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속여 가며 교회를 다녀야 할까요?

 

[질문]

 

저희 아빠는 가족들이 교회 다니는 걸 싫어하셔서 제가 어딜 가던지 "어디 가니?" 하고 물어보셔서 거짓말하면서 교회를 다니고 있는데 죄책감이 듭니다. 폭력을 행사할 정도로 극렬하게 반대하기에 아빠를 설득해서 교회에 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몇 년 뒤에 독립하고 그때 다시 교회에 나가야 할지, 아니면 지금처럼 아빠한테 거짓말하고 교회를 다니는 게 맞는지 어떤 것이 하나님의 선하신 뜻인지 알고 싶습니다.

 

[답변]

 

불신자 집안에서 처음으로 교회 출석하게 되는 자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입니다. 하나님을 따르자니 부모를 거역하는 위에 거짓말까지 해야 하고, 부모를 따르자니 주일 예배를 빠져야만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는 것이 주님의 뜻에 합당한지 결정하기가 힘듭니다.

 

이런 고민이 생기게 된 까닭은 한국교회가 그 동안 신앙생활이 마치 교회 모임에 성실히 임하는 것이 전부인 양, 그 중에서도 반드시 일요일에 교회에서 예배를 드려야만 한다고 가르쳐왔기 때문입니다. 주일성수를 너무 강조하는 바람에 주일예배를 빠지면 배교 내지는 큰 죄를 범하는 것으로 취급합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주님이 부활하신 날, 일요일에 성도들의 공동체인 교회에서 함께 예배드려야만 합니다. 그럼에도 믿음의 문제를 교회생활=신앙생활이라는 단순 공식에 대입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성경이 가르치는 바도 아닙니다.

 

아람의 군대 장관 나아만이 자신의 나병을 이스라엘의 엘리사 선지자가 치유해주자 우상 종교를 버리고 여호와만 따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아람 왕이 자기들 신 림몬을 섬길 때에는 맡은 직책상 모시고 들어가 함께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점만 양해해 달라고 엘리사에게 요청했고 엘리사는 너는 평안히 가라고 했습니다.(왕하5:17-19) 그런 특별한 사정이 있고 평소 여호와만 온전히 붙들고 있다면 우상 신전 예배에 참석해도 괜찮다는 것입니다. 믿음은 형식이 아니라 마음으로 지키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사야 선지자를 통해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너희의 무수한 제물이 내게 무슨 유익이 있으며 내 앞에 보이러만 오는 것일 뿐이며 너희의 월삭과 정한 절기를 싫어한다고 야단쳤습니다.(사1:1-17) 율법에 정해진 대로 제사를 드리더라도 마음이 따르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하나님이 싫어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도 같은 맥락으로 유대 지도자들을 야단쳤습니다. 만민이 기도하는 집 성전을 강도의 굴혈로 바꾸었다고 성전의 장사치와 환전상을 쫓아내었습니다. 그 성전을 헐면 사흘 만에 다시 짓겠다고 또 안식일의 주인은 인자라고 선언했습니다. 안식일마다 꼬박꼬박 제사를 드리는 것보다 진정으로 하나님께 헌신 순종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로마의 핍박을 피해서 지하 묘지에 몰래 모여 드려졌던 초대교회의 예배가 아마도 기독교 역사상 가장 순수한 믿음으로 드려진 완전한 예배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 거의 모두가 주변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그곳에 모였을 것입니다. 요컨대 제가 드리는 말씀의 첫째 뜻은 신앙을 교회생활 나아가 주일성수와 동격화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초대교회와 질문자님의 경우는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우선 초대교회는 기독교인이라고 밝혀지면 목숨을 빼앗길 위험이 있었습니다. 오늘날 가족이 아무리 반대를 해도 목숨을 빼앗기는 일은 없습니다. 만약 오늘날도 예수 믿는다는 이유만으로 죽인다면 북한의 지하교인들처럼 거짓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또 당시는 신앙을 유지 성장시키려면 반드시 함께 모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성경도 저작되기 전이고 일부 저작되었어도 일반 신자가 구해 읽을 처지가 전혀 안 되었습니다. 또 오늘날 같이 통신수단이 발달되지 않아서 반드시 사도들이나 먼저 믿은 자를 직접 만나서 가르침을 받고 함께 위로하고 기도하며 예배를 드려야만 했습니다.

 

