청빙하는 절차에 들어가되 평신도 중에 믿음이 좋은 분이(혹은 그런 분들이 돌아가면서) 임시로 예배와 성경 공부를 인도하시면 됩니다.

만약에 목사님이 수락하지 않고 교회에 분쟁이 생길 소지가 보이면 가능한 목사님과 직접적인 충돌은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 때는 바로 마음이 맞는 교인들끼리 조용히 빠져 나와서 셋째 대안대로 가정집에 따로 모여 예배를 보시면 됩니다. 항상 하나님 나라 전체가  확장되고 다른 성도들의 유익과 교회의 덕을 세우는 측면을 함께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현재 회사에서 중국 근무 임기가 언제까지인지 알 수 없지만 임기 끝날 때까지 좋은 것이 좋다고 조용히 교회에 다니다가 한국 돌아가서 신앙생활을 충실히 해야지라는 생각은 절대 먹지 마시기 바랍니다. 지금 현재 처해진 바로 그 상황에서 어떤 작은 일에라도 충성하며 영적으로 바로 서기를 하나님은 원하십니다. 어쩌면 현재의 교회를 바로 잡기 위해서 집사님을 그곳에 보냈는지도 모릅니다.

도 다시 어떤 일을 즉시 결행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현 교회의 형편을 잘 아시니까 교회와 목사가 바로 서기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시고 어떤 상황이 되었든 그런 가운데서도  은혜 받을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길을 선택하시더라도 괜찮습니다. 하나님은 제사보다는 성도의 중심을 보십니다. 정말 간절히 기도하여 사람보다 하나님에게 충성하고 가족과 주위의 연약한 성도들에게 영적인 유익을 끼치는 책임을 기꺼이 맡겠다는 자세로 하는 일이라면 하나님은 반드시 선하게 인도하실 것입니다.

단 이제부터는 본인이 성경공부, 큐티, 기도 등을 통해 하나님에게서 직접 말씀을 들으시기 바랍니다. 다시 말하건대 가정에서 예배를 보아도 그 한 가정만으로 충분한 교회입니다. 무작정 하염없이 그렇게 하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그 다음의 길을 열어 주실 것을 간절히 소망하면서 그렇게 하라는 것입니다. 현재의 교회를 위해서도 끝까지 기도하셔야 함은 물론입니다.

8/24/2006

김유상

2006.08.25 07:26:44
*.170.40.27

박 목사님을 알고 있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인지요! 이토록 공정하고 바른 가르침을 그때 그때 받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질문자에게 위로와 격려와 기도를 보탭니다.

허경조

2006.08.25 11:23:22
*.113.44.57

이런 문제는 질문하신 분만 아니라 어느곳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많으리라고 여겨집니다.
같은 어려움을 겪고있는 많은 분들에게 진정 박목사님의 말씀에 부합된 가르침이 은혜로 임하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김형주

2006.08.27 06:57:10
*.173.42.18

아멘!!!
은혜가 넘치니 감사합니다.
샬롬!!!

사라의 웃음

2012.11.18 21:50:12
*.109.85.156

지금 처해진 바로 그 상황에서 작은 일에 충성하며 영적으로 바로 서길 하나님이 원하심을 늘 잊지 말아야함을 배웁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그 중심이 하나님을 향함인지, 자신의 유익을 향함인지를 조심, 또 조심하며 하나님께로만 방향이 잡혀져 가며 행함이 너무도 중요한 일임을 또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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