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새도 속지 않는다

조회 수 1803 추천 수 152 2005.07.06 01:42:58
벌새도 속지 않는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재미는 년 중 날씨가 쾌청하고 온난해 사시사철 꽃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꽃이 항상 만발하다 보니 집 뒷마당에 벌새가 수시로 날아와 귀엽게 날개 짓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보너스도 누립니다. 벌새(Humming Bird)는 새 중에 가장 작은 새로 일초에 날개 짓을 30-55번 정도 하므로 우리말 표현 그대로 날아다닐 때 벌처럼 윙윙 소리가 납니다. 또 마치 빨대처럼 생긴 아주 좁고 길다란 부리로 벌이 즐기는 꽃의 꿀만 빨아 먹습니다.

그래서 조그만 구멍을 사방으로 뚫어 놓은 투명 프라스틱 병에 붉은 색 시럽을 넣어 패티오 기둥에 달아두면 아침 저녁으로 벌새들이 날아듭니다. 붉은 시럽을 넣는 이유는 벌새가 특별히 붉은 색에 예민하기 때문인데 조제된 시럽 가루가 떨어지면 단순히 설탕 물을 타서 넣고 붉은 색 리본을 달아 놓아도 달려 듭니다. 패티오에서 바비큐 파티나 차를 한 잔 마시고 있으면 사람을 그리 겁내지 않고 날아들기 때문에 바로 손을 뻗치면 닿을 수 있는 눈 앞에서 윙윙 거리는 날개 짓을 관상(觀賞)할 수 있습니다.  

벌새는 정말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꽃의 꿀만 먹고 삽니다. 까마귀처럼 죽은 동물의 시체를 먹는 새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귀여운 공주 새 같습니다. 그러나 꽃송이 하나하나 찾아 다녀야 하니까 작고 날렵할 수 밖에 없습니다. 몸이 작으면 날기가 쉬울 것 같지만 오히려 양력(揚力)을 적게 받아 더 힘듭니다. 또 꿀을 빨아 먹으려면 공중에 정지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정말 헬리콥터의 프로펠러처럼 날개 짓을 쉴새 없이 해야 잘 날고 정지할 수 있습니다. 인생이나 동물의 세계나 절대 공짜는 없는 것 같습니다. 최고의 음식을 먹으려면 그 정도 수고는 당연히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가장 몸집이 작다 보니 쉽게 큰 새들의 먹이 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재빠른 날개 짓으로 순간적인 방향 전환이 가능하고 또 새 중에 유일하게 후진(後進)이 가능합니다. 말하자면 창조주는 큰 새는 도저히 갖지 못하는 희한한 나르기 기술을 갖게 해 이 가장 작은 새에게도 생존용 무기를 마련해 준 것입니다.    

그런데 그 벌새 떼들이 올해는 거의 날아오지 않아 아내랑 도대체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시럽의 농도가 약해졌는가, 플라스틱 병이 지저분해졌는가, 달린 위치가 잘못 되었는가, 날씨가 아직 서늘해서 그런가, 붉은 리본을 달아 보기도 하고, 온갖 궁리를 다 해보았습니다. 그래도 아주 가끔 날아오지만 여전히 부리를 대어 보고는 빨아 먹지도 않고 다시 날아가 버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 보니 그냥 날아가 버리는 것이 아니라 뒷마당 꽃밭으로 방향을 바꾸어 그곳에선 오랫동안 노닐다 가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그제야 벌새가 잘 날아 오지 않는 원인을 알아냈습니다. 작년까지는 꽃이 별로 없던 저희 뒷마당에 올해는 작심하고 꽃만 많이 심었고 특별히 붉은 꽃들이 만발해 있습니다. 벌새도 인공 시럽보다 자연산 꿀을 훨씬 더 좋아했던 것입니다. 아무리 인간이 시럽의 색깔을 진홍으로 만들고, 플라스틱 병의 구멍에 노란색 꽃잎으로 장식해 놓고, 또 꿀보다 더 달게 시럽을 타 놓아도 벌새는 자연산 꿀과 인공으로 만든 꿀의 차이를 단 번에 알아챘던 것입니다.

인간이 아무리 똑똑해도 새 중에 가장 작은 새조차 속일 수 없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의 섭리를 인간이 결코 바꿀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인공 시럽과 붉은 색 리본 등으로 벌새를 유인하려 했던 것은 따지고 보면 감히 하나님을 속이려 했던 것이나 다름 없지 않습니까? 새에 대한 상식은 전혀 없지만 그냥 육안으로 관찰한 가운데도 너무나 신비한 하나님의 섭리가 숨겨져 있는데 그런 하나님을 어찌 붉은 색 리본 하나로 속일 수 있겠습니까?

작금 인간이 유전자 조작 기술로 인간의 수명을 늘리고 새로운 우량 종자를 만들어 보려는 시도도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자는 것입니다. 벌새도 속일 수 없는 인간이 하나님을 속여 유인하려는 짓입니다. 마치 쥐가 고양이를 잡으려고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는 짓 아니겠습니까? (하나님과 인간의 능력 차이는 고양이와 쥐의 차이와는 도저히 비교조차 할 수 없지만 억지로라도 비교하자면 말입니다.) 하나님이 당신을 제외한 만물 중에 가장 똑똑하도록 만들어 놓은 인간이 하나님을 그 마음 속에서 제외해버리면 쥐나 벌새보다 더 어리석어진다는 것을 대다수 인간들은 아직도 모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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