욥기를 어떻게 이해 적용해야 하나요?

조회 수 7147 추천 수 1 2017.02.16 14:22:06

욥기를 어떻게 이해 적용해야 하나요?

 

[질문]

 

욥기를 읽다가 궁금한 게 있어서 질문을 드립니다. 욥기가 사실(fact)에 근거한 기록인지 아님 소설책처럼 책으로 쓴 내용인지요? 욥과 세 친구와 엘리후의 말들이 너무 유창해서 과연 서로 간의 대화에서 가능한지 사실이라면 정말 탁월한 달변가들 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말들은 전부 좋은 말들이었습니다. 성경에 기록되어 있고 내용이 좋은 말이라 진리의 말씀이라 생각해도 무리가 없는지요?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는 말도 성도들 개업식이나 시작하는 시점에서 목회자들도 많이 권면하고 애용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을 사는 성도들이 진리로 삶에 적용해도 되는지요?

 

[답변]

 

욥기의 역사성

 

욥이 겪은 고난의 범위가 너무 엄청났고 또 급박하게 이뤄졌습니다. 그 발생 경위도 초자연적인 간섭 때문인지라 그 사실성에 많은 논란이 있어 왔습니다. 질문자님께서 지적하신대로 일상적 대화라고 보기엔 너무나 달변인 점도 마음에 걸립니다. 그러나 욥기는 분명히 실제로 있었던 역사적 사실로 볼 수 있으며 그럴만한 근거들이 있습니다.

 

먼저 성경의 내적증거입니다. 욥 1:1은 “우스 땅에 욥이라 이름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라고 구체적인 이름과 지명을 거론합니다. 이는 삼상1:1, 눅1:5 등에서 말하는 방식과 동일합니다. 모든 성경이 성령의 영감으로 기록된 것이 분명할진대 동일한 표현을 지닌 다른 책들의 역사성을 의심하지 않는다면 욥기도 마찬가지로 그 역사성을 인정해주어야 합니다.

 

또 욥의 이름이 성경의 다른 책들에 인용되어 있습니다. “비록 노아, 다니엘, 욥, 이 세 사람이 거기 있을지라도 그들은 자기의 의로 자기의 생명만 건지리라 나 주 여호와의 말이니라.”(겔14:14) 하나님이 직접 욥을 노아와 다니엘과 같이 인간 중에 가장 의로운 자의 대표로 열거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그를 실재한 인물인 노아와 다니엘과 함께 예를 들었다면 마찬가지 맥락에서 노아와 다니엘이 실재했듯이 욥도 실재한 것입니다.

 

“보라 인내하는 자를 우리가 복되다 하나니 너희가 욥의 인내를 들었고 주께서 주신 결말을 보았거니와 주는 가장 자비하시고 긍휼히 여기는 자시니라.”(약5:11) 야고보 사도는 욥을 인내의 표본으로 들었을 뿐 아니라 “주께서 (욥에게) 주신 결말”이라고 분명히 선언했습니다. 실존하지 않은 인물에게 하나님이 자비와 긍휼을 베풀 리는 없습니다.

 

성경 외적 증거로는 주전 18세기의 것인 마리(Mari) 문서에 수리아의 군주로 욥이라는 이름이 등장합니다. 또 주전 20세기 즉, 창세기의 족장시대와 같은 연대의 중근동 설형문자 자료에 발닷이라는 이름은 물론 욥기와 동일한 표현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런 자료상의 인물이 욥기 인물과 동일인이라는 보장은 없으나 욥기의 저작 연대를 추정할 수 있고 또 욥기의 역사성을 간접으로 증명한다는 뜻입니다.

 

욥기에 등장하는 다섯 인물, 욥과 세 친구와 엘리후의 말들이 너무 달변으로 여겨지는 까닭은 운문형태(전체 42장에서 39장)로 저작되었기 때문입니다. 성경의 시편, 잠언, 전도서, 아가서 같은 다른 시가서들도 저자 본인이나 후기 편집자들이 운문에 응용되는 문학적 기법을 사용해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더 생생하게 묘사하며 강조했습니다. 욥기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들이 실제 대화를 그렇게 진행하지는 않았겠지만, 그러나 고대에는 시적표현방식의 대화가 아주 많았음, 주고받은 토론의 내용만은 기록된 그대로라는 뜻입니다.

 

욥기의 주제

 

욥기를 바르게 해석하려면 시가서의 성격을 먼저 아셔야 합니다. 간단히 말해 역사서는 하나님이 당신의 백성에게 이미 간섭하신 사건을, 선지서는 당신의 백성을 앞으로 어떻게 인도하겠다는 계시를 기록한 책입니다. 시가서는 하나님이 당신의 백성의 공동체와 개인에게 간섭하신 은혜는 물론 그분의 예언적 계시에 대한 인간의 반응을 기록한 책입니다.

 

구체적으로 욥기는 의인에게 일어나는 이유를 모르는 현실적 고통에 대한 인간의 반응을 기록한 책입니다. 너무나 불합리하고 불공평하게 진행되어져 가는 것 같은 세상사 안에서 억울하기 짝이 없는 고난을 겪는 신자들이 하나님의 공의와 지혜를 어떻게 그런 상황과 조화시킬 수 있는지 갈등하는 내용이 그 주제입니다.