반면에 오늘날의 상황은 완전히 다릅니다. 우선 미국 같은 경우에 경찰관 병원 종사자 등 일요일에 반드시 근무를 해야 하는, 돌아가며 비번이 있다 쳐도, 신자들을 위해서 토요일 저녁에도 예배를 드리는 교회가 많습니다. 또 여름휴가를 몇 달씩 가니까 목사가 유명 관광지로 찾아가서 휴가철 주일만 교회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젠 통신수단은 물론 인터넷이 아주 발달되어 있어서 집에서도 유명 교회의 예배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혼자서 신앙을 유지하고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인터넷 전용 교회도 생겼고 카드로 결제하여 헌금도 합니다. 물론 소규모 모임이나 성도 간의 교제와 섬김과 적극적인 전도 선교 활동은 하지 못하거나 아무래도 많은 제약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자신의 신앙은 지킬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자기 신앙을 유지 성장시키는 방안은 많기에 질문자님이 취할 대안도 많습니다. 단순히 부모를 속이느냐 마느냐 아니면 반드시 주일예배에 참석해야 하느냐 하지 말아야 하느냐의 이분법으로만 이 문제를 접근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우선 정통 복음주의 교회로서 토요일에도 예배드리는 교회가 있는지 찾아서 나가십시오. 부모는 그런 교회가 있는 줄 모르니까 아무 반대 없이 모든 문제가 해결됩니다. 그러나 여전히 직접 거짓말한 것은 아니지만 부모가 극력 싫어하는 데도 교회 나가는 것을 숨겼으니 속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혼자서 신앙을 유지하려면 어쨌든 성경은 읽어야 합니다. 부모님은 당연히 그마저 싫어하니까 거짓말 하지 않으려고 즉, 숨어서라도 읽지 않으려고 성경을 완전히 멀리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물론 최선의 방안은 솔직히 모든 것을 털어놓고 당당히 교회 출석을 지속하는 것입니다. 한두 번 정도 크게 야단맞고 해결 될 문제면 그렇게 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러나 매 주일마다 격렬한 충돌이 불가피하다면 조금 지혜를 발휘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여러 대체 방안을 강구하셔도 된다는 뜻입니다.

 

먼저 다른 날에 예배 드려도 되고, 그런 교회가 없다면 주일에 인터넷 예배를 드려도 되며, 인터넷 예배가 들킬(?) 것 같으면 혼자서 말씀 읽고 기도하면서 예배를 드려도 됩니다. 심지어 지금처럼 부모에게 거짓말 하고 교회를 가도 됩니다. 단 그런 때는 앞에서 예를 든 나아만 장군처럼 간절히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을 하나님께 아뢰고 용서를 구하셔야 합니다. 본인이 모든 핍박을 기꺼이 감수해야 합니다. 끝까지 부모를 속이는 것이 마음에 걸리면 독립할 때까지 주일 예배는 중지하고 혼자서 매일 성경 읽고 기도하면 됩니다. 어느 방안을 선택해도 됩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하나님은 제사보다 순종을 받으십니다. 신자가 행하는 종교적 형식보다 그 마음의 중심과 동기를 보십니다. 하나님이 가장 소중히 여기시는 것은 성도의 영적 생명입니다. 질문자님이 판단하여 자기 영혼이 순전함을 유지하고 거룩하게 성장하는 데에 최선이라고 여기는 방안을 택해서 그대로 시행하십시오.

 

마지막이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부모님의 전도입니다. 질문자님은 어떻게 되었든 예수 십자가 구원의 은혜 안에 들어와 있고 어떤 방식이 되었던, 꼭 주일 예배에 개근하는 방식이 아니라도, 믿음을 얼마든지 유지하며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모님은 주님의 구원의 은혜 밖에 있습니다. 아무리 자식에게 야단치고 심지어 폭행을 가해도 그 영혼이 너무 불쌍하고 애처롭습니다.

 

부모님에게 거짓말 하며 교회를 가야 하느냐 아니면 부모에게 순종해야 하느냐 둘 중에 하나만이 하나님의 뜻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뜻은 오히려 그것들을 초월합니다. 외부적 방해가 있든 없던 질문자님이 정말로 예수 복음 안에서 신자답게 행해야만 합니다. 부모에게 솔직히 말하고 핍박 받아가며 교회를 출석하려면 더더욱 그래야만 합니다.

 

신자답게 행한다는 것은 단순히 믿음을 지키느냐의 차원이 아닙니다. 믿음이 겉으로 드러나야만 합니다. 빛과 소금으로 세상 사람들 앞에 서야 하며 그들이 그것을 눈으로 분명히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주님이 주신 소명을 제대로 실천해야 합니다.

 

부모가 아무 이유 없이 교회 가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 믿는 신자들의 위선적 가식적 때로는 맹신자 광신자적 행태가 싫은 것입니다. 교인들과 교회와 목사들의 끊이지 않는 스캔들로 그 인식이 아주 안 좋습니다. 그 인식부터 바꾸면 교회에 대한 반감도 줄 것입니다. 질문자께서 학생이므로 다른 무엇보다 성숙하고 건전하며 의로운 시민부터 먼저 되어야 합니다. 부모가 기대하는 만큼은 안 되어도 실망시키지 않을 정도의 성실한 사회인이 되어야 합니다.

 

나아가 정말로 그 삶에서 거룩하게 변화된 모습이 드러나야 하고, 어떤 어려움도 기도하면서 이겨내고, 오히려 환난 중에 기뻐하며, 불쌍한 이웃을 사랑으로 섬기는 모습을 부모더러 보게 해야 합니다. 정말 예수 믿더니 뭔가 달라졌구나, 최소한 예수 믿어서 유익이 많다고 부모가 확인할 수 있다면 사정은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그럼 언젠가는, 아니 하나님의 때와 방식에 따라 부모님은 주님의 십자가 긍휼 안으로 들어오시게 될 것입니다. 당연히 이런 문제로 더 이상 고민할 필요조차 없어질 것입니다.

 

5/8/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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