 

이 주제는 모든 세대 모든 신자들이 고민하지만 마땅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여전히 신학자들마저 의견이 분분합니다. 마찬가지로 욥을 비롯한 세 친구와 엘리후도 고난에 대한 완전하고도 절대적인 진리를 깨달아서 그에 합당하게 반응했을 리는 만무합니다. 따라서 각자가 갖고 있는 고난에 대한 견해와 그들이 주장하는 논지부터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욥의 세 친구는 고난은 오직 죄에 대한 하나님의 형벌이므로 욥의 회개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합니다. 이에 반해 욥기는 서론(1,2장)에서 욥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전제했기에 당연히 그 주장은 틀렸습니다. 성경적으로도, 체험적으로도 인과응보는 기독교 신앙과 무관합니다. 일부 고난이 그렇게 보일 수 있어도 인과응보처럼 결정론적 하나님이라면 자비와 긍휼에 기초한 은혜가 개입될 여지가 없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구원이야말로 그런 주장을 완전히 부인하는 하나님의 일방적 은혜이지 않습니까?

 

젊은 엘리후는 그 세 친구들보다는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고난에는 인간의 죄에 대한 형벌의 차원을 넘어서 욥 자신의 성장을 위해서 기꺼이 받아들여야 하는 하나님의 징계라는 의미도 있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전체 맥락은 세 친구와 유사합니다.

 

욥 본인은 친구들과 엘리후가 주장하는 내용을 모르는바가 아닙니다. 이미 익히 잘 알지만 그런 해석이 자기에게 적용되지 않아서 못내 괴로워합니다. 현재의 고통이 자신의 죄와 도무지 인과관계도 없고, 신앙성숙을 위한 징계라 해도 자기에게 해당되지 않을 뿐 아니라 너무 과도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이유라도 가르쳐 달라고 끝까지 매달립니다.

 

이에 대해 하나님은 직접적인 대답은 전혀 하지 않고 거꾸로 창조세계의 물질적 현상에 대한 질문만 백 개가량 따발총처럼 욥에게 되묻습니다. 욥은 단 한 개도 그 답을 대지 못합니다. 이에는 크게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첫째로, 물질세계의 눈에 보이는 현상도 알지 못하면서 영계에서 일어난 하나님만의 완전한 지혜(욥1.2장의 서론의 내용)에 대해선 가르쳐 줘도 모른다는 뜻입니다. 둘째로 신자가 고난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끝까지 고통 속에 평생을 마친다 해도 하나님만을 온전히 믿고 따를 지만 확실히 하라는 것입니다. 욥은 마지막에 가서야 하나님은 무조건 옳으며 그 이유라도 알겠다고 덤빈 자신이 잘못했다고 시인합니다.(욥42:1-5) 바로 이 고백이야말로 욥기가 궁극적으로 신자에게 가르치고자 하는 하나님의 절대적 진리입니다.

 

욥기의 진리성

 

욥기의 서론(1,2장)과 결론(42장)은 일어난 사건을 그대로 기록했기에 해석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것을 뺀 나머지(총42장 중 운문으로 저작된 39장)는 인간의 말(3-37장)과 하나님의 말씀(38-41장)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욥기를 해석함에 있어서 가장 먼저 전제할 것은 인간의 말들(3-37장)을 절대적 진리로 보시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언뜻 보면 성경적 진리로 보이는 말씀들이 많이 있으나 반드시 상기에 설명 드린 주제와 각 당사자들의 주장 내용과 욥기의 결론을 정확히 인지한 바탕 위에 앞뒤 문맥을 면밀히 살펴서 해석하고 적용해야 합니다.

 

교회와 교인들이 이런 욥기 해석의 원리를 몰라서 가장 오해하고 있는 대표적인 구절이 바로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욥8:7)입니다. 그 바른 해석에 대해선 제가 이전에 쓴 글을 꼭 읽어보시고 참조하시기 바랍니다.[‘말씀-잘못 가르쳐진 성경’ 사이트의 # 9 글 "욥은 처음부터 창대했다.(욥8:1-7)"]

 

작금 이 구절을 두고 “잘 믿으면 결국에는 하나님께 복 받는다”는 의미로, 바꿔 말해 기복주의 식으로 잘못 해석 적용하고 있습니다. 욥기 서론은 세상 최고 의인이 아무 잘못을 범하지 않았는데도 고난을 겪는다고 전제했습니다. 앞으로의 진술을 절대로 기복주의 식으로 해석을 하지 말라고 욥기 자체가 미리 못을 박고 있는 것입니다.

 

시가서는 하나님의 역사에 대한 인간의 반응을 적은 책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불완전한 인간의 반응인지라 필연적으로 일부는 옳지만 일부는 부족하거나 틀릴 수 있습니다. 욥과 욥의 세 친구와 엘리후의 말들에 진리가 있고 또 진리처럼 보이는 말들도 있지만 아주 세밀히 분별해야만 합니다.

 

욥의 친구들 중 첫 변론에서 하나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인생이 어찌 하나님보다 의롭겠느냐 사람이 어찌 그 창조하신 이보다 성결하겠느냐”(욥4:17) 이는 분명히 진리입니다. 문제는 이어지는 “인생은 고난을 위하여 났나니 불티가 위로 날음 같으니라”(욥5:7) 같은 구절입니다. 모든 인생이 일반적으로 고난의 연속이긴 해도 하나님의 자녀는 고난을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기뻐하고 찬양 경배하기 위해 난 것이므로 틀린 진술입니다.

 

욥기 전체 42장중에 35장이나 차지하는 인간의 말들 중에 이와 같은 경우는 너무나 많이 나옵니다. 그런데 전문적 신학지식과 영적 통찰력이 없는 일반 신자가 과연 정확히 구분해서 해석이 가능할지는 의심스럽습니다. 따라서 절대적으로 확정된 진리가 아닌 이상 욥기의 그 수많은 변론에서 진리를 찾아서 적용하려고 섣불리 시도하지 말아야 합니다.

 

2/16/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